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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계엄군의 체포 명단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판사(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 김동현 부장판사)가 포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 대법원이 “사법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법원행정처는 13일 입장문을 통해 “사실이라면 사법권에 대한 직접적이고 중대한 침해”라며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법치국가에서 절대 발생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신속한 사실 규명과 엄정한 법적 책임이 따라야 할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김 부장판사가 소속된 서울중앙지법도 입장문을 내고 “특정 사건의 재판 결과를 수긍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재판의 독립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라며 “(체포) 지시만으로 법치주의와 헌법상 권력 분립의 원리를 중대하게 훼손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법원 내부의 반발도 확산됐다. 류영재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판사는 이날 법원 내부망에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한 판사는 계엄군의 체포 대상이 될 수 없다. 위헌·위법하고 무도한 비상계엄은 사법을 겁박하여 무너뜨리려고 시도했다”며 “윤석열은 김동현 판사와 사법부, 그리고 대한민국에 사죄하라”는 글을 올렸다. 조지호 경찰청장 측 노정환 변호사는 13일 기자들과 만나 “(조 청장이)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으로부터 정치인 등이 포함된 15명의 위치를 추적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중 1명은 (조 청장이) 모르는 사람이 있었다”며 “이 대표 위증교사 사건에 무죄를 선고한 판사라고 들었다”고 폭로했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선거·부패 전담 합의부를 이끌고 있는 김 부장판사는 지난달 25일 이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김 부장판사는 현재 이 대표의 대장동 등 의혹 재판도 심리하고 있다. 그러나 특수단은 조 청장이 이 같은 진술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수단 관계자는 “조 청장은 명단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며 “조 청장의 진술을 토대로 작성한 조서에도 현직 판사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 행렬이 이어졌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소속 법사위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전임 대법원장과 전임 대법관 및 중앙선관위원장은 물론이고 이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현직 부장판사마저 체포하려 했다는 사건은 그 자체로 법치국가의 기본 원칙을 무너뜨리는 중대 사안”이라고 했다. 민주당 김성회 대변인도 서면 브리핑을 통해 “3권 분립을 부정하는 내란 수괴의 명백한 사법부 탄압이고 사법부 압박”이라고 지적했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14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헌법재판소는 탄핵심판에 신속히 돌입할 방침이다. 국회가 탄핵안을 가결하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명의로 헌재와 대통령실에 ‘국회 탄핵소추의결서’가 전달된다. 의결서 접수 즉시 헌재는 탄핵심판을 개시하며 윤 대통령은 탄핵심판이 끝날 때까지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법 38조는 사건 접수 후 180일 이내에 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탄핵심판 역시 6개월 안에 결론을 내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실제 기간은 이보다 짧을 것으로 전망된다. 헌재가 대통령 공백으로 인한 국가적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집중 심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안 의결부터 선고까지 총 91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총 63일이 걸렸다. 법조계에선 측근 비리가 얽혀 있던 박 전 대통령과 달리 윤 대통령은 비교적 사실관계가 명확해 빠른 심리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박 전 대통령 경우보다 비상계엄 사태는 사실관계나 법적 쟁점 등이 명확해 더 빨리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안은 측근 최순실 씨의 정책·인사 개입, ‘세월호 7시간’ 행적 등 광범위한 쟁점을 따졌던 반면에 윤 대통령의 탄핵안은 비상계엄 사태의 위헌·위법성과 내란죄에만 집중한 심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탄핵 심판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내란죄를 입증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증인만 수십 명이라 심리에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더구나 윤 대통령이 12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내란죄 성립 자체를 부정하는 등 법리 대응에 적극적일 것으로 예상돼 빨리 결론 날 것이라고 단언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이 증인을 대거 신청하면서 심리를 오래 끌고 갈 가능성도 있다. 