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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제3차 세계대전을 두고 도박을 하고 있다. 당신이 하는 일은 미국에 매우 무례하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신은 지난해 (대선 격전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야당(민주당)을 위한 선거 운동을 했다. 당신 나라를 구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하라.”(J D 밴스 미국 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J D 밴스 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이로 인해 두 정상의 비공개 회담,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 오찬 등이 모두 취소됐다. 당초 체결할 예정이었던 양국의 광물 협정 역시 무산됐다.● 트럼프 “푸틴은 날 존중, 종전하라” 압박 약 50분간 진행된 이날 회담은 마지막 10분간 파국을 맞았다. 시작은 밴스 부통령의 발언이었다. 그는 “미국을 좋은 나라로 만드는 것은 외교에 참여하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협상에 우크라이나도 참여하라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했을 때 아무도 막지 않았다며 따지듯이 “어떤 종류의 외교를 말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러자 밴스 부통령은 “당신 나라의 파괴를 끝낼 수 있는 외교를 말하는 것”이라며 “백악관에서 이런 식으로 따지는 것은 무례하다”고 맞섰다. 트럼프 대통령도 “당신(젤렌스키)은 이기고 있지 않다. 미국 군사 장비가 없었다면 이 전쟁은 2주 만에 끝났을 것”이라며 종전 협상 참여를 압박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이 시작될 때부터 우리는 혼자였고, 미 국민에게 ‘고맙다’고 여러 번 말했다”고 받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은 (협상에서) 좋은 위치에 있지 않다”며 “당신은 (협상) 카드가 없다”고 지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나는 카드놀이를 하는 게 아니다”라고 맞서자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은 수백만 명의 목숨을 걸고, 제3차 세계대전을 두고 도박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존중하지 않지만 나는 존중한다”며 “푸틴은 ‘거래’를 하고 싶어 한다”고 거듭 압박했다. ● 지난해 해리스 먼저 만난 젤렌스키에게 불만 트럼프 대통령 측의 이 같은 태도 뒤에는 지난해 미국 대선 과정에서 쌓인 앙금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22일 미 대선의 최대 격전지였던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의 탄약 공장을 찾았다. 스크랜턴은 바이든 전 대통령의 고향으로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이 동행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5일 후인 9월 27일에야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였던 2019년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바이든 전 대통령, 우크라이나 에너지기업 부리스마의 고문으로 일했던 그의 아들 헌터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은 것도 영향을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복장도 충돌 원인으로 꼽힌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뒤 군복과 비슷한 카키색 의상을 주로 입고 있다. 이날은 검정 티셔츠에 같은 색 바지를 입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백악관에 도착했을 때 취재진에게 “그가 제대로 차려입었다”며 비꼬았다. 회담 중 강경보수 성향 케이블 채널 ‘리얼아메리카보이스’의 브라이언 글렌 기자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왜 정장을 입지 않았느냐. 많은 미국인이 당신이 미국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여길 것”이라고 물었다. 그는 ‘하이힐 신은 트럼프’로 불리는 공화당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의 애인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정장이) 있지만 전쟁이 끝난 후 입겠다”고 받아쳤다. 이날 회담을 놓고 영국 가디언은 “외교적 체르노빌 사태”라고 진단했다. 1986년 발생한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 같은 ‘외교 재앙’이었다는 뜻.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광물 협정 초안을 거부한 게 첫 번째 스트라이크, 정장을 입지 않은 게 두 번째 스트라이크, 회담에서의 공개 설전이 세 번째 스트라이크였다고 평가했다. 또 젤렌스키 대통령이 ‘삼진 아웃’ 당했다고 전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지난달 28일 정상회담이 파국으로 끝나자 미국 정계에서도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BBC 등이 1일 보도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우크라이나 지원에 적극적이었던 민주당 주요 인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선제 침공한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굴복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푸틴 대통령을 ‘잔인한 독재자’로 비판하며 “이런 푸틴과 손잡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날을 세웠다. 반면 집권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줬다며 두둔했다. 친(親)트럼프 성향인 공화당 중진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미국을 모욕한 젤렌스키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지난해 5월 임기가 끝났지만 전쟁을 이유로 대선을 실시하지 않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집권 정당성을 문제 삼아 왔다. 양측은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해서도 ‘극과 극’의 평가를 내놨다. 애덤 시프 민주당 상원의원은 그를 “(민주주의) 영웅”이라고 극찬했지만 토미 튜버빌 공화당 상원의원은 “우크라이나 족제비(weasel)”라고 혹평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과 지원을 둘러싼 미 정계의 갈등이 더 깊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美민주 “트럼프는 푸틴의 애완견-겁쟁이” BBC 등에 따르면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이 “푸틴의 ‘더러운 일(dirty work)’을 하고 있다”며 “민주당 의원들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트럼프 측을 강하게 비판했다. 시프 의원은 ‘X’에 “‘영웅(젤렌스키)과 ‘겁쟁이(트럼프)’가 백악관에서 만났다”고 혹평했다. 허브 코너웨이 민주당 하원의원도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을 “푸틴의 애완견(lapdog)”이라고 꼬집으며 “부끄러운 일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역시 “푸틴이 오늘의 연극에 매우 기뻐하고 있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하킴 제프리스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잔인한 독재자’ 푸틴을 대담하게 만들었다”며 “미국은 러시아의 침략 행위를 보상하면 안 되고 푸틴의 요구를 계속 들어줘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캐서린 클라크 하원 민주당 원내총무 또한 “미국 대통령이 민주 동맹국(우크라이나) 대신 러시아 독재자를 택할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트럼프가 독재자에게 굴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무소속이지만 친민주당 성향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은 “트럼프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80년 만에 가장 피비린내 나는 유럽 전쟁을 시작한 ‘독재자’ 푸틴의 편에 섰다”고 강조했다. 1일 J D 밴스 부통령이 가족 스키 여행을 위해 방문할 예정이었던 버몬트주 웨이츠필드에서는 수백 명의 시위대가 밴스 부통령의 방문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美공화 “美우선주의 면모 보여줘”반면 공화당과 트럼프 2기 주요 인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분명히 힘을 실어줬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 덕에 미국이 이용당하고 무시당하던 시대가 끝났다”며 “오늘 목격한 것은 미국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미국 대통령이었다”고 밝혔다. 튜버빌 의원 또한 X에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까지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은 ‘우크라이나 족제비(젤렌스키)’를 백악관에서 쫓아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나 22세에 미국으로 이민 온 빅토리아 스파츠 공화당 하원의원도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신의 낮은 지지율을 높이고 유럽을 달래기 위해 미국 대통령과 미국을 모욕했다”며 “우크라이나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X’에 “어떤 미국 대통령도 할 용기가 없었던 방식으로 미국을 대변해 준 대통령께 감사한다”고 썼다.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도 “미국의 최고사령관이 매우 자랑스럽다”며 “미국에 대한 정치적 무례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돌아왔다”고 동조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지난달 28일 정상회담이 파국으로 끝나자 미국 정계에서도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BBC 등이 1일 보도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우크라이나 지원을 적극적이었던 민주당 주요 인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선제 침공한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굴복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푸틴 대통령을 ‘잔인한 독재자’로 비판하며 “이런 푸틴과 손잡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날을 세웠다.반면 집권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줬다며 두둔했다. 친(親)트럼프 성향인 공화당 중진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미국을 모욕한 젤렌스키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지난해 5월 임기가 끝났지만 전쟁을 이유로 대선을 실시하지 않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집권 정당성을 문제삼아 왔다.양측은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해서도 ‘극과 극’의 평가를 내놨다. 애덤 시프 민주당 하원의원은 그를 “(민주주의) 영웅”이라고 극찬했지만 토미 튜버빌 공화당 상원의원은 “우크라이나 족제비(weasel)”라고 혹평했다.