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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가 전기차(EV) 신차 3종을 스페인에서 공개하며 유럽 시장 전기차 시장 공략에 나섰다. 기아는 27일(현지 시간) 스페인 타라고나의 타라고 아레나에서 열린 ‘2025 기아 EV 데이’ 행사에서 새로운 전기차와 목적기반모빌리티(PBV)를 선보이며 전기차 라인업 확대와 모빌리티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전략을 발표했다. PBV는 물류, 배송, 승객 운송 등 이용자의 목적에 맞게 설계되어 활용되는 차량이다. 이번 행사에서 기아는 첫 전기 세단 모델인 EV4,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콘셉트 모델 EV2, 그리고 현대자동차그룹 최초의 PBV 전용 모델 PV5를 공개했다.EV4는 현대차그룹 전기차 중 가장 긴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 533km(롱레인지 2WD, 17인치 휠 기준)를 자랑하며 넓은 실내 공간과 첨단 사양으로 주목받고 있다. EV4는 3월 국내에서 세단으로 먼저 생산·출시되며, 8월에는 유럽에서 해치백(뒷좌석과 적재 공간이 합쳐진 외형) 모델이 생산될 예정이다. PV5는 현대차그룹 최초로 PBV 전용 플랫폼 ‘E-GMP.S’를 적용한 모델로 다양한 차량 구성이 가능하다. 최적화된 구조 설계로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했으며 낮고 평평한 차체 바닥 설계를 통해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PV5는 하반기(7∼12월) 중 국내와 유럽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EV2는 유럽 시장을 겨냥한 해외 전략형 소형 SUV 콘셉트 모델이다. 양산형 모델은 프렁크(앞 트렁크), 차량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V2L’ 기능, 자동차 무선 업데이트(OTA) 등 상위 차급의 기술을 탑재해 최적화된 전동화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양산형 EV2는 2026년 유럽 시장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기아 송호성 사장(CEO)은 “기아는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업체로서 고객 중심의 제품과 경험을 통해 EV 대중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PBV 시장 선도 기업으로서 맞춤형 모빌리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기아는 이번 신차 발표를 통해 유럽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현대차·기아의 유럽 현지 판매 점유율은 2022년 9.4%에서 2024년 8.2%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관세 부담이 커지면서 유럽 시장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페인에서 행사를 개최하고 유럽인들이 선호하는 차급의 혁신적인 신차를 공개한 것은 유럽 시장 공략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기아와 삼성전자는 이날 ‘사물인터넷(IoT) 솔루션 기반 B2B 사업 협력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력으로 기아 PBV와 삼성전자의 IoT 플랫폼 ‘스마트싱스 프로’가 연동되어 차량과 외부 비즈니스 공간이 상호 연결되고 제어가 가능해진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동국제강그룹이 건축용 중국산 도금·컬러강판에 대해 정부에 반덤핑 조사를 신청하기로 했다. 도금·컬러강판은 철강 표면에 도금이나 색상을 입혀 부식과 외부 손상을 방지하는 제품으로, 주로 건축물의 지붕·내벽·외벽, 공장·창고 패널, 간판 등 내외장재로 사용된다. 지난해 현대제철이 중국산 후판과 열연강판 등을 대상으로 반덤핑 제소를 한 데 이어 동국제강까지 나서 보호조치를 요구한 것은 중국산 저가 제품의 밀어내기가 업계 전반에 걸쳐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도금량 기준 못 미치는 중국산 반덤핑 제소” 27일 동국제강그룹에 따르면 동국씨엠은 세아씨엠, KG스틸 등 동종 업계와 협력해 3월 말까지 중국 업체가 생산한 건축용 도금·컬러강판에 대한 반덤핑 제소 신청서를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국내 최대 건축용 도금·컬러강판 생산 업체인 동국씨엠은 “중국산 저가 제품이 프리미엄화·차별화에 주력하는 국내 업체들의 발전을 저해하고 내수시장 가격을 왜곡하고 있다”며 “기준 미달 제품으로 인한 국민 주거와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제소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관세청 통계를 보면 최근 3년간 국내로 들어온 중국산 저가 도금·컬러강판의 수입량은 266만5701t으로 국내 연간 평균 수요(261만7771t)를 넘어선다. 2022년 76만4053t이었던 중국산 수입량은 지난해 102만1617t으로 33.7% 증가했다. 이 기간 국내 유통량 대비 중국산 점유율은 28.1%에서 40.8%로 12.7%포인트 상승했다. 