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3대 키워드···초저가·빠른 배송·지속 경영
네이버, 내년 배송 다각화·멤버십 혜택 강화 예고
SSG닷컴과 G마켓 시너지···CJ와 물류 협업 눈길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유통업계의 최대 화두는 ‘초저가’와 ‘빠른 배송’, ‘지속 경영’이었다. 일명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로 시끌했던 큐텐그룹은 영업 재개에 힘쓰고 있고, C-커머스(알리익스프레스·테무)는 초저가를 내세워 국내 시장을 공략 중이다. 네이버와 SSG닷컴·G마켓 등 국내 이커머스도 변화를 예고해 내년 이커머스의 옥석가리기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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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메프의 몰락, 국내 이커머스에게 기회?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티메프는 영업 재개를 위해 힘쓰고 있다. 큐텐이 인수한 티몬과 위메프 입점 업체에 정산 대금 지급이 지연되면서 일명 ‘티메프 사태’가 일었다.

설상가상 카드 결제까지 막혀 티메프 영업이 중단됐고 이후 큐텐 계열사 인터파크커머스, AK몰까지 확산돼 피해가 불어났다. 현재 티메프 사태 관련 피해 금액은 1조5950억원, 피해를 입은 판매자는 5만7735명이다. 티메프 사태가 올 이커머스 업계 최대 사건으로 꼽히는 이유다.

티메프의 법정관리인인 조인철 대표는 이달 초 ‘M&A를 통한 회생’을 유일한 대안으로 제시하며 영업 재개 계획을 내놨다. 티메프는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흐름 창출 능력이 없어 계속기업 가치 산출이 어렵다. 빌딩 등 회사 소유의 자산도 없어 청산 가치가 없다. 따라서 조 대표는 티메프 일괄 매각을 원칙으로 하되, 티몬과 위메프 중 1곳만 매각하는 방안도 열어뒀다.

롯데온도 상황이 어둡다. 롯데온은 출점 이래 만성 적자를 내면서 이례적으로 올해 두 차례나 희망퇴직 카드를 꺼냈다. 롯데온은 올해 6월 첫 희망퇴직을 단행한지 6개월여만인 지난 13일 두 번째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SSG닷컴과 G마켓도 각각 7월, 9월 희망퇴직에 나섰다.

다만 SSG닷컴과 G마켓은 위기를 타개하고자 멤버십으로 고객을 유인하고 있다. SSG닷컴은 멤버십 운영방식을 세분화해 기존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과 생필품, 식료품 구매 혜택에 초점을 맞춘 신규 멤버십 유니버스 쓱배송 클럽으로 이원화했다. G마켓은 그룹 멤버십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의 연회비를 기존 3만원에서 4900원으로 낮추고 가입 기간도 1년 연장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반면 알리익스프레스와 쿠팡은 상대적으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상품 전문관 ‘K-베뉴(K-Venue)’를 운영 중이다. 내년부터는 K-베뉴 판매자에게 상품 판매 수수료를 부과해 본격 수익 창출에 나설 방침이다.

쿠팡은 올해 와우 멤버십 월회비를 기존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인상했다. 일각에선 쿠팡 고객 이탈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쿠팡은 역대급 분기 실적을 거두며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다. 쿠팡은 올 3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32% 증가한 10조6900원으로,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냈다. 같은 기간 영업익은 1481억원으로 전년 대비 29% 늘며 흑자 전환했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 의장은 “지속 성장 비결은 와우 멤버십”이라며 “와우 멤버십의 다양한 혜택과 가치를 알아가는 회원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밝혔다.

◇네이버와 신세계, 쿠팡 로켓배송 이길까

내년 이커머스 업계서 주목할 포인트는 네이버와 쿠팡의 맞대결이다. 쿠팡은 자사 멤버십 회원에게 무료배송, 익일 새벽배송 등 쇼핑 혜택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 배달 서비스 쿠팡이츠 등을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 역시 내년부터 자사 멤버십 네이버플러스에 넷플릭스 이용권을 추가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지난 2022년 거래액 기준 이커머스 점유율. / 표=김은실 디자이너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지난 2022년 거래액 기준 이커머스 점유율. / 표=김은실 디자이너

네이버의 궁극적인 목표는 멤버십 가입자 확대에 따른 커머스 매출 증가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거래액 기준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1위는 쿠팡(24.5%)이다. 네이버는 23.3%로, 양사의 점유율 격차는 1.2%포인트에 불과하다.

특히 네이버는 내년 상반기 배송 다각화도 예고했다. 네이버는 내년 상반기 주문 1시간 뒤 배송을 시작하는 ‘지금배송’ 서비스를 선보인다. 이 외에도 오늘배송, 내일배송 등 다양한 시간 단위의 배송 서비스와 가구·가전 카테고리 대상 설치일을 지정할 수 있는 ‘희망배송’ 등 서비스 혜택 확대 계획도 밝혔다.

이윤숙 네이버 쇼핑 부문장은 최근 단24 콘퍼런스에서 “쿠팡을 추월한다기보단 네이버는 D2C(소비자 직접거래)와 3P(제조사가 판매·배송, 오픈마켓) 하이브리드 모델로 운영하려는 것”이라며 “내년엔 올해보다 더 큰 선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의 SSG닷컴과 G마켓도 배송에 더 힘을 주면서 상품·서비스 협업을 확대한다. 신세계그룹은 CJ그룹과 물류 동맹을 맺은 가운데 SSG닷컴은 평택시를 시작으로 충청도에 새벽배송을 확대하는 등 배송 권역을 넓히고 있다. 또 CJ대한통운은 내년부터 일요일과 공휴일 배송을 포함한 ‘매일 오네’ 서비스를 시행한다. 쿠팡의 로켓배송과 맞대결하는 셈이다.

여기에 신세계그룹은 내년부터 SSG닷컴과 G마켓 시너지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두 플랫폼은 최근 G마켓 입점 판매사 상품이 SSG닷컴에서 거래되도록 연동하는 ‘제휴사이트 판매대행 서비스’ 계약을 맺었다. SSG닷컴으로선 상품 구색을 확장하고, G마켓은 판매자들의 판로를 추가 확보해 상호 시너지를 꾀할 수 있게 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 티메프 사태가 터지면서 이커머스들이 생존하기 위한 저마다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면서 “이커머스의 경우 소비자들이 익숙한 곳에 정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커머스들은 자사로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무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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