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우리 경제의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내수 회복 지연과 수출 둔화, 통상 환경 악화 가능성 등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던 중 ‘국내 정치 상황’으로 경제심리 악화마저 더해졌다는 판단이다. 케이디아이가 경제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등을 울린 것은 2년 만이다.
케이디아이는 8일 펴낸 ‘경제동향 1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생산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경기 개선이 지연되는 가운데, 불확실성 확대로 인한 경제심리 위축으로 경기 하방 위험이 증대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한 달 전 12월호에서 통상환경 악화 가능성을 언급하며 “불확실성 확대”를 진단했던 데서 한층 더 어두워진 평가로, 케이디아이가 ‘경기 하방 위험’을 언급한 것은 2023년 1월호 이후 2년 만이다. 2년 전 경기 하방 위험을 언급한 배경은 국내외 금리 인상이었다.
이날 케이디아이가 경기 하방 위험 경고음을 울린 것은 ‘12·3 내란사태’ 이후 경제심리가 빠른 속도로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케이디아이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전후 기간과 최근을 비교할 때, 이번에 가계와 기업의 심리가 더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케이디아이는 “과거(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는 석 달에 걸쳐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9.4포인트 하락했는데, 최근에는 한 달 만에 12.4포인트 하락했다”며 “기업심리지수도 과거와 달리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국은행의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100을 소폭 웃돌다가 12월 들어 88.4로 전달 대비 12.3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코로나19 유행 충격이 덮친 2020년 3월(-18.3포인트) 이후 최대 폭 하락이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된 2016년 11월엔 전월에 견줘 6.7포인트 하락한 바 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100보다 크면 현재 소비자 기대 심리가 장기 평균(2003∼2023년)보다 낙관적이라는 뜻이고, 100 미만이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기업들의 전망도 나쁘다. 한은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에서 제조업 기업들의 업황 전망지수는 10월 73.0에서 11월 71.0, 12월 66.0, 1월 61.0으로 석 달 연속 하락했다. 이 지표가 100 밑이면 향후 경기 악화를 예상하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케이디아이는 “지난해 12월3일 이후 금융시장이 다소 불안정했지만, 과거 정국 불안 시기(2016년 10월24일 이후)에 견줘서는 안정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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