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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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도 비대면 진료가 필요할까

[이학범의 펫폴리] 보호자 44.1%는 “필요하다”… 해외에는 반려동물 원격진료 플랫폼 多

  • 이학범 수의사·데일리벳 대표

    입력2023-07-13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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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 반려동물과 행복한 동행을 위해 관련법 및 제도가 점점 진화하고 있다.
    ‘멍냥 집사’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반려동물(pet)+정책(policy)’을 이학범 수의사가 알기 쉽게 정리해준다.


    코로나19 사태 기간 환자의 비대면 원격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되면서 반려동물 비대면 진료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GettyImages]

    코로나19 사태 기간 환자의 비대면 원격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되면서 반려동물 비대면 진료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GettyImages]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6월 1일부로 완전히 종료됐습니다. 이제 어디를 가든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니 참 편합니다. 이날 또 한 가지 바뀐 게 있는데요. 바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입니다. 현행법상 비대면 진료는 불법입니다. 의료법에 따라 의료인은 먼 곳에 있는 다른 의료인에게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원격의료만 제한적으로 할 수 있고 환자를 진료할 때는 직접 대면해야 합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 기간 예외적으로 비대면 진료가 허용됐습니다. 의료기관 내 감염을 방지하고자 한시적으로 특례를 인정해준 거죠. 2020년 2월 감염병 위기단계가 ‘심각’으로 상향되면서 전화 상담 및 처방이 임시로 허용됐고, 그해 12월 감염병예방법이 개정되면서 한시적 비대면 진료의 법적 근거까지 마련됐습니다. 아마 독자분들도 코로나19 사태 기간 의사에게 전화로 진단과 처방을 받아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현행법상 반려동물 원격진료는 불법

    원칙적으로는 감염병 위기단계가 하향된 6월 1일부터 원격진료가 다시 금지돼야 했습니다. 하지만 비대면 진료가 환자의 편의를 높이고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했다는 분석과 함께 코로나19 종식 후에도 비대면 진료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코로나19 사태 때 등장한 수많은 비대면 진료 플랫폼도 ‘생존’을 언급하며 비대면 진료 허용을 요구했죠. 결국 정부는 당초 계획을 수정해 향후 3개월간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단, 1차 의료기관인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만 실시하고 대면 진료를 1회 이상 받은 적 있는 재진 환자를 중심으로 화상 진료만 진행하게 됩니다. 일부 예외 조건이 있긴 하지만요. 정부는 시범사업이 종료되면 평가를 거쳐 원격진료를 계속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그렇다면 반려동물 진료는 어떨까요. 반려동물에게도 비대면 진료가 허용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반려동물의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 사태 전에도 불법이었고 지금도 불법입니다. 한시적으로 허용된 적도 없죠. 물론 수의사법에 원격진료나 비대면 진료가 불법이라는 조항이 명시돼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진단서, 처방전 등을 발행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 ‘직접 대면 진료’인 만큼 사실상 비대면 진료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봐야 합니다. 사람의 비대면 진료는 (임시로나마) 허용된 반면, 반려동물은 허용되지 않다 보니 “나는 전화로 진료와 처방도 받았는데 왜 우리 집 강아지는 안 되지?”라며 의문을 갖는 보호자가 늘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반려동물 원격진료 서비스에 대한 보호자들의 생각이 처음으로 공개됐습니다. KB경영연구소가 반려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4.1%가 “반려동물 원격진료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43.2%는 “반려동물 원격진료 서비스가 나온다면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했습니다(2023 한국반려동물보고서). 반려인들이 반려동물 원격진료를 원하는 이유는 1위가 ‘병원에 가야 할지를 점검할 수 있어서’(55.5%)였으며 ‘질병 원인을 알고 집에서 관리할 수 있어서’(47.6%), ‘병원에 갈 수 없을 때 유용할 것 같아서’(41.9%)가 뒤를 이었습니다. 또 ‘동물병원에서 반려동물이 받는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어서’(32.7%)라는 응답도 비율이 높은 편이었습니다.

    티티케어, 반려동물 원격진료 첫발

    반려동물 원격진료가 허용된 미국, 영국, 호주 등에서는 반려동물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 [GettyImages]

    반려동물 원격진료가 허용된 미국, 영국, 호주 등에서는 반려동물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 [GettyImages]

    반려인의 절반 가까이가 반려동물 원격진료를 원한다는 조사 결과가 공개된 후 중요한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반려동물 인공지능(AI)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앱) 티티케어를 서비스하는 에이아이포펫의 ‘AI를 활용한 수의사의 반려동물 건강상태 모니터링 서비스 사업’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의 ‘ICT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를 통과해 향후 2년 동안 안전성 검증을 위한 실증사업을 추진하게 된 겁니다. 안과질환으로 진료받은 동물의 치료 경과를 티티케어 앱을 통해 비대면 모니터링하는 게 골자인데요. 사람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과 유사하게 수의사로부터 직접 진료를 1회 이상 받은 반려동물의 안과질환 재진에 적용됩니다. 또 대학 동물병원급 1~2곳과 안과진료 전문 동물병원 1~2곳에서 우선적으로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사업은 지난해 8월 규제샌드박스 규제특례로 신청됐으나 직접 진료를 원칙으로 하는 수의사법 규정과 의료사고 위험성 및 의약품 오남용에 대한 대한수의사회의 우려로 심의가 지연된 과제였습니다. 그런데 올해 ‘갈등해결형 규제샌드박스’ 우선 추진사업으로 선정돼 에이아이포펫, 대한수의사회, 국무조정실, 과기정통부, 농림축산식품부, 갈등조정전문가 등이 포함된 ‘갈등해결 샌드박스 협의회’가 구성됐고, 3개월간 6차례 협의 끝에 사업안이 확정된 겁니다. 이번 실증사업과 사람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결과에 따라 반려동물 비대면 진료의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영국, 호주 등에서는 이미 반려동물 원격진료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본드벳(Bond Vet), 퍼지(FUZZY), 폽(Pawp) 등 여러 반려동물 비대면 진료 플랫폼도 등장해 인기를 얻고 있죠. 물론 해외에서 허용한다고 해서 무조건 원격진료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비대면 진료가 약물 오남용이나 부정확한 자가진단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반려동물의 안전과 건강’이라는 측면에서 비대면 원격진료에 대한 신중한 접근과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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