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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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바겐세일' 놓치면 2년 뒤 후회"…헤지펀드 1세대 '투자법' [이시은의 투자고수를 찾아서]
“주식 투자는 일종의 농사와 같습니다. 국내 증시엔 2년 뒤 2배 성장할 수 있는 종목이 많아졌습니다.”

박지홍 GVA자산운용 대표는 지난달 2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시가총액 체급’과 관계없이 주가가 크게 싸진 상장사가 늘었다”며 “조급함을 버리고 긴 호흡으로 투자에 나설 때”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국내 ‘헤지펀드 1세대’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2009년 금융권에 투신해 안다자산운용 헤지펀드본부장을 거쳤고, 2016년부턴 GVA자산운용을 창업해 회사를 이끌고 있다. 장기·가치투자를 강조하는 그의 펀드는 7년간 누적 수익률 120%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모비스·현대차2우B…주주환원·배당↑

박지홍 GVA자산운용 대표. /사진=이시은 기자
박지홍 GVA자산운용 대표. /사진=이시은 기자
박 대표는 최근 국내 증시 상황이 2018년을 닮았다고 했다. 절대적으로 주가가 싸졌다는 의미다. 당시 코스피지수는 17.28% 하락하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40.73%)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미·중 무역분쟁과 미 금리 인상 등의 직격탄을 맞으며, 다수 투자자가 실망감을 떠안고 국내 증시를 떠났다. 하지만 박 대표는 “이후 2년이 지난 2020년, 코스피지수는 2배 상승을 기록하고 주가가 꺾였던 많은 종목들이 유례없는 수익률을 보였다”며 “궁극적으로 성공하는 투자는 가격과 가치의 괴리에서 온다는 점을 상기하면, 오히려 지금이 기회일 수 있다”고 말했다.

주가가 싸진 우량주들 사이에선 현대자동차그룹 관련주를 주목하고 있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도 장점이지만, 지배구조 논란 불식에 대한 의지가 돋보인다는 평가다. 박 대표는 “경영권 승계 관점에서 현대모비스 주가가 낮으면 이득인 상황이다 보니, 현대모비스 주가가 일부러 짓눌리고 있다는 시장의 의심이 끊이질 않았다”면서도 “지난달 19일 현대모비스가 최초로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를 개최하고 내년부터 총주주수익률(TSR) 30% 목표를 내세우는 등 달라진 그룹 움직임이 읽힌다”고 했다. 최근 1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힌 현대차와 준수한 실적의 기아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지만, 배당을 노려 현대차2우B와 같은 우선주 투자도 유용할 수 있다고 했다.

중소형주 사이에서도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조건은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지표에서 업종 내 저평가가 뚜렷하고, 실적이 최소 2년 이상 우상향하는 기업을 고르라 했다. 이 중 주가가 단기적으로 크게 꺾인 종목을 찾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으로 화장품 업체 아이패밀리에스씨, 피부 패치를 만드는 티앤엘 등이 해당한다. 내년과 2026년에 영업이익이 최대 47%까지 늘어난다는 전망이 있는 곳들이다. 12개월 선행 PER은 각각 8.5배, 8.7배로 소속 업종인 화장품(13.2배), 건강관리(20배) 보다 낮다. 주가는 지난달 말까지 아이패밀리에스씨가 6월 연고점 대비 58%, 티앤엘이 8월 연고점 대비 20% 내린 상태다. 매트리스 업체 지누스처럼 적자에서 실적 턴어라운드(개선)가 예상되는 중소형주도 주시하고 있다. 지누스는 올해 영업이익이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지만, 내년도엔 흑자가 기대되고 있다.

"호흡 길게…1년에 10% 수익률로도 충분"

박지홍 GVA자산운용 대표. /사진=이시은 기자
박지홍 GVA자산운용 대표. /사진=이시은 기자
박 대표는 월가 투자 고수들의 명언을 항상 곱씹는다. ‘워런 버핏의 스승’으로 불리는 필립 피셔의 “주식은 사냥보다 농사와 같다”는 격언은 그가 투자 가치관을 설명할 때 자주 인용하는 문구다. 박 대표는 “1년에 10%씩 7년 수익을 내면 금액이 두 배가 되는 훌륭한 투자가 완성된다”며 “평온함을 지키고 장기적 관점,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시장에서 사둘 종목이 보이게 된다”고 말했다. 그 역시도 한 종목을 담을 때 단기 주가 향방보다는 2~3년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하는 것이 체화돼 있다고 했다.

“변동성에 투자해야 한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박 대표는 “프랭클린 루즈벨트 전 미국 대통령의 말처럼, 잔잔한 바다에선 능숙한 항해사가 나올 수 없다”며 “결국 사람들 두려움이 극에 달할 때가 주식을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좋은 회사를 싼 가격에 사면 지수가 2년 뒤에 그대로더라도 2~3배 오르는 종목은 반드시 나타난다고 했다. 그는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자 불신이 크지만, 이대로 계속 주저앉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금융투자소득세, 미 대선 등 불확실성이 진정됐기 때문에 어려움 속에서도 잡초처럼 살아날 종목들에 관심을 기울일 때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