탄핵 결정은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탄핵이 인용되면 윤 대통령은 파면되며, 60일 이내에 차기 대통령 선거가 치러져야 한다. 6명 미만의 찬성으로 탄핵안이 기각되면 윤 대통령은 즉시 업무에 복귀한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검찰이 우리나라 반도체 핵심 기술을 중국 회사에 유출한 혐의를 받는 전직 삼성전자 부장에게 1심에서 징역 20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김모 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전 협력업체 직원 방모 씨에게는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김 씨는 삼성전자의 18나노 D램 반도체 공정 정보를 무단 유출해 중국 반도체 제조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제품 개발에 사용하게 한 혐의로 올해 1월 기소됐다. CXMT는 중국 유일의 D램 생산업체로, 검찰은 CXMT가 해당 삼성전자 정보를 취득해 기술장벽을 뛰어넘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기술 유출 범죄는 국가와 피해 기업의 기술적 기반을 흔들 수 있는 중대 범죄”라며 “동종업체가 인재 영입을 빙자해 우리나라 기업이 각고의 노력으로 쌓아온 것을 손쉽게 탈취하는 것을 방치해선 안 된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최후진술에서 김 씨는 “일반 기술이라 생각했고 투자자들에게 홍보 자료로 사용하기로 해 자료를 다 함께 준비한 것”이라며 “이런 일이 없었으면 마음 편하게 살았을 후배들과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말했다. 선고는 내년 1월 22일 내려질 예정이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경복궁 낙서 사건’의 배후 주범인 강모 씨(30)가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이현경)는 12일 문화재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강 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강 씨는 지난해 12월 임모 군(18)에게 10만 원을 송금하고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 서울경찰청 담장에 자신이 운영하는 불법 음란물 사이트 홍보 문구를 페인트로 낙서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강 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불법 음란물 사이트를 홍보한다는 이유로 경복궁이라는 상징적인 문화재를 더럽혀 사회적 충격을 줬고, 이를 모방한 범죄가 바로 다음 날 발생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복궁 담벼락 복구는 상당한 예산과 인원을 들였음에도 완전한 복구가 불가하다”며 “강 씨는 1억3000만 원이 넘는 복구 비용을 보상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강 씨가 경찰 수사 과정에서 도주한 점, ‘김실장’이라는 가공의 인물을 만들어 책임을 전가하려 한 점 등을 지적하기도 했다. 강 씨가 운영한 불법 음란물 사이트를 두고는 “범죄 수익을 올리기 위한 행동이라는 점에서 동기나 행태에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강 씨의 지시를 받아 낙서한 임 군은 장기 2년, 단기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어리지만 문화재의 의미나 가치를 이해할 수 있는 나이”라며 소년법 적용 대상이지만 도주 우려를 이유로 법정 구속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 선포 이후 여권이 정국 수습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허둥대고 있다. 특히 대통령은 물론이고 여권 핵심부 전원이 검사 출신 정치인들로 구성되면서 국가적 혼란을 더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사 출신 특유의 ‘끝장보기’식 대응과 법적 책임만 따지는 모습이 갈등을 더 증폭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12일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일련의 대응이 검사 시절 캐릭터와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특수부 검사 시절 이른바 ‘끝까지 터는’ 수사로 유명했는데, 이날 담화 역시 ‘끝까지 가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검찰 출신인 법조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특수부 검사 시절 현직 대통령 가족부터 기업 회장 수사까지 끝장보기식 수사를 이어왔고 한 사람에게 수차례 영장을 청구한 적도 있다”며 “이번에도 헌법재판소에서 끝까지 따져 보자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12일 국민의힘 새 원내대표에 검사 출신 권성동 의원이 선출되면서 대통령과 여당 대표, 원내대표를 모두 검찰 출신이 장악하는 ‘검찰당’이 됐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검찰 출신인 김종민 변호사는 “검사라는 직책을 권력 쟁취 수단으로 활용한 사람들”이라며 “검사뿐 아니라 정치경찰, 정치판사의 정계 진출이 많아지면서 정치의 사법화가 심화되고 있고, 역으로 법조인들의 정치화도 유발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법조전문지 법률신문도 ‘무모한 수사와 무모한 비상계엄 무관할까’라며 이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법률신문 전수조사에 따르면 1992년 14대 국회 이후 32년간 법조인 출신 의원은 208명에 달했고, 검찰(80명)과 법원(42명) 출신이 절반을 넘었다. 특히 법원·검찰 출신 가운데 25명은 퇴직 후 1년 안에 출마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률신문은 “일정 기간의 간격 없이 정치권으로 진출할 경우 수사나 재판을 하는 과정에서 공정한 잣대를 가지고 임했는지 사법 신뢰 측면에서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송유근 기자 big@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은 12일 담화에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면권 행사, 외교권 행사와 같은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 행위”라며 “도대체 2시간짜리 내란이라는 것이 있나”라고 주장했다. 