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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해 왔던 러시아가 시리아 주둔군 사령관을 경질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2020년 이후 정부군이 우세를 보이며 소강상태를 이어왔던 ‘시리아 내전’은 최근 반군이 역습에 나서며 격화하고 있다. 반군은 지난달 30일 북서부 제2의 도시인 알레포 대부분 지역을 점령한 후 중부로 진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명 러시아 군사 블로거 라이바르와 보에니 오스베도미텔은 러시아군 소속 세르게이 키셀 시리아 주둔군 사령관이 최근 경질됐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7일 대규모 공세를 시작한 반군은 나흘 만에 알레포 탈환을 눈앞에 두게 됐다. 정부군이 알레포를 뺏긴 것은 8년 만이다. 2011년 3월에 시작된 시리아 내전은 반군이 2012년 알레포를 점령해 거점으로 삼으며 대규모 전쟁으로 확대됐다. 시리아 정부군은 2015년 러시아의 대규모 지원에 힘입어 승기를 잡았다. 반군은 2016년 정부군과 러시아군의 연합 공격으로 알레포에서 물러났다. 군사 블로거들은 키셀 사령관이 알레포를 빼앗긴 책임을 지고 물러나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번 공세는 반군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 샴(HTS)’이 주도하고 있다. HTS는 테러단체 알카에다와 관계를 끊고 독립적으로 활동한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은 여전히 알카에다와 연계되어 있다고 보고 HTS를 테러단체로 지정한 상태다. 그간 러시아는 시리아 반군에 대한 대규모 공습에 가담하는 등 정부군을 도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2000년부터 장기 집권 중인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을 향한 제재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국제무대에서도 시리아 정부의 편을 고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며 러시아의 지원이 약화되자 반군이 본격적인 공세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는 군사 추가 지원을 약속하며 아사드 정권 지원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세 전환이 시급한 상황에서 러시아가 ‘아마겟돈 장군’이라고 불리는 세르게이 수로비킨 전 합동군 총사령관을 시리아에 급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수로비킨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비인도적인 공격으로 유명하다. 2017년 러시아군을 이끌고 시리아 내전에 참가한 그는 민간인 거주지에서 무차별 폭격을 가해 전쟁 범죄 논란이 일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022년 10월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에 수세에 몰리자 ‘초강경 매파’로 분류되는 수로비킨을 합동군 총사령관으로 임명했다. 전세를 뒤집지 못하자 수로비킨은 3개월 만에 교체됐고, 이어 민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 무장반란 연루 의혹을 받다 좌천된 상태로 알려졌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수많은 기업인과 로비스트들이 트럼프와의 만남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워싱턴 ‘K스트리트’ 로비스트들은 고객들에게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며 공화당과의 관계를 강화하라고 조언하고 있다.”(월스트리트저널·WSJ)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국내외 글로벌 기업들은 트럼프 당선인과의 관계 구축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관련 인사 영입은 물론 로비업체 등이 밀집해 ‘미국 로비의 본산’으로 불리는 K스트리트와의 접촉에 적극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재계 관계자는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가장 큰 위험 요소는 불확실성”이라며 “관련 인맥을 파악해 대처할 라인업을 구축하고 정책 동향을 사전 파악해 사업 전략을 선제적으로 마련하는 게 최대 과제”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도 K스트리트 총집결 1일(현지 시간) 워싱턴 정계와 한미 재계에 따르면 워싱턴 백악관 북쪽에 있는 가로 4마일(약 6.4km)의 도로인 K스트리트에선 트럼프 당선인 및 공화당 인사들과 인맥을 만들려는 기업들의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관세 부과 방침 발표 이전부터 이미 K스트리트는 계약을 원하는 기업들의 요청이 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국내 기업들은 K스트리트의 로비업체들을 활용할 뿐 아니라 미 정치권과 인연이 있는 중량감 있는 인사 영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북미통’ 외국인 경영자인 호세 무뇨스 사장을 임명하고 성 김 전 주한 미국대사를 대관 등을 담당하는 사장으로 지명했다. 삼성은 2022년에 북미 지역 대외업무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한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관련 업무를 챙길 예정이다. LG도 2022년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비서실 차장을 지낸 조 헤이긴을 미 워싱턴사무소장으로 영입해 대관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미 상원 재정위원회 국제무역 고문과 무역대표부(USTR) 부비서실장을 지낸 폴 딜레이니를 최근 미국 대외협력법인 SK아메리카스의 부사장으로 영입한 SK그룹은 8월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방한했을 당시 협력했던 재미교포 사업가와도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교포 사업가는 트럼프 당선인과 인연이 있는 종교계 인사들과도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차기 행정부와의 관계 구축에 사활이 걸렸다는 판단 아래 트럼프 당선인 및 측근과 개인적 친분이 깊은 ‘C레벨(최고경영자급)’들의 보폭도 커질 전망이다. 한화그룹은 지난달 김승연 회장이 한화솔루션, 한화시스템, 한화비전에 이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회장직을 겸하기로 했다. 김 회장은 2016년 트럼프 당선인의 첫 대통령 취임식에 초대받았을 정도로 인연이 깊은 인물로 꼽힌다. 유정준 SK 부회장은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인 해럴드 햄 콘티넨털 리소스 회장과 각별한 사이로 알려졌다. 햄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미 에너지 업계의 유명 인사다. 유 부회장은 9월 햄 회장의 저서를 국내 출판할 당시 햄 회장이 방한한 출판기념회를 열기도 했다.● “애플 팀 쿡처럼 트럼프와 우호 관계를”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네트워크 구축은 미국 기업에도 ‘0순위 업무’가 됐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과 직접 소통 채널을 만들려는 거물급 최고경영자(CEO)들의 노력이 눈에 띈다. 지난 10여 년간 트럼프 당선인과 날카로운 긴장관계 속에 있던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도 최근 트럼프 당선인의 플로리다 마러라고 사저를 직접 찾아 저녁식사를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NYT는 “최근 CEO들 사이에서 롤모델로 꼽히는 건 1기 행정부 때부터 트럼프와 좋은 관계를 맺었던 애플의 팀 쿡 CEO”라며 “다른 기업들이 로비스트나 담당 임원을 통해 접근할 때 쿡 CEO는 트럼프에게 직접 전화하고 식사를 제안하는 적극적인 소통 전략으로 대중국 무역 규제를 빠져나갈 수 있었다”고 전했다. WSJ는 “최근 기업 임원들은 트럼프가 싫어하는 기성 미디어 인터뷰를 피하는 대신 트럼프가 선호하는 팟캐스트 출연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기업 홈페이지에서 환경, 사회 및 기업 거버넌스(ESG) 같은 (민주당 성향의) 홍보 문구를 삭제하고 일자리 창출 성과를 강조하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트럼프의 대북 키맨(key man·핵심 인사)’으로 꼽히는 앨릭스 웡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 지명자(사진)가 과거 대북협상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 지도부엔 일관된 외교 전략이 없다. 그것이 평양의 비밀”이라 평가했던 글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2018년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에 관여했던 웡 지명자는 ‘트럼프 1기 북핵팀’ 가운데 현재까지 유일하게 차기 행정부에 합류가 결정된 인사. 웡 지명자는 2021년 4일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직후 안보전문매체 ‘리얼클리어디펜스’에 기고한 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극도로 우유부단하다”고 평가했다. 웡 지명자는 “많이들 김 위원장이 (대화 시도와 도발이란) 모순적 행동으로 세계를 가지고 논다고 하지만, 이는 의도된 행동이 아닐 것”이라며 “그는 심각할 정도로 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웡 지명자는 “북한과 협상하며 깨달은 바로는 평양엔 외교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모든 것을 통제하는 구조 아래 북한의 의사결정이 질서 정연할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현실은 이와 다르다”고 했다. 그는 북한 정부가 내놓는 메시지에 대해 “수사적 기교뿐, 일관된 전략이 없다”며 “북한의 행동과 발언을 과대 해석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런 문제들이 북한 최고위층의 극심한 보신주의가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참모진이 정직한 선택지와 대안을 보고하지 않는 탓에 김 위원장은 일관성 없는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이 혼란을 더 가중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북한 내부의 ‘알력 다툼’도 직접 목격했다고 회고했다. 웡 지명자는 2018년 실무 협상을 위해 평양 고려호텔에서 북한 고위급 인사를 만났을 때 “그는 미 협상단 앞에서 경쟁 부처를 공개적으로 깎아내렸다”고 전했다. 식사 도중 그에게 다른 북한 정부 관계자가 접근해 경멸 섞인 어조로 약점을 캐내려고 시도했다고 한다. 그는 “북한 측의 무심한 행동에 놀랐으나, 독재자 밑에서 극도로 무력할 수밖에 없는 북한 관료제의 비효율성이 드러난 사례”라고 설명했다. 