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화성 고성능컴퓨팅(HPC)센터’ 조감도  /사진 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화성 고성능컴퓨팅(HPC)센터’ 조감도  /사진 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주요 경영진이 이사회 내 경영위원회에서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대한 투자를 결정했다. 구체적인 내용과 방향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간 경영위에서 주로 논의된 투자 안건이 메모리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가 GPU 관련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거나 내부 정보기술(IT) 인프라 확충에 활용할 것이라는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경영위는 지난 3월 ‘GPU 투자의 건’을 결의했다. 경영위는 한종희 디바이스경혐(DX)부문장 겸 대표이사 부회장을 필두로 노태문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 사장, 박학규 경영지원실장 사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등 주요 경영진으로 구성된 사내이사가 참여하는 기구다. 삼성전자의 GPU 투자를 결정한 올해 세 번째 경영위에는 당시 반도체(DS)부문을 담당하는 경계현 사장도 참석했다.

경영위는 기업 인수합병(M&A)과 대규모 투자를 비롯한 경영방침과 전략 등을 심의, 의결한다. 최근사업연도 매출의 5%를 넘는 단일계약이나 자기자본 0.1% 이상, 2.5% 미만의 해외 직접투자 등도 논의한다. 시설투자의 경우 정해진 비중은 없지만 대표이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경우 경영위의 검토 대상이 된다.

삼성전자가 경영위에서 GPU 투자를 결정한 것은 부의안건이 공개된 2012년 이후 처음이다. 통상 메모리반도체와 파운드리 공장 공사와 설비투자가 검토됐고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폭증함에 따라 첨단패키징(AVP) 투자 결정도 빈번해지고 있지만 시스템반도체 단일 품목에 대한 투자 결정은 없었다.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삼성전자가 투자를 기반으로 GPU 관련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AI 연산에 주로 활용되는 범용GPU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반도체 기업이 만드는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탑재된다. 시스템LSI사업부는 AMD와 협력해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용 GPU를 개발하고 있다. 설계도를 기반으로 실물 반도체를 만드는 파운드리사업부에도 GPU는 유망한 사업영역이다.

반대로 이번 투자의 경우 삼성전자가 GPU를 개발, 제조하는 게 아니라 내부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해석도 있다. 반도체 공정 혁신을 위한 내부 IT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GPU를 이용한다는 해석이다. 삼성전자는 올 3월 ‘GTC 2024’에서 오는 2030년 완전자동화 반도체 공장을 구축하기 위해 엔비디아와 AI 기반의 디지털 트윈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경기 화성캠퍼스에 ‘화성 고성능컴퓨팅(HPC)센터’를 건설하고 본격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 2021년 11월 신축작업을 시작해 올해 4월 준공했다. 삼성전자 DS부문은 국내외 주요 제조거점에 전용 IT 인프라를 구축했지만 반도체 공정이 점차 미세해지고 복잡해지는 흐름에 따라 데이터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신규 인프라 확보에 나섰다. 화성 HPC센터에는 반도체 설계를 위한 대규모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가 들어서는 만큼 AI 연산에 필요한 GPU 투자 역시 적지 않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