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에 당당하게 맞서겠다’던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열린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았다. 대신 헌법재판관 기피 신청 등 헌재의 탄핵심판 진행에 트집만 잡고 있다. 재판은 뒷전이고 미리부터 탄핵심판 결론에 불복할 구실을 찾으려는 것처럼 보여 우려스럽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첫 변론기일이 열리기 전날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정계선 헌법재판관에 대해 기피 신청을 냈다. 정 재판관이 판사 연구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지내는 등 진보적 성향이라 “공정한 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 쪽은 또 헌재가 변론기일을 일괄 지정하고, 국회 회의록 등을 증거로 채택한 것도 불공정한 재판 진행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법리적 근거가 약해 헌재가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는 사실은 법조인이라면 누구나 안다. 12·3 내란사태는 진보와 보수의 대립이 아니라, 민주 대 반민주, 그리고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 행위 처벌의 문제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이 이런 전략을 쓰는 것은 어떻게든 재판을 지연시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탄핵심판 시간 끌기로 지지자들을 결집시켜 헌재를 압박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전략은 윤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2017년 박근혜 탄핵심판 때도 그랬다. 박 대통령 쪽은 강일원 주심 재판관이 재판을 불공정하게 진행한다는 이유로 기피 신청을 냈지만,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은 “오직 심판 지연 목적으로 부적절하다”며 각하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헌재가 탄핵심판 선고 일정을 밝히자 집단 사임 의사를 밝히는 등 사사건건 트집을 잡았다. 하지만 헌재는 이런 지연 전략을 단호하게 물리치고 만장일치로 박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렸다. 윤 대통령이 시간 끌기를 고집한다면 8년 전과 똑같은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문형배 헌재 소장 권한대행은 이날 4분 만에 재판을 끝내면서도, “다음 변론기일에는 당사자(윤 대통령)가 출석하지 않더라도 헌재법에 따라 변론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또 정 재판관 기피 신청도 ‘정 재판관을 제외한 7명의 일치된 의견으로’ 기각했다. 윤 대통령의 지연 전략에 결코 말려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금 윤 대통령은 수사에 이어 탄핵심판까지 거부하면서 나라를 위기에 빠트리고 있다. 헌재의 단호한 결정에 나라의 미래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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