“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미국은 대만을 방어할 것인가?”
“말하지 않을 거다. 왜냐고? 협상을 해야 하니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답변은 간단명료했다. 2023년 9월에도, 당선된 뒤인 지난 12월8일에도 미국 엔비시(NBC)가 던진 같은 질문에 똑같이 답했다. 미국에 치중한 군사·안보 전략을 펼치던 대만의 불안을 내내 자극했다. 트럼프 취임 뒤 미국과 대만의 군사·안보 협력은 시험대, 아니 협상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미국에 대만은 포기할 수 없는 전략적 가치를 지녔다. 가장 중요하게는 지정학적 가치가 꼽힌다. 중국이 대만해협을 접수하게 되면 남중국해와 이어 태평양까지 중국이 우위를 굳힐 수 있다. 미국이 대만을 ‘가라앉지 않는 항공모함’이라 여기고, 긴장을 늦추지 않는 이유다. 지경학적 가치 역시 점점 높아가고 있다. 인공지능, 첨단 무기 등 제조에 필수인 고성능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 경제안보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그 중심엔 대만을 본거지로 한,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티에스엠시(TSMC)가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대만의 전략적 가치를 공개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 가치를 미리 높이 살 필요가 없고, 모든 걸 대만과의 거래에서 ‘협상 카드’로 쓰겠다는 계획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거래적 동맹관’을 전략적 가치 판단보다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이 때문에 취임 이후 대만과의 협상을 앞두고 트럼프의 대만 때리기는 수위를 높이고 있다. “대만은 (미국의 보호를 받으려면) 방위 비용을 내야 한다”(7월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대만은 (국방 예산으로 국내총생산의) 10%는 써야 한다”(9월 워싱턴포스트)고 했다. 대만의 2025년 국방비는 국내총생산의 2.5%다. 이를 트럼프 요구의 절반인 5%로 올려도, 대만 정부의 1년 전체 예산에서 43%를 차지하게 된다.
트럼프 2기 인선에서도 대만을 압박 협상의 대상으로 두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트럼프 1기 마지막 백악관 국방안보보좌관이었던 엘브리지 콜비는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국방부 정책 차관으로 지명됐다. 콜비는 대만의 군사적 가치를 인정하지만, 거래적 동맹관에 있어 트럼프와 같은 편에 선 인물이다. 그는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는 유사시 상황에서 ‘대만이 스스로 티에스엠시 공장들을 파괴해야 한다’는 다소 과격한 주장에 찬성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대만 사람들의 불안도 감지되고 있다. 대만중앙연구원 산하 유럽·미국학연구소(IEAS)가 국립정치대학 선거연구센터와 함께 지난 5월 대만 성인 1236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트럼프 당선이 미국과 대만의 군사적 동맹 강화로 이어질 거란 전망보다 그렇지 않을 거란 응답이 더 많았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유사시 미국이 대만을 돕기 위해 무력을 사용할 가능성이 커지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 비율은 46.2%였다. 무력 사용 가능성이 커질 것이란 응답자는 37.5%였다.
트럼프 당선자가 귀환을 확정하고 대만도 협상 또는 거래에 쓸 카드를 마련하고 있다. 대만은 이지스 구축함을 포함해 미국의 대규모 무기 패키지 구매를 고려 중이라고 알려졌다. 그 규모는 150억달러(22조107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까지 대만에 18차례 약 80억달러(11조7904억원)의 무기 판매를 승인했는데, 트럼프 2기에 그 갑절에 가까운 무기 구매를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미국-대만비즈니스협의회 회장인 루퍼트 해먼드체임버스는 “새 행정부와 함께 올바른 출발을 시도하기 위한 계약금처럼 보일 수 있다”고 짚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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