웡 지명자는 이런 북한에 대한 대응을 위해 “외교 당국 등 관료 조직을 우회해 김 위원장의 ‘이너 서클(inner circle·핵심 측근)’과 직접 소통하는 채널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북한 정부와 당 조직은 지나친 경쟁에 휘말려 협력이 사라지고 사실상 마비된 상태”라 외교 당국과 협상이 어렵다고 봤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트럼프의 대북 키맨(key man·핵심인사)’으로 꼽히는 앨릭스 웡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 지명자가 과거 대북협상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 지도부엔 일관된 외교 전략이 없다. 그것이 평양의 비밀”이라 평가했던 글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2018년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에 관여했던 웡 지명자는 ‘트럼프 1기 북핵팀’ 가운데 현재까지 유일하게 차기 행정부에 합류가 결정된 인사.웡 지명자는 2021년 4일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직후 안보전문매체 ‘리얼클리어디펜스’에 기고한 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를 “극도로 우유부단하다”고 평가했다. 웡 지명자는 “많이들 김 위원장이 (대화 시도와 도발이란) 모순적 행동으로 세계를 가지고 논다고 하지만, 이는 의도된 행동이 아닐 것”이라며 “그는 심각할 정도로 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웡 지명자는 “북한과 협상하며 깨달은 바로는 평양엔 외교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모든 것을 통제하는 구조 아래 북한의 의사결정이 질서정연할 것이라 생각하지 쉽지만, 현실은 이와 다르다”고 했다. 그는 북한 정부가 내놓는 메시지에 대해 “수사적 기교뿐, 일관된 전략이 없다”며 “북한의 행동과 발언을 과대 해석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런 문제들이 북한 최고위층의 극심한 보신주의가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참모진이 정직한 선택지와 대안을 보고하지 않는 탓에 김 위원장은 일관성 없는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이 혼란을 더 가중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북한 내부의 ‘알력 다툼’도 직접 목격했다고 회고했다. 웡 지명자는 2018년 실무 협상을 위해 평양 고려호텔에서 북한 고위급 인사를 만났을 때 “그는 미 협상단 앞에서 경쟁 부처를 공개적으로 깎아내렸다”고 전했다. 식사 도중 그에게 다른 북한 정부 관계자가 접근해 경멸 섞인 어조로 약점을 캐내려고 시도했다고 한다. 그는 “북한 측의 무심한 행동에 놀랐으나, 독재자 밑에서 극도로 무력할 수밖에 없는 북한 관료제의 비효율성이 드러난 사례”라고 설명했다. 웡 지명자는 이런 북한에 대한 대응을 위해 “외교 당국 등 관료조직을 우회해 김 위원장의 ‘이너서클(inner circle·핵심 측근)’과 직접 소통하는 채널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북한 정부와 당 조직은 지나친 경쟁에 휘말려 협력이 사라지고 사실상 마비된 상태”라 외교 당국과 협상이 어렵다고 봤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올 9월 화재로 운영이 중단됐던 남수단 이태석기념병원이 두 달 만에 진료를 일부 재개했다. 현재는 급하게 마련한 임시 진료소에서 응급환자와 만성질환자 등만 제한적으로 진료를 보고 있다. 정상 복구는 내년 중 이뤄질 전망이다.1일 사단법인 ‘이태석신부의 수단어린이장학회’에 따르면 남수단 톤즈에 있는 이태석기념병원은 지난달 11일 인근 빈 건물을 활용해 임시 진료소를 개소하고 환자를 다시 받기 시작했다. 병원은 앞서 9월 화재로 병실 2개가 소실됐고 의약품이 전부 불에 탔다. 또 태양열 발전 설비가 손상돼 전기 공급마저 끊기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화재 원인은 전기 배선의 합선으로 추정되며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수단어린이장학회는 임시 진료소 개설에 필요한 전기 설비와 의약품 구비 등 관련 비용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이태석기념병원은 2014년 이탈리아 살레시오 수도회의 지원을 받아 설립된 병원으로 매일 약 200명이 찾는 톤즈의 주요 의료기관이다. 2020년부터는 수단어린이장학회가 병원의 인건비와 운영비 전액을 부담하고 있다. 수단어린이장학회는 2007년 출범한 비영리 사담법인으로 톤즈를 중심으로 남수단 내 청소년 교육과 의료사업을 지원하는 단체다. 이 신부는 1987년 인제대 의대를 졸업한 뒤 천주교 사제가 돼 2001년 내전 중인 남수단의 시골 마을 톤즈로 향했다. 이곳에 병원과 학교 등을 짓고 의료 선교 활동을 벌이다가 2010년 대장암 투병 중 48세에 선종했다. 이 신부의 권유로 의사가 되기 위해 한국으로 유학 온 제자 토머스 타반 아콧 씨(39)와 존 마옌 루벤 씨(37)는 올 2월 한국 전문의 시험에 합격했다. 이들은 한국에서 전임의 과정을 마친 후 남수단에 돌아갈 예정이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급진 좌파 광인들(Radical Left Lunatics)’이 미국을 망치려 애썼지만 우리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8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추수감사절 인사에서 “급진 좌파의 생각과 정책은 절망적으로 형편없다. (나의 재집권으로) 미국은 공정하고 생산적이며 강해질 것”이라고 썼다.조 바이든 행정부가 비(非)백인 및 성소수자 우대, 성평등 등을 강조하기 위해 도입한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정책을 대대적으로 손볼 뜻을 밝힌 것이다. 보수 진영은 진보 진영이 중시하는 DEI, ‘워크(woke·깬 의식, 진보 진영을 비꼬는 말)’ ‘정치적으로 올바름(PC·political correctness)’ 등의 개념이 능력주의를 훼손할 뿐 아니라 또 다른 차별과 불평등을 조장한다고 비판해 왔다.낙태, 성소수자, 교육, 총기, 이민, 기후변화, 종교 등에서 보수 성향을 분명히 드러낸 그가 백악관 주인으로 복귀함에 따라 보수와 진보 진영이 각종 사회 문제에서 이념적으로 대립하는 현상을 뜻하는 ‘문화 전쟁(culture war)’도 격화하고 있다.트럼프 당선인이 발탁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44),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장관 지명자(53), 엘리스 스터파닉 주유엔 미국대사 지명자(40), 스티븐 밀러 백악관 정책담당 부비서실장 지명자(39) 등은 한결같이 ‘보수 전사(戰士)’를 자처한다. 이들은 입을 모아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DEI, 워크, PC 문화를 타파하겠다”고 외친다.트럼프 2기에 어떤 식으로든 중용될 가능성이 높은 세라 허커비 샌더스 아칸소 주지사(42),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58), 팟캐스트 진행자 조 로건(57) 등도 문화전쟁 의제에서 강한 보수 성향을 드러낸다. 트럼프 당선인이 왜 문화전쟁 의제를 강조하는지, 그가 발탁한 보수 전사의 면면은 어떤지 살펴본다.》● 놈 “성폭력 임신도 낙태 금지” 2019년부터 미 북서부 사우스다코타 주지사로 재직 중인 놈 지명자는 초강경 낙태 반대파다. 그는 2022년 6월 성폭력,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 등을 포함해 주내에서 22주 이상의 낙태를 금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당시 그는 “성폭력과 근친상간은 비극이나 이 비극이 태아 사망이라는 다른 비극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총기 또한 적극 옹호한다. 2022년 주정부 허가가 없어도 공공장소에서 총기 소지를 허용하는 취지의 법안에 서명했다. 개개인이 총기 소유 면허를 발급받을 때도 주 정부가 비용을 지원한다. 총기 소유는 보수 진영에서 ‘개인의 자유’와 연결지어 특히 중시하는 의제다. 그는 지난해 전미총기협회(NRA) 행사에서 “나의 두 살짜리 손녀도 여러 총기를 소유하고 있다”고 했다. 또 무기 소지권을 적시한 수정헌법 2조를 거론하며 “무기를 소지하고 휴대할 권리는 신(神)이 주신 것이고 이를 지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친(親)트럼프 성향의 정치인이 문화전쟁을 부추기기 위해 ‘피 묻은 총’을 흔들고 있다”며 놈 지명자가 그 중심에 있다고 평가했다. 올 8월에는 “민주당이 아이들에게 돌이길 수 없는 절단(성전환 수술)을 지원한다”며 “워크는 미국의 가치와 어긋나는 급진적이고 극단적인 가치관”이라고 했다.● 밀러 “가장 화려한 불법이민 단속” 트럼프 2기의 백악관 ‘문고리 권력자’ 중 하나로 꼽히는 밀러 지명자는 트럼프 1기 때부터 강경한 반(反)이민 정책을 주도했다. 당시 이란, 이라크, 시리아, 리비아, 예멘, 소말리아, 수단 등 이슬람 7개 국가 국민의 입국을 90일간 금하는 반이민 정책을 관장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에는 문화전쟁 투사로 변신했다. 2021년 4월 비영리단체 ‘아메리카퍼스트리걸(AFL)’을 설립해 DEI 정책을 시행하는 기업 등을 상대로 100건이 넘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DEI는 백인 남성을 차별하는 정책”이라며 디즈니, 나이키, 마텔, 허쉬, 유나이티드항공,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등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펜실베이니아주 등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있는 일부 주에도 “급진적인 성소수자 교육을 조장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밀러는 차기 행정부에서 국토안보보좌관직도 겸하기로 해 반이민 정책에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최근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가장 화려한(spectacular) 이민 단속을 위해 방대한 권한을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또 미 50개 주 방위군을 불법 이민 단속에 투입하고, 불법 이민자를 위한 대규모 구금 시설도 만들자고 주장한다. 구금 시설이 부족하면 텐트형 임시 수용소까지 도입하자고 했다. 그는 지난달 27일 “미국은 미국인을 위한, 미국인만을 위한 나라”라고 말하며 반이민 정서를 부추겼다. 범죄자와 범죄 조직이 미 국경을 넘어와 강간과 살인을 저지르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28일에도 폭스뉴스에 출연해 “트럼프 1기 때는 멕시코와 미국이 합심해 국경을 지켰지만 바이든이 이를 물거품으로 만들었다”며 “미국이 테러리스트와 적국의 침공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NYT는 “밀러의 복귀는 트럼프 2기에 이민 정책이 핵심 의제가 될 것임을 시사한다”며 그가 이민 외에도 트럼프 2기 행정부 운영에 깊이 관여할 것으로 점쳤다.● 명문대 총장 줄사퇴시킨 ‘킬러’ 스터파닉 체코계인 스터파닉 지명자는 명문대의 여성 총장 줄사퇴를 주도하며 보수 진영의 전국적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한 후 미국 주요 대학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친이스라엘 정책을 비판하는 시위가 번졌다. 