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긴급 성명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권도현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이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으라고 다시 한 번 통보했다. 검찰은 윤 대통령이 출석을 계속 거부할 경우 체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이날 윤 대통령에게 2차로 소환 통보를 했다. 1차와 마찬가지로 공문을 발송하는 동시에 우편으로도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1일 윤 대통령에게 15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할 것을 통보했으나, 윤 대통령은 응하지 않았다.
검찰은 윤 대통령 출석요구서에 내란 수괴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윤 대통령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공모해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켰다고 본다. 검찰이 1차 출석요구서를 보낸 지난 11일은 특별수사본부 출범 5일 만이었다.
검찰이 이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김 전 장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등 이번 사태의 핵심 인물을 줄줄이 구속하면서 윤 대통령 혐의 입증을 자신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검찰은 군 지휘부 등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사전에 준비하고, 위헌·위법적인 내용을 담은 포고령 작성에 참여하고, 정치인 체포를 직접 지시하는 등 사태를 총지휘한 증거를 상당수 확보했다.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조직 사활을 건 수사 경쟁을 벌이는 점도 윤 대통령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하는 이유다. 경찰·공수처·국방부 조사본부가 참여한 공조수사본부는 이날 윤 대통령에게 오는 18일 공수처에서 조사를 받으라며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제 소환 요청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검찰은 윤 대통령이 계속 출석을 거부할 경우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체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윤 대통령이 불출석할 가능성이 높은데도 출석을 재차 통보한 것은 체포영장을 발부받기 위한 명분 쌓기 성격이 강하다. 차장검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법원에서 발부받은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경우 대통령경호처가 법적으로 거부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 응한다면 현직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기관에 나오는 첫 사례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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