또 “거대 야당의 의회 독재에 맞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지키려 했던 것”이라며 “자신의 범죄를 덮고 국정을 장악하려는 것이야말로 국헌 문란 행위 아니냐”고 했다. 자진 하야를 거부한 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과 내란 혐의 수사를 염두에 두고 법리 다툼을 위한 방어논리를 주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윤 대통령은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저는 이에 당당히 맞설 것”이라며 이런 의도를 드러냈다. 윤 대통령이 “결국 병력이 투입된 시간은 한두 시간 정도에 불과하다”며 “질서 유지를 위해 소수의 병력을 잠시 투입한 것이 폭동이란 말인가”라고 주장한 것도 같은 의도다. 형법상 내란은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일으킨 폭동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자신의 행위가 국헌 문란 목적의 폭동이 아니라는 논리를 내세운 것이다 . 대통령의 통치 행위를 사법기관이 판단할 수 있느냐는 법조계에서 오랜 논쟁이 돼 왔다. 헌재는 2004년 이라크 파병에 대한 위헌 소송에서 “대통령과 국회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결정한 것이므로 헌재가 사법적 기준만으로 심판하는 건 자제돼야 한다”고 각하한 적이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1974년 긴급조치 1호에 대해 “통치 행위라 해도 헌법과 법률에 근거해야 하고 그에 위반되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요즘 현대법학의 흐름은 사법 심사의 대상에서 통치 행위라는 개념은 거의 부정하다시피 하는 경향”이라며 “우리나라 역시 전두환 군사반란 등에서 명백한 위법의 경우 이를 심사할 수 있다는 판례를 형성했다. 대통령은 군사정권 이전의 옛 법리를 가져와 자기 정당화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헌법재판연구원장을 지낸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시간을 내정하고 내란을 일으킨 게 아니라 국회와 국민에 의해 저지된 2시간짜리 내란”이라며 “윤 대통령의 주장은 결과론적이며 자기합리화를 위한 표현”이라고 지적했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구속영장에 윤석열 대통령과 공모한 혐의를 적시하는 등 윤 대통령을 사실상 ‘내란 우두머리(수괴)’로 보고 수사 중이다. 야당은 “‘내란 수괴’ 윤 대통령을 즉각 체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형법에 규정된 정확한 용어는 수괴가 아니라 우두머리다. 내란죄를 규정한 형법 87조는 “우두머리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래는 ‘수괴(首魁)’였는데, 2020년 12월 형법이 일부 개정될 때 우리말인 우두머리로 개정됐다. 형법의 어려운 용어들을 한글화해야 한다는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 수괴는 못된 짓을 하는 무리의 우두머리를 뜻한다. 1953년 제정된 형법은 어려운 한자어나 일본식 표현, 어법에 맞지 않는 문장 등이 수십 년간 그대로 사용됐다. 일반 국민이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법조계 지적이 이어지자 2019년 8월 법무부는 형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며 한글 표현을 다수 도입했다. 이때 내란죄의 수괴가 우두머리로 개정됐다. 수괴란 표현이 너무 선동적이고 부정적인 뜻이 강한 것도 개정에 감안됐다. 당시 법무부는 “형법은 형사 관련 특별법의 기초가 될 뿐만 아니라 국민의 일상생활에 직접 적용되는 기본법이란 점에서 다른 법령 문장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며 “형법에 대한 국민의 접근성 및 신뢰성을 높이고자 한다”고 개정 이유를 밝혔다. 다만 군형법에는 수괴라는 용어가 여전히 존재한다. 반란죄를 규정한 군형법 5조엔 “수괴는 사형에 처한다”고 적혀 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이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의 불참으로 무산됐지만, 법조계와 법학계에선 윤 대통령을 탄핵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7일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직후 ‘대한민국의 미래를 더 이상 현 정부와 여당에 맡길 수 없다’는 성명을 냈다. 변협은 “위헌적인 비상계엄 선포로써 국헌을 문란케 한 대통령에 대한 탄핵에 찬성한다”며 “대통령은 더 이상 직무를 집행해서는 안 되며 공동 책임이 있는 현 정부와 여당이 국정을 전담해서도 안 된다. 대통령은 헌법 절차에 따라 탄핵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변협은 판사, 검사와 함께 법조삼륜(法曹三輪)의 한 축인 변호사를 대표하는 단체로 변호사법에 따라 설치된 특수법인이다. 변협 회장은 대법관, 검찰총장,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추천위원회에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한다. 특별검사에 대한 추천권을 갖는 경우도 있다. 변협은 “탄핵 표결 결과와 상관없이 대통령의 내란죄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 임명 절차에 적극적으로 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진보 성향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도 윤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고 있다. 민변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가 8일 발표한 공동 국정 운영 방침에 대해 “윤 대통령의 반헌법적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책임을 일절 묻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국민의 권력을 사유화하지 말고 국민의 명령에 따라 신속히 탄핵소추에 동참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5일 대한법학교수회도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한 식물 대통령은 그 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국회는 조속히 탄핵 절차를 밟아 그 직무를 정지시키고 헌법재판소는 국민을 위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대한법학교수회는 법학전문대학원을 제외한 전국 139개 법과대학 2000여 명의 교수 강사가 소속된 단체다. 1600여 명의 법학 교수가 가입한 한국법학교수회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후속 조치들이 그 자체로 위헌적이고 위법하다”고 밝혔다.