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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미국 대선 속 패션 모멘트

오한별 객원기자

2024. 09. 24

11월 5일, 대선을 앞두고 대중의 호감을 사기 위한 미국 대통령 후보들의 패션 전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드라마틱한 미국 대선 과정 속 숨은 패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무엇을 입고 싸울 것인가?

미국 역사상 대선 후보들이 달라도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조 바이든 대통령이 물러나고 부통령이었던 해리스가 대선 후보가 되면서 양당 후보는 성별, 인종, 피부색에서 완전히 구분된다. 후보들의 성별이 주목받는 상황에서 ‘team 해리스’가 특히 신경 쓰는 것은 패션이다.

해리스가 주로 입는 스타일은 테일러드 팬츠 슈트 차림이다. 여성 리더십과 권위를 표현하는 동시에 지나치게 여성스러움을 강조하지 않는 패션으로, 정치 무대에서 필요한 신뢰감과 전문성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해리스는 종종 컨버스 스니커즈나 팀버랜드 부츠를 착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선택에는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고 털털하면서도 편안한 이미지를 전달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진주 액세서리 역시 해리스의 대표적인 패션 아이템. 해리스는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진주 액세서리를 슈트에 매치해 강인하면서도 우아한 이미지를 동시에 표현해왔다.

경쟁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치 입문 이전부터 지금까지 빨간색을 고수하고 있다. 시그니처 패션 아이템인 빨간 넥타이를 통해 자신감과 권위를 지닌 인물 이미지를 굳혀왔다. 그는 한 벌에 1000만 원을 호가하는 브리오니 슈트를 일부러 볼품없이 연출하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뜻의 ‘MAGA’ 모자를 대충 눌러쓰는 스타일을 고집한다. 이는 미국 중산층이 가장 풍요로웠던 1980년대 월 스트리트를 떠올리게 하면서 트럼프의 거침없고 반항적인 모습을 강조한다. 최근 새롭게 떠오른 아이템 중 하나는 바로 ‘거즈’다. 지난 7월 유세 중 총격을 당해 상처를 입은 트럼프가 오른쪽 귀에 거즈를 붙인 채 연설 무대에 올라 건재함을 과시한 가운데, 그를 따라 귀에 거즈를 붙이는 이른바 ‘거즈 패션’이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 트렌드로 떠올랐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서의 패셔너블한 순간들

오프라 윈프리, 질 바이든, 미셸 오바마, 핑크, 페기 플래너건 등 유명 인사들의 스타일이 돋보였던 민주당 전당대회.

오프라 윈프리, 질 바이든, 미셸 오바마, 핑크, 페기 플래너건 등 유명 인사들의 스타일이 돋보였던 민주당 전당대회.

미국의 전당대회는 축제다. 회의장에 모여서 심각한 논의를 하는 대신 시끄러운 음악 소리에 맞춰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지른다. 전당대회의 백미는 후보 수락 연설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지지 연설이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해리스를 지지하는 각계각층의 유명 인사들은 멋지게 차려입고 연설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미셸 오바마는 영부인 시절에도 패션 정치에 유능했던 인물. 그는 한국계 여성 디자이너가 공동 설립한 ‘몬세(Monse)’의 네이비 팬츠 슈트를 입고 등장해 강인한 이미지를 풍겼다. 고대 전사처럼 길게 땋아 내린 머리도 포인트. 현 퍼스트레이디인 질 바이든 여사는 전당대회 첫날 랄프로렌의 스팽글 블루 드레스를 입어 완벽한 TPO 차림을 보여줬다. 그는 미국 디자이너 브랜드 랄프로렌의 옷을 주로 입으며 애국심을 표현하곤 한다. 미네소타주 부지사인 페기 플래너건은 저명한 원주민 디자이너이자 예술가인 제이미 오쿠마의 프린트 블레이저와 드레스를 입고 연설했다. 그는 오쿠마에 대한 호의를 표명함으로써 주요 유권자인 원주민을 끌어안았다.

오프라 윈프리는 크리스찬시리아노의 보라색 팬츠 슈트를 입었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색을 섞은 보라색은 단결을 상징하는데 이는 그가 연설에서 언급한 주제이기도 하다. 해리스 후보의 딸 엘라 엠호프가 지지 연설을 할 때 입은 드레스도 큰 화제를 모았다. 새틴과 시폰으로 완성한 이 드레스는 인스타그램과 틱톡 팔로어 약 600만 명을 보유한 일본계 미국인 디자이너 조 안도히르시가 제작했다. 가장 영향력 있는 Z세대 디자이너의 드레스를 선택하고, 문신도 고스란히 노출한 엘라 엠호프는 젊은 유권자들에게 분명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이 밖에도 모델 에바 롱고리아, 배우 민디 케일링, 뮤지션 핑크 등 할리우드 스타를 방불케 하는 셀럽들이 등장해 보는 재미를 더했다.

#찐 아재 코어의 등장

물빠진 청바지, 플란넬 셔츠, 워크웨어 등 ‘찐’ 아재 패션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민주당 부통령 후보 팀 월즈.

물빠진 청바지, 플란넬 셔츠, 워크웨어 등 ‘찐’ 아재 패션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민주당 부통령 후보 팀 월즈.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현 미네소타주 주지사 팀 월즈는 꾸밈없는 패션으로 지지자들 사이에서 연일 화제다. 물 빠진 청바지와 플란넬 셔츠, 투박한 볼캡 등 월즈가 평소 즐기는 옷차림은 미국 중서부 아저씨의 전형이다. 그는 공식 석상에서 기자회견을 할 때조차 정장이 아닌 실용적인 워크웨어를 입는다. 그 덕에 월즈는 정치인에 앞서 옆집에서 마주칠 것 같은 친근한 아저씨 이미지를 얻었다. 평소에는 비싼 옷만 입다가 선거철만 되면 ‘서민 코스프레’를 하는 다른 정치인들과 차별화된다. 해리스 캠프는 이처럼 젊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월즈의 ‘아재 코어’ 감성을 살려 곧바로 해리스와 월즈의 이름을 새긴 캡을 40달러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평소 월즈 주지사의 문신템 ‘카무플라주 모자’에서 영감을 얻은 이 캡은 30분도 안 돼 3000개를 모두 소진하는 기록을 세웠다.

미국 언론들은 월즈의 패션이 진정성 있게 느껴지는 이유를 그의 배경에서 찾는다. 월즈는 미국중서부 네브래스카주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으며, 42세에 연방 하원의원으로 당선돼 정치를 시작하기 전 주방위군에서 24년간 복무했다. 또 고등학교 교사로 10여 년간 세계지리를 가르치며 풋볼팀 코치를 맡아 해당 팀을 주 챔피언으로 이끈 경험이 있다. 미국 정계 인사들과 대조적인 평범한 삶을 살아온 월즈의 이력이 해리스 캠프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대선 #트럼프 #해리스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출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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