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과 지원을 둘러싼 미 정계의 갈등이 더 깊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美민주 “트럼프는 푸틴의 애완견-겁쟁이” BBC 등에 따르면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이 “푸틴의 ‘더러운 일(dirty work)’을 하고 있다”며 “민주당 의원들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트럼프 측을 강하게 비판했다. 시프 의원은 ‘X’에 “‘영웅(젤렌스키)과 ‘겁쟁이(트럼프)’가 백악관에서 만났다”고 혹평했다.허브 코너웨이 민주당 하원의원도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을 “푸틴의 애완견(lapdog)”이라고 꼬집으며 “부끄러운 일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역시 “푸틴이 오늘의 연극에 매우 기뻐하고 있을 것”이라고 성토했다.하킴 제프리스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잔인한 독재자’ 푸틴을 대담하게 만들었다”며 “미국은 러시아의 침략 행위를 보상하면 안 되고 푸틴의 요구를 계속 들어줘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캐서린 클라크 하원 민주당 원내총무 또한 “미국 대통령이 민주 동맹국(우크라이나) 대신 러시아 독재자를 택할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트럼프가 독재자에게 굴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무소속이지만 친민주당 성향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트럼프는 러시아 제국주의와 용기 있게 싸우는 민주국가의 지도자를 비난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80년 만에 가장 피비린내 나는 유럽 전쟁을 시작한 ‘독재자’ 푸틴의 편에 섰다”고 강조했다. ● 美공화 “美우선주의 면모 보여줘”반면 공화당과 트럼프 2기 주요 인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분명히 힘을 실어줬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 덕에 미국이 이용당하고 무시당하던 시대가 끝났다”며 “오늘 목격한 것은 미국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미국 대통령이었다”고 밝혔다. 튜버빌 의원 또한 X에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까지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은 ‘우크라이나 족제비(젤렌스키)’를 백악관에서 쫓아낸 것”이라고 주장했다.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나 22세에 미국으로 이민 온 빅토리아 스파츠 공화당 하원의원도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신의 낮은 지지율을 높이고 유럽을 달래기 위해 미국 대통령과 미국을 모욕했다”며 “우크라이나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X’에 “어떤 미국 대통령도 할 용기가 없었던 방식으로 미국을 대변해 준 대통령께 감사한다”고 썼다.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도 “미국의 최고사령관이 매우 자랑스럽다”며 “미국에 대한 정치적 무례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돌아왔다”고 동조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8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우크라이나 광물 협정에 서명하기로 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인디펜던트’가 협정 전문을 입수해 26일 보도했다. 전문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의 전면 침공(full-scale invasion)’으로 발발했다고 명시했다. 또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지속 가능한 평화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안전 보장을 얻기 위한 노력을 지원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최근 분명한 친(親)러시아 행보를 보여 왔던 미국이 우크라이나와의 양자 협정에선 우크라이나를 배려하는 모양새를 취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상당수 문구가 애매해 향후 논란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이번 협정의 정식 명칭은 ‘(우크라이나) 재건 투자 기금의 조건과 조항을 설정하는 양자 협정’이다. 총 11개 조항으로 구성됐으며 첫 문장에는 “미국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전면 침공’ 후 우크라이나에 재정적, 물적 지원을 제공해 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같은 표현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최근 행보와 큰 차이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 협상 과정에서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러시아만 상대했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도 거절했다. 특히 24일 미국 주도로 발의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종전 결의안은 이번 전쟁을 ‘분쟁(conflict)’으로 표현해 큰 논란을 불렀다. 이에 미국이 ‘약소국 약탈’이란 국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협정에 우크라이나에 유리한 표현을 담았단 분석도 나온다. 다만 오락가락하는 미국의 행보를 두고 이율배반적이라고 보는 시각은 여전하다.우크라이나가 줄곧 요구한 안보 보장에 대한 내용은 10번째 조항에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지속 가능한 평화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안전 보장을 얻기 위한 노력을 미국이 지원한다”는 원론적인 문구만 담겼다. 향후 광물 개발을 통한 수익금 중 일부로 조성할 우크라이나 재건 기금의 경우 수익 배분율이 구체적으로 설정되지 않았다. 협정은 “기금은 양국 정부 대표자에 의해 공동 관리된다. 관리 및 운영에 대한 세부 조건은 협정 체결 후 후속 협정에서 명시될 것”이라고 모호하게 규정했다.한편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종전 협상에서 서방이 전쟁 후 동결한 러시아 자산 문제가 논의돼야 한다고 26일 주장했다. 또 유럽 주요국이 종전 후 우크라이나에 ‘평화유지군’을 배치하는 것이 러시아를 위협하기 위한 ‘속임수’라며 “이에 관한 어떤 선택지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일축했다. 같은 날 NBC방송은 러시아가 미국과의 종전 협상을 서둘러 끝내기 위해 현재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와 자포리자의 광물 자원에 대한 접근권을 미국에 주겠다고 제안했다고 전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4일 캐나다와 멕시코에 부과하기로한 25%의 관세를 예정대로 집행하고, 중국에 대해선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가별 ‘상호 관세’는 4월 2일부터 부과하겠다고 확인했다.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 시간) 트루스소셜을 통해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여전히 허용할 수 없는 높은 수준의 마약이 우리나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며 “이 재앙이 미국에 계속 해를 끼치는 것을 허용할 수 없고, 따라서 그것이 중단되거나 심각하게 제한될 때까지 3월 4일에 발효될 예정인 관세안은 예정대로 시행될 것이다”고 밝혔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1일 캐나다와 멕시코에 각각 25%, 중국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당초 멕시코와 캐나다에는 2월 4일부터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으나, 마약류 단속 등에서 두 나라가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자 관세 부과 시점을 30일간 유예했다. 26일 열린 첫 각료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를 4월 2일로 연기하는 듯한 발언을 했으나 예정대로 다음달 4일인 것을 재확인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각료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마약 밀매 및 불법 이주와 관련된 북미 관세와 전 세계 국가에 대한 별도의 상호 관세를 혼동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지적했다.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마약의 대부분은 펜타닐 형태로 중국에서 제조되어 공급되고 있다”며 “중국도 마찬가지로 해당 시점(다음달 4일)에 10%의 관세가 추가로 부과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으로 수입되는 중국산 제품에는 이미 이달 4일부터 10% 추가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여기에 10%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CNN은 “이달 초 중국 상품에 대해 10% 추가 관세가 발효된 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로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적은 없었다”고 전했다.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세계 각국의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고려해 국가별로 상호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대통령 각서(memorandum)에 서명했다. 상호 관세는 교역국이 자국 수출품에 적용하는 관세율만큼 교역국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4월 2일 상호 관세 날짜는 그대로 효력을 유지한다”고도 밝혔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격전지인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 일대에 파병됐으나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고립된 북한군을 탈출시키려는 러시아 측의 작전이 실패했다고 우크라이나 매체 유로마이단프레스가 2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탈출에 실패한 북한군들이 집단 투항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CNN방송은 이날 지난해 10월과 11월 북한군이 바닷길을 통해 러시아에 파병됐음을 증명하는 또 다른 위성사진 분석 결과가 확인됐다고 전했다.유로마이단프레스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최근 쿠르스크주의 작은 마을 니콜스케에 고립된 북한군에게 물자를 보급하는 작전을 여러 번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이에 러시아군은 물자 보급 작전 대신 우크라이나군의 포위망을 뚫고 북한군을 구출하는 방향으로 작전을 변경했다. 남쪽에선 보병 부대를 침투시켜 우크라이나군의 주의를 분산시킨 뒤 북쪽으로 기계화 부대를 투입시키는 작전이었다.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무인기(드론)과 열화상 카메라로 이들을 발견했고 집단 포격을 가해 러시아군의 침투를 막았다. 러시아군은 이번 작전에 북한군도 투입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다만 언어장벽으로 러시아군과 북한군이 소통이 어렵자 병력을 분산 배치하기보다는 한데 모여있을 수밖에 없었고, 그에 따라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이 가운데 포위된 북한군들은 계속해서 우크라이나군의 드론에 감시를 당하고 있었다. 