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결산] 삼성 vs SK, 뒤집힌 메모리 왕좌….韓 파운드리 경쟁력 약화](http://thumbnews.nateimg.co.kr/view610///news.nateimg.co.kr/orgImg/wh/2024/12/19/1160982_1373261_481.jpg)
[데일리한국 이보미 기자] 올해 반도체 시장은 인공지능(AI) 확산이 촉발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폭증으로 인해 기업 간 희비가갈렸다. 만년 2등에 머물렀던 SK하이닉스는 HBM 기술 패권을 쥐고 신흥 메모리 왕좌로 떠올랐다.
지난 30여년간 선두주자였던 삼성전자는 HBM 투자 적기를 놓쳤다는 평가와 함께 올해 내내 위기론에 시달려야 했다.파운드리 사업도 대만 TSMC와 격차가벌어지면서 위기론이 짙어졌다.
◇삼성·SK하이닉스 '희비'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매출은 17조5731억원, 영업이익은 7조300억원(영업이익률 40%), 순이익은 5조7500억원(순이익률 33%)을 기록했다. 이는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다.매출은 역대 최대였던 지난 2분기(16조4200억원)를 1조원 이상 넘어섰고영업이익과 순이익도 반도체 슈퍼 호황기였던 2018년 3분기(영업이익 6조4700억원·순이익 4조6900억원) 기록을 갈아치웠다.
1등 공신은 5세대 HBM인 HBM3E 매출이었다. HBM은 D램을 여러개 쌓아 만든 고성능 메모리로, 가격이 일반 D램의 3~5배 이상 비싼 것으로 알려져있다.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핵심 부품으로 꼽히는 HBM을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엔비디아에 사실상 독점 납품해왔다.
HBM 성장세에 힘입은 SK하이닉스는 경쟁사인 삼성전자 반도체 영업이익도 사상 처음으로 제쳤다. 3분기 삼성전자의 DS부문이 기록한 영업이익 3조8600억원을 2배에 가까운 압도적인 차이로 따돌린 것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인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의 메모리 사업은 D램과 낸드 모두 세계 시장에서 선두를 유지해왔다. 특히 1992년 D램 시장 1위, 이듬해인 1993년 메모리 전체 1위에 오른 뒤 왕좌를 뺏긴 적이 없었다.
특히 올해 연간 영업이익도 SK하이닉스가 삼성 반도체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SK하이닉스의 연간 영업이익은 2018년 기록한 20조8438억원의 실적을 뛰어넘는 23조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4분기 전망치는 7조9460억원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HBM3E 엔비디아 납품 지연과 범용 D램 가격 하락 영향으로 영업이익 전망치는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는 실정이다. 삼성전자 DS부문 영업이익은 4분기 6조~7조원으로 예상되는 가운데증권가에선 DS부문 연간 영업익이18조원대에 그칠 것으로보고있다.
◇파운드리는 TSMC 질주SMIC 맹추격
파운드리 시장은 TSMC의 독주체제가 강해졌다. 이재용 회장이 2030년 파운드리 1위를 선언하며 고삐를 조였지만, TSMC를 견제하기는 커녕 중국의 추격까지 뿌리쳐야 하는 실정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9.3%로, 직전 분기 11.5% 대비 2.2%포인트(p) 하락했다. 반면 TSMC 점유율은 2.6%포인트 올라 64.9%까지 올랐다. 1·2위 격차가 55.6%포인트로 확대된 것이다. 중국 SMIC는 점유율 6%에 오르며 삼성전자와 격차를 3%p대로 좁혔다.
전 세계 상위 10개 파운드리 업체 매출은총 348억6900만달러로 전분기(319억6200만달러) 대비 9.1% 늘었지만, 같은 기간 삼성전자 매출은 38억3300만달러에서 33억5700만달러로 12.4%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TSMC의 3분기 매출은 235억2700만달러로 전분기보다 13.0% 늘었다. SMIC는 3분기 매출 21억7100만달러(약 3조1200억원)를 기록했으며, 화홍반도체 역시 약 8억달러(1조1500억원)를 기록하며 호실적을 거뒀다.