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탄핵안 표결 무산을 두고 “국가와 국민은 안중에 없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치졸한 의사결정”이라며 “대통령이 죽거나 사임하지 않았는데 여당과 총리가 일임해 직무를 수행하는 상황은 헌법 어디에도 근거가 없는 권한 행사”라고 지적했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도 “나날이 비상계엄 선포의 불법성이 드러나고 있어 (윤 대통령이) 정치적, 법적 책임을 피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으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손준성 검사장(사진)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6일 서울고법 형사6-1부(부장판사 정재오)는 공무상 비밀 누설,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손 검사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손 검사장이 고발장 초안 작성에 관여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고발장이 손 검사장에서 김웅 전 국민의힘 의원을 거쳐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이던 조성은 씨에게 텔레그램 메신저로 전달됐다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손 검사장이 메시지를 검찰총장 등 상급자에게 직무 보고로 전송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찰 총장 등 상급자가 고발을 기획하고, 미래통합당 측에 고발장을 전달할 사람을 김 전 의원으로 선택한 다음 그와 긴밀하게 연락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이름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이 시기 검찰총장은 윤석열 대통령이다. 다만 제3자에게 메시지를 전송함으로써 선거법을 위반했는지를 심판 대상으로 삼을 수 없어서 판단하지 않겠다고 했다. 손 검사장은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던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 이미지와 실명 판결문 등을 텔레그램 메신저로 김 전 의원에게 넘겨 고발을 사주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계엄사령부가 사법부에 법원사무관 1명을 보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법원행정처는 내부 검토 후 거부했다고 밝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계엄사로부터 법원사무관 1명을 보내라는 파견 요청을 접수했다. 군 출신인 대법원 안전관리관이 파견 요청을 접수해 행정처 내부에 보고했다고 한다. 행정처 관계자는 “안전관리관이 계엄사 요청을 보고한 건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된 이후였다”고 설명했다. 계엄법 7조에 따르면 비상계엄 선포와 동시에 계엄사령관은 계엄지역의 모든 행정사무와 사법사무를 관장한다. 계엄법 시행령 2조는 계엄사령관이 필요한 인원을 파견받을 수 있고 해당 기관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에 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을 포함한 행정처 간부들은 3일 심야 긴급회의를 열어 계엄사 요청을 논의한 뒤 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회의에선 계엄령의 요건 및 효력 등에 대한 개략적인 검토도 함께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계엄에 대한 공식적 입장이나 의견 표명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계엄 선포 행위가 향후 재판이나 헌법재판소 심리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대법원이 입장을 표명할 경우 사법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점을 감안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일선 법원에 계엄 관련 지침도 내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4일 비상계엄 선포 등을 이유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가운데 헌법재판소가 ‘6인 체제’로 운영 중인 점이 변수라는 전망이 나온다. 헌법재판소법은 헌재 재판관 9인 중 7인 이상의 출석을 정족수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10월 17일 퇴임한 이종석 전 헌재 소장과 이영진, 김기영 전 재판관의 후임을 국회가 추천하지 않아 6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다만 헌재는 정족수 조항 효력을 일시 정지시키는 가처분 결정을 내려 주요 사건을 심리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도 ‘6인 체제’로 대통령 탄핵심판을 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는 의견이 많다. 탄핵 결정을 위해선 재판관 6명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현 재판관 모두가 탄핵 결정에 찬성해야 한다는 의미다.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문형배 재판관(헌재 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은 진보, 현 정부 들어 임명된 김형두 정정미 정형식 김복형 재판관은 중도·보수로 분류된다. 윤 대통령 몫으로 지명한 재판관은 정형식 재판관 1명뿐이다. 이 때문에 탄핵 결정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9인 체제에선 1, 2명의 반대에도 탄핵이 가능하지만 6인 체제에선 전원 찬성해야 가능해 차이가 크다”고 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매우 중대한 결정은 정당성을 갖춰야 한다. 9인을 채워서 하는 게 맞다”고 했다. 