일부 시위대는 학내 유대계 학생과 교직원에 대해 위협, 폭언을 가했다. 이 과정에서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학내 반유대주의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총장들을 몰아내자”는 여론이 조성됐다. 같은 해 12월 하원에서는 이에 관한 청문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스터파닉은 총장들에게 “유대인 학살 등을 요구하는 일부 학생의 행태가 학내 강령에 위반되는지를 ‘예, 아니요’로 답하라”고 했다. 당시 모호하게 답한 클로딘 게이 전 하버드대 총장, 엘리자베스 맥길 전 펜실베이니아대 총장 등은 청문회 직후 거센 비판을 받고 자진 사퇴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청문회 직후 측근과의 만찬 중 스터파닉을 부통령 후보군으로 거론하며 “킬러”라고 호평했다. 특히 그가 줄곧 “유엔이 반유대주의적”이라고 비판한 점을 눈여겨보고 유엔 대사로 발탁한 것으로 보인다. 스터파닉은 19일 워싱턴에서 열린 친이스라엘 단체 행사에서 “유엔은 반유대주의자들의 소굴이다. 유엔은 미국과 이스라엘을 배신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팔레스타인을 돕기 위한 유엔 산하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에 일부 하마스 대원이 위장 근무했고, 유엔여성기구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선제 공격을 규탄하는 성명을 낸 후 이를 철회한 점도 문제 삼았다.● ‘트럼프의 입’ 샌더스 “좌파교육 퇴출” 트럼프 1기 때 3년 넘게 백악관 대변인으로 일한 샌더스 주지사는 보수 교육 전사를 자처한다. “미국을 가르는 경계는 좌파와 우파가 아니라 정상(normal)과 비정상(crazy)”이라며 “학교가 좌파 의제로 학생을 세뇌하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지난해 1월 취임 다음 날 ‘미국의 인종차별은 개개인의 잘잘못이 아닌 차별을 조장하는 각종 사회 체계와 구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비판적 인종이론(CRT·critical race theory) 학습을 금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2개월 후에는 CRT 교육 금지, 기독교 교육 강화 등이 골자인 ‘런스(LEAERNS) 법안’도 통과시켰다. 지난해에는 주내 미성년자의 성전환 치료도 사실상 금했다. 특히 관련 시술을 제공한 의료기관에 대한 소송 기준을 대폭 완화했다. 성전환 시술을 해준 병원을 상대로 쉽게 소송을 걸 수 있도록 만들어 시술 자체를 줄이겠다는 의도다. 그는 1999∼2007년 역시 아칸소 주지사를 지낸 공화당 중진 마이크 허커비 전 주지사의 딸이다. 허커비 전 주지사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이스라엘 미국대사로 임명됐다. 부녀가 모두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의 차기 대권주자 후보군에도 오르내리는 영킨 주지사 역시 보수 교육 강화로 전국적 지명도를 얻었다. 그 역시 2022년 1월 취임 당일 “CRT는 피부색을 이유로 특정 개인을 인종차별주의자로 규정하는 분열적인 개념”이라며 CRT 학습을 금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또 트랜스젠더(성전환자) 학생이 생물학적 성별과 다른 화장실 및 탈의실을 이용하는 것을 대폭 제한했다.● 헤그세스 “트랜스젠더-여성 군인 퇴출” 최근 영국 더타임스는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1월 20일 취임 첫날 트랜스젠더 군인의 복무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전했다. 성전환자의 신규 입대를 금하는 것은 물론이고 약 1만5000명으로 추정되는 현역 트랜스젠더 군인까지 사실상 강제 전역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주도할 헤그세스 지명자는 최근 팟캐스트에 출연해 “워크, DEI에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군인은 계급에 관계없이 내쫓겠다”고 말했다. 이어 “군은 강하고 평범한 남성으로만 채워져야 한다”며 “트랜스젠더 군인은 군 기강과 준비 태세를 약화시키고 여성 복무도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고 주장했다. 주요 전투 병과를 남성으로만 채우고, 바이든 행정부가 도입한 현역 군인의 낙태 지원 정책 등도 폐기할 뜻을 비쳤다. 헤그세스는 프린스턴대 졸업 후 미 육군 방위군으로 임관해 관타나모 해군 기지에서 복무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도 참전했다. 2014년부터 폭스뉴스의 진행자로 일하며 트럼프 1기 당시 당선인의 각종 정책을 강하게 옹호했다. CNN에 따르면 폭스뉴스 동료 진행자들은 “헤그세스는 생방송을 할 때 광고 때마다 트럼프 당선인의 소셜미디어를 보며 그가 자신의 방송을 보는지 확인했다”고 전했다. 사실상 트럼프를 위한 ‘맞춤형 방송’을 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 또한 6월 헤그세스가 진행하는 폭스뉴스에 출연해 “군은 승리하기 위해 존재하지 ‘워크’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워크 장성을 모조리 해고할 것”이라고 했다.● 美 ‘이대남’ 사로잡은 로건 트럼프 당선인의 이번 승리에는 ‘미국판 이대남(20대 남성)’의 적극 지지가 있었다는 평이 많다. 여기에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이 로건이다. 프로레슬링(UFC) 해설자 출신 코미디언으로 2009년부터 팟캐스트 방송 ‘조 로건 익스피리언스’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미 사회의 과도한 ‘워크’ 움직임에 반발하고 워싱턴의 정치 엘리트를 자주 비판해 왔다. 특히 “워크가 군을 망치고 있다. 실력에 상관없이 비(非)백인이면 무조건 뽑으라는 정책”이라며 “단순히 숫자를 맞추자는 논리라면 UFC에 트랜스젠더 선수 쿼터제를 도입해야 맞겠냐”고 비꼬았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직전 이 방송에 출연해 3시간 넘게 인터뷰를 진행했다. 공개 24시간 만에 유튜브에서만 260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당시 로건은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도 출연을 제의했지만 해리스 측이 거절했다. 시사매체 디애틀랜틱은 “민주당은 (젊은 유권자를 공략할) 좋은 기회가 와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감이 떨어진 상태라 대선에서 패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2기 핵심 의제는 반이민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여러 문화전쟁 의제 중 특히 반이민에 ‘올인(all in·다걸기)’할 것으로 본다. 이종곤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반이민은 그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한 핵심 요인”이라며 “중도층은 물론이고 라틴계, 백인 노동자 등 그간 민주당을 지지했던 유권자도 포섭할 수 있었다”고 진단했다.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찍은 중도층은 대선 쟁점인 고물가, 마약 등 강력범죄 증가를 불법 이민과 연관지어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모든 문제는 불법이민자 때문”이라는 트럼프 식 선동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의미다. 다만 부동산 사업가 출신이며 과거 낙태를 지지한 적도 있는 트럼프 당선인이 보수 이념을 절대적으로 신봉하기보다는 선거 승리의 수단으로 문화전쟁 의제를 강조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그가 정치적 도구로 문화전쟁을 활용한 것은 사실이나 문화전쟁을 강조하는 것이 그의 진심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교수도 “그는 사업가 겸 능력주의자”라며 “국정 운영에서 이념을 크게 중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 주변에는 동성애자도 적지 않다. 그가 2기 재무장관으로 발탁한 스콧 베센트 헤지펀드 ‘키스퀘어그룹’ 창업자, 그의 외교안보 책사이며 2기 국무장관 물망에도 올랐던 리처드 그리넬 전 주독일 미국대사, 실리콘밸리 거물이자 그의 주요 후원자인 피터 틸 페이팔 공동창업자 등이 대표적이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이 집권 1기 때 시행했던 이란에 대한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 기조를 복원할 뜻을 밝혔다. ‘최대 압박’은 트럼프 1기 초기 외교 기조로 이란과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 핵을 포기하게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트럼프 2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마이클 왈츠 공화당 하원의원은 26일 C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2기 외교정책의 우선순위는 이란”이라며 “이란에 대한 최대 압박은 중동뿐 아니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선의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란이 (러시아에) 탄도미사일과 셀 수 없이 많은 무인기(드론)를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 등 서방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이란이 러시아에 ‘샤헤드 136’ 같은 자폭 드론, 탄도미사일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즉, 이란의 대(對)러시아 지원을 끊어야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했던 ‘우크라이나 전쟁의 빠른 종전’이 가능해진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중국에도 경고장을 날렸다. 왈츠 의원은 “중국이 이란산 불법 석유의 90%를 사주고 있다. 이에 관해 중국과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전쟁을 벌였던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27일부터 ‘60일 휴전’에 돌입한 것을 두고도 “트럼프 (재집권) 효과를 본 것”이라고 자찬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의 복귀로 각 지역의 분쟁 당사자가 모두가 “협상에 임하겠다”고 나서고 있다고 공개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휴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내년 1월 20일 미 대통령 취임식 전에 (하마스가 억류 중인 이스라엘) 인질을 귀환시킬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어 1979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 뒤 미국인 52명이 이란 테헤란에서 혁명세력의 인질로 붙잡혔지만 1981년 1월 로널드 레이건 당시 대통령의 취임식 당일에 석방된 사례를 거론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의 방위비 증액도 촉구했다. 