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을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하는 각종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계엄 사태 직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를 풍자하는 게시물이 쏟아졌다.
먼저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과거 순방 시 전용기에서 찍은 사진에 '나 사랑 때문에 00까지 해 봤다'는 질문에 '계엄'이라고 답하는 게시물이 올라와 화제였다. 해당 게시물에는 가수 로이킴의 '내게 사랑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삽입됐다. 이에 누리꾼들은 "사랑을 위해 계엄까지 선포하는 진정한 성자(聖者) 윤석열" "사랑꾼이 아니라 희대의 사랑광(狂)"이라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10월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정진석 비서실장을 앉혀두고 굳은 표정을 짓고 있는 사진도 풍자 대상이 됐다. 해당 사진에는 "내가 어제 2차 끝나고 뭘 선포했다고?"라는 자막이 달렸다. 과거 윤 대통령의 음주 장면에 "뭐? 내가 계엄을 선포했어?"라는 자막을 넣은 풍자물도 있었다. 그러나 일부 누리꾼들은 "비상 계엄이라는 엄중한 사안에 대해 음주로 가볍게 넘어가려는 듯한 모습은 지양한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12·12를 다룬 영화 '서울의 봄' 포스터에 윤 대통령 얼굴을 합성한 '취했나 봄' 같은 밈도 광범위하게 확산됐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창 밖을 바라보며 "그거(계엄령)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라고 말하는 풍자물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찍힌 사진도 밈으로 사용됐다.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이 마주 앉은 사진을 올리고 "나도 (계엄은) 생각만 했어"라고 하는 게시물이 올라오는가 하면, 박 전 대통령이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카리키는 것에 "저기가 서울 구치소예요"라는 자막이 삽입돼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윤 대통령을 소재로 한 풍자는 외국 언론이나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급속도로 퍼졌다. 지난 4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계엄 사태를 보도하며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전 세계의 적이 되길 선언하는 일이 영화나 소설에만 나온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미국의 한 커뮤니티엔 사태 직후 '지구에서 가장 빠른 것(The Fastest Things on Earth)'라는 글이 올라왔다. 한국의 계엄령이 치타나 비행기, 심지어 광속보다도 빠르다는 내용의 풍자물이었다. 해당 게시물에는 태극기와 대통령기를 배경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윤 대통령의 모습이 담겼다.
서울의 한 대학 교수는 "현 상황이 내란 수사로 이어질 만큼 충격적이고 급박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같은 풍자물이 인기를 얻고 있는 사실은 그만큼 한국의 민주주의가 탄탄하다는 방증"이라며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 권력자라도 민중의 풍자와 해학의 대상에 예외가 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