북한군은 이미 지친 기색을 숨기지 못하는 등 탈진한 모습이라고 한다. 유로마이단프레스는 “북한군들이 위기에 처해 있음을 나타내며, 곧 전쟁에서 처음으로 집단 투항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한편 CNN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미들베리 국제문제연구소 내 비확산연구센터의 연구원들이 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적어도 두 척의 러시아 해군 함정이 지난해 10월과 11월 북한 군인들을 북한에서 러시아 극동 두나이 군항으로 이동시킨 것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한국 국가정보원은 북한군이 북한의 청진, 함흥 무수단항에서 러시아로 이동했다고 밝혔지만, 당시 희미한 레이더 영상만 공개됐었다. 이번 위성사진은 북한군의 러 파병 사실을 더욱 뒷받침해주는 자료인 것이다.이들이 분석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7일 러시아 해군 상륙함 니콜라이 빌코프함으로 추정되는 선박이 두나이항에 정박해있고, 크레인이 선박으로 뻗어 있는 게 확인됐다. 이어 10월 20일자 위성사진에는 크레인이 철수해 있었다. 수백명씩 러시아 해군 함정을 타고 해상으로 이동해 민간의 눈에 잘 띄지 않는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두나이항에 내렸고 이후 트럭을 타고 육로로 이동했다는 것이다.샘 레이어 연구원은 “러시아나 북한은 이런 아동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를 원치 않았을 것이다. 이동은 매우 비밀스럽게 이뤄졌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 정보 당국은 지난달 기준 1만2000명에 달하는 북한군이 러시아에 파병됐으며, 이중 사망자와 부상자는 4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8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쟁 지원 대가로 요구한 광물 협정에 서명할 것으로 보인다. 이 협정에는 미국이 광물 개발로 인한 이익을 우크라이나와 공유하고, 경제 발전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강조해 온 명확한 안보 보장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이에 따라 사실상 우크라이나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압박에 손을 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보 보장 없이 미국과 러시아 주도의 종전 협상에 참여하는 처지에 내몰린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핵을 허용해 달라”는 뜻도 내비쳤지만,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비현실적”이라고 일축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종전 협상이 계속해서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안보 보장 없는 광물 협정 타결 임박트럼프 대통령은 25일 백악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28일 미국에 온다고 들었다. 그가 나와 함께 광물 협정에 서명하고 싶어 한다”며 “1조 달러(약 1450조 원)의 거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의 돈과 군사 지원이 없었다면 이 전쟁은 짧은 시간에 끝났을 것”이라며 “이제 미국 납세자들이 돈을 돌려받을 때”라며 협정 체결을 압박했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당초 트럼프 대통령 측이 우크라이나에 요구한 ‘5000억 달러(약 725조 원)의 광물 제공’ 관련 내용은 협정에서 빠졌다. 그 대신 광물 자원으로 얻은 이익의 절반을 미국과의 공동 기금에 출자하고, 그 일부를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해 재투자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는 희토류를 포함해 세계 광물 자원의 5% 정도를 보유한 자원 부국이다.FT는 이미 우크라이나 법무부, 재무부, 외교부 등도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광물 협정을 수용했다고 전했다. 공동 기금에서 미국이 얼마의 지분을 보유할지, 광물 개발에 따른 분쟁이 발생할 때 어느 국가가 관할할지 등은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하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미국의 안보 보장 등 우크라이나의 핵심 요구는 협정에 담기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자유롭고 주권적이며 안전하게 유지되기를 원한다’, ‘미국이 미래에 우크라이나의 경제 발전을 지원하겠다’ 등 원론적인 내용만 협정 초안에 담겼다고 전했다.● 루비오 “우크라 핵 요구, 비현실적”미국의 안보 보장을 얻어내지 못할 처지가 된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핵 보유’를 대안으로 주장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4일 영국 유명 언론인 피어스 모건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몇 년 혹은 수십 년간 지연될 수 있다”며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가입시킬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핵무기 같은 대안적 안보 보장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하지만 루비오 장관은 25일 미국 강경 보수 매체인 ‘브라이트바트뉴스’ 인터뷰에서 “핵무장 국가를 늘리는 게 아니라 줄이는 게 필요하다. 핵무장은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는 종전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러시아 편만 들고 있다는 지적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위선적”이라며 “전쟁과 갈등을 끝내려면 타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1991년 옛 소련이 우크라이나에 있던 핵무기를 거둬들이지 않은 채 붕괴하면서 우크라이나는 단박에 미국과 소련에 이은 세계 3위 핵무기 보유국이 됐다. 1994년 미국, 영국, 러시아 등은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보장해주겠다며 핵무기 폐기를 촉구했고 우크라이나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맺은 ‘부다페스트 조약’을 통해 핵무기를 러시아에 반환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때 쉽게 핵을 포기한 것이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와 리비아의 선례가 북한이 결코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논의 과정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압박해 온 광물협정이 2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방미와 함께 서명될 예정이다. 협정안에는 우크라이나가 광물 등 천연자원으로 얻은 수익 5000억 달러(약 720조 원)를 미국과의 공동 기금에 출자해야 한다는 조항은 빠졌지만, 여전히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보장한다는 명시적인 언급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25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진행된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금요일(28일) 미국에 온다고 들었다. 그가 원한다면 난 괜찮다”며 “그는 나와 (광물협정에) 서명하고 싶어한다. 나는 이것이 얼마나 큰 거래인지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또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온 것에 대해 “우리는 그 돈을 돌려받길 원한다고 말해왔다”며 “미국의 돈 및 군사장비 지원이 없었다면, 이 전쟁은 매우 짧은 시간에 끝났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이날 AFP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도 미국과의 광물협정이 합의점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광물협정의 조건에 양국이 합의한 뒤 양측 정부 인사들이 세부 사항을 놓고 작업을 진행 중이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받아들일 수 없는 모든 내용이 협정안에서 삭제되고 이 합의가 우크라이나의 안보와 평화에 어떻게 기여할지 더 명확하게 명시된 후에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CNN에 말했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협정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해온 5000억 달러 내용이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우크라이나는 광물 자원으로 발생한 수익의 절반을 미국과의 공동 기금에 출자해야 한다. 기금 수익의 일부는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해 재투자한다는 내용도 협정안에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다만 미국의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 내용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인터넷매체 액시오스는 협정안에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자유롭고 주권적이며 안전하게 유지하기를 원한다”는 내용은 적혀있지만, 구체적인 안보 보장 방안은 언급돼있지 않다고 전했다.한편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우크라이나의 핵무기 반환 요구를 비현실적이라고 일축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25일 공개된 미 보수 성향 매체 브라이트바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무도 그런 제안을 진지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핵무장이 문제의 해결책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4일 한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이 지연될 경우 핵무기를 돌려달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1991년 옛 소련 붕괴 후 핵 보유국이 됐지만 1994년 미국, 영국, 러시아 등 주변국의 안전보장(부다페스트 양해각서)을 근거로 핵무기를 폐기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프랑스가 독일 등에 핵무기 탑재 전투기 배치 등 핵 확장 억지력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24일 보도했다. 집권 1기 때부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 가능성을 거론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한 뒤 기존 입장을 강조하고 동시에 유럽 각국에 방위비 증액을 강하게 요구하자 유럽의 ‘안보 자강론’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핵과 항공모함 등을 보유해 유럽의 대표적인 군사 강국으로 꼽히는 프랑스가 독일 등 다른 유럽 국가와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뚜렷해지고 있다.