그는 “유럽연합(EU)의 경제 규모는 미국과 비슷하다. 그러나 나토 회원국의 절반 정도만 최소한의 방위비를 분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때 각국 국내총생산(GDP)의 최소 2%를 방위비로 지출해야 한다고 압박했고 2기에는 이 비율을 더 늘릴 뜻을 시사했다. 왈츠 의원의 발언은 아직도 2%에 미달하는 나토 회원국에는 이를 속히 2%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이미 2%를 넘긴 국가 역시 더 높이라는 압박으로 풀이된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27일 ‘60일 휴전’에 돌입했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휴전 협정은 요원한 상태다. 양측은 지난해 10월 7일부터 계속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5만 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고,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는 사실상 폐허로 변했다. 현재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내 완전 철군,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억류하고 있는 이스라엘 민간인 인질의 우선 석방 및 하마스 무력화를 휴전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양측의 입장 차이가 커서 좀처럼 협상이 진척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그간 중재 역할을 해 온 카타르와 이집트도 협상 진전과 관련된 기대를 접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AFP통신에 따르면 하마스 측은 27일 “휴전 협상이 준비됐다”고 밝혔으나 이스라엘 측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6일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휴전 성사를 공개하며 “가자지구 역시 평화와 번영을 누려야 한다. 하마스의 유일한 선택지는 인질을 석방하는 것”이라며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을 모두 압박했다. 또한 그는 내년 1월 퇴임 전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협상을 성사시키기를 희망하고 있다며 “하마스에 붙잡힌 이스라엘 인질을 석방시키고 전쟁을 끝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도 CNN에 “헤즈볼라가 휴전에 동의하는 것을 보며 하마스 또한 동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지난해 11월 가자지구 전역에서 1주일간 전투를 중단했지만 이후 내내 교전을 이어 왔다. 올 8월 바이든 행정부가 “휴전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고 밝혔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가자지구 최남단과 이집트 국경을 잇는 ‘필라델피 통로’ 내 이스라엘군 주둔을 조건으로 내걸며 무산됐다. 바이든 대통령 측은 퇴임 전 마지막 외교 치적으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협상을 성사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특히 미국에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수교 중재를 원하는 이스라엘에 “하마스와 휴전하면 수교 중재를 도와주겠다”는 식으로 압박하고 있다. 그간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 없이는 이스라엘과 수교도 없다”고 밝혀 왔다. 바이든 행정부가 브렛 맥거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동·북아프리카 조정관을 26일 사우디에 급파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은 계속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5일부터 가자지구 북부의 주요 도시인 자발리야를 55일째 포위하고 있다. 이 기간 가자 북부 전역에 구호품 보급이 사실상 중단됐다. 유엔 등은 “주민들이 굶어죽을 위기인데도 방관한다”며 이스라엘을 규탄하고 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이스라엘과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27일 오전 4시(한국 시간 오전 11시)부터 60일간의 휴전에 돌입했다.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이 발발하자 하루 뒤 하마스를 지지하며 이스라엘과 교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최고지도자였던 하산 나스랄라를 비롯한 헤즈볼라 수뇌부 대부분이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사망했다. 또 이스라엘군이 지난달 1일 헤즈볼라의 근거지인 레바논 남부에 지상군까지 투입하며 공격 강도를 높여 인적, 물적 피해 모두 극심한 상황이었다. 416일 만의 휴전은 내년 1월 퇴임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과거 레바논을 통치했던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중재로 이뤄졌다. 휴전 발효로 이스라엘군과 헤즈볼라는 레바논 남부에서 모두 철수해야 하고 레바논 정부군과 유엔평화유지군만 주둔할 수 있다. 다만 양측이 휴전 합의문에 자신들의 자위권을 명기해 충돌 재발 가능성은 여전하다. 양측은 이날도 휴전 발효 직전까지 공습을 주고받았다. ● 이-헤즈볼라, 레바논 남부서 모두 철수 바이든 대통령은 26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연설을 갖고 “레바논과 이스라엘의 국경을 가로지르는 전투가 종료될 것”이라며 “이는 적대 행위를 영구적으로 중단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헤즈볼라와 다른 테러 조직은 이스라엘의 안보를 다시 위협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발표 직전 소집된 이스라엘 안보 내각 회의에선 전체 참석자 11명 중 찬성 10표 대 반대 1표로 이 휴전안을 승인했다. 휴전 합의문은 총 13개 조항으로 이뤄져 있다. 헤즈볼라를 포함한 어떤 무장단체도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적 행동을 취하지 않으며, 양측 모두 2006년 결의된 유엔 안보리 ‘1701호’를 이행하는 것이 골자다. 이에 따라 헤즈볼라는 그간 근거지였으며 이스라엘 국경과 인접한 레바논 중남부의 리타니강 이북으로 이동해야 한다. 이스라엘군도 60일 안에 레바논 남부에서 철수를 완료해야 한다. 합의문은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자위권을 행사할 권리를 부정하지 않는다’고 보장함으로써 이스라엘이 협상 과정에서 강하게 요구한 ‘레바논 내 행동의 자유’에 관한 내용도 포함했다. 레바논 남부에서 헤즈볼라가 재건을 시도할 수 있으며 이를 격퇴하겠다는 이스라엘 측 입장이 반영된 것이다. 또 미국은 헤즈볼라가 레바논군에 침투하는 식의 군사적 재건 움직임을 포착할 경우 곧바로 이스라엘에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 휴전 발효 직전까지 ‘최고 강도’ 공격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영상 연설을 통해 휴전 승인 이유로 △이란 위협에 집중 △군에 휴식 제공 및 무기 보충 △하마스 고립 등을 언급했다.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 후 헤즈볼라, 이란과의 교전이 계속되면서 이스라엘 역시 여러 개의 전선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았다. 또 퇴임하는 바이든 대통령, 재집권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전쟁 장기화에 지친 이스라엘 내부 여론 등도 모두 휴전을 압박했다. 다만 휴전이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네타냐후 총리는 “헤즈볼라가 휴전 합의를 위반하고 재무장을 시도한다면 무력으로 대응하겠다”고 못 박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헤즈볼라 고위 관계자 하산 파드랄라도 “수천 명이 저항에 동참할 것”이라며 항전 의지를 고수했다. 양측이 휴전 발효 직전까지 고강도 공격을 주고받은 것도 휴전이 지속되는 게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스라엘은 26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중심부를 공습해 최소 7명이 숨졌다. 이에 맞서 헤즈볼라 역시 이스라엘 북부와 중부를 로켓과 무인기(드론)로 공격했다. AFP통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이번 협상을 “돼지에 립스틱을 바른 격” “곧 끊어질 반창고” 등으로 혹평했다. 휴전의 지속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26일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최대 규모의 무인기(드론) 공격을 우크라이나에 퍼부었다. 이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서부 테르노필, 수도 키이우 등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 곳곳에 공격용 드론 188대를 날렸다. 특히 피해가 집중된 테르노필 일부 지역에서는 전기와 물 공급이 끊기는 등 우크라이나 측의 피해가 상당하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에 “빠른 종전”을 압박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내년 1월 취임을 앞두고 양측이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 측이 양측 모두에 “현재 점령한 영토에서 새 국경선을 긋자”고 압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17개 지역을 드론으로 공격했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이 중 76대를 격추하는 데 성공했으나 96대는 놓쳤다. 방공망을 피한 드론의 공격이 집중된 테르노필에서는 상당수 전력망이 손상을 입어 약 70%가 정전을 겪고 있다. 주 당국은 “주요 기반시설이 타격을 입어 장기간 전력 공급이 차질을 빚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키이우에서는 밤사이 공습 경보가 7시간 이상 지속되고 주거용 건물이 드론 잔해에 맞아 일부 손상됐다. 다만 이날 공격으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측은 이번 공격이 23, 25일 우크라이나가 미국산 ‘에이태큼스(ATACMS)’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를 공격한 것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우크라이나는 최근 양측이 격렬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주의 군사시설과 비행장을 겨냥해 에이태큼스를 발사했다. 