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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연말에 읽기 좋은 책 4

문영훈 기자

2024. 12. 30

바운더리
김현 지음 / 심심 / 1만8500원

주변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느끼는 초연결 사회에서 많은 사람은 외로움을 느낀다. 저자는 이러한 이유로 사람들이 수많은 정보를 접하며 사는 법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해 내면이 무너지고 있다는 진단을 내린다. 그의 해답은 바운더리를 설정하는 것. 컬럼비아대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인 그는 수면장애와 우울증이 뇌의 인지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주로 연구해왔다. 실제 상담실에서 사용하는 심리치료와 일상생활에서도 응용할 수 있는 방법을 상세하게 썼다.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나종호 예일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추천사에서 “이 책을 미리 읽었더라면 시행착오 없이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살았을 것”이라고 썼다. 인간관계 등 타인과 나 사이의 경계뿐만 아니라 불편한 감정 같은 스스로와의 바운더리도 강조한다.

다시 만난 여성들
성지연 지음 / 북인더갭 / 1만8000원

마리 퀴리, 제인 구달, 한나 아렌트, 명성황후, 나혜석…. 남성에 의해 쓰인 역사에도 여성들이 있었다. 저자는 숱한 제약에도 자신만의 이야기를 개척해간 27명의 여성을 추려냈다. 많은 여성에게 귀감과 희망이 됐을 이정표 같은 인물들이다. 누군가는 역차별의 시대라고 말하지만 “사랑이라는 감정 역시 불평등한 관계에 놓여 있다”고 말한 에바 일루즈의 주장이나 리베카 솔닛이 만든 용어인 ‘맨스플레인’ 역시 통용되는 사회다. 실제 인물뿐만 아니라 소설의 주인공 이야기도 흥미롭다. 한국문학에서 건져 올린 두 사람은 박완서 작가가 11년에 걸쳐 발표한 연작 소설 ‘엄마의 말뚝’ 속 기숙, 동아시아 여성들에게 널리 읽힌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의 주인공이다.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두 사람의 만남은 한국 사회에서의 어머니와 여성의 존재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서른에 읽는 재클린의 가르침
임하연 지음 / 블레어하우스 / 1만6900원

서른한 살에 영부인이 된 여성,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는 30년 전 유명을 달리했지만 아직도 전 세계에서 회자되는 인물이다. 미국 역사상 가장 스타일리시한 영부인,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영부인으로 유명하지만 그의 인생에도 아픈 순간들이 많았다. 상류층 교육을 받으며 자랄 만큼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성장하면서 가세가 기울었고, 영부인 자리에 올라갔다 바로 옆에서 남편의 죽음을 목격해야 했다. 저자 임하연은 어릴 적부터 재클린의 삶에 크게 영감을 얻어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재클린이 남긴 생각을 상속자와 학생의 대화라는 보기 드문 방식으로 알기 쉽게 풀어놓는다. 저자가 주목한 것은 ‘상속자 정신’. 재클린의 삶을 통해 상속 하면 떠오르는 부의 상속을 넘어 인생의 자율권을 스스로 쥐는 새로운 상속의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괴테 할머니의 인생 수업
전영애 지음 / 문학동네 / 1만5000원

세상이 어지러울 때는 어른의 가르침이 필요한 법이다. 전영애 서울대 명예교수는 ‘괴테 할머니’라는 호칭으로 불린다. 세계적인 괴테 연구자로 인정받아 2011년 독일 바이마르 괴테학회로부터 아시아 여성 최초로 ‘괴테 금메달’을 수상했다. 지금은 경기 여주시에서 여백서원을 운영하는 저자는 이곳을 찾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정원을 가꾸고, 밤에는 괴테의 글을 번역한다. 독문학자인 그는 책에서 괴테 외에도 프란츠 카프카, 헤르만 헤세의 이야기를 펼치며 성공을 강요하는 시대에 사는 모든 이에게 조언을 전한다.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 식의 자기 계발서가 아니라는 점이 반갑다. 그는 “어려움이 닥쳐도 세상을 탓하지 않고, 다만 바른 길을 가자”고 말한다. 죽기 전에 괴테의 모든 글을 번역하고 싶다는 그의 해맑음과 집념이 동시에 느껴지는 책.

사진제공 문학동네 북인더갭 블레어하우스 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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