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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정비 後’ 과세 배경엔 해외거래소 자금 추적 문제 결정적
갈 길 먼 제도 정비…정부 “CARF 협정으로 대응”

가상자산 과세안이 전격 유예됐다. 당초 과세 유예에 회의적이던 더불어민주당이 ‘선(先) 제도 정비 후(後) 과세’에 동의하면서다. 당장 2025년부터 시행 예정이던 가상자산 과세안은 2년 더 밀려 2027년 시행을 앞두게 됐다.

2년의 유예 기간 동안 정치권은 가상자산 과세 체계 손질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과세 형평성 제고를 위한 해외거래소 자금 추적 문제가 최대 뇌관으로 떠오른 가운데,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가상자산 과세 시행이 2027년으로 2년 유예 될 예정이다. ⓒ 챗GPT 생성 이미지
가상자산 과세 시행이 2027년으로 2년 유예 될 예정이다. ⓒ 챗GPT 생성 이미지

국내거래소에만 과세?…해외거래소 자금 어떻게 파악하나

2일 정치권과 가상자산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야권은 가상자산 과세를 강행할 경우 맞게 될 ‘역풍’을 우려했다는 후문이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 등 강경파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하에 가상자산 과세를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으나, 당 내부적으로는 “과세 체계가 정비되지 않았다”는 우려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이 가상자산 관련 과세 체계가 미비하다고 본 결정적 이유는 해외거래소 자금 추적 문제 때문이다. 현재 법 체계 하에서는 업비트‧빗썸 등 국내 거래소에서 이뤄지는 거래만 추적할 수 있다. 해외 거래소 차원의 자발적 협조가 있지 않는 한 자금 포착이 불가능한 구조다. 같은 자국민이라도 국내 거래소와 해외 거래소 이용자 간 조세 불균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외화유출과 조세 회피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정치권은 이 같은 문제점을 2년 내 정비하고 2027년부터 가상자산에 세금을 매기겠다는 입장이다. 시점을 2027년으로 못 박은 이유는 이 때부터 가상자산 보고체계(CARF)가 시행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CARF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도로 마련된 국제적 기준으로, 가상자산 거래 정보를 자동 교환하는 게 핵심이다. 정부 관계자는 “CARF 정보 교환 협정이 이뤄지면 해외 거래소 과세도 치밀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당국의 계획대로 국가 간 가상자산 거래 정보가 원활히 공유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CARF는 다자 간 협력이기 때문에, 다른 주요 국가들이 적극 협조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여서다. 지난달 27일 한국을 포함한 48개국이 CARF 다자간 정보교환협정에 공식 서명했는데, 실제 국가 간 정보교환은 서명국 간 개별 합의 후 시행될 예정이다. 각국의 법적 제도적 차이에 따라 이행 속도가 다를 수 있기에, 정부의 예상 타임라인인 2027년을 넘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 서초구 빗썸 강남센터 내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된 모습 ⓒ 시사저널 박정훈
서울 서초구 빗썸 강남센터 내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된 모습 ⓒ 시사저널 박정훈

‘구멍’ 많은 가상자산 과세 체계

이밖에 가상자산 과세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과세 체계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현재 가상자산을 취득하는 방식으로는 거래소를 이용하는 것 이외에도 스테이킹(예치)이나 에어드롭(무상 지급) 등 다양하다. 국내 거래소도 스테이킹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에어드롭은 마케팅 수단으로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과세 기준은 명확하지 않은 실정이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가상자산 과세 불확실성을 줄이려면 대여소득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적극적 유권해석이 있어야 한다”며 “가상자산 과세 유예는 단순한 시기 연장이 아닌 체계적 재검토와 시스템 개선을 전제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가상자산 과세 체계 정비 논의가 다시 공회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거래소 관계자는 “가상자산 과세안이 유예될 때마다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얘기는 매번 나왔다”면서 “또 확보하게 된 2년이란 시간 동안 얼마나 진척된 논의가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가상자산 투자 소득에 대한 과세는 2020년 소득세법 개정으로 도입됐다. 기존안은 2022년 시행 예정이었으나 지금까지 3번, 총 5년 유예돼 2027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가상자산에 투자해 얻은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리해, 연 250만원 초과분에 대해 22% 세금을 매기는 게 골자다. 1년간 500만원의 이익을 남겼다고 가정하면 25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250만원에 대해 22%인 55만원을 소득세로 내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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