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철강재 수입량 줄여야 국내 생태계 지속 생존
후판 중심으로 늘어나는 유입량, 국산보다 20~30% 저렴
산업부, 조만간 철강업계 반덤핑 제소 결과 발표

현대제철의 선박용 후판. / 사진=현대제철
현대제철의 선박용 후판. / 사진=현대제철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중국의 철강재 과잉생산·공급에 글로벌 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과 유럽연합(EU), 인도 등도 중국 철강재의 저가 물량 공세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업계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로 국내 유입량을 줄여야만 자국 산업을 지킬 수 있다고 강하게 주장 중이다.

30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상반기 기준 중국 철강재 수입량은 2022년 339만6000톤(t), 지난해 465만t, 올해는 472만1000t으로 증가 추세다. 연도별로는 ▲2020년 602만t ▲2021년 755만t ▲2022년 675만t ▲2023년 873만t 등이다. 올해에는 지난해 수입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물량의 국내 유입량이 많아진 이유는 현지 생산량 증가와 함께 미국의 높아진 무역 장벽 등에 가로막힌 철강재가 많아져서다. 글로벌 철강재 수요·공급 조사기관 ‘마이스틸’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글로벌 철강 수출량은 1억~1억1000t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6년 이후 최대치로, 역대 세 번째로 많은 규모다.

우리나라에는 선박 건조에 쓰이는 중국산 후판 수입량이 많은 편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69만t이 수입돼 2022년 한 해 수입량을 넘어섰다.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가 중국산 후판 사용량을 늘리기 시작하면서 수입량이 많아진 것이다. 반면 포스코·현대제철 등의 국내 후판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더욱이 조선업계는 철강사와의 후판 가격 협상에서 중국산 후판의 국산 대비 20~30% 저렴한 공급가격을 이유로 국내 제품의 값도 낮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철강업계는 수차례 조선사를 위해 후판 가격을 인하해왔다. 올해 상반기 협상 때도 지난해 하반기보다 2만~3만원 인하해 t당 92만~93만원에 합의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조선업계는 후판이 선박 건조 비용의 약 20%를 차지하는 만큼 수익성 개선을 위해 값을 더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후판의 핵심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 하락에 따라 인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철강업계는 조선사의 위기 때 가격인하로 배려했던 과거를 들며, 업황부진으로 힘겨운 시기를 겪는 현재는 후판 값을 올려야 한다고 맞선다. 그러나 가격을 올린다면 중국산 후판 사용량을 더 늘리겠다는 조선업계의 으름장에 난처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철강업계는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관련 내용을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소했다. 산업부도 이를 심의하는 중으로 중국이 저가 후판 물량을 국내에 대거 유입시키면서 관련 업계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조만간 심의 결과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반덤핑 제소는 외국 상품이 국내 시장 가격보다 현저하게 낮은 가격에 들어와 국내 산업이 피해를 입었을 때 추진된다. 불공정 무역행위를 막아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제도다. 제소가 받아들여지면 정상 가격과 덤핑 가격의 차액 범위에서 ‘반덤핑 관세’가 부과된다.

미국은 자국 철강산업 수호는 물론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중국산 수입 철강재에 관세를 25% 부과 중이다. 또한 최근에는 멕시코를 거쳐 우회 수입되는 중국산 제품에도 25%를 부과하기로 했다.

EU 역시 중국의 과잉 생산으로 인한 시장 붕괴 현상을 막기 위해 신규 관세 시스템 도입을 고민하는 단계다. 자국 철강산업을 지키기 위해 선진국을 중심으로 빠른 움직임이 나타나는 모습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반덤핑 제소 결과에 따라 우리나라 역시 다른 국가처럼 중국산 철강재 수입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수 있다”며 “철강사들의 지속 생존을 위해선 관세 부과가 필수적인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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