● 부각되는 유럽 ‘안보 자강론’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 관계자는 “핵무기 탑재 전투기 몇 대를 독일에 배치하는 건 어렵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독일과의 군사 협력 강화가 우크라이나를 넘어 유럽 전체를 위협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강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독일 역시 이 구상을 반기고 있다. 독일은 프랑스가 핵우산을 제공하면 또 다른 핵 보유국인 영국 또한 비슷한 행보를 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나토는 조약 5조를 통해 “한 회원국에 대한 공격은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집단방어’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또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등과 핵을 공유하고 있다. 미국이 이들 나라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한 뒤, 유사 시 공동의 적에 핵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나토에서 탈퇴하면 자체 핵을 보유한 프랑스와 영국을 제외한 나머지 유럽 국가는 핵 억지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하루 전 독일 총선에서 지지율 1위에 올라 차기 총리로 유력해진 기독민주당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대표는 24일 수도 베를린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럽이 맞이한 위기가 “자정에서 불과 5분 남았다”고 우려했다. 그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서 아예 ‘미국 단독주의(America alone)’로 나아가고 있다며 안보 자강론을 거듭 강조했다. ● 유럽 전체의 공동 국방기금 조성도 논의 블룸버그통신은 독일 기독민주당과 올라프 숄츠 현 총리가 속한 사회민주당이 국방력 강화, 우크라이나 지원 확대 등을 위해 2000억 유로(약 300조 원)의 특별 방위비를 신속하게 승인하기 위한 협의에도 착수했다고 전했다. 유럽 전체의 공동 국방기금 조성 논의도 한창이다. 레이철 리브스 영국 재무장관이 26, 2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이 기금의 필요성을 주장할 것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4일 보도했다. 이를 위해 옛 소련 붕괴 후 동유럽을 지원하기 위해 창설된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같은 공동 금융기관을 만드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유럽의 자강 움직임이 가속화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양대 핵 및 군사 강국인 미국과 러시아의 핵무기 격차는 상당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 통계사이트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미국과 러시아는 각각 5044기, 5580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 프랑스(290기), 영국(225기)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프랑스가 독일 등 유럽에 확장억제(핵우산)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2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이후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탈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이른바 ‘유럽 자강론’이 힘을 얻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한 프랑스 정부 관계자는 “프랑스의 핵 탑재 전투기 몇 대를 독일에 배치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며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논의 과정에서 미국이 러시아 쪽으로 기울자, 유럽 안보에 위기를 느낀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국들이 이에 대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독일 총선에서 차기 총리가 유력해진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 역시 유럽이 자체 방어 능력을 신속하게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메르츠 대표는 23일 “미국이 이제 유럽의 운명에 무관심하다”며 “내 최우선 과제는 가능한 한 빨리 유럽을 강하게 해 단계적으로 미국으로부터 진정한 독립을 달성하는 것이다”고 밝혔다.특히 독일은 프랑스가 핵우산을 제공하면 또 다른 핵 보유국인 영국 또한 움직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아직 독일 내에서는 연립 정부 구성 논의로 인해 유럽 핵우산과 관련한 논의는 시작되지 않았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앞서 2007년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은 독일과 핵 공유 방안을 모색하고자 했으나,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는 이를 거절했다.유럽 자강론이 힘을 얻고 있는 이유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논의가 유럽을 빼놓고 이뤄지고 있는 것에 더불어 미국의 나토 탈퇴 우려가 고조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미국은 나토 회원국 중 독일, 벨기에,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과 핵을 공유하고 있다. 미국이 나토 동맹국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해 놓았다가 유사시 폭격기 등을 동원해 공동으로 핵 공격을 하는 개념이다. 만약 미국이 나토에서 탈퇴하면 유럽 내 핵 보유국인 프랑스와 영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핵 억지력을 갖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다만 유럽 자강론이 현실화되더라도 미국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제 통계사이트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미국과 러시아는 각각 5044기, 5580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 프랑스와 영국의 핵탄두 보유량(각각 290기, 225기)과는 큰 차이다.한편 24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2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예정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레이철 리브스 영국 재무장관이 유럽 공동 국방기금 조성을 위한 자금 조달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은 이를 위해 ‘재무장 은행(rearmament bank)’과 같은 국제금융기관 창설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통해 회원국의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각각 국내총생산(GDP)의 3%와 60%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유럽연합(EU) 재정 준칙을 위반하지 않으면서 자금을 공동으로 모으겠다는 것이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는 조건이 즉시 제공된다면 대통령직을 맞바꿀 수 있다.”(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이번 주에 우크라이나 광물협정이 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스티븐 윗코프 미 백악관 중동특사) 24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3주년을 맞아 종전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광물협정이 조만간 체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종전 협상의 핵심 사항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분명한 안보 보장을 재차 강조하며 나토 가입과 자신의 거취를 맞바꿀 수 있다고 했다. 또 “(불만족스럽더라도) 어쩔 수 없다면 우리는 (광물협정을 체결)해야 할 것”이라고 23일 밝혔다. 이에 대해 외신은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협상이 합의에 근접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美 “광물협정 받아들이거나, 전쟁 지거나” 압박 23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20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추가로 제안한 광물협정 초안에도 미국의 향후 안보 보장 내용이 빠져 있어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들이 “대가 없는 자원 이전 요구”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압박 수위를 높이며 ‘광물협정을 받아들이거나, 전쟁에 지거나’의 선택지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요구하는 미군 투입을 거부하며, 광물협정을 통한 미국 기업 체류가 사실상의 안보 보장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광물협정이 군사 지원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투자를 보장한다”며 “나는 이를 경제적 안전 보장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의 향후 10세대가 대가를 치러야 할 것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광물협정에서 요구한) 5000억 달러 문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하지만 미국의 안보 지원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현실도 인정했다. 그는 “만약 미국의 조건이 ‘협정에 서명하지 않으면 도움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라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며 “우리는 아마 그것에 서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광물협정 타결을 낙관하는 분위기다. 윗코프 특사는 23일 CNN방송 인터뷰에서 이번 주 내에 우크라이나와 광물협정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그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과 러시아의 일방적인 종전협상에 불만을 제기한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독재자”라고 독설을 퍼부으며 강하게 압박한 것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얘기다.● 유럽 정상들 키이우 모여 美 종전안 대응 논의 종전 협상에서 유럽과 우크라이나를 사실상 배제한 채 러시아와 밀착하고 있는 미국에 맞서 유럽은 힘을 모으고 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은 종전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24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찾았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날 X에 “생존을 위한 이 싸움에서, 위태로운 것은 우크라이나의 운명만이 아니다. 그것은 유럽의 운명”이라고 썼다. 24일과 27일 미국을 각각 방문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23일 통화를 갖고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단결된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두 정상은 방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해 ‘안보 분담’ 카드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종전 후 원자력발전소 등 우크라이나의 주요 인프라에 3만 명가량의 유럽군을 주둔시킬 수 있다는 것. 