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의장, 내란 국정조사 특위서
야당의 폭로전 공세에 작심 발언
야당의 폭로전 공세에 작심 발언
김명수 합참의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김 의장은 이날 오전 북한의 미사일 도발 관련 상황을 지휘한 뒤 국회에서 열린 ‘내란 혐의 진상 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국조특위)’ 전체회의에 출석했다. 김 의장은 “대북 확성기 방송이나 오물 풍선에 대한 대응을 ‘북풍 공작’으로 몰아가도 되느냐”는 국민의힘 강선영 의원 질의에 “제 직을 걸고, 12·3 비상계엄 당시 북풍을 준비하거나 계획한 적은 절대 없다”며 “군 작전에 ‘외환’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은 근본적으로 군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북한 공격 유도 등을 통해 전쟁 또는 무력 충돌을 일으키려 했다’는 야당의 공세가 이어지자 김 의장은 “군의 임무는 헌법에 명시된 국토방위라는 신성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고, 그러기에 추운 전방에서도 임무를 다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것들을 ‘북풍’이라고 한다면 모든 것이 (북풍에) 함몰될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 살포와 관련해 ‘원점 타격을 통한 북한의 도발 유도’라는 야권의 주장에 대해서는 “군사작전은 조사나 수사의 개념이 아니라 지휘관의 판단 영역에 있어야 한다”고 했다.
북한 미사일 도발 상황을 다시 지휘하기 위해 오전 국조특위에서 이석하려던 김 의장은 “3분만 말씀드리겠다”며 발언 기회를 재차 요청했다.
◇합참의장 “계엄 때 북풍 계획 없었다… 외환 언급은 軍 무시하는 것”
그러면서 “저희가 ‘확인해 드리기 어렵다’고 하니까 국민께서 의혹을 가지는 것 같다”며 “확인해줄 수 없다는 것은, 우리 비밀을 유지한 상태에서 상대방에게 심리적 압박과 혼란을 안겨서 이익을 얻는 ‘카드 게임’과 같은 군사 전략”이라고 했다. “누군가 옆에서 내 카드가 무엇인지 상대에게 알려주거나 수사를 해서 다 보겠다고 하면 게임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 의장은 “비밀 유지가 국방 정책의 핵심인데 이런 상황을 북풍이라고 하고 제보를 받아 정보를 유출시키면 작전이 유지가 될 수 없다”며 “2022년 말 무인기 10여 대가 수도권 상공에 날아들어 남남 갈등을 일으켰는데, 이것은 ‘북풍’이냐 ‘남풍’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김 의장은 “김정은이 돈을 들여 직접 확인해야 될 것을 왜 우리 스스로 확인을 해주느냐. 적은 기만·기습으로 자기들이 원할 때 도발한다”고 했다. 그는 “천안함 피격 사건이나 삼척항 목선 귀순 사건 등이 터졌을 때 군이 감사를 받고 그 후유증으로부터 지휘권을 회복하는 데 5년 걸렸다”며” “(군사 보안 유지) 부분들이 준수될 수 있도록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의원들에게 호소했다. 김 의장은 다만 “군이 국민들께 실망을 끼친 것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날 김 의장은 최근 위기에 봉착한 안보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느끼고 발언을 준비해 국회로 간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 기밀 유지와 심리전의 중요성을 ‘카드 게임’에 빗댄 것은 김 의장 본인의 아이디어라고 한다. 군 관계자는 “오전에 북한 미사일 도발이 터져 국조특위엔 차장을 대신 참석시키고 합참의장은 도발 대응 지휘에 전념해도 됐지만, 국민들께 군사 기밀 유지와 안보의 중요성을 알려야 한다는 각오로 국회로 갔다”면서 “군 서열 1위인 군령권자로서 최근 무너지는 안보 상황에 대한 위기 의식이 매우 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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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혜 기자 jihe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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