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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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육성 우선하는 미국, 美 독주 견제 EU…세계 주요국 AI 규제 동상이몽

‘구글이 지배 못 한 나라’ 한국, AI 내수시장 보호하고 글로벌 진출 돕는 정책 필요

  • 김지현 테크라이터

    입력2023-07-12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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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거대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세계 각국은 규제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GETTYIMAGES]

    초거대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세계 각국은 규제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GETTYIMAGES]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발전 속도가 무서울 정도로 빠르다. 이제 AI가 유명 소설가의 작품을 모방해 습작을 집필하거나, 세계적 명화의 화풍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게 낯설지 않다. 생성형 AI의 등장을 가능케 한 초거대 언어 모델(LLM)의 기술 수준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빠르게 발전하는 AI 기술 때문에 새로운 사회문제도 생기고 있다. AI가 만든 콘텐츠의 저작권부터 더 교묘해지는 ‘가짜뉴스’까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AI가 다양한 산업과 기술 분야에 적용됐을 때 어떤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지, 최근 그에 관한 주목할 만한 사례가 나왔다.

    “AI 드론이 인간 조종사 공격”

    영국 왕립항공학회(RAeS)가 5월 개최한 ‘미래 공중전투 및 항공우주역량회의’에서 미 공군 관계자는 “AI 드론이 가상 시뮬레이션에서 임무 수행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인간 조종사를 공격했다”고 사례를 발표했다. AI에게 적 지대공미사일을 파괴하라는 과제를 줬는데, 그 과정에서 ‘공격 중지’ 명령을 내린 인간 조종사를 방해 요소로 간주해 공격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실험 결과가 논란이 되자 발표자는 “해당 시험은 실제 시뮬레이션 훈련이 아닌 가설에 근거해 이뤄진 ‘사고실험(思考實驗)’이었다”고 진화에 나섰다.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테슬라 제공]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테슬라 제공]

    AI가 각종 디지털 기기를 매개로 현실 세계에 점차 발을 디디고 있는 점도 변수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는 로봇에 AI 기술을 접목하고 나섰다. 챗GPT 개발사 오픈AI는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X1에 투자했다. 구글은 ‘PaLM-E’라는 LLM을 바탕으로 훈련 없이 명령을 수행하는 로봇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전기차에 이어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개발 중인 테슬라는 4월 X.AI라는 AI 기업을 설립했다. 물리적 실체를 갖춘 AI가 등장한다면 그에 대한 적절한 통제 필요성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세계 각국은 AI 규제 마련을 서두르고 있지만 국익에 따라 구체적인 방향은 제각각이다. 규제에 가장 적극적인 지역은 유럽연합(EU)이다. 미국 빅테크가 주도하는 ‘AI 리더십’에 일방적으로 휘둘리지 않고자 강경한 규제 입장을 취하는 면도 있다. EU는 2021년 AI 규제 초안을 만든 데 이어, 챗GPT 등 생성형 AI에 대한 규제안도 올해 5월 추가했다. “LLM을 개발하는 기업은 편향 검증을 거친 데이터셋을 사용해야 하고, AI 훈련에 사용한 저작물 정보도 공개해야 한다”는 게 뼈대다. 심지어 이탈리아 규제 당국은 챗GPT가 개인정보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3월 자국 내 챗GPT 접속을 일시 차단하고 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EU는 회원국 스타트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각종 공정거래 규제도 확충하고 있다.

    이와 달리 AI 종주국인 미국 정부는 규제보다 산업 육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 AI 기술 발전을 위해 공공데이터 정책 기조를 ‘공개’에 맞췄다. 물론 미국이라고 규제 공백 지대는 아닌데, 중국과의 AI 경쟁을 염두에 둔 기술 안보 유지에 방점이 찍혀 있다. 미국 사회가 전통적으로 중시하는 개인정보 보호도 규제의 또 다른 축이다.



    최근 서방과 사사건건 충돌하는 중국은 기존 인터넷 정책처럼 AI 분야에서도 ‘규제 만리장성’을 치고 있다. 중국의 AI 규제 방안에서 눈에 띄는 내용은 △생성형 AI와 관련된 서비스를 출시하기 전 정부에 보안평가 결과를 제출하고 △AI로 생성된 콘텐츠에 중국식 사회주의 가치를 반영하며 △AI 서비스는 실명으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같이 중국 당국 입맛에 맞게 AI 기술을 통제하려는 것이라서 해외 기업의 시장 진출은 더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법안소위 통과한 ‘인공지능법안’

    한국 상황은 어떨까. AI 규제 관련 법안 7건이 병합된 ‘인공지능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법률안’(인공지능법안)이 2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소위에서 통과됐다. AI 연구개발 우선 허용 및 사후 규제를 뼈대로 한 산업 육성책과 안전한 AI 이용을 위한 포괄적 가이드라인이 양대 축이다. 이에 대해서는 “AI 기술의 사회적 영향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산업 육성만 강조했다”는 비판과 “AI 산업이 활성화되기 전 규제부터 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우려가 교차한다.

    한국은 글로벌 인터넷 서비스 시장에서 “구글이 지배하지 못 한 나라”라는 찬사를 받은 바 있다. 그만큼 정보기술(IT) 산업에서 한국의 기술력과 자존심은 대단했다. 이제 초거대 AI 기술이라는 새로운 IT 세계가 열렸다. 미국, EU, 중국이 국익을 고려한 AI 정책을 펴고 있다. 한국도 내수시장을 지키는 동시에 우리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도울 수 있도록 균형 있는 규제책을 마련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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