우크라이나는 앞서 19일에도 이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했다. 20일에는 영국산 ‘스톰섀도’ 또한 사용했다. 한편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26일 쿠르스크주 일대에 파병된 북한군 중 일부가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서구 언론,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 등을 통해 북한군의 사상 소식이 알려지긴 했지만 미국 정부 관계자가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이날 익명의 미 국방부 관계자는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우크라이나의 공습으로 쿠르스크에서 북한군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자세한 피해 규모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쿠르스크주에 파병된 북한군이 최전선에서 싸우는 보병이 아니라 뒤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전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이스라엘과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27일 오전 4시(한국 시간 오전 11시)부터 60일간의 휴전에 돌입했다.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이 발발하자 하루 뒤 하마스를 지지하며 이스라엘과 교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최고지도자였던 하산 나스랄라를 비롯한 헤즈볼라 수뇌부 대부분이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사망했다. 또 이스라엘군이 지난달 1일 헤즈볼라의 근거지인 레바논 남부에 지상군까지 투입하며 공격 강도를 높여 인적, 물적 피해 모두 극심한 상황이었다.416일 만의 휴전은 내년 1월 퇴임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과거 레바논을 통치했던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중재로 이뤄졌다. 휴전 발효로 이스라엘군과 헤즈볼라는 레바논 남부에서 모두 철수해야 하고 레바논 정부군과 유엔평화유지군만 주둔할 수 있다. 다만 양측이 휴전 합의문에 자신들의 자위권을 명기해 충돌 재발 가능성은 여전하다. 양측은 이날도 휴전 발효 직전까지 공습을 주고 받았다.● 이-헤즈볼라, 레바논 남부서 모두 철수바이든 대통령은 26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연설을 갖고 “레바논과 이스라엘의 국경을 가로지르는 전투가 종료될 것”이라며 “이는 적대 행위를 영구적으로 중단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헤즈볼라와 다른 테러 조직은 이스라엘의 안보를 다시 위협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발표 직전 소집된 이스라엘 안보 내각 회의에선 전체 참석자 11명 중 찬성 10표 대 반대 1표로 이 휴전안을 승인했다.휴전 합의문은 총 13개 조항으로 이뤄져 있다. 헤즈볼라를 포함한 어떤 무장단체도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적 행동을 취하지 않으며, 양측 모두 2006년 결의된 유엔 안보리 ‘1701호’를 이행하는 것이 골자다. 이에 따라 헤즈볼라는 그간 근거지였으며 이스라엘 국경과 인접한 레바논 중남부의 리타니 강 이북으로 이동해야 한다. 이스라엘군도 60일 안에 레바논 남부에서 철수를 완료해야 한다.합의문은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자위권을 행사할 권리를 부정하지 않는다’고 보장함으로써 이스라엘이 협상 과정에서 강하게 요구한 ‘레바논 내 행동의 자유’에 관한 내용도 포함했다. 레바논 남부에서 헤즈볼라가 재건을 시도할 수 있으며 이를 격퇴하겠다는 이스라엘 측 입장이 반영된 것이다. 또 미국은 헤즈볼라가 레바논군에 침투하는 식의 군사적 재건 움직임을 포착할 경우 곧바로 이스라엘에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휴전 발효 직전까지 ‘최고 강도’ 공격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영상 연설을 통해 휴전 승인 이유로 △이란 위협에 집중 △군에 휴식 제공 및 무기 보충 △하마스 고립 등을 언급했다.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 후 헤즈볼라, 이란과의 교전이 계속되면서 이스라엘 역시 여러 개의 전선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았다. 또 퇴임하는 바이든 대통령, 재집권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전쟁 장기화에 지친 이스라엘 내부 여론 등도 모두 휴전을 압박했다.다만 휴전이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네타냐후 총리는 “헤즈볼라가 휴전 합의를 위반하고 재무장을 시도한다면 무력으로 대응하겠다”고 못 박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헤즈볼라 고위 관계자 하산 파드랄라도 “수천 명이 저항에 동참할 것”이라며 항전 의지를 고수했다.양측이 휴전 발효 직전까지 고강도 공격을 주고받은 것도 휴전이 지속되는 게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스라엘은 26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중심부를 공습해 최소 7명이 숨졌다. 27일 휴전 발효 30여 분 전 에도 베이루트 남부의 20여 곳을 공격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스라엘군이 2000년 이후 처음으로 리타니강 일대까지 진출했다고 27일 전했다.이에 맞서 헤즈볼라 역시 이스라엘 북부와 중부를 로켓과 무인기(드론)로 공격했다. AFP통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이번 협상을 “돼지에 립스틱을 바른 격” “곧 끊어질 반창고” 등으로 혹평했다. 휴전의 지속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27일(현지 시간) 오전 4시(한국 시간 오전 11시)부터 이스라엘과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휴전에 돌입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2023년 10월 7일 발발) 이후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 전투를 시작한지 415일 만이다.26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안보 내각은 이날 찬성 10대 반대 1로 미국과 프랑스가 중재하는 휴전안을 승인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로부터 이를 전달받은 뒤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총리와도 통화를 가졌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미 백악관에서 연설을 열고 휴전 협상이 타결됐음을 알렸다.바이든 대통령은 “현지 시간으로 내일(27일) 오전 4시에 발효되는 이 협정에 따라 레바논과 이스라엘의 국경을 가로지르는 전투가 종료될 것”이라며 “이는 적대 행위를 영구적으로 중단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헤즈볼라와 다른 테러 조직에 남은 것은 이스라엘의 안보를 다시는 위협하지 않는 것이다”고 밝혔다.휴전 합의문은 2006년 유엔 안보리 결의 ‘1701호’의 중요성을 인식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교전을 중단하고, 헤즈볼라는 리타니강 이북으로 이동해야 한다. 또 이스라엘군은 향후 60일 간 점진적으로 레바논 남부에서 철수해야 한다. 레바논 남부에는 레바논 정규군과 레바논 주둔 유엔평화유지군만이 주둔하게 된다.합의문은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자위권을 행사할 권리를 부정하지 않는다’고 보장함으로써 이스라엘이 협상 과정에서 강하게 요구한 ‘레바논 내 행동의 자유’에 관한 내용도 포함했다. 레바논 남부에서 헤즈볼라가 재건을 시도할 수 있다는 이스라엘의 우려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또 미국 측은 이스라엘에 별도로 송부한 서한을 통해 이스라엘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서한에 따르면 미국은 헤즈볼라가 레바논 정규군에 침투하는 등 군사적 재건 움직임을 포착할 경우 곧바로 이스라엘에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또 이스라엘은 음속 장벽을 넘지 않는 한 레바논 상공에서 정보 수집, 정찰 목적의 비행을 할 수 있다.휴전안을 승인한다는 표결 이후 네타냐후 총리는 영상 연설을 열고 휴전 이유는 세 가지라며 “이란 위협에 초점을 맞추고, 군대에 휴식을 주고 재고를 보충하며, 전선을 분리해 하마스를 고립시키기 위한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휴전 기간은 레바논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헤즈볼라가 합의를 위반하고 재무장을 시도한다면 우리는 무력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휴전이 발효되기 30여 분 전까지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외곽에 공습을 가했다.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은 이번 휴전 협상에 관여는 하지 않았지만 꾸준히 관련 내용을 백악관으로부터 전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차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내정된 마이클 왈츠 연방하원의원은 X에 “모두가 협상 테이블에 나선 건 트럼프 당선인 때문이다”며 “그의 압도적인 (대선) 승리는 세계에 혼란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주장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 간 휴전이 임박했다고 25일 밝혔다. 미국이 중재한 휴전안에 헤즈볼라는 이미 동의했고 26일 열리는 이스라엘의 안보 내각 회의가 이 안을 승인하면 협정이 타결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는 지난해 10월 7일부터 이른바 ‘가자전쟁’을 치르고 있다. 하마스를 지지하는 헤즈볼라는 가자전쟁 발발 하루 뒤인 지난해 10월 8일부터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여 왔다. 이스라엘이 26일 휴전안을 승인하면 양측은 415일 만에 휴전에 이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측도 양측 휴전을 반겼다. 