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탄핵" 열창하는 가수 이승환가수 이승환씨가 13일 밤 여의도 국회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즉각 체포! 탄핵촛불문화제’에서 덩크슛(탄핵하라 윤석열로 개사),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돈의 신 (돈의 힘으로 개사) 등을 열창했다.
권우성
이번 주에 접한 뉴스 중 개인적으로 제일 충격받았던 소식은 가수 이승환의 구미 콘서트가 취소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윤석열이 일으킨 계엄 내란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가 어느 때인지 혼란을 주었다면, 금번 이승환 콘서트 취소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남한인지 북한인지 헷갈리게 만들었다.
성탄절인 12월 25일 경북 구미에서 공연할 예정이었던 이승환의 콘서트가 무산됐다. 이는 구미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기로 되어 있었는데 구미시가 일방적으로 대관을 취소하면서 벌어졌다. 이승환 측은 유감을 표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라이브의 황태자라는 칭호답게 이승환의 콘서트는 팬들 사이에서 늘 화제가 되곤 했다. 공연에 진심인 그이기에 감동과 재미가 모두 보장되는 콘서트로 유명하다. 이번에도 1200석 모두 매진되었다. 그런데 불과 이틀 앞두고 구미시에서 대관을 취소해서 공연 자체가 무산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장호 구미 시장이 내놓은 해명이 더 문제가 되고 있다. 그가 언급한 것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안전상의 문제였다. 윤 대통령 탄핵을 지지하고 촛불 문화제에서 공연까지 한 이승환과 보수 단체와의 물리적인 충돌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보수단체들이 19일 성명을 내고 이승환 콘서트 대관을 취소하라며 현수막까지 내걸면서 구미시를 압박해 왔다.
둘째는 구미시 측에서 소속사와 가수 이승환에게 서약서를 요구했는데 서명을 거부했다는 이야기였다. 말이 서약서지 각서와 다름없었다. 대중 가수가 팬들을 모아 콘서트를 하는데 무슨 서약을 하라는 말인가. 내용을 보니 가히 충격적이다.
"구미문화예술회관공연 허가 규정에 따라 정치적 선동 및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음."
이에 대해 가수 이승환은 동의할 수 없다며 반박했다. "공연일 직전에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다는 문서에 이름 써라', '이름 안 쓰면 공연 취소될 수도 있다'라는 요구를 받아야만 하다니"라며 자유를 최우선의 가치로 하는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일어나선 알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할 때부터 줄곧 '자유 대한민국'을 강조해 왔다. 그가 어디서 무슨 목적으로 발언을 하든, 늘 빼먹지 않는 레퍼토리와 같았다. 하도 자유 자유 거려서 그동안 우리가 자유를 억압받고 살았나 괜한 의문이 들기도 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흔히 하는 은어로 그는 '자유 무새'였다.
윤 대통령은 이전보다 훨씬 더 자유로운 대한민국을 꿈꾸는가 보다 했다. 하지만 그가 대통령이 된 뒤로 우리나라는 오히려 퇴보했다. 자유를 입으로만 외쳤지, 구속과 통제로 정치를 해왔다. 그의 말이 허구였던 것인지, 애당초 자유의 의미를 모르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가 말하는 자유가 우리가 알던 것과는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우리는 군사정권이 무너진 이래로 가장 자유가 위협받고 있는 시대를 지금 지나고 있다. 참으로 비참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가수 이승환 콘서트의 갑작스러운 취소는 단순히 지자체와 대중가수와의 갈등이 아니다. 정치적인 발언을 함구하라는 서약서를 들이밀면서 정작 가장 정치색을 드러낸 건 구미 시장이 아닐까.
구미 시장과 그를 따르는 몇몇 사람들이 윤 정부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는 행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경북 구미가 보수 성향이 짙은 곳이라지만, 구미 시민 전체의 생각은 아니다. 계엄 내란 사태는 정치 문제가 아닌 정의 문제라는 누군가의 표현처럼, 보수적이냐 진보적이냐를 따지며 갈등을 조장하는 행위는 불필요하다.
그렇기에 이승환 콘서트 취소와 관련해 입장을 밝힌 구미 시장의 말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게다가 가수가 자신의 팬들만 모이는 콘서트에서 정치적인 발언을 한들 그게 무슨 문제라는 말인가? 온 국민이 다 보게끔 생중계하는 것도 아니고 노래하기에도 바쁠 게 분명하다. 정치색을 드러내는 발언을 할지 안 할지 조차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또한 그의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은 이미 그가 그런 성향임을 안다. 예매를 했다는 것 자체가 그런 게 자신들에게 문제가 안 됨을 증명하는 것 아니겠는가.
