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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증한 사람 有, 교사한 사람 無” 김진성 자백에도 유죄 피한 이재명
재판부 재량 논란...“백현동 로비스트 김인섭 유죄”에 연관 재판도 난관

반전 드라마가 펼쳐졌다. ‘11월 사법 리스크’의 첫 시험대였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위증교사 혐의를 벗으며 숨 쉴 틈을 마련했다. 향후 10년간 선거에 나설 수 없는 중형을 받은 지 10일 만에 나온 무죄 선고다. “선거법 위반은 경미한 처벌, 위증교사는 유죄”라는 법조계 관측을 비껴간 결과다.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의 정치적 명운이 사법부의 손에 놓였다.

이 대표로선 한숨은 돌렸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은 많다. 1심 판단이 끝난 두 사건은 다시 항소심에서 다툴 예정이다. 위증교사 사건의 무죄 부분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요청 이후 위증했다고 자백한 인물은 유죄를, 위증을 교사한 이 대표는 무죄를 받아서다. 당선무효형을 선고한 선거법 위반 사건은 특히 지켜볼 만하다. 대법원 최종 결과가 1년 안에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1심에 머물러 있는 재판 3건의 상소심까지 셈하면, 이 대표로선 최소 13번의 위기를 넘어야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월1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시시저널 임준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월1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시시저널 임준선

‘검사 사칭’은 유죄, 법원도 “위증교사 혐의 소명” 판단

위증교사 사건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중 최대 난관으로 꼽혔다. 재판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이 대표가 위증을 요구한 당사자, 고(故)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 출신 김진성씨가 “압박을 받았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김씨를 포함한 KBS 관계자 등 증인들은 이 대표의 혐의를 뒷받침했다. 법원의 앞선 판단도 이 대표로선 걸림돌이었다.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2023년 9월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도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과거 판결도 이 대표에겐 불리한 지점이었다. ‘검사 사칭 사건’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은 이미 끝났다. 이 사건은 2002년 KBS PD가 검사를 사칭해 ‘분당 백궁 파크뷰 의혹’을 취재하며 불거졌다. 이 대표는 사건에 가담했고, 벌금 150만원을 확정받았다. 그런데 이 대표는 2018년 경기지사 선거 과정에서 이를 두고 “누명을 썼다”고 말했다. 이를 포함해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발언과 함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이 대표에게 첫 번째 정치적 위기를 안긴 그 재판이다.

위증교사 혐의는 이 대표가 김씨에게 “당시 김 전 시장이 KBS PD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는 대신 이재명을 주범으로 몰자는 분위기가 있었다”는 취지의 증언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2018년 12월22일 두 차례(14분34초), 24일 한 차례(12분16초) 김씨와 통화했다. 이 대표의 주장이 담긴 변론요지서도 제공했다. 2019년 2월 이 대표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했다. 2019년 1월 이 대표 측을 만나 증인신문사항을 확인한 이후였다.

이 대표는 당시 재판에서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해서만큼은 1심부터 대법원까지 줄곧 무죄 판단을 받았다. 김씨를 비롯한 증인들의 발언이 주효했다. 이 대표와 김씨가 2023년 10월 위증교사와 위증 혐의로 각각 기소된 배경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유죄를 피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가 11월25일 “이 대표가 김씨에게 기억에 반하는 증언을 하도록 교사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교사범의 교사사실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증명이 요구된다”고 전제했다. 이어 “이 대표는 최종적으로 대화 과정에서 김씨가 모른다고 하거나 부인하는 내용은 배제한 채, 김씨가 기억하거나 동조하는 사항 또는 적어도 김씨가 명백히 부정하지 않는 사항에 관해서만 명시적으로 증언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김씨에게 명시적으로 거짓 사실을 증언해줄 것을 요청한 내용도 찾아볼 수 없다”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위증을 요구받았다”고 인정한 김씨에게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김씨는 과거 재판에서 ‘이 대표의 구속 전 (KBS 측과 김 전 시장 간에 이 대표를 주범으로 몰자는) 협의가 있었다’ 증언했다. 그러나 이후 수사기관에서는 ‘기억에 반하는 증언이었다’고 인정했다”는 이유에서다.

“고의 없었다”는 재판부…“위증한 사람만 처벌?”