차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내정된 마이클 왈츠 공화당 하원의원은 “트럼프 1기 때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이 체결했던 ‘아브라함 협정’(이스라엘과 아랍권의 외교 정상화가 핵심 내용) 시절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집권 1기의 주요 치적으로 강조하는 이 협정을 부각시키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헤즈볼라의 전쟁으로 중단됐던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수교 협상’ 등을 다시 중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 26일 휴전안 승인 전망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25일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휴전 협상에 대해 “(타결에) 근접했다고 믿는다. 휴전을 위한 올바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타결 기대감이 커지자 백악관은 브렛 맥거크 국가안보회의(NSC) 중동·북아프리카 조정관을 중동에 급파했다. CNN에 따르면 맥거크 조정관은 26일 사우디를 방문해 교착에 빠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의 실마리를 모색할 전망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26일 안보내각 회의를 소집해 미국이 중재한 휴전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CNN 등은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안을 ‘원칙적으로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또 최근 워싱턴포스트(WP)는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 당선인에게 헤즈볼라와의 휴전을 재집권 선물로 주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전쟁 발발 후 하마스와 헤즈볼라 수뇌부를 속속 제거했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와 헤즈볼라의 거점인 레바논 남부도 사실상 폐허로 만들었다. 14개월째로 접어든 이번 전쟁으로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적지 않은 성과를 냈고 전쟁 비용도 급증하고 있으니 전투를 중단하거나, 전선을 줄여야 한다”는 여론이 커졌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병력 부족으로 1948년 이스라엘 건국 뒤부터 병역 의무를 면제받았던 초정통파 유대교도(하레디)의 징병이 가시화한 점도 휴전 지지 여론에 힘을 더했다. 극우 정당들은 하레디 징병과 휴전을 모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국방부가 하레디 7000명의 징집을 승인하자 네타냐후 총리와 극우 정당이 하레디 징집 중단을 대가로 헤즈볼라와의 휴전에 동의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 등 극우 인사는 여전히 휴전을 반대한다. 그는 25일 소셜미디어 X에 “전쟁을 멈추면 헤즈볼라 궤멸 기회를 놓친다. 아직 휴전은 이르다”고 밝혔다.● 왈츠 “중동 평화 회복” 트럼프 당선인 측도 2기 행정부에서 중동 평화를 위해 노력할 뜻을 밝혔다. 왈츠 의원은 24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지금은 중동에 진정한 안정을 가져올 조치를 마련할 적기”라며 “4년 전 백악관 잔디밭에서 중동 평화를 위한 아브라함 협정이 체결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꽤 짧은 시간 안에 그 시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아브라함 협정의 다음 단계로 꼽혔던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수교 협상을 적극적으로 중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24일 시사매체 뉴스위크는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트럼프 당선인 측에 “미국이 팔레스타인 국가 건립을 인정하는 대가로 이스라엘과 수교하겠다”고 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 백악관이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 간 휴전이 임박했으며 최종적으로 타결될 것으로 낙관한다고 25일(현지 시간) 밝혔다. 미국이 중재한 휴전안에 헤즈볼라가 동의한 가운데 26일 열리는 이스라엘 안보 내각 회의가 최종 관문이 될 전망이다. 만일 이날 휴전을 승인하면 양측은 416일 만의 전투 끝에 휴전에 합의하게 된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간 휴전 협상과 관련해 “우리는 (타결에) 근접했다고 믿는다”면서 “논의가 건설적이었으며 휴전을 위한 올바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모든 것이 완료될 때까지 아무것도 완료되지 않은 것”이라면서 협상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 정치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휴전안에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60일간 과도기를 갖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기간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중남부 리타니강 이남에서 철수하고 헤즈볼라 역시 리타니강 북쪽으로 중화기를 옮기자는 것이다. 이후 양측이 국경 확립을 위한 협상을 시작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관리위원회가 휴전안이 잘 이행되는지를 감시하기로 했다.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26일 안보 내각을 소집해 해당 휴전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전했다. 타결이 가능성이 높게 평가되나 미 고위 당국자는 “우리는 골라인에 있지만 아직 넘어서지 못했다”며 “이스라엘 내각의 승인을 받을 때까지 항상 무언가 잘못될 수 있다”고 액시오스에 말했다. 가자 전쟁 휴전 협상은 교착 끝에 중단된 상황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황폐화한 후 최근 레바논에 전력을 집중해 왔다. 전쟁이 14개월째 이어지며 이스라엘이 치를 전쟁 비용이 급증하자 정부 안팎에서 ‘충분히 성과를 냈으니 헤즈볼라와 전투를 중단하자’는 압박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는 “헤즈볼라의 무기 공급선을 차단하기 위해 최근 시리아 본토 공격을 실시했으나 시리아와 이라크로 전선이 확장될 거란 우려 또한 큰 상황”이라고 AP통신에 전했다. 전쟁 지속을 위해 하레디(초정통파 유대교도) 징병을 피할 수 없다는 점도 이스라엘이 전향적인 태도를 취한 배경으로 보인다. 연정 내 극우 정당은 하레디 징병과 전쟁 중단에 모두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가 최근 하레디 7000명의 징집을 승인하며 압박에 나서자 양측이 징집 중단을 대가로 협상에 나섰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편 내년 1월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아브라함 협정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기 주요 업적으로 꼽는 이 협정을 통해 2020년 9월 중동 왕정국 아랍에미리트(UAE)와 바레인은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정상화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지명된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은 24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지금이야말로 중동 지역에 진정한 안정을 가져올 조치를 마련할 적기”라며 “불과 4년 전 백악관 잔디밭에서 중동에 평화를 위한 아브라함 협정이 체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꽤 짧은 시간 안에 우리를 그 시점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 중재로 외교 관계 정상화 협상을 재개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같은 날 뉴스위크는 “사우디 현지 전문가들은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겸 총리가 ‘미국이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하라’는 협상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하며 사우디와 관계 정상화 협상이 무산된 전후로 중동 정세는 크게 달라졌다. 사우디는 지난해 3월 중국 중재로 이란과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 이는 미국을 상대로 협상력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빈살만 왕세자 역시 안정적인 집권을 위해 아랍권 젊은 층에서 특히 중시하는 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일본인은 우리가 전쟁 중에 저지른 끔찍한 일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리핀 막사이사이상의 66회 수상자로 선정된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83·사진)가 16일(현지 시간) 마닐라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이같이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간 미야자키 감독은 작품을 통해 분쟁과 환경 문제 같은 복잡하고, 민감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에게 울림을 준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막사이사이상 재단에 따르면 이날 그는 수상 소감을 통해 “수상을 계기로 다시 필리핀에 대해 생각했다”며 “일본인들은 전쟁 중에 끔찍한 일을 많이 했다. 민간인을 많이 죽였고, 일본인은 이 일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날 시상식에는 고령의 미야자키 감독 대신 그가 설립한 스튜디오지브리의 요다 겐이치(依田謙一) 이사가 참석해 수상 소감을 대독했다. 미야자키 감독의 수상 소감은 일본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24일 일본 아사히신문은 “일각에서는 ‘(필리핀에서 벌어진 전쟁 범죄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아예 몰랐던 역사였다’는 반응도 있다”고 전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은 미국이 통치했던 필리핀을 1942∼1945년 점령했다. 이 기간 중 일본군이 주도한 전투와 민간인 학살 등으로 필리핀인 약 111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국가정보원이 24일 러시아 본토 남서부의 격전지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군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구체적인 첩보가 있어 면밀히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쿠르스크 지역에 북한군이 투입돼 일부가 전투를 치르고 있다고 밝힌 국정원이 북한군 사상자 발생 가능성을 처음 확인한 것이다. 