공석인 재판관 3명은 모두 국회 추천 몫이다. 민주당은 4일 오후 당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정계선 서울서부지법원장과 마은혁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를 후보자로 추천하는 안을 의결했다. 정 법원장은 2018년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15년형을 선고했고 마 부장판사는 2000년 판사 임관 후 서울중앙·남부지법 등에서 근무했다. 두 사람 모두 진보 성향 법관 연구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국민의힘은 조한창 법무법인 도울 변호사를 추천할 방침이지만 상황을 지켜보며 진행한다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인사는 정했는데 인사청문회 일정을 잡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회가 탄핵안을 의결하면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국회가 추천한 재판관을 임명하게 된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4일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이유 등으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가운데 탄핵심판 기관인 헌법재판소가 ‘6인 체제’로 운영 중인 점이 변수라는 전망이 나온다.헌법재판소법은 헌재 재판관 9인 중 7인 이상의 출석을 정족수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올 10월 17일 퇴임한 이종석 전 헌재 소장과 이영진, 김기영 재판관의 후임을 국회가 추천하지 않아 6인 체제로 운영 중이다. 다만 헌재는 정족수 조항 효력을 일시 정지시키는 가처분 결정을 내려 주요 사건을 심리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도 ‘6인 체제’로 대통령 탄핵심판을 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는 의견이 많다.탄핵 인용 결정을 위해선 재판관 6명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현 재판관 모두가 탄핵 결정에 찬성해야 한다는 의미다.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문형배 재판관(헌재 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은 진보, 윤석열 정부 들어 임명된 김형두 정정미 정형식 김복형 재판관은 중도·보수로 분류된다. 윤 대통령 몫으로 지명한 재판관은 정형식 재판관 1명 뿐이다.이 때문에 탄핵 결정 가능성을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9인 체제에선 1, 2명의 반대에도 탄핵이 가능하지만 6인 체제에선 전원 찬성이 있어야만 가능해 차이가 크다”고 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6인 체제 결정이 물리적으론 가능하더라도 대통령 탄핵이라는 매우 중대한 결정을 한다는 점에서 정당성을 갖춰야 한다”며 “9인을 채워서 하는 게 맞다”고 했다.현재 공석 중인 재판관 3명은 모두 국회 추천 몫이다. 민주당은 4일 오후 당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정계선 서울서부지방법원장과 마은혁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를 헌재 재판관 후보자로 추천하는 안을 의결했다. 정 법원장은 2018년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15년형을 선고한 바 있고 진보 성향 법관 연구모임인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2000년 판사 임관 후 서울중앙·남부지법 등에서 근무한 마 부장판사도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국민의힘은 조한창 법무법인 도울 변호사를 추천할 전망이지만, 정국 상황을 지켜보며 진행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추천 인사는 정했는데 인사청문회 일정을 잡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의결하면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국회가 추천한 재판관을 임명하게 된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두고 법조계에선 “계엄 선포 요건 자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의 탄핵 시도에 따른 행정부 마비와 예산 감액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헌법이 규정한 ‘국가비상사태’의 요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견해가 많다. 비상계엄은 헌법에 근거해 대통령이 내릴 수 있다. 헌법 77조 1항은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비상계엄이 발동되면 국민의 기본권은 상당히 제한된다. 같은 조 2항에 따라 영장제도나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등에 대한 ‘특별한 조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법부의 재판권도 상당 부분 제약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계엄법에 계엄사령관이 관장하는 범죄가 13가지로 열거돼 있어 여타 범죄는 법원이 관할한다고 볼 수 있지만 구체적인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다만 헌법은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하면 대통령이 이를 해제토록 하는 규정도 두고 있다. 계엄법에는 “대통령은 계엄 상황이 평상상태로 회복되거나 국회가 계엄 해제를 요구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고 이를 공고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헌법학계와 법조계는 헌법이 규정한 계엄 선포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헌법재판연구원장)는 “지금은 전시도 아니고, 사변도 없다. 그에 준하는 비상사태도 없다”며 “사실상 헌법 규범을 무시하는 행위이자 위헌적 계엄 선포”라고 말했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것은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직후 전국에 비상계엄령이 확대 발동된 이후 45년 만이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이날까지 총 13번의 비상계엄령이 발동됐다. 