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이 퍼질수록 적응 변이 위험”
미국에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H5N1) 감염 사망자가 처음 보고됐다. 바이러스가 치명적 유형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 같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루이지애나주(州) 보건부는 H5N1에 감염돼 입원했던 환자가 숨졌다고 6일(현지시간) 밝혔다. 주 보건부에 따르면 이 환자는 65세가 넘었으며 기저 질환이 있었다. 자택 뒷마당에서 기르던 가금류 및 야생 조류에 노출된 뒤 H5N1에 걸린 것으로 파악됐다. 아직 지역 내 추가 H5N1 발병 사례나 사람 간 전염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주 보건부는 설명했다.
해당 사망자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난달 중순 H5N1 감염자 중 처음으로 심각한 증세를 보인다고 발표했던 환자다. CDC에 따르면 작년 4월 이후 66명의 발병 사례가 보고됐지만, 이번에 첫 사망자가 나오기 전까지 모두 결막염이나 가벼운 호흡기 증상처럼 경미한 증세만을 보였다.
보건당국은 치명적 변이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지난달 말 CDC는 사망 환자로부터 사람에게 더 쉽게 감염되는 변이가 발견됐다며 “뒷마당 가금류에서 채취된 바이러스 표본에 변이가 없었던 만큼 변이가 발생한 곳은 환자 몸속인 듯하다”고 발표했다.
H5N1이 미국에 퍼지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 전이다. 야생 조류에서 나타난 유행이 젖소 낙농장과 가금류 농장으로 옮겨 갔다. 미국에서 H5N1에 사람이 감염된 사례는 지난해 전까지는 2022년 콜로라도주 가금류 농장 노동자 한 명뿐이었다.
H5N1의 위력은 바이러스가 확산할수록 더 분명히 드러나리라는 게 전문가들 경고다. 동물·조류 인플루엔자 생태학 권위자인 리처드 웹비 박사는 미국 CNN방송에 “이번에 발견된 바이러스는 지금까지 우리가 본 것 중 가장 위험한 유형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네브래스카대 글로벌 건강보장센터 책임자인 제임스 롤러 박사는 미국 뉴욕타임스에 “바이러스가 사람 등 포유류 사이에 더 널리 퍼질수록 사람 질병이나 사람 간 감염에 적응한 변이가 출현할 위험성도 더 커진다”고 설명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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