다만,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의 공군 지원 없이는 계획을 실현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AP통신은 두 정상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국 방위비 증액 계획도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나토의 모든 회원국이 올 6월까지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2%까지 늘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가 대러 제재 해제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유럽연합(EU)은 24일 러시아산 1차 알루미늄 수입 중단을 포함한 제16차 대(對)러시아 제재 패키지를 승인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미국의 챗GPT가 연 생성형 인공지능(AI) 혁명에 중국이 ‘딥시크 쇼크’로 응수한 가운데 AI 강소국들이 미중을 바싹 뒤쫓고 있다. 적은 인구와 자원의 한계를 특유의 인재 양성 시스템과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극복하며 AI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관련 입법 차질 등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후 군사·경제적 자립을 위해 집중적으로 육성한 이공계 인재가 효율적인 창업 생태계와 결합해 우수한 AI 스타트업을 대거 배출하고 있다. 해외의 유대계 금융 네트워크까지 끌어들여 AI 스타트업의 성공률을 끌어올렸다.AI 핵심 인재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선 국가들도 있다. 캐나다는 AI 기초연구에 연구개발(R&D) 예산을 아낌없이 투입해 영국,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 석학들을 영입했다. 이는 AI 분야 첫 노벨 물리학상 수상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네덜란드는 기술 이민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정책을 통해 AI 반도체의 미세공정 분야에서 독점적인 기술력을 확보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글로벌 테크기업들을 대거 유치해 중동권의 AI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한국은 지난해 9월 영국 토터스미디어가 집계한 ‘글로벌 AI 인덱스’에서 조사 대상 83개국 중 6위로 상위권에 올랐다. 하지만 미국을 100점으로 볼 때 한국의 점수는 27.26점에 불과해 격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이다.국내 IT 업계에선 정부가 AI 강소국들처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R&D센터나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는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빅테크 기업이 한국에 연구 거점을 마련하면 AI 인재의 해외 유출을 막고, 자체 인력을 양성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국내 AI 스타트업과 빅테크 간의 연구 협력도 지금보다 활성화될 수 있다.국회에서의 입법 차질도 한국 AI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반도체 R&D 부문 근로자에 한해 주 52시간 근로 제한을 풀어주는 내용의 반도체특별법은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AI 약진’ 4개국… 국가 차원서 인재 양성-이민 확대 등 지원[글로벌 포커스]美中 바싹 뒤쫓는 ‘AI 강소국’들이스라엘 ‘산학군’ 네트워크 탄탄… 교수 창업-군복무 후 창업 활발캐나다, 상업성 낮은 기초 연구 지원… 세계 석학 영입해 노벨상 수상 성과UAE, IT 산단에 글로벌 기업 유치… 데이터센터 확보해 중동 AI 허브로네덜란드, 국토 작아 기술이민 장려… ASML 등 반도체 장비 기업 육성챗GPT에 이어 딥시크가 촉발한 미국과 중국의 인공지능(AI) 전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이스라엘, 캐나다, 아랍에미리트(UAE), 네덜란드 같은 ‘AI 강소국’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 나라들은 그간 미중에 가려 상대적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각자만의 특장점을 살려 주목받는 AI 기술을 선보이며 약진하고 있다. ‘스타트업 강국’ 이스라엘은 AI 분야에서도 혁신적인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을 꾸준히 배출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AI를 국가 전략 과제로 채택한 캐나다는 AI와 관련된 기초 연구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UAE는 글로벌 기업과 해외 인재를 대거 유치해 AI 허브로 부상했고, 네덜란드는 AI 반도체 장비의 강자로 인정받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이들 국가의 성공 비결에 대해 “국가 차원의 AI 전략을 뚝심 있게 추진하는 한편 지정학적 이점을 최대한 살렸다”고 분석했다. 막대한 자원이 투입되는 AI 경쟁은 후발 주자의 추격이 쉽지 않다.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윌슨센터는 “미중이 AI 패권 경쟁을 벌이면서 ‘AI 민족주의(AI nationalism)’가 강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첨단 AI 반도체와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각국의 경쟁이 민족주의를 방불케 하고 있다는 것. 글로벌 AI 전쟁의 틈바구니에서 자신만의 강점으로 주목받고 있는 AI 강소국들의 성공 비결을 들여다봤다.● 산학군 네트워크-창업 노하우로 승부한 이스라엘이스라엘은 인구가 1000만 명도 되지 않지만, 국가안보를 위해 방위 산업과 사이버 보안 분야에 전폭적으로 투자해 왔다. 이 과정에서 우수한 이공계 인재도 대거 배출했다. 이 같은 노하우와 성과는 AI 분야로도 이어졌다. 이스라엘은 인구 대비 AI 인재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로 꼽힌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인간중심AI연구소(HAI)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이스라엘 인구의 1.13%가 AI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스타트업 강국답게 이스라엘은 인재, 자본, 정부 지원 등 AI 기업 성장에 필수적인 세 요소를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힘입어 이스라엘은 상용화가 가능한 AI 실용 기술을 전 세계에 보급하는 국가가 됐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스라엘은 세계적 수준의 기술 허브”라며 “유력 기업가라면 모두 이스라엘 AI 스타트업의 움직임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AI 강국에 이른 것은 건국 과정과도 관련이 깊다. 1948년 건국 직후 이스라엘의 산업구조는 군수업과 농업 위주였다. 그러나 1991년 옛 소련 붕괴 후 100만 명이 넘는 러시아계 유대인이 대거 유입되자 이스라엘 정부는 1993년 ‘요즈마 펀드’를 만들었다. 러시아계 이민자 상당수가 과학자였는데, 이들에게 초기자본을 지원해 창업을 독려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해외에 산재한 유대계 금융 네트워크도 적극 활용했다. 미국 월가를 비롯한 세계 주요 금융가에서 유대계는 가장 영향력이 큰 집단으로 꼽힌다. 미국과 유럽의 민간 벤처 투자 자금을 적극 끌어들인 결과 이스라엘은 미국, 중국, 영국에 이어 AI 민간 투자액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국가가 됐다. 스탠퍼드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3∼2023년) 이스라엘의 민간 AI 투자 누적액은 총 128억 달러(약 18조4500억 원)로 집계됐다. 대학교수들의 창업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분위기도 혁신의 원동력으로 꼽힌다. 이를 통해 첨단기술 연구와 사업화가 동시에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를 잡았다. 특히 이스라엘의 모든 대학은 자금 조달이나 지식재산권 등의 구체적인 사업화를 돕는 전문부서를 체계적으로 운영해 교수나 학생들의 창업 성공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암논 샤슈아 이스라엘 히브리대 석좌교수(컴퓨터과학)가 1990년 설립한 기업 모빌아이가 대표적인 사례다. 세계적인 AI 석학으로 머신러닝 분야에서 특히 인지도가 높은 샤슈아 교수는 미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뇌인지과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고국으로 돌아와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나섰다. 그는 히브리대 창업 지원기관인 이숨(Yissum)의 도움을 받아 모빌아이를 세웠고, 2017년 153억 달러를 받고 인텔에 매각했다. 그는 현재도 창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제자인 리오 울프 텔아비브대 교수(컴퓨터과학)와 공동 창업한 AI 로봇 스타트업 멘티로봇을 비롯해 샤슈아 교수가 동료 교수들과 창업한 AI 기업은 6곳이 넘는다. 히브리대가 있는 수도 예루살렘, 테크니온공대가 있는 북부 거점도시 하이파, 텔아비브대가 있는 경제중심지 텔아비브 등의 지역을 묶은 연구개발(R&D) 거점(실리콘 와디)도 눈길을 끈다. 미국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400개가 넘는 글로벌 테크기업들이 이곳에 R&D센터를 두고 있다. 히브리대와 테크니온공대 출신의 우수 인력들이 실리콘 와디에서 일한 경력을 바탕으로 창업에 나서는 일도 흔하다.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에 따르면 삼성전자도 이스라엘에서 R&D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LG전자는 이스라엘 지사를 통해 현지 스타트업들의 기술을 조사하고, 투자하는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이스라엘 AI 스타트업의 또 하나의 요람은 군대다. IT 영재들이 ‘8200부대’같이 최첨단 기술을 이용해 사이버 보안 업무를 담당하는 엘리트 부대에 복무한 뒤 제대 후 창업에 나서는 경우가 많은 것. 방화벽 등 인터넷 보안의 핵심 기술을 개발한 길 슈웨드 체크포인트 이사회 의장도 그런 사례 중 하나다. 이스라엘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첨단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GDP 대비 19.7%로, 전체의 5분의 1 가까이 차지했다. 샤슈아 교수는 “이스라엘은 국가 차원의 목표를 분명히 설정한 결과 AI 스타트업 강국이 됐다”며 “이는 적대적 이웃 국가들에 둘러싸인 상황에서도 이스라엘이 경제적·군사적 자립을 이뤄낸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AI 기초 연구’로 노벨상 수상한 캐나다미국 오픈AI가 챗GPT를 내놓으며 생성형 AI 붐을 일으키기 5년 전인 2017년부터 캐나다는 세계 최초로 AI 연구를 국가 전략 과제로 삼았다. 캐나다 정부의 꾸준한 연구 지원을 바탕으로 생성형 AI 연구를 선도해 온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명예교수는 지난해 10월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캐나다는 AI 연구를 전략적 우선순위로 삼았고, 뛰어난 인재와 연구기관을 바탕으로 AI 분야의 세계적 선도국이 됐다”고 평했다. 캐나다의 AI 연구 역사는 1973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개별적으로 연구를 진행해 오던 토론토대, 몬트리올대, 맥길대의 AI 연구자들이 웨스턴온타리오대에 모여 워크숍을 열었다. 