첫 비상계엄은 1948년 10월 여수·순천사건을 계기로 선포됐다. 같은 해 11월에는 4·3사건으로 제주에서 발동됐다. 직전 총선에서 야당이 과반을 차지하자 이승만 전 대통령은 6·25전쟁 중이었던 1952년 5월 대통령 직선제 등을 담은 개헌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계엄령을 발동시킨다. 이 전 대통령은 이후 1960년 4·19혁명을 막기 위해서도 계엄령을 선포했지만, 결국 하야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1년 5·16군사정변으로 권력을 잡으면서 전국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1979년 10·26사태로 박 전 대통령이 암살되면서 선포된 계엄은 같은 해 12월 12일 신군부 세력의 쿠데타와 5·18민주화운동을 거치며 전국으로 확대돼 1981년 1월까지 지속됐다. 1981년 국회법이 개정된 이후 43년 동안 계엄 선포는 없었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너무 긴 세월이었습니다. 더 일찍 명예 회복이 됐어야 했는데….” 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911단독 유창훈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고 김오랑 중령(육사 25기) 유족의 국가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첫 변론기일. 고인의 조카인 김영진 씨(67)는 “하실 말씀이 있느냐”는 재판부 질문에 이렇게 말끝을 흐렸다. 이날 아침 경남 김해시에서 올라온 김 씨는 국립서울현충원의 고인 묘역에 들러 추모한 뒤 법원에 왔다고 했다. 1979년 12·12쿠데타 당시 특전사령관 비서실장이었던 김 중령은 정병주 사령관을 보호하려다 신군부 총에 맞아 전사했다. 당시 신군부는 김 중령의 선제 사격에 대응한 것이라 주장했고 고인의 사망은 ‘순직’으로 기록됐다. 이후 그의 모친은 2년 만에 숨졌고, 부인 백영옥 씨도 남편을 잃은 충격으로 시력을 잃고 1991년 실족사했다. 김 중령의 사연은 지난해 11월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이 흥행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영화에서 배우 정해인이 연기한 오진호 소령이 김 중령을 모티브로 삼은 캐릭터다. 2022년 군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는 김 중령의 사망을 ‘전사’로 바로잡았고, 누나인 김쾌평 씨와 조카 9명은 올해 6월 국가를 상대로 5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 측은 불법행위는 인정하면서도 소멸시효와 위자료 액수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유족 측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액을 확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소송 제기 당시 주장했던 5억 원은 유족 10명에게 각각 5000만 원을 책정한 금액으로, 고 김 중령의 고유 위자료 등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소송액이 5억 원을 넘으면 단독재판부가 아닌 합의재판부에서 심리한다. 다음 변론기일은 내년 1월 21일 열릴 예정이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법원이 3일 연세대가 낸 2025학년도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항고를 인용했다. 시험의 공정성이 훼손됐다며 합격자 발표를 중단시킨 1심 결정을 취소한 것이다. 이에 따라 연세대는 13일 예정대로 논술시험 합격자 발표를 할 수 있게 됐다.서울고등법원 25-1민사부(부장판사 이균용)는 “논술시험 운영 감독 과정에서 미흡한 대처가 있었더라도 공정성을 중대하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라면 (사립학교의) 자율성이 인정돼야 한다”며 논술시험의 효력을 정지한 1심 결정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논술시험의 공정성이 중대하게 훼손됐다고 보이지 않는다”고도 했다.이에 따라 연세대는 10월 12일 진행한 논술시험 합격자 261명을 이달 13일 예정대로 발표할 방침이다. 또 8일 시행하겠다고 밝힌 추가시험도 항고심 결과와 상관없이 진행하기로 했다. 추가시험 합격자 발표는 수시전형이 끝나는 이달 26일 전에 이뤄진다. 연세대는 지난달 27일 문제유출 논란의 해법으로 “1, 2차 시험을 통해 당초 모집인원의 2배인 최대 522명을 선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영상통화를 하면서 타인의 나체를 녹화해 저장한 경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타인의 신체를 직접 촬영한 것이 아닌 이상 현행법상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다.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협박)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올해 10월 31일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A 씨는 B 씨와 교제하던 지난해 5월 영상통화를 하면서 B 씨가 나체로 샤워하는 모습을 녹화했다. 그러다 헤어진 이후인 지난해 6월 해당 녹화물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A 씨는 헤어진 이후 B 씨의 주거지에 침입하려 하고 차량을 훼손하며 협박하는 등 총 7개의 혐의를 받는다.1심과 2심은 모든 혐의를 유죄로 보고 A 씨에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 씨의 여러 혐의 중 영상통화 녹화물 부분은 처벌할 수 없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했다. 쟁점은 영상통화 중 나체를 녹화한 행위에 대해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대법원은 “피해자와 영상통화를 하면서 녹화한 나체 촬영물은 피해자의 신체 그 자체가 아니라 A 씨의 휴대전화에 수신된 신체 이미지 영상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며 “이는 현행 성폭력처벌법이 규정한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현행 성폭력처벌법 14조 1항은 카메라 등을 이용해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한 경우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은 종래에도 이 조항을 엄격하게 해석해 신체 자체를 촬영한 경우에만 해당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해왔다.