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호 등 7인 명단 제출

국회에서 철수하는 계엄군
국회가 4일 자정 본회의를 열고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계엄군이 철수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에 관한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에 국민의힘도 참여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주도의 국정조사 추진에 회의적이었던 국민의힘이 합류하면서 국정조사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24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위한 특별위원회의 여당 몫 위원의 명단을 제출했다. 4선의 한기호 의원을 포함해 유상범, 강선영, 곽규택, 박준태, 임종득, 주진우 의원 등 7명이다.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성이 높은 상임위 위원들이 전진배치됐다. 한기호, 강선영, 임종득 의원은 국방위원회, 유상범, 곽규택, 박준태, 주진우 의원은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이다.

국정조사 논의는 우원식 국회의장으로부터 시작됐다. 계엄군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당사자로서 경찰과 검찰, 공수처 등 수사기관과 별개로 자체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우 의장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누가 무슨 목적으로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어떤 경위로 이런 일이 이뤄졌는지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해 민의의 전당 국회가 침탈당하고 국회의 기능이 무력화되는 위험에 처하는 일이 다시는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국회에 모여든 시민들
국회가 4일 자정 본회의를 열고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에 시민들이 모여있다. 임세준 기자

이에 야권이 12일 국회에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고, 우 의장은 의장 직권으로 실시 방침을 밝혔다. 재적 의원 4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국정조사를 실시할 수 있는 만큼 야권은 여당이 불참하더라도 국정조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내란 국정조사 특위는 국회의원 20명으로 구성된다. 의석 수에 따라 민주당 11명, 국민의힘 7명, 비교섭단체 2명으로 배정됐다. 우 의장은 지난 18일 국정조사 대상 기관 등 범위와 조사 기간 등에 대한 의견, 국정조사 특위 위원 명단 등을 20일까지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민주당은 기한에 맞춰 참여 위원 11명을 꾸렸다. 안규백 의원이 위원장, 한병도 의원이 간사, 추미애·민홍철·김교흥·백혜련·김병주·김승원·민병덕·윤건영·박선원 의원이 특조위원을 맡았다.

우원식 국회의장 기자회견
우원식 국회의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접견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반면 국민의힘은 우 의장이 통보한 명단 제출 기한을 넘겼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견이 있어 지체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핵심 관련자들이 이미 국회에 출석해 계엄 당시 상황을 진술했던 만큼 국정조사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경찰과 검찰, 공수처가 각기 수사를 하는 데다 주요 피의자들의 신병이 확보했다는 점도 있다.

국민의힘이 명단 제출을 미루면서 여당을 제외하고 특위가 출범할 것으로 점쳐졌으나 끝내 국민의힘도 입장을 선회했다. 국정조사에마저 참여하지 않을 경우 자칫 ‘계엄 옹호’로 읽힐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위에 참여해 국정조사 수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셈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정조사 특위에 여당도 합류하면서 국정조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우리가 다 너무 반대하고 무조건적으로 윤통 지지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며 “특위에 들어가 진지하게 조사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