그 결과로 캐나다인공지능협회(CAIAC)의 전신인 캐나다계산지능연구협회(CSCSI)가 탄생했다. CSCSI를 중심으로 AI 연구를 지원하는 캐나다 고등연구소(CIFAR)가 1982년 설립됐다. CIFAR는 전 세계에서 AI 인재들을 영입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영국 출신의 힌턴 교수도 1983년 CIFAR의 지원을 받아 캐나다로 이주했고, 생성형 AI의 기반이 되는 심층신경학습망(DNN·Deep Neural Network) 연구에 몰두했다. 딥러닝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요슈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도 CIFAR 초청으로 프랑스에서 캐나다로 옮겼다. CIFAR에 따르면 설립 이래 30개국 출신의 연구자 1000여 명이 이곳을 거쳐 갔고, 노벨상 수상자 23명이 CIFAR와 직간접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 AI 기초 연구에 지속적으로 투자한 결과 캐나다에는 세계적인 수준의 AI 연구소들이 자리 잡게 됐다. 힌턴 교수가 이끄는 벡터 연구소, 벤지오 교수가 세운 밀라 퀘벡 AI 연구소 등이 대표적이다. 캐나다 정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14만 명의 AI 전문가들이 캐나다에 있다. 힌턴 교수는 조국을 떠나 캐나다로 온 이유에 대해 “돈을 많이 줘서 캐나다로 온 건 아니다”라며 “순수한 호기심에 기반한, 상업성이 떨어질 수 있는 기초연구에도 비중을 두고 지원해 주는 캐나다 사회가 마음에 들었다”고 현지 매체에 말했다. 캐나다의 AI 분야 지원은 계속 늘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AI 분야에 20억 캐나다달러(약 2조300억 원)를 투자한 데 이어 추가로 24억 캐나다달러(약 2조4400억 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AI 스타트업을 활성화하고, AI 연구를 더욱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최근에는 AI 기술의 윤리적 이용과 관련된 연구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힌턴 교수는 지난해 12월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30년 내 AI가 인류를 멸망시킬 확률이 10∼20%”라고 경고했다. AI 기술의 위험성이 부각되면서 캐나다 혁신부는 지난해 11월 캐나다 AI 안전연구소를 세웠다. 생성형 AI의 오류를 교정하고, 딥페이크 등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목표다.● 금융·물류 강국서 AI 허브로 부상한 UAEUAE는 두바이, 아부다비라는 중동의 양대 허브 도시를 둔 금융과 물류 강국이다. 그런데 이 나라는 2017년 세계 최초로 AI 전문 부처를 신설하고 “AI에 가장 대비가 잘된 국가로 거듭나겠다”는 국가 전략을 세웠다. 그 결과 UAE는 중동의 AI 허브, 나아가 이슬람권의 AI 리더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중국에 이은 세계 3위 AI 국가 지위를 놓고 각국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UAE가 유력 주자로 부상했다”고 진단했다. UAE는 2000년 두바이에 세운 IT 산업단지 ‘인터넷 시티’에 글로벌 기업들을 대거 유치했다.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중동지역 본부를 이곳에 두고 있다. AI 시대 핵심 인프라로 꼽히는 데이터센터도 확보했다. 막대한 전력 소모에 대비한 원전과 첨단 냉각기술을 도입해 아마존, 에퀴닉스, 구글 등의 데이터센터를 유치했다. UAE는 글로벌 기업을 따라 유입된 해외 AI 인재에 만족하지 않고, 자국민 중 AI 전문가를 육성하는 데도 관심이 많다. 2020년 세계 최초의 AI 대학인 ‘무함마드 빈 자이드 인공지능 대학(MBZUAI)’을 세웠다. 투자는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UAE 정부 산하기관인 아부다비 첨단기술연구위원회(ATR)가 지난해 12월 내놓은 거대언어모델(LLM) ‘팰컨3’는 메타의 최신 LLM ‘라마3’에 준하는 성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출범 이후부터 현재까지 AI·디지털경제·원격근무부를 이끌고 있는 오마르 알 올라마 특임장관은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에 “팰컨3는 20여 년에 걸친 투자의 결실”이라고 말했다. UAE의 AI 전략은 타흐눈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국가안보보좌관 겸 AI 국영기업 G42 회장이 주도하고 있다.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의 친동생인 그는 비(非)석유 부문의 신사업 육성을 책임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그가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AI 반도체 생산을 위한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트먼은 2023년 아부다비를 찾아 “UAE는 AI 열풍이 불기 전부터 이 기술의 잠재력을 알아봐 줬다”며 높게 평가했다.● ‘슈퍼 乙’ ASML 보유한 네덜란드AI 기술의 핵심은 연산 능력(computing power)이다. 연산 능력이 높을수록 AI 모델을 빠르게 학습시킬 수 있어 생성형 AI의 응답 속도를 높이고,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연산 능력은 AI 반도체 성능에 달렸는데, 그 핵심은 초미세공정이다. 현재까지 2나노 이하 초미세공정을 위한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반도체 원판인 웨이퍼에 회로를 그리는 작업) 기술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독점하고 있다. 대당 3억8000만 달러(약 5500억 원)에 달하는 ASML의 EUV 리소그래피 장비는 AI용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수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인텔 등 세계 유수의 반도체 기업들이 주문을 하는 갑(甲)의 위치에 있으면서도 ASML에 경쟁적으로 구애를 하는 이유다. 또 AI 기술과 서비스가 발전할수록 ASML의 목소리도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네덜란드는 국토 면적이 한국(22만3404㎢)의 5분의 1 정도에 불과하고, 자원도 부족해 일찍부터 기술개발에 힘썼다. 1891년 창립된 필립스는 전구를 시작으로 라디오, 전기면도기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세계적인 전자제품 브랜드로 우뚝 섰다. 이후 반도체 분야에 진출한 필립스는 1984년 반도체 장비업체 ASMI와 함께 ASML을 세웠다.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의 허름한 목재 창고에서 창업한 ASML은 1986년 리소그래피 장비 생산을 시작해 꾸준한 R&D 혁신을 거듭했다. 일본의 유명 반도체 장비업체 니콘도 포기한 EUV 리소그래피 장비를 ASML이 개발해 낸 비결에는 네덜란드 정부의 기술이민 지원 정책 덕이 컸다. 인구 1800만 명인 네덜란드는 기술력이 있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5년간 급여의 30%를 세액 공제하는 등 다양한 지원 정책을 실시해 왔다. 그 결과 ASML의 네덜란드 본사 직원 2만3000명 중 40%가 외국인으로 채워질 정도로 해외 인재 유치에 성공했다. 크리스토프 푸케 ASML CEO는 지난해 10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세계 100개국 이상에서 이민을 받아들인 것이 ASML 성공의 열쇠”라고 말했다. 네덜란드 정부의 AI R&D 지원도 한몫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발표한 네덜란드 AI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부는 연간 최소 4500만 유로(약 675억 원)를 AI R&D에 투입하고 있다. 필립스와 에인트호번시, 에인트호번공과대는 2004년 에인트호번에 조성한 연구단지를 AI R&D의 중심지로 발전시키고 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미국의 챗GPT가 연 생성형 인공지능(AI) 혁명에 중국이 ‘딥시크 쇼크’로 응수한 가운데 AI 강소국들이 미중을 바싹 뒤쫒고 있다. 적은 인구와 자원의 한계를 특유의 인재 양성 시스템과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극복하며 AI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관련 입법 차질 등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후 군사·경제적 자립을 위해 집중적으로 육성한 이공계 인재가 효율적인 창업 생태계와 결합해 우수한 AI 스타트업을 대거 배출하고 있다. 해외의 유대계 금융 네트워크까지 끌어들여 AI 스타트업의 성공률을 끌어올렸다.AI 핵심 인재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선 국가들도 있다. 캐나다는 AI 기초연구에 연구개발(R&D) 예산을 아낌없이 투입해 영국,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 석학들을 영입했다. 이는 AI 분야 첫 노벨 물리학상 수상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네덜란드는 기술 이민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정책을 통해 AI 반도체의 미세공정 분야에서 독점적인 기술력을 확보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글로벌 테크기업들을 대거 유치해 중동권의 AI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한국은 지난해 9월 영국 토터스미디어가 집계한 ‘글로벌 AI 인덱스’에서 조사 대상 83개국 중 6위로 상위권에 올랐다. 하지만 미국을 100점으로 볼 때 한국의 점수는 27.26점에 불과해 격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이다.국내 정보기술(IT) 업계에선 정부가 AI 강소국들처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연구개발(R&D)센터나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는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빅테크 기업이 한국에 연구 거점을 마련하면 AI 인재의 해외 유출을 막고, 자체 인력을 양성하는데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국내 AI 스타트업과 빅테크 간의 연구 협력도 지금보다 활성화될 수 있다.국회에서의 입법 차질도 한국 AI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반도체 R&D 부문 근로자에 한해 주 52시간 근로 제한을 풀어 주는 내용의 반도체특별법은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독재자’ 젤렌스키가 (대선 실시를) 서두르지 않으면 나라를 잃을 것이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독재자(dictator)’라며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하루 전에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지지율 4%의 대통령’이라고 혹평했고 비판 수위를 더 높였다.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임기가 만료됐지만 전쟁을 이유로 대선을 치르지 않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들어 그의 집권 정당성을 문제 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 미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에 적극 협조하란 뜻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이 발언이 나오기 직전 젤렌스키 대통령은 같은 날 자국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가 ‘허위 공간’에 살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친(親)러시아 행보에 불만을 표했다. CNN은 ‘허위 공간’ 발언에 분노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대응하겠다며 나섰고 이후 ‘독재자’ 같은 강도 높은 비판이 나왔다고 진단했다. 