이승환 측에서 내놓은 반박처럼 정 안전이 걱정되었다면 구미시 측에서 경찰 등을 통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면 될 뿐. 문제 될 것은 없다. 집회를 보장하면서 동시에 팬들의 권리도 지켰어야 하는 것이다. 엄연히 가수 개인의 자유로운 공연이다. 그의 팬들이 자신들의 자유로운 의사로 티켓 값을 지불하고 오겠다는 공연을 몇몇 단체의 반대와 가수 개인의 발언을 꼬투리 잡아서 무산시키는 행위는 참으로 비겁하기 그지없다.
계엄이 해제된 이후임에도 이러한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는 현실 자체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공동체가 얼마나 위협받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중음악이라는 문화 예술의 영역까지 침범하려 드는 행위는 다시금 우리를 계엄의 악몽 속으로 집어넣는 것과 마찬가지다. 국민들 마음속에 불안과 공포가 아직도 쉬이 잦아들지 않는 이유다.
오래전부터 구미시에 있는 팬들을 위해 땀을 흘리며 준비했을 콘서트다. 가수와 팬이 깊게 공감하면서 아름다운 음악으로 수놓았을 귀한 기회를 허망하게 날리고 말았다. 극우단체와 정부 및 지지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내린 결정인 듯하여 무척 안타깝다. 12월 25일 크리스마스를 맞아 팬들의 기대가 얼마나 컸을까. 그들이 마땅히 받았어야 할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사라져 버렸다. 계엄이 실패했음에도 이런 분위기가 유지되고 있는 현실이 참담할 뿐이다.
이 소식을 들은 다른 지자체들이 가수 이승환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광주 광역 시장과 화성 시장이 먼저 SNS를 통해 공연 유치를 원한다고 의사를 밝혔다. 예상하건대 조만간 꽤 여러 군데서 비슷한 제안이 오지 않을까 싶다. 이승환 역시 콘서트 투어 일정을 기존 3월에서 7월로 연장하기로 했다. 그리고 구미 시민들에게 거듭 아쉬운 마음을 밝히며 기회가 된다면 구미 근처의 도시에서라도 공연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주었다.
가뜩이나 지역경제가 안 좋은 요즘 인기 가수의 콘서트 유치는 그 지역에 도움이 되었으면 되었지 손해 될 일은 없다. 여러모로 구미 시장의 결정은 모든 이에게 손해를 끼치는 결과를 낳았다. 공연을 가고자 했던 구미시민들의 기회를 빼앗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오히려 정치적인 갈등을 야기시켰다. 당장 눈앞에 공연을 막아내고자 억지를 부렸지만, 결론적으로 이승환의 콘서트가 더 많은 곳에서 더 오래 지속되게 생겼다. 구미 시장의 결정은 얻은 것 없이 잃은 것만 많은 경솔한 판단이었다.
연예인들이 정치 성향을 공개적으로 드러낸다고 하여 무조건 비판하는 문화가 옳은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이다. 미국만 해도 연예인들이 정치 성향을 밝히고 특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발언을 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 얼마 전 미국 대선 전에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가 해리스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바가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꼭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만 하는지 생각해 볼 때이다.
연예인 역시 한 사람의 국민이자 유권자다. 의사를 표현했다고 하여 크게 문제 삼을 필요가 없다. 모두가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분위기가 형성만 될 수 있다면 말이다. 오히려 지금처럼, 계속 마녀사냥 하듯이 눈치 주면서 공개 저격한다면 더욱더 국민들을 분열시켜 갈등을 부축이는 꼴이 될 뿐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수준은 그리 낮지 않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지지한다고 해서 무지성적으로 따라가거나 하지는 않을 거다.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를 따라 지지하는 정당을 바꿀 만큼 어리석지 않다. 젊은 세대들이 이번 계엄 내란 사태 때 이미 증명해 보였다. 그들이 얼마나 민주주의와 자유에 대하여 뜨거운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정의가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얼마나 분통해하는지 말이다. 우리 때와 비교해도 지금의 젊은이들이 한 단계 더 성숙하다. 시대의 문제들에 민감하고 깨어있다. 그래서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더욱 분통하고 참담하게 다가온다. 팬들이 좋아하는 가수와 함께 노래하고 즐길 권리를 다시는 훼손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