국정원은 20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한군이 최전선 전투에 참여하기 시작한 만큼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사실 관계가 상충하는 정보가 많아 정확한 내용을 파악 중”이라고 보고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도 최근 500명의 북한군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여러 경로를 통해 북한군이 러시아에 파병된 지 한 달여 만에 북한군 사상자 발생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과 공조한 러시아’와 ‘서방의 지원이 강화된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이 더욱 격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또 미국 CNN은 북한군이 쿠르스크 지역에 이어 우크라이나 영토 내 러시아군 점령지인 동부 마리우폴과 하르키우에도 배치됐다고 22일(현지 시간) 전했다.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북한군은 크림반도 등으로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내부의 전략적 요충지까지 침투하며 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우크라 매체 “북한군 500명 사망” 우크라이나 매체인 RBC우크라이나는 20일 우크라이나가 영국에서 지원받은 ‘스톰섀도’ 순항미사일로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을 공격해 북한군 500명이 숨지고 남성 장교 2명과 통역으로 추정되는 여성 1명 등 북한군 3명이 다쳤다고 현지 군사전문 매체 ‘글로벌 디펜스 코퍼레이션’을 인용해 23일 보도했다. 보도처럼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최종 확인되면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북한군 투입 범위는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CNN은 이날 우크라이나 안보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 북한군 ‘기술 자문들’이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또 CNN은 북동부의 주요 전선 중 한 곳인 하르키우에서도 북한군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예브헨 로마노프 하르키우 군부대 연합 대변인은 CNN에 “무선 감청한 결과 북한군 부대가 하르키우 지역에서 발견됐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크라 153기계화여단의 나자리이 키스하크 통합 사령관도 우크라이나 언론에 “북한군은 부대를 나누고 전투부대를 강화해 소수 병력을 전선에 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보도에 우크라이나 매체 ‘리가넷’은 “하르키우주에 북한군이 있다는 보도는 거짓”이라고 전했다.● 北 파병 추정지, 푸틴의 ‘자존심’ 크림반도 길목CNN 보도대로 북한군이 마리우폴과 하르키우에까지 배치됐다면 러시아의 핵심 작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 영토 남동부의 마리우폴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4년 무력 충돌 없이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와 석탄 및 철강을 생산하는 동부 산업 중심지 돈바스를 잇는 길목에 있다. 또 크림반도 병합은 푸틴 대통령의 핵심 ‘안보 성과’, ‘자존심’으로 여겨져 왔다. 하르키우도 동∼서, 북∼남으로 이어지는 두 개의 전략적 고속도로가 교차하는 곳으로, 수·화력, 원자력과 항공기 부품 산업단지가 자리 잡고 있다. 북한군의 투입 강도가 높아지고 범위까지 확대되며 러시아의 탈환 영토가 늘어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우크라이나가 올 8월 기습 공격으로 장악한 러시아 접경지 쿠르스크 영토의 약 40%를 러시아에 다시 내줬다고 로이터통신이 우크라이나군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23일 보도했다. 북-러 공조와 관련해 백악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미라 랩후퍼 아시아대양주 담당 선임보좌관은 22일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대담에서 “러시아는 북한을 국제기구에서 옹호하고 북한의 핵무기 역량을 정당화하려고 할 뿐만 아니라 고급 기술을 북한에 지원하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교차관은 24일 러 관영 타스통신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은 러시아와 한국 간 관계를 완전히 파괴할 것”이라며 “우린 필요한 모든 방법으로 대응할 것이다. 한국은 무모한 조치를 삼가야 한다”고 주장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으로 ‘북핵통’ 앨릭스 웡 전 국무부 부차관보(44·사진)를 지명했다. 최근까지 미국 쿠팡의 대외협력 총괄 임원을 지냈던 웡 신임 부보좌관은 트럼프 당선인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가진 2018년, 2019년 북-미 정상회담 실무에 깊이 관여했던 인사다. 트럼프 당선인은 22일(현지 시간) 웡 신임 부보좌관 지명을 발표하며 “웡은 북한 지도자 김정은과의 정상회담 협상을 도왔다”고 밝혔다. 전날 김 위원장이 “미국과 함께 협상 주로(노선)의 갈 수 있는 곳까지 다 가봤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향후 북-미 대화를 염두에 두고 인선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웡 부보좌관은 트럼프 1기 대북 담당 라인 가운데 처음으로 차기 행정부에 합류하게 됐다. 그는 트럼프 1기 시절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 부대표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를 역임했다. 대사급인 유엔 특별 정무 차석대사도 거쳤다. 2018년 7월엔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의 방북에 동행했다. 웡 부보좌관은 워싱턴 정가에서 유연한 원칙주의자로 평가받는다. 2021년 통일부 주관 포럼에서 북한과의 핵군축 협상 가능성에 대해 “북한에 잘못된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세계 다른 나라들도 핵무기를 보유하려 드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북핵 용인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강조한 것이다. 웡 부보좌관은 중국계 이민 2세로 하버드대 로스쿨을 나왔고, 중국에 강경한 입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뒤엔 미 의회 자문기구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 위원장과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 선임위원으로 활동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북한이 러시아에 지원한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서방 부품이 대거 사용된 정황이 포착됐다. 전문가들은 해당 제품이 복제품일 가능성도 있으나 중국을 통해 북한에 반입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위반에 해당한다. 23일(현지 시간) CNN방송은 우크라이나 정부 산하 키이우 포렌식 전문 과학연구소(KSRIFE) 분석을 인용해 북한제 KN-23의 핵심 부품 대부분이 서방제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KN-23은 서방 부품을 사용해 미사일의 핵심 구성 요소인 유도 장치와 추진 장치를 만들었다. KSRIF 관계자는 “KN-23은 외국산 부품을 빼면 사실상 깡통”이라며 “북한산 부품은 금속 기체뿐”이라고 북한 기술력의 한계를 지적했다. 우크라이나군 관계자들도 KN-23에 사용된 부품의 약 70%가 미국산이고 독일, 스위스,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와 캐나다 제품도 사용됐다고 CNN에 밝혔다. 전문가들은 서방제 부품이 제재를 뚫고 북한에 반입된 경로가 불분명하나 중국을 거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KN-23은 올 8월경부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때 사용하고 있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다. 올해 러시아가 사용한 탄도미사일의 30.9%가 이 기종일 정도로 수도 키이우 등 주요 도시 공격에 대거 투입되고 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국가정보원이 24일 러시아 본토 남서부의 격전지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군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구체적인 첩보가 있어 면밀히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쿠르스크 지역에 북한군이 투입돼 일부가 전투를 치르고 있다고 밝힌 국정원이 북한군 사상자 발생 가능성을 처음 확인한 것이다. 국정원은 20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한군이 최전선 전투에 참여하기 시작한 만큼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사실 관계가 상충하는 정보가 많아 정확한 내용을 파악 중”이라고 보고한 바 있다.우크라이나 현지 매체도 최근 500명의 북한군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여러 경로를 통해 북한군이 러시아에 파병된 지 한 달여 만에 북한군 사상자 발생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과 공조한 러시아’와 ‘서방의 지원이 강화된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이 더욱 격화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또 미국 CNN은 북한군이 쿠르스크 지역에 이어 우크라이나 영토 내 러시아군 점령지인 동부 마리우폴과 하르키우에도 배치됐다고 22일(현지 시간) 전했다.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북한군은 크림반도 등으로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내부의 전략적 요충지까지 침투하며 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 우크라 매체 “북한군 500명 사망”우크라이나 매체인 RBC우크라이나는 20일 우크라이나가 영국에서 지원받은 ‘스톰섀도’ 순항미사일로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을 공격해 북한군 500명이 숨지고 남성 장교 2명과 통역으로 추정되는 여성 1명 등 북한군 3명이 다쳤다고 현지 군사전문 매체 ‘글로벌 디펜스 코퍼레이션’을 인용해 23일 보도했다. 