다만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냉혹한 국제사회에서 ‘약소국’ 우크라이나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러시아에서 철수한 미국 기업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러시아 편을 든다고 진단했다. 18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미국과 러시아의 고위급 회담에서 러시아 대표단이 “빠른 종전은 미국 경제에도 도움”이라고 주장했고 이 논리가 먹혀들었다는 것이다.● 트럼프 “바이든 갖고 논 코미디언” vs 젤렌스키 “허위 공간 사나”트럼프 대통령은 19일 트루스소셜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그저 그런 성공을 거둔 코미디언”이라며 “유일하게 잘하는 것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을 갖고 노는 것”이라 주장했다. 정계 진출 전 코미디언이었던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를 설득해 미국이 3500억 달러(약 503조 원)를 쓰게 만들었다며 “미국은 유럽보다 2000억 달러를 더 지출했지만 아무것도 돌려받지 못한다”고 불만을 표했다. 이어 “젤렌스키는 이 ‘수월한 돈벌이’를 유지하고 싶어 할 것”이라며 “그의 나라는 산산조각이 났고 수백만 명이 불필요하게 죽었다”고 비판했다.이는 같은 날 젤렌스키 대통령이 “트럼프는 허위 공간에 살고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한 반격 차원으로 풀이된다.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후 우크라이나 희토류 지분의 50%를 요구한 것을 두고도 “나라를 팔 수 없다”며 거부 의사를 보였다.다만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광물 협상의 신속한 타결을 위해 우크라이나와 ‘단계적 합의’를 추구할 가능성을 거론했다. 우크라이나로부터 먼저 희토류 제공 약속을 받아낸 후 당초 주장했던 ‘50%’ 수치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러 철수한 美기업 손실 466조 원 만회 의사”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러 행보가 전쟁 후 러시아에서 철수한 미국 기업의 손실을 만회하려는 의도라고 진단했다. 18일 리야드 회담에 참석한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국부펀드 대표는 당시 미국 측에 전쟁 발발 후 미국 기업이 최소 3240억 달러(약 466조 원)의 손실을 봤다는 자료를 건넸다. 특히 정보기술(IT) 및 미디어 산업이 1230억 달러(약 177조 원), 소비자 및 의료 산업이 940억 달러(약 135조 원)의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부동산 사업가 출신으로 ‘돈’에 민감한 트럼프 대통령을 공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다만 미국 의회에서는 초당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우려하고 있다. 집권 공화당의 존 케네디 상원의원은 19일 “전쟁을 시작한 사람은 푸틴”이라며 “푸틴은 ‘깡패’”라고 비판했다. 야당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푸틴 같은 폭력배를 편드는 미국 대통령을 보자니 역겹다”고 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 같은 행보가 “(푸틴에 대한) ‘항복’에 가깝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나토를 탈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간)로 예정됐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을 다음 달 10일로 돌연 연기했다. 18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튀르키예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사우디에서 열린 미국과 러시아의 회담에 초대받지 못했다”며 “우크라이나 없이 전쟁을 어떻게 끝낼지 결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사우디에서 종전 논의를 진행하면서 사실상 들러리가 된 것에 대해 공개적인 불만을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설정한 최후 통첩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것 같다”며 “우리는 회담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영토를 러시아로 흡수하고,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할 수 없다는 내용의 계획을 지난해 6월 제시했다.사우디 소식통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젤렌스키 대통령이 회담에 참석하기를 바랐다고 블룸버그통신에 전했다. 하지만 미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젤렌스키 대통령의 참석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젤렌스키 대통령은 우군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과 주권을 지지한다”며 “협상을 완료하는 데 필요한 모든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튀르키예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미국 간 회담을 위한 이상적인 장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튀르키예는 나토 회원국이며 동시에 우크라이나, 러시아와 지리적으로 가깝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도 이날 통화를 하고 유럽의 평화유지군 배치 등 안보 보장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군대가 우크라이나에 파병될 것이라고 발표한 적은 없다”며 한발 물러섰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매우 잘 진행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에 대해) 더 많은 자신감을 얻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진행된 미국과 러시아 간 고위급 회담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또 이달 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러시아는 이날 회담에서 대러 제재 완화를 비롯한 향후 ‘경제 협력’ 방안까지 논의했다.이에 따라 24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3주년을 앞두고 미국의 대(對)러 정책이 ‘제재’에서 ‘협력’ 중심으로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은 러시아와 관계 회복에 합의하면서도 우크라이나엔 정권 교체 필요성까지 내비쳤다. 향후 진행될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에서도 미국이 우크라이나는 배제하고 러시아와 긴밀히 소통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트럼프, 바이든 ‘대러 접근’ 뒤집어”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저인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는 뭔가를 하고 싶어 한다. 그들은 포악한 야만적인 행동을 멈추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회견을 마치고 나가면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이달 말 안에 만날 것인가’라는 질문에 “아마도”라고 답해 미-러 정상회담이 이달 내 이뤄질 가능성을 시사했다.미-러가 단순한 종전 협상을 넘어 관계 회복 및 경제 협력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미-러 회담을 마친 뒤 “양측이 우크라이나 평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으며 지정학적, 경제적 측면에서 러시아와 협력할 수 있는 놀라운 기회를 모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우크라이나 종전 방안을 다룰 고위급 협의체 구성과 더불어 양국 대사의 신속한 임명, 외교 공관 운영 정상화 등에도 합의했다.이에 대해 NYT는 “러시아를 처벌하려는 서방의 노력을 좌절시키는 우회전”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의 대러 접근 방식을 뒤집으려는 의도를 나타냈다”고 진단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다양한 대러 경제 제재를 추진했고, 우크라이나에 대해선 무기 지원을 지속했다. 러시아가 미국과 협상을 통해 경제 제재에서 벗어나고 협력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는 것에 대해 CNN은 “푸틴의 엄청난 승리”라고 평가했다.일각에선 미국의 이 같은 정책 전환이 중-러 협력을 느슨하게 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중 간 경쟁이 격화되는 과정에서 미국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해 중국을 더욱 고립시키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젤렌스키 지지율 4%밖에 안 돼”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침공의 피해자인 우크라이나에 대해선 사실상 ‘정권 교체’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압박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서 선거를 치른 지 오래됐다. 우크라이나에는 결코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전쟁이 벌어지는 것을 방치한 지도부가 있다”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화살을 겨눴다. 이어 “우크라이나 지도자(젤렌스키)의 지지율은 4%밖에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 해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유럽의 대립도 불거지고 있다. 루비오 장관은 “우크라이나 분쟁을 종식하기 위해서는 모든 당사자의 양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경제 제재 완화 및 해제 등 러시아의 요구를 상당 부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란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가 손에 쥐고 있는 강력한 카드를 내주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밝혀 미국과는 입장이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실제로 EU는 루비오 장관의 대러 제재 완화 발언에도 19일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부과하기로 했다. 러시아산 1차 알루미늄과 기존의 러시아산 석유 수출 제한을 우회하는 유조선(그림자 함대) 등이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간)로 예정됐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을 다음 달 10일로 돌연 연기했다. 18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튀르키예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사우디에서 열린 미국과 러시아의 회담에 초대받지 못했다”며 “우크라이나 없이 전쟁을 어떻게 끝낼지 결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사우디에서 종전 논의를 진행하면서 사실상 들러리가 된 것에 대해 공개적인 불만을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설정한 최후통첩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것 같다”며 “우리는 회담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영토를 러시아로 흡수하고,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할 수 없다는 내용의 계획을 지난해 6월 제시했다.