성숙 공정에서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이 심화된 것이 서비스 가격 인하로 이어져 삼성전자의 점유율과 매출이감소했다는 게 트렌드포스의분석이다. 중국 정부는 미국 제재에 맞서 막대한 보조금을 전폭 지원하고 있다. 특히 SMIC는 중국의 거대 스마트폰 내수 시장을 무기로 고객사 확보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가 2위를 지키기도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스마트폰 '온디바이스 AI' 원년…킬러앱 개발 숙제
올해 스마트폰 시장은 AI가 혁신 요소로 떠올랐다. 온디바이스 AI 시대가 개화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세계에서 처음으로 온디바이스 AI 기능을 적용한 '갤럭시 S24' 시리즈를 선보였다. 인터넷 연결 없이 기기 자체적으로 13개 언어를 실시간 양방향 통역해 주는 기능은 대표적인 온디바이스 AI 기능으로 이목을 끌었다.
노트 어시스트, 서클 투 터치, 생성형 사진 편집 등 각종 AI 기능도 탑재됐다. 삼성전자는 이어 갤럭시 Z 폴드6·플립6 등을 내놓으며 '갤럭시 AI 생태계'를 확장했다.
하반기엔 애플도 AI 성능을 탑재한 아이폰 16 시리즈를 공개하며 AI폰 흐름에 동참했다. 아이폰16 시리즈는 전 기종에 8GB 램을 장착하고 자체 AI 시스템인 '애플 인텔리전스'을 탑재했다.
이달엔 음성비서 '시리'와 챗GPT 통합을 포함하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버전을 아이폰에 배포하기도 했다. 챗GPT 통합은 애플의 AI 시스템인 '애플 인텔리전스'의 핵심 기능 중 하나다. 이번 통합 기능 출시로 애플 기기들에 AI 접목을 본격화한 것이다.
중국 제조사들도 앞다퉈 AI 기술 경쟁에 뛰어들었다. 화웨이는 지난달 출시한 '메이트 70' 시리즈에 자체 개발한 AI 운영체제(OS) '하모니 OS 넥스트'를 적용했고, 안드로이드 기반의 매직OS에도 AI 기능을 추가했다. 지난 10월 비보는 30억개 매개변수 의 AI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폰 'X200' 시리즈'를 출시했다.
다만 AI폰이 대중들을 만족시키기엔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는관측도 나온다. 기능 고도화와 '킬러앱' 개발이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어서다. 제조사들이 선보인 AI 기능 대부분은 기존 스마트폰에서도 어느 정도 구현되던 기술인 만큼 AI폰의 필요성을 증명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가전은 '구독 시장' 개화…LG 이어 삼성 가세
가전업계는 소비 부진으로 침체된시장을 타개할 돌파구로 구독 시장에 주목했다.LG전자가 가전 구독으로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삼성전자도 가세하며 새 경쟁구도를 만든 것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이달초 가전 구독 서비스인 'AI 구독 클럽'을 내놓으면서 일찌감치 시장을 선점한 LG전자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AI 구독 클럽은 월 구독료를 내고 일정 기간 제품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 제품을 구매하면 초기 비용도 낮춰준다.
서비스 대상은 TV,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 등이며 이중 90% 이상이 AI 제품으로 구성됐다. 삼성전자는이용자들이 꼭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만선택해 구매할 수 있도록 다양한 요금제를 출시했다. 또 케어서비스를 통해 제품 종합점검, 소모품 교체, 내·외부 청소 등을 최대 60개월까지 제공한다.
올해 LG전자는 가전 구독 서비스를 '유니콘 사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으로 성장시켰다. 3분기 구독 사업 누적 매출 1조2386억원(케어서비스 제외)을 기록하며 지난해 연간 구독 매출인 9628억원을 9개월만에 뛰어넘은 것이다.
국내 구독 시장 규모 역시 LG전자가 선보인 대형 가전제품의 구독 서비스 증가로 인해폭발적인 성장이 예고되고 있다.KT 경제경영 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가전 구독 시장 규모는 2020년 40조원에서 내년 1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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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미 기자 lbm929@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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