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연기를 즐기면서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 첫 작품이예요."
영화 '폭력의 씨앗'으로 주목할만한 신인으로 떠올랐고 이후 '도어락', '비밀의 숲', '지리산'까지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넓혀 온 배우 이가섭의 가장 큰 장점은 때묻지 않은 순백의 마스크일 것이다.
특별한 감정을 머금지 않으면 무해한 소년의 얼굴까지도 소화 가능하지만 그 순박한 표정 속에 심연 깊은 곳의 지독한 욕망까지 가둘 수 있는 연기력을 여러 차례 이미 선보인바 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극대화시켜 소개한 작품이 지난 10월 종영한 MBC '백설 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극본 서주연, 연출 변영주/이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다.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살인 전과자가 된 청년(변요한)이 10년 후 그날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담은 역추적하는 범죄 스럴러물인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에서 이가섭은 극중 경찰서장 현구탁(권해효)의 쌍둥이 아들 현수오와 현건오를 맡아 1인 2역을 연기했다. 두 인물 모두 그날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은폐한 후 각자의 방식으로 속죄를 택하거나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이가섭은 최근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에서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의 출연 계기부터 변요한 등 주요 출연진과 호흡하며 느낀 소감, 1인 2역의 상반된 캐릭터를 연기하며 느낀 소감 등을 공개했다.
- 현수오와 현건오의 차이점을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나.
▶ 우선 서로 보여지는 이미지가 달라야 했기에 안경을 쓴다거나 헤어스타일에 기본적인 차이를 뒀다. 건오가 사람들을 바라보는 눈빛이 직관적이었다면 수오는 다른 방식으로 표현했다. 건오가 무천 마을에 처음 들어왔을 때 모두를 한명씩 제대로 마주치며 '내가 여기 돌아왔다'는 느낌으로 쳐다보지 않았나. 반면 수오는 사람들과 거의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유일하게 의사 박형식에게 살인자라고 말할 때만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 그런 상황을 제외하면 눈을 돌린다던가 고개를 돌리는 등의 행동으로 표현했다. 눈이 텅 비어 있는 방식으로도 표현했다. 각 인물이 처한 상황에 최대한 들어가 보려고 했다. 수오의 경우 대부분의 다른 인물들과 있을 때 매우 불안해 하지만 하설과 있을 때는 평온하지 않나. 교류하는 상대방에 따라 달라지는 수오와 건오의 모습도 표현했다.
- 아버지를 연기한 배우들의 열연이 상당했다. 함께 하며 배운 점도 많을 텐데.
▶ 조재윤 선배는 개인적으로도 너무 좋아하는 분이다. 극중 심동민이 나중에 무천 마을에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유일한 인물이었기에 의미도 있으셨을 것 같다. 조재윤 선배 뿐만 아니라 이두일, 차순배 선배님도 대단한 연기를 보여주셨다. 정말 많은 선배, 동료 배우분들이 각인될 수 있게 변영주 감독님이 많은 신경을 써주신 것 같다. 배우에게 많이 열려있으셨고 늘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라고 하셨다. 디테일을 많이 캐치해주셨다. 변영주 감독님은 배우가 가진 장점을 극대화시켜 주시는 분이더라.
- 현건오와 현수오를 연기할 때 차별점 이외에 중점을 둔 부분은.
▶ 수오는 고정우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보이게 하려고 했다. 그림으로 전달해 줄 수 있는 내용을 전하려 했고 건오는 유일하게 증거품을 남기는 인물인데 극 중반 '건오가 범인'이라는 반응들도 있더라. 촬영 중에는 건오가 범인으로 시청자들을 헛갈리게 만드는 인물이 될 수 있도록 연기한 적도 있었던 것 같다.
- 아버지 역의 권해효도 복잡한 캐릭터를 불같은 에너지로 소화해냈다.
▶ 정말 권해효 선배님의 몰입감이 대단하셨다. 건오의 극단적 선택이후 오열하는 장면과 고정우가 보영이 시신을 찾았을 때 나오는 몰입감이 정말 대단하시더라. 어떻게 저런 연기를 하실 수 있을까 놀랍더라. 권해효 선배님 뿐만 아니라 선배님들 모두 너무 잘 하셔서 한분 한분 따로 말씀드리기가 어려울 정도다.
- 출연 장면 중 가장 기억에 남은 장면은.
▶ 건오가 무천 가든에 처음 들어갔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10년 만에 한국에 처음 들어와 마을 사람들을 처음 접하는 장면이다. 그때 시청자분들께 쫀쫀한 느낌을 드리고 싶었다. 현장에서 선배님들 눈을 한분씩 쳐다 보는데 살벌하더라. 제가 아주 조금만 잘못연기해도 큰일 나겠더라. 작가님과 감독님의 의도를 살리기위해 최선을 다해 찍었다. 정말 만족도마저 높았던 장면이다. 선배님들의 장면에서는 권해효 선배님이 연기하신 구탁의 오열 장면이 기억 난다. 빼놓을 수 없는 명장면이었다. 고정우(변요한)이 민수에게 "민수야"라고 소리치는 장면도 소름이 돋았던 장면이다. 이 장면으로 시청률에 탄력 받겠구나 싶더라.