보도처럼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최종 확인되면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북한군 투입 범위는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CNN은 이날 우크라이나 안보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 북한군 ‘기술 자문들’이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또 CNN은 북동부의 주요 전선 중 한 곳인 하르키우에서도 북한군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예브헨 로마노프 하르키우 군부대 연합 대변인은 CNN에 “무선 감청한 결과 북한군 부대가 하르키우 지역에서 발견됐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크라 153기계화여단의 나자리이 키스하크 통합 사령관도 우크라이나 언론에 “북한군은 부대를 나누고 전투부대를 강화해 소수 병력을 전선에 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보도에 우크라이나 매체 ‘리가네트’는 “하르키우주에 북한군이 있다는 보도는 거짓”이라고 전했다. ● 北 파병 추정지, 푸틴의 ‘자존심’ 크림반도 길목CNN 보도대로 북한군이 마리우폴과 하르키우에까지 배치됐다면 러시아의 핵심 작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 영토 남동부의 마리우폴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4년 무력 충돌 없이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와 석탄 및 철강을 생산하는 동부 산업 중심지 돈바스를 잇는 길목에 있다. 또 크림반도 병합은 푸틴 대통령의 핵심 ‘안보 성과’, ‘자존심’으로 여겨져 왔다. 하르키우도 동~서, 북~남으로 이어지는 두 개의 전략적 고속도로가 교차하는 곳으로, 수·화력, 원자력과 항공기 부품 산업단지가 자리 잡고 있다.북한군의 투입 강도가 높아지고 범위까지 확대되며 러시아의 탈환 영토가 늘어날지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우크라이나가 올 8월 기습 공격으로 장악한 러시아 접경지 쿠르스크 영토의 약 40%를 러시아에 다시 내줬다고 로이터 통신이 우크라이나군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23일 보도했다. 북-러 공조와 관련해 백악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미라 랩후퍼 아시아대양주 담당 선임보좌관은 22일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대담에서 “러시아는 북한을 국제기구에서 옹호하고 북한의 핵무기 역량을 정당화하려고 할 뿐만 아니라 고급 기술을 북한에 지원하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한편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교차관은 24일 러 관영 타스통신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은 러시아-한국간 관계를 완전히 파괴할 것”이라며 “우린 필요한 모든 방법으로 대응할 것. 한국은 무모한 조치를 삼가야한다”고 주장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러시아가 21일(현지 시간) 오전 우크라이나 중남부 도시 드니프로를 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고 우크라이나 공군이 발표했다. ICBM은 사거리가 수천 km에 달하며 핵탄두도 탑재할 수 있는 무기다. 우크라이나 공군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ICBM의 사상 첫 실전 투입이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군이 다양한 유형의 미사일로 21일 오전 5∼7시 드니프로의 중요 기반시설을 공격했다”며 “특히 러시아 아스트라한 지역에서 ICBM이 발사됐다”고 밝혔다. 또 “탐보프 지역의 미그(MiG)-31K 전투기에서 Kh-47M2 킨잘 극초음속 미사일이 공중 발사됐고, 볼고그라드 지역에선 투폴레프(Tu)-95MS 전략폭격기가 Kh-101 순항미사일 7발을 발사했다”고 설명했다. 현지 매체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는 러시아가 발사한 ICBM이 사거리 5800km 이상인 ‘RS-26 루베즈’라고 보도했다.러시아의 이번 공습은 우크라이나가 19일과 20일 각각 미국과 영국으로부터 지원받은 ‘에이태큼스(ATACMS)’와 ‘스톰섀도’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한 직후 단행됐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러시아가 실제 ICBM을 발사했다면 자국 영토에 대한 공격이 계속될 경우 우크라이나와 서방에 대규모 핵 보복을 감행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9일 핵 공격 요건을 완화한 ‘핵 교리’(핵무기 사용 규정) 개정안에 서명했다. 한편 러시아 크렘린궁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 ICBM을 발사했다는 우크라이나 공군의 발표에 대해 확인을 거부했다.우크라 언론 “러 발사 ICBM 사거리 5800㎞ 핵탑재 가능”… 美-유럽까지 위협[우크라 “러, ICBM 발사”]푸틴, 서방 미사일에 대응 수위 높여… 일부선 “ICBM 아닌 탄도미사일”우크라, 英스톰섀도로 러 본토 공격북한군 파병지…“모스크바 타격 가능”“러시아가 전쟁에서 이렇게 강력한 장거리 미사일을 사용한 건 처음이다.”러시아가 21일 오전(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드니프로 지역을 향해 전쟁 발발 뒤 처음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고 우크라이나 공군이 발표하자 로이터통신은 이같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공군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러시아가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뜻으로, 전쟁을 또 한 번 새로운 국면으로 이끌 수 있는 심각한 위협으로 평가된다.미국 CNN 방송 등 일부 서방 언론은 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러시아가 이날 발사한 미사일은 ICBM이 아닌 탄도 미사일”이라고 보도했지만 크렘린궁은 ICBM 발사 여부에 대한 확인을 거부하며 오히려 불안감을 키웠다. 일각에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핵교리 개정안에 공식 서명하며 서방을 향해 강조했던 핵 위협 수위를 더욱 높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또 러시아가 실제 핵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스톰섀도, 모스크바까지 닿을 수도”우크라이나 공군의 주장대로 러시아가 ICBM을 발사했다면 19일로 전쟁 발발 1000일을 넘긴 이번 전쟁은 ‘사상 처음으로 ICBM이 실전에 사용된 전쟁’으로 기록된다. 미국이나 북한 등 다른 ICBM 보유국들은 ICBM을 실전에서 사용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매체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는 러시아의 ICBM 발사 소식을 전하며 사거리가 5800km라고 보도했다. 이는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발사될 때 미국 서부를 타격할 수 있는 거리다. 다만 우크라이나 공군 당국이나 서방 언론은 구체적인 기종을 공개하지 않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영상 성명을 통해 “추가 분석이 필요하지만 속도나 고도 측면에서 (이번 미사일은) ICBM에 완전히 부합한다”고 밝혔다.러시아가 ICBM 카드를 검토하는 이유는 최근 우크라이나가 미국과 영국산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19일 미국산 지대지 탄도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여섯 발을 러시아 브랸스크주에 발사한 데 이어, 20일 영국에서 지원받은 공대지 순항미사일 스톰섀도(Storm Shadow)로 북한군이 파병된 러시아 쿠르스크주를 공격했다.특히 스톰섀도는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타격할 수 있는 무기로도 평가된다. 영국과 프랑스가 공동 개발한 스톰섀도는 전투기로 지상 목표를 공격하는 순항미사일로 사거리가 최대 560km에 이른다.영국은 지난해 5월 서방 주요국 중 처음으로 스톰섀도를 지원했지만 당시엔 사거리가 250km에 그치는 수출용 미사일만 보냈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 본토 공격을 위해 560km까지 타격이 가능한 기종의 미사일을 보냈을 수 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러시아는 스톰섀도로 자칫하면 모스크바가 직접 타깃이 될 수 있다고 걱정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영국이 최근 사거리 560km 미사일을 지원했다면, 이는 쿠르스크 상공에서 발사하면 모스크바까지 닿을 수 있다”고 말했다.● “러, 서방 물러서게 할 것”실제로 최근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어 러시아가 느끼는 위협은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우크라이나 지원국들은 내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한 뒤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종전 협상에서 우크라이나가 유리한 여건을 점할 수 있게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바이든 대통령은 17일 에이태큼스의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용한 데 이어, 반인도적 무기로 분류되는 대인 지뢰 지원까지 결정했다. 20일 2억7500만 달러(약 3850억 원) 상당의 긴급 군사 원조를 발표했는데, 새롭게 지원하는 무기에는 대인 지뢰를 비롯해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용 탄약과 155mm·105mm 포탄, 박격포탄, 대전차 미사일 등이 포함됐다. 미국은 또 4월 우크라이나에 제공했던 차관 90억 달러 가운데 46억 5000만 달러를 탕감해 주는 것을 검토 중이다. 러시아는 이 같은 서방의 지원 흐름을 ICBM 등을 통한 위협으로 끊으려 한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맬컴 데이비스 호주 전략정책연구소 수석분석가는 CNN에 “러시아는 서방을 위협해 이쯤에서 물러서게 하려는 것”이라고 봤다.다만 러시아가 이날 발사한 미사일이 ICBM인지는 좀 더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 ABC와 NBC 등은 라오스에서 열리고 있는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에 참석한 서방 당국자의 비공식 브리핑을 인용해 “러시아는 ICBM이 아닌 일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일반 탄도미사일을 쐈더라도 이 역시 서방을 향한 위협 신호로 분석된다. 이수훈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아스트라한에서 드니프로까지 비행거리는 1000km 안팎”이라며 “이번에 에이태큼스나 스톰섀도보다 사거리가 긴 무기를 사용했으니 전쟁을 고조시킨 조치”라고 말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