“위증한 사람은 있는데, 교사범이 없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반응이 나온 것도 그래서다. 법조계는 항소심에서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재판부가 이재명 대표의 방어권 범위를 넓게 적용했다는 것이 이유다. 기존 판례에 반하는 부분이 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특히 이 대표가 김진성씨에게 전화한 행위, 여러 차례 연락한 점, 변론요지서까지 제공한 사실을 재판부가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형사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A 변호사는 “‘기억나는 대로 진술해 달라’는 이 대표의 발언은 위증교사 사건에서 행해지는 고전적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김씨가 처벌을 감수하면서까지 위증한 이유도 그 연결고리가 비어있다. 검찰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재판부가 검찰에서 주장하는 교사의 범위를 엄격하게 심리한 것 같다”며 “김씨가 부정하지 않는 사항에 관해서만 ‘명시적으로 증언을 요청했다’고 판단한 것 역시 교사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고의’와 관련한 재판부의 평가가 결국 유·무죄를 갈랐다. 검찰 출신 B 변호사는 “위증교사의 경우 위증죄 본범에 대한 고의, 교사범의 고의가 각각 충족돼야 한다”며 “그런데 이 대표는 교사의 고의가 없었다며 ‘기억을 되살려보라고 했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데다 과거 명시적으로 교사를 드러내지는 않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증교사에서 고의성이 쟁점으로 다퉈지는 만큼, 이를 담당 재판부의 재량에 따라 교사의 고의가 없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향후 이 대표와 검찰 간 치열한 법리 공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대표의 무죄 선고 직후 “김씨가 이 대표의 부탁으로 허위 증언했다고 자백하고 재판부도 이 대표의 교사행위로 김씨가 위증했다고 판단했지만, 이 대표에게 위증교사의 범의(범죄의도)가 없다고 본 것은 법리와 증거관계에 비춰 납득하기 어렵다”며 항소의 뜻을 밝혔다.

ⓒ시사저널 박은숙, 박정훈·연합뉴스

‘위증교사 무죄’ 재판부, 대장동 등도 심리

이재명 대표가 마주할 파고는 남았다.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재판이 당장의 위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한성진)는 11월15일 이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대장동 개발 핵심 실무자인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의 골프 동행 사진에 대해 “조작됐다”고,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한 부지 용도 변경에 대해선 “국토교통부의 압박 때문에 변경했다”고 한 발언을 허위사실로 인정하면서다.

이런 발언은 모두 2021년 대통령선거 때 방송 인터뷰, 국정감사 등 공론의 장에서 나왔다. 당선 목적으로, 고의성 있는 허위 발언을, 전파력이 센 매체를 이용해 이 대표가 공표했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이 사건 역시 항소심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법조계는 항소심과 상고심까지 1년 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1심에서 내려진 중형이 당선무효형을 피할 수 있는 ‘벌금 100만원 미만’으로 감형될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예상이 현실화하면, 이재명 대표로선 다음 대선에 나설 수 없는 치명상을 입게 된다.

11월25일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 공판이 열리는 서울중앙지방법원 인근에서 보수단체가 이 대표 법정 구속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11월25일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 공판이 열리는 서울중앙지방법원 인근에서 보수단체가 이 대표 법정 구속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이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 무죄 선고를 들은 이 대표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이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 무죄 선고를 들은 이 대표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이 대표를 옭아매는 주변인들의 재판도 난관이다. 백현동 개발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이 대표적이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11월28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등의 혐의를 받은 ‘백현동 개발 로비스트’ 김인섭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5년을 확정했다. 김씨는 지난 8월 항소심에서도 용도변경과 관련한 로비 명목으로 70여억원 등을 챙긴 혐의(알선수재)로 징역 5년과 추징금 63억5700여만원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이 대표를 평소 ‘형’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는 백현동 개발 과정에서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당시 성남시 정책보좌관)에게 인허가 등을 청탁한 의혹을 받았다. 성남시는 한국식품연구원의 부지 용도변경 신청(자연·보전녹지지역→2종일반주거지역으로 두 단계)을 두 차례 반려한 상황이었다. 그러다 되레 네 단계 높은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했다.

이 대표는 이 배경에 대해 “국토교통부의 압박이 있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재판부는 이를 허위사실이라고 판단했다. 국토부와 성남시 간 공문 등의 자료를 근거로 제시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씨가 유죄를 확정받은 것이다.

이는 이 대표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민간업자에게 특혜를 몰아줘 이익을 얻게 하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형사합의33부가 대장동·백현동·위례·성남FC 사건도 심리하고 있다. 선거·부패 전담의 형사합의33부는 이 대표와도 연결되는 ‘대장동 50억 클럽’ 재판 등의 담당 재판부다.

이를 포함한 재판이 서울과 수원에서 진행 중이다(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재판 현황> 참조). 불법 대북 송금의 경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지난 6월 1심에서 징역 9년6개월 등의 중형을 선고받은 터다. 1심 재판부는 대북 송금의 사실관계 자체는 인정했다. 이 재판부가 이 대표의 불법 송금 의혹 등도 심리하고 있다. 오는 12월에 나올 것으로 예고된 이 전 부지사의 항소심 결과도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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