- 곧 연말 시상식의 계절이 다가온다. MBC 연기대상 신인상 후보에 오를 것 같은데.
▶ 만약 주신다면 부족하지만 감사히 받고 싶다.(웃음) 신인상도 신인상이지만 팀워크상 같은 부문이 있다면 받고 싶다.
- 같은 소속사 선배이기도 한 변요한과 호흡도 궁금하다.
▶ 변요한 형은 다 열어두고 연기하시더라. 내가 이렇게 연기하거나, 병무나 민수가 저렇게 연기해도 다 받아주신다. 항상 먼저 '이렇게 해보자'라고 다양한 길을 열어주셨다. 저희 또래 배우들에게 큰 리더십을 발휘했다.
- 현건오와 현수오 1인 2역 연기의 어려움이 분명 있었을 텐데.
▶ 어렵다는 표현도 맞지만 뭔가 애매하게 표현하면 안됐다. 수오의 래퍼런스로는 해외 드라마 '굿닥터' 주인공을 참고만 했다. 어떤 걸음걸이를 걷고 눈빛을 할 것인지 고민했다. 출발은 저로부터였던 것 같다. 처음 수오 캐릭터를 받고 나서 할수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설 역 김보라 베우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건오가 한국에 도착해 정우와 만나는 장면에서 정우가 '건오야'라고 부르는 장면이 있다. 단순한 장면인데 건오에게는 정우의 그 한마디가 최책감을 들게 만드는 장면이다. 그런 소스들이 감정을 이어주더라. 제가 뭔가를 더하려고 해서가 아니라 상대 배우의 대사와 반응에 제 캐릭터가 더 살아나도록 연기했다.
- 학생 시절 바둑을 오래 했다고 들었다. 갑자기 배우가 된 계기는.
▶ 어릴 때 바둑을 했다. 프로 바둑 기사까지는 아니었지만 바둑 전공을 하려고 했었다. 그러다가 고3 때 갑자기 표현을 하는 직업을 가지고 싶더라. 그때 연기학원을 다니며 입시 준비를 했고 연기 전공의 대학교(세종대학교 영화예술학과)에 덥썩 붙게 돼 오늘까지 오게 됐다. 연기학원에서는 연기와 음악, 무용까지 종합적으로 알려주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
-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 이가섭에게 남긴 것은
▶ 어마어마한 동료들을 얻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었다.
- 배우 이가섭의 장점을 직접 말한다면.
▶ 순한 외모에 복합적인 것이 감추어진 역할을 잘 소화한다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다. 모호한 외모가 제 특색 아닐까.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숨기는 것도 같고 그래서 어떤 반전을 줄 수 있는 역할을 맡기에 나쁘지 않은 얼굴을 가진 것 같다. 영화 '폭력의 씨앗'으로 신인상을 수상했을 때 배우의 길에 대한 확신을 가졌고 본격적으로 프로의 세계로 넘어오면서 조급한 마음을 가지기도 했었다. '도어락'의 개봉이후 즈음이었던 것 같다. 너무 조급하기도 했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기도 했고 불안했었다. 그런데 이후 여러 작품을 해오면서 이제 즐기면서 재미있게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을 하게 해 준 첫 작품이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다. 즐겁고 재미있게 하다 보면 언젠가 앞서 나갈 날도 있지 않을까.
관련기사
- 디즈니, '주토피아2'→' 캡틴 아메리카' 등 2025년 강력 라인업 공개[스한:현장]
- 배우 고준, 10년째 불면증 앓고 있다…"잠드는 걸 포기한 상태" ('나혼산')
- '백설공주' 변요한, 누명 벗고 일상 되찾다…'권선징악' 엔딩 (종합)
- '백설공주' 변요한, 아직 한 발 남았다…종영까지 단 1회
- '백설공주' 고보결, 변요한 향한 도 넘은 짝사랑
- '오지라퍼 의대생' 김보라, 변요한 살인 누명 벗긴다 ('백설공주')
- 한동훈 "尹 조기퇴진 불가피…책임지고 정국을 운영"
- 변우석, 핫 캐릭터 어워즈 6연속 1위→연말 투표 진출
- 이민우 母, 치매 근황 박서진 덕분? "정신 맑아져"('살림남')
- 봉준호, 문소리, 변영주 등 영화인 2518명 "윤석열 직무 정지, 파면·구속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