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해고무효 소송도 승소
직원 폭행과 불법 도청 등 온갖 악행으로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양진호 사건' 폭로자에게 보복성 징계를 한 김정훈 전 한국인터넷기술원 대표의 유죄가 확정됐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공익신고자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이랑진 전 부사장과 회사 법인도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500만 원이 확정됐다.
이들은 양진호 당시 회장의 비위를 폭로한 사내이사 A씨에게 불이익한 인사조치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2018년 11월 양 전 회장의 직원 불법 도청과 엽기 폭행, 횡령 및 비자금 조성, 웹하드 사이트에서의 불법 촬영물 유포 실태를 국민권익위원회에 알리고 공익신고자로 인정받았다.
회사는 그러나 A씨를 직위해제하고 대기발령했다. 권익위는 그에 대한 인사조치를 취소하라고 결정했지만, 회사는 이를 무시하고 이듬해 3월 직위 강등 및 연봉 삭감을 골자로 하는 인사 발령을 냈다. 2020년 1월엔 '근태 불량과 겸직금지의무 위반 사실이 확인됐다'며 해임 조치했다.
A씨는 김 전 대표 등을 형사고소하고 해고무효 소송도 제기했다. 해고무효 소송에서 법원은 "일부 무단외근 사실 및 겸직금지의무 위반 사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해고를 정당화할 만한 정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 손을 들어줬고, 지난해 2월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해고무효 소송 확정 3개월 뒤 나온 형사재판 1심에서도 재판부는 회사에 잘못이 있다고 보고 두 임원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선 A씨와 합의한 점 등이 참작돼 집행유예로 형이 가벼워졌다. 대법원도 항소심 결론을 받아들였다.
양 전 회장은 2021년 3월 직원 상습폭행 등 혐의로 징역 5년이 확정됐다. 이후 회삿돈 92억5,000만 원을 아내인 이 전 부사장에게 빌려준 뒤 생활비 등에 사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로 2023년 6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추가됐다. 음란물 불법 유통 혐의로도 2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대법원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2심 재판 결과가 그대로 확정되면, 양 전 회장의 형량은 모두 12년으로 늘어난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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