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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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지콜렉션에 초대된 BMW

[조진혁의 Car Talk] 벤츠·랜드로버·피아트 등 세계적 자동차, 패션 브랜드와 다양한 협업

  • 조진혁 자유기고가

    입력2024-04-08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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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패션위크의 전위적 컬렉션을 보면서 자동차를 떠올렸다면 내가 이상한 건가. 자동차 중에서도 경악스러운 디자인이 종종 출몰하니 전혀 연결고리가 없는 건 아니다. 개인 취향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패션과 자동차는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렇게 반문할 수 있겠다. 라이프스타일은 워낙 범주가 넓어 여기 해당하지 않는 상품을 찾기 힘들다고. 틀린 소리는 아니지만 패션과 자동차의 공통점은 이보다 많다. 사람들은 패션에 자신의 가치관을 담는다. 개성을 드러내는 수단일뿐더러, 정체성을 표현하는 데 패션보다 직관적인 것도 없을 테다. 패션에는 디자이너의 의도도 담긴다. 시대정신이나 문화적 가치 등이 매해 컬렉션에서 새 옷과 함께 다뤄진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종종 차에서 차주의 개성을 느낄 때가 있다.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떠한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지도 차를 들여다보면 안다. 자동차 제조사는 지속가능성이나 안전, 편안함 등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를 새 차에 담는다. 이외에도 남들의 시각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매년 새로운 스타일의 외부 디자인을 선보인다는 것도 닮은 점이다. 자동차와 패션의 공통분모는 이토록 많다. 그러니 패션쇼에 자동차가 등장하거나, 자동차 브랜드가 신차 출시를 기념해 패션 브랜드와 협업하는 일은 자연스러운, 아니 필연적 만남이다.

    윈윈하는 자동차-패션 브랜드 협업

    BMW코리아가 하이엔드 여성 의류 브랜드 미스지콜렉션의 2024 F/W 컬렉션에 공식 파트너로 참여했다. [BMW코리아 제공]

    BMW코리아가 하이엔드 여성 의류 브랜드 미스지콜렉션의 2024 F/W 컬렉션에 공식 파트너로 참여했다. [BMW코리아 제공]

    자동차 브랜드가 대중에게 이미지를 전달할 때 패션 브랜드는 멋스러운 파트너가 된다. 패션 브랜드와 협업은 그 브랜드가 가진 세련됨, 역사와 철학 등 가치를 입는 것과 같다. 특히 자국을 대표하는 패션 브랜드와 협업이라면 그 나라의 문화적 농도를 더 짙게 만들 수 있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소형차 피아트 500은 과거 구찌와 협업했다. 이탈리아 통일 150주년과 구찌 설립 9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피아트 500 바이 구찌’ 에디션은 차량 도어 윈도를 따라 길게 이어진 구찌의 시그니처 스트라이프가 인상적이었다. 휠캡에는 구찌 로고가 자리했고, 실내에도 구찌의 디자인 요소가 두드러져 구찌의 새로운 ‘굿즈’처럼 인식되기도 했다. 실용적인 소형차 이미지를 강조해온 피아트는 피아트 500을 선보이며 감각적인 자동차 브랜드로 변신해야 했다. 이때 이뤄진 구찌와 협업은 한동안 피아트를 패션카로 불리게 했다.

    비슷한 사례는 영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랜드로버와 바버는 영국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을 상징하는 브랜드다. 바버 재킷을 입고 랜드로버를 운전하는 모습은 청바지를 입은 카우보이만큼이나 영국적 이미지다. 이외에도 두 브랜드는 전통 가치를 고수하고, 모험을 지향하며, 품위를 보여주는 등 많은 공통점을 공유한다. 이 협업은 자동차가 아닌 의류 컬렉션으로 공개됐는데, 이 경우에는 바버가 랜드로버를 입었다는 표현이 적절하겠다. 이처럼 패션 브랜드가 자동차 브랜드의 가치를 담는 경우도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공식 의류 파트너인 타미힐피거가 과거 메르세데스벤츠 포뮬러 원 팀의 가치를 담은 ‘타미×메르세데스벤츠’ 캡슐 컬렉션을 선보인 것처럼 말이다.

    패셔너블하게 소비자에게 접근

    최신 쿠튀르 트렌드를 녹여낸 롤스로이스의 ‘컬리넌 인스파이어드 바이 패션(Cullinan-Inspired by Fashion)’ 특별 전시 차량들. [롤스로이스모터카 제공]

    최신 쿠튀르 트렌드를 녹여낸 롤스로이스의 ‘컬리넌 인스파이어드 바이 패션(Cullinan-Inspired by Fashion)’ 특별 전시 차량들. [롤스로이스모터카 제공]

    자동차 브랜드가 더 많은 사람에게 세련된 이미지를 선보이고 새로운 고객층을 유입하려면 트렌디한 현장으로 가야 한다. 예를 들면 패션위크가 있다. 세계 유명 패션위크에서 새로운 자동차를 보는 건 이제 낯선 일이 아니다. 2022년 뉴욕 패션위크에서 제네시스는 플래그십 세단 2023년형 G90를 공개했고, 복합문화공간을 열어 다양한 행사도 개최했다. 올해 초 파리 패션위크에는 명품 패션 브랜드를 연상케 하는 독특한 디자인과 시도를 보여주는 프랑스 자동차 브랜드 DS 오토모빌이 등장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를 장착한 순수 전기차 DS 7 E-텐스, DS 9 E-텐스를 공식 차량으로 지원해 기자와 인플루언서 등 유명 인사를 에스코트하며 패션쇼 곳곳을 누볐다. 부스 전시보다 홍보 효과가 더 좋았을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패션 브랜드와 자동차 브랜드가 협업해 컬렉션 쇼를 완성한 사례가 있다. 3월 20일 BMW코리아는 하이엔드 여성 의류 브랜드 미스지콜렉션이 서울 종로구 운현동에서 개최한 2024 F/W 컬렉션에 공식 파트너로 참여했다. 패션쇼에는 BMW의 순수 전기 세단 뉴 i7이 전시됐고, 뉴 7시리즈와 뉴 XM이 각각 10대씩 의전 차량으로 제공됐다. 하이패션계에서 받은 영감을 차로 표현한 전시도 화제를 모았다. 롤스로이스모터카는 3월 24일까지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자리한 롤스로이스 판교 라운지에서 ‘컬리넌 인스파이어드 바이 패션(Cullinan-Inspired by Fashion)’ 특별 전시를 열었다. 전시된 차량은 최신 쿠튀르 트렌드를 녹여낸 것으로, 라임 그린 색상과 포지 옐로 색상 두 모델이었다. 웅장한 차체를 생생한 색감과 재기발랄한 질감으로 조합해 하이패션을 재해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제 자동차 브랜드는 패션을 입거나, 패션위크에 출연하거나, 패션 브랜드와 협업하는 등 딱딱하고 보수적인 이미지를 벗고, 패셔너블하면서도 트렌디한 모습으로 고부가가치 시장에 들어서고 있다. 고가 상품 시장을 이끄는 소비 세대의 의식이 젊어지고, 실제로 나이도 어리며, 직업도 인플루언서나 크리에이터 등 다채로워진 현시대를 반영한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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