사우디 소식통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젤렌스키 대통령이 회담에 참석하기를 바랬다고 블룸버그통신에 전했다. 하지만 미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젤렌스키 대통령의 참석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젤렌스키 대통령은 우군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과 주권을 지지한다”며 “협상을 완료하는 데 필요한 모든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튀르키예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미국 간 회담을 위한 이상적인 장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튀르키예는 나토 회원국이며 동시에 우크라이나, 러시아와 지리적으로 가깝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도 이날 통화를 하고 유럽의 평화유지군 배치 등 안보 보장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군대가 우크라이나에 파병될 것이라고 발표한 적은 없다”며 한 발 물러섰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2023년 10월 7일 발발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의 전쟁이 18일로 500일을 맞은 가운데, 이스라엘이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주민들의 자발적 출국을 담당하는 부서를 국방부 산하에 설치하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가자 주민을 요르단, 이집트 등 주변 아랍국으로 강제 이주시킨 뒤 가자지구를 고급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구상을 실무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날 가자 주민의 이주를 돕는 부서를 국방부 산하에 설치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제3국으로의 이주를 원하는 주민은 육해공 어느 경로를 택해 출국하더라도 광범위한 지원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또한 “가자지구를 변화시키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에 전념하고 있다”며 전쟁이 끝난 후 가자지구에는 하마스와 하마스 이전에 가자를 통치했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모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이스라엘 소셜미디어 등에선 고층빌딩이 즐비한 최첨단 도시로 탈바꿈한 가자지구의 미래를 구현한 이미지들이 속속 게시되고 있다. 18일 예루살렘포스트 등에 따르면 이 이미지는 전쟁 발발 약 두 달 뒤인 2023년 12월쯤 이스라엘 산업계가 네타냐후 총리에게 건의한 가자지구 재건 계획인 ‘가자 2035’ 재건안 프레젠테이션(PT)에 담겼던 내용이다. 가자지구에 전기차 생산 인프라를 세우고, 사우디아라비아가 건설 중인 ‘네옴시티’ 신도시와의 개발을 연계한다는 안 등이 담겼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 구상에 대한 우려는 미국 공화당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친(親)트럼프 인사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17일 미 의회 대표단 자격으로 이스라엘을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은 어떤 방식으로든 가자지구를 점령하려는 의욕이 없다”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주민 강제 이주를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7일 이스라엘군이 최근 PA가 통치하는 요르단강 서안에서도 대규모 군사 작전을 이어가면서 이곳 주민 약 4만 명이 강제 이주해야 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이스라엘이 1967년 서안을 점령한 뒤 최대 규모의 민간인 이주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가자지구와 서안 양쪽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대규모 이주가 본격화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이스라엘군은 최근 서안 내 제닌, 툴카렘, 투바스 등에서 하마스 지지 세력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를 소탕한다는 이유로 가옥 수백 채를 부수고 도로, 수도관, 전력망 등을 파괴했다. 이 과정에서 서안 주민 또한 이스라엘의 강압에 못 이겨 속속 이곳을 떠나고 있다는 것. 현지 주민들은 이스라엘군이 확성기로 주민들에게 “당장 떠나지 않으면 사격하겠다”는 방송을 거듭 내보냈다고 밝혔다. 특히 2022년 말 네타냐후 총리가 세 번째 집권한 후 서안 내 유대인 정착촌 건설이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어, 더욱 많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살던 곳을 떠나야 했다고 NYT는 진단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이 제3국으로 자발적으로 출국할 수 있도록 돕는 새로운 조직을 국방부 산하에 설립하기로 했다고 17일(현지 시간) 밝혔다. 가자지구 주민들을 이주시켜 가자지구를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구상을 이스라엘 정부 차원에서 돕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17일 가자지구 주민들의 이주를 돕는 조직을 국방부 산하에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제3국으로 이주를 원하는 가자지구 주민이라면 누구든지 육해공 어느 경로든 출국을 위한 광범위한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조직은 국방부 산하 팔레스타인 업무조직 민간협조관(COGAT), 국방부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 형태로 운영될 예정이다.국방부의 이 같은 조치는 4일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가자지구 구상을 돕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또한 “가자지구를 다르게 만들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에 전념하고 있다”며 “가자전쟁이 끝난 후 가자지구에 하마스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자지구 주민 수용을 압박당하고 있는 이집트는 주민 이주 없이 가자지구를 재건하는 계획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집트 국영 알아흐람 신문은 이집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집트가 가자지구 내에 주민들이 재건 초기에 머물 수 있는 보안 구역(secure area)을 설정하고 이집트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가자지구를 재건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집트는 이 방안과 관련해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구상에 대한 이견은 아랍 국가뿐 아니라 미 공화당에서도 나오고 있다.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대표적인 친(親)트럼프 인사 중 한 명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17일 상원 대표단 자격으로 이스라엘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 가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미국이 어떤 방식으로든 가자지구를 점령하려는 의욕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미국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을 논의하기 위한 장소로 사우디아라비아를 선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추진할 가능성이 큰 미국과 이란의 핵 합의 또한 사우디가 중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사우디가 트럼프 대통령 일가와의 친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국제적 영향력을 끌어올리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16일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중동특사는 미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마이클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함께 사우디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을 갖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미 CNN방송은 사우디가 미국과 이란의 핵 합의도 중재할 의향이 있다고도 보도했다. ‘가자 전쟁’을 거치며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레바논 헤즈볼라 등 대리조직을 잃은 이란이 핵 개발이란 최후의 선택을 하기 전에 이를 협상으로 풀어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슬람교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는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과 줄곧 대립해 왔다. 사우디는 최근 국제 무대에서 중재자로서 조용히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2022년 9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포로 10명 교환을 시작으로 사실상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를 시작했다. 지난해 8월에는 냉전 이후 최대 규모라고 여겨지는 미국과 러시아 간의 수감자 24명 교환에도 기여했다. 이달 11일 러시아에 억류돼 있던 미국인 마크 포겔의 석방에도 무함마드 왕세자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가 중재국으로 부상한 배경에는 ‘오일 머니’에서 나오는 경제력이 있다. 사우디의 경제 규모는 중동 산유국 6개국이 모여 창설한 ‘걸프협력회의(GCC)’ 중 가장 크다. 사우디는 이런 경제력을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과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당시 첫 해외 순방지로 찾은 곳도 사우디였다. 사우디는 트럼프 대통령의 퇴임 이후에는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펀드에 20억 달러를 투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차남 에릭은 지난해 7월 사우디 제2의 도시 제다에 트럼프 타워를 개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우디의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배후 의혹과 원유 감산 등 문제로 조 바이든 전 대통령 때 틀어졌던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개선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부와 권력을 가졌다며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ything)’으로도 불리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평화 중재자로도 성공할지 관심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중재자로서의 역할은 사우디의 능력을 평가하는 리트머스시험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