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사고 우려...악재 맞은 친환경차·이차전지
보조금, 정책금융 지원 늘려 생태계 살린다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과 화재 우려 등으로 성장이 둔화된 친환경차와 이차전지 산업을 살리기 위해 보조금 혜택 등 정책 지원을 늘리기로 했다. 청년이 첫 차로 전기차를 택하면 최대 836만 원을 더 할인해주고 이차전지 분야에 정책금융을 2024년보다 2조 원 더 늘린 7조 9,000억 원을 투입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5일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친환경차·이차전지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방안은 구체적으로 △친환경차 캐즘 대응 강화 △첨단 기술력 강화 △이차전지 생태계 강화 △대외 불확실성 대응 등을 위한 과제들로 구성됐다.
전기차 구매 유도... 보조금 팍팍
최근 국내 친환경차 시장은 상승세가 꺾였다. 주요국 중 유일하게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수소차도 국내 산업 생태계가 위축되는 등 위기 신호는 계속 감지되고 있다. 이 여파는 이차전지 연관 산업으로도 이어지고 있으며 미국에선 2기 도널드 트럼프 신(新) 정부 출범으로 글로벌 불확실성까지 커지고 있어 정부는 시장 주도권을 회복을 목표로 이 같은 대책을 내놨다.
정부는 쪼그라든 친환경차 수요 진작을 위해 보조금을 확대하기로 했다. 제조사의 전기차 가격 할인에 비례해 보조금을 확대 지원하고 청년의 경우 첫 차에 대한 보조금을 20% 추가로 지급한다. 예를 들어 청년이 5,000여만 원(부가세 포함)짜리 전기차를 구매할 경우 최대 580만 원의 국비보조금과 첫 차 보조금 116만 원을 받는다. 또 제조사가 600만 원 가격할인을 제공할 경우 140만 원을 받게 돼 이를 더하면 총 836만 원이 된다. 전기차 자체 혜택에 따라 개별소비세, 취득세 등에서 감면이 이뤄지는 것을 고려하면 전체 할인 금액은 1,177만 원에 달한다.
친환경차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도 2027년까지 3년 연장하고, 3.7㎞/㎾h 이상으로 통용되던 중·대형 전기승용차 연비 기준을 중형(4.2㎞/㎾h 이상), 대형(3.2㎞/㎾h 이상)으로 나눠 선택권을 늘린다. 또 내연기관 위주의 운전면허 시험장에도 전기차 배차를 확대하고 운전면허 시험 평가 기준을 마련하는 등 일상에서 친환경차 접촉 기회를 늘린다. 또 △급속충전기 4,400기 확충 △수소 충전소 119개소까지 확대(2027년까지) △전기차 화재 안전관리 대책 이행 △올해 1월까지 전국 수소 충전소에 대한 특별 안전점검 실시 등도 한다.
이차전지 분야에는 기업의 자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정책금융(대출·보증·투자) 규모를 2024년 6조 원에서 7조 9,000억 원으로 키운다. 우선 지난해 7월 지정된 4개 이차전지 특화단지 인프라 구축에 252억 원을 지원한다. 또 국가전략기술로 이차전지 핵심광물 관련 기술을 추가하고 핵심 소재·광물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기금도 2024년 5조 원에서 올해는 10조 원으로 불린다.
아울러 △2027년까지 레벨 4 자율주행을 위해 통합 기술 로드맵을 올해 상반기 중 마련하고 △전기차 핵심 부품 기술개발에 4,300억 원 투자 △미국 내 한국에 우호적 그룹과의 협력 강화 등도 약속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친환경차와 이차전지는 모빌리티 산업의 미래"라며 "정부는 캐즘, 글로벌 환경 변화에 대응해 우리가 미래 시장을 이끌 수 있게 돕겠다"고 했다.
트럼프 온다... 산경장 확대
정부는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을 맞아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산경장)를 2월부터 민관합동 회의로 확대 개편해 운영한다. 급변하는 대외 환경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고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회의 운영 방식도 유연해진다. 기존에는 경제부총리와 산업통상자원부·고용노동부 장관, 국무조정실장, 금융위원장, 경제수석 등만 참석했지만, 앞으로는 안건에 따라 관련 기관장이 참여할 수 있다. 또 경제단체와 반도체협회 등 업종별 협회와 단체, 전문연구원도 현장의 수요를 신속히 파악하는 데 힘을 보탠다.
분과위원회는 △총괄 △기술 △산업 △혁신 △기반시설 등으로 나뉘며, 기술·산업·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의 민간·현장 의견을 듣기 위해 각 산업별 산학연 전문가가 참여한다. 각 분과는 월 1회 이상 회의를 열어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과제를 찾고 이를 안건에 반영할 예정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러한 개편을 통해 산업별 맞춤형 대응책을 마련하고 민관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산업경쟁력 제고에 이바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세종= 이성원 기자 suppor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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