이번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에 따라 하급심 법원은 A 씨의 형량을 다시 정할 전망이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가 본인에게 편법으로 정치 후원금이 들어오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후보자와 기부자 모두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흥수 전 인천 동구청장과 지지자 오모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올해 10월 31일 확정했다.오 씨는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둔 2017년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인천에 있는 한 건물을 이 전 구청장의 선거 사무실로 사용하기 위해 이 전 구청장의 명의를 도용해 계약했다. 그후 12회에 걸쳐 월세와 관리비 등으로 1400만 원가량을 송금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전 구청장도 오 씨의 임대료 지급 사실을 알았을 것으로 보고 두 사람을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2019년 기소했다. 1, 2심은 이 전 구청장에게는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전 구청장이 선거 사무실을 빌리는 과정에 관여했거나, 보증금 지급 사실을 허락했는지 여부가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오 씨에 대한 판단은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오 씨가 이 전 구청장의 재선을 지지해온 전후 사정 등을 근거로 그가 낸 임대료 상당액을 정치자금으로 인정하고, 벌금 90만 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현행 정치자금법 제45조 제1항에는 미수범을 처벌하는 규정이 없으므로, 오 씨가 정치자금을 기부하려고 했던 사실만으로는 범죄가 성립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2심 재판부가 무죄로 판결한 데에 주된 근거가 된 것은 ‘대향범’ 법리였다. 대향범이란 2인 이상의 행위자(기부자와 수수자)가 동일한 목표(불법 정치자금)를 실현하는 범죄로, 주는 행위와 받는 행위가 둘 다 있어야 죄가 성립한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이 전 구청장의 ‘받는 행위’가 전제되지 않았으므로, 오 씨 또한 ‘주는 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이다.대법원 또한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일방에 의해 정치자금이 마련은 됐으나 건네지지 않은 단계에서는 정치자금법 위반죄로 처벌할 수 없으며, 오 씨가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행위’를 완료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다만 모든 정치자금범 위반 사건이 같은 판단을 받게 되는 건 아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사건의 경우 대법원이 대향범 법리에 따른 원심 판결을 수긍했을 뿐 명시적으로 법리를 밝힌 건 아니다”라며 “향후 유사 사건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예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코오롱 ‘인보사 사태’를 계기로 첨단 과학 분야에 대한 규제 당국과 수사기관의 과도한 통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소송전으로 얼룩진 한국과 과학적 검증으로 일관한 미국의 대응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에 대해 무죄를 판결한 재판부도 “과학 분야의 사법적 통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이제 막 신약 개발 전쟁에 뛰어든 한국이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을 추격하려면 규제 정비와 더불어 정부와 사법 당국의 전문성 확보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 이승규 부회장은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도록 규제 당국이 전문성을 갖춰야 할 뿐만 아니라 신약에 대한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며 “아울러 담당 공무원들이 혁신적인 결정을 하더라도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분위기도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 美 FDA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일단 연구하라”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 사태는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판매허가)를 받을 당시 코오롱 측이 기재했던 성분이 2년 후 다른 성분으로 확인되며 시작됐다. 코오롱은 미국 임상 과정에서 이를 발견하고 2019년 식약처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고했다. 한국과 미국 당국의 대응은 여기서 갈렸다. 국내에선 ‘대기업의 고의 조작’이라며 정치권과 시민단체 비난이 거세졌고, 식약처는 곧바로 품목허가 취소와 형사고발을 진행했다. 1심 판결까지 4년 10개월간 총 96번의 공판이 진행됐다. 반면 미국 FDA는 코오롱의 신고 직후 진행 중이던 임상 3상을 보류했고, 안전성 영향 검토에 나서 2020년 임상 재개 결정을 내렸다. 코오롱은 올해 7월 미국에서 인보사 3상 환자 투약을 끝낸 상태다. 바이오 업계는 FDA의 경우 법으로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이라 절차상 문제가 일부 발견되더라도 신약 안전성 및 효능에 문제가 없으면 일단 연구를 막지 않는 관행이 있어 임상 재개가 가능했다고 본다. 2019년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의 유전자치료제 ‘졸겐스마’도 일부 데이터의 조작이 드러났지만 FDA는 품목허가를 취소하지 않았다. 조작에 대해서만 별도로 고발 조치를 검토하거나 대책을 지시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FDA는 조작된 데이터가 제조 관련 일부분이라며 “치료할 수 없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세포 유전자 치료제 등 혁신 신약은 개발을 촉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미국과 달리 허가한 것을 제외한 나머지는 할 수 없도록 하는 ‘포지티브 규제’ 방식이다. 규제기관이 혁신에 소극적인 환경도 신약 개발을 어렵게 한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당초 식약처도 발빠르게 인보사 품목허가까지 내주는 등 혁신을 키우려 했지만 여론의 비난에 과도한 규제로 돌변했고, 검찰도 칼을 빼들었다”며 “과학이 여론에 흔들리는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 ● “신약 특허 심판 제도도 논란”바이오 업계는 한국 신약을 둘러싼 소송과 분쟁이 잦아지며 사법부 판결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지는 만큼 당국의 전문성 확보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10년 이상 걸린 신약 개발이 소송에 좌초되는 사례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화이자가 7년 동안 국내에서 진행 중인 특허 소송이 대표적이다. SK는 국내 최초로 폐렴구균 13가 백신을 개발해 식약처 품목 허가를 받았지만 화이자가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에서 패소해 2027년 4월까지 국내 생산 및 판매가 금지됐다. 판매 활로를 찾으려 러시아 제약사에 연구용 원액을 수출하자 이에 다시 화이자가 소송을 제기해 이달 3일 항소심 판결이 예정돼 있다. 유럽 특허법원은 화이자의 해당 특허를 2014년 “독창성이 없다”고 취소한 바 있다. 올해 미국에서도 화이자의 다른 폐렴구균 백신에 대해 사노피 및 SK가 소송을 제기하자 특허 무효 판결이 나왔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만든 메디톡스는 식약처와 성분 변경에 대한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둘러싼 법적 다툼을 4년째 진행중이다. 메디톡스가 1, 2심에서 승소했지만 누적된 소송비용에 올해 분기 적자를 내기도 했다. 바이오 업계는 유럽 등 신약 선진국처럼 특허 심판에 기술 전문가 참여가 제도적으로 보장돼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최근 국회에 특허심판에서 전문심리위원과 기술심리관 참여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발의된 이유다. 제약 업계 관계자는 “제품 출시도 못해 보고 소송에 시달리면 웬만한 글로벌 기업을 제외하곤 버티기 어렵다”며 “특허심판원과 사법부의 전문성이 점점 더 요구될 것”이라고 말했다.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한종호 기자 hjh@donga.com}
5·18민주화운동 유공자와 유족 840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5·18민주화운동 유공자들의 국가배상 청구권이 인정된 이후 최다 인원이 참여한 소송이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국가가 5·18민주화운동 유공자 및 유족 840명에게 위자료 430억6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한 원심 판결을 지난달 28일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하급심 판결에 문제가 없는 경우 대법원이 추가적인 본안 심리 없이 바로 기각하는 제도다. 2021년 5월 헌법재판소는 5·18민주화운동으로 국가로부터 보상을 받은 이들의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한 5·18보상법 조항에 대해 위헌으로 결정했다. 헌재 결정에 따라 같은 해 11월 5·18 유공자와 유족 등 840명은 위자료로 943억 원을 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올 9월 항소심 재판부는 “유사한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가 또다시 자행되지 않도록 억제·예방할 필요성이 크다”며 1심의 배상 기준을 그대로 인정했다. 1심은 연행·구금·수형의 경우 1일당 30만 원, 장애 없는 상해는 500만 원, 장애 있는 상해는 3000만 원, 사망은 4억 원 등으로 산정하고 과거에 받은 형사보상금은 위자료에서 공제토록 판결했다. 항소심은 또 원고 12명의 구금 일수와 장애등급 등을 바로잡으면서 1심(426억6600만 원)보다 위자료를 3억9900만 원 늘렸다. 정부 측은 위자료가 지나치게 많다고 주장하며 상고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위자료 액수의 경우 다른 유공자·유족이 제기한 소송에선 재판부 판단에 따라 배상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5·18민주화운동 유공자와 유족 840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들의 국가배상 청구권이 인정된 이후 최다 인원이 참여한 소송이다.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국가가 5·18민주화운동 유공자 및 유족 840명에게 위자료 430억 6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한 원심 판결을 지난달 28일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하급심 판결에 문제가 없는 경우 대법원이 추가적인 본안 심리 없이 바로 기각하는 제도다.2021년 5월 헌법재판소는 5·18민주화운동으로 국가로부터 보상을 받은 이들의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한 5·18보상법 조항에 대해 위헌으로 결정했다. 헌재 결정에 따라 같은 해 11월 5·18 유공자와 유족 등 840명은 위자료로 943억 원을 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올 9월 항소심 재판부는 연행·구금·수형은 1일당 30만 원, 장애 없는 상해는 500만 원, 장애 있는 상해는 3000만 원, 사망은 4억 원 등으로 산정하고 과거에 받은 형사보상금은 위자료에서 공제하는 1심의 배상 기준을 그대로 인정했다. 또 원고 12명의 구금일수와 장애등급 등을 바로잡으면서 1심(426억6600만 원)보다 위자료를 3억9900만 원 늘렸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