국내로 들어온 중국산 제품은 국산보다 10∼15% 낮은 가격으로 판매된다. 동국씨엠 관계자는 “중국산 제품은 국내 시장 가격을 교란할 뿐만 아니라 도금량이 건축법 규정(㎡당 90g)에 한참 못 미치는 ㎡당 60g 수준임에도 대량 유통되고 있어 품질과 안전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후판-열연강판-도금강판 전방위 생태계 교란 중국산 철강재는 다양한 품목에 걸쳐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중국 내수시장 침체와 건설업 부진으로 잉여 생산량이 급증하자 중국 철강업체들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활용해 무관세로 저가 철강재를 국내로 대거 쏟아내고 있다. 주로 선박 건조에 사용되는 중국산 후판의 경우 수입량이 2021년 약 45만 t에서 2024년 138만 t으로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중국산 후판에 대해 지난해 7월 현대제철이 반덤핑 제소를 신청했고, 무역위는 이달 해당 품목에 최고 38.02%의 잠정 덤핑 방지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중국산 열연강판 등에 대한 조사 여부도 조만간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조치들이 중국과의 통상 분쟁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흥종 고려대 국제대학원 특임교수는 “현재 시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까지 겹치며 국내 철강 업계는 완전히 사면초가에 놓여 있다”며 “중국의 보복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강 생태계가 무너질 위험이 있어 무역위로서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명예교수는 “정부가 열연강판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이 열연강판을 단순 가공해 냉연강판으로 둔갑시켜 우회 수출하는 물량이 증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한국 기업을 편드는 차원을 넘어 최소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나서는 것이 정부의 임무”라고 강조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한종호 기자 hjh@donga.com}
HD현대가 기술 혁신을 통해 조선과 에너지 산업의 미래를 선도하고 있다. 권오갑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미래 준비는 그룹의 장기적 성장을 위한 토대”라며 신기술 확보와 새로운 방식의 조선산업 전환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HD현대는 무탄소 시대를 대비하며 소형모듈원전(SMR), 스마트 야드, 자율운항 솔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초격차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HD현대는 2월 미국 휴스턴에서 SMR 기술을 적용한 1만50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급 원자력 추진 컨테이너선을 공개했다. 기존 선박과 달리 연료탱크와 배기기관이 필요 없어 공간 효율성과 경제성이 크게 향상됐다. SMR은 대형 원전의 한계를 극복하며 탄소 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위한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HD현대는 2030년까지 해상 원자력 사업 모델 개발을 완료할 계획으로 차세대 원자로 혁신기업 테라파워와 협력해 SMR 핵심 설비 개발에 나섰다. 특히 테라파워의 4세대 소듐냉각고속로(SFR)에 탑재될 원자로 용기 제작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글로벌 SMR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HD현대는 스마트 야드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미래형 조선소(FOS)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3년 1단계 ‘눈에 보이는 조선소’를 완성한 데 이어 2026년까지 AI 기반 ‘연결-예측 최적화된 조선소’를 구축할 예정이다. 최종적으로는 지능형 자율 운영 조선소를 완성해 생산성과 공정 효율성을 각각 30% 향상시키는 것이 목표다. HD현대의 자율운항 전문 자회사인 아비커스는 대형 선박용 자율운항 솔루션 ‘하이나스 컨트롤’을 상용화했다. 이 시스템은 항해 장비와 센서를 융합해 최적의 항로와 속도를 제공한다. AI 기반 항로 최적화 솔루션 ‘오션와이즈’를 국내 해운사에 최초 적용하며 연료 소모량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기도 하다. HD현대는 수소연료전지 시장에도 본격 진출했다. 지난해 핀란드의 SOFC 발전 시스템 기업 컨비온을 인수하며 수소연료전지 기술력을 확보했고 HD하이드로젠을 설립해 발전용 및 선박용 연료전지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HD현대는 중소형 선박 엔진 전문 회사 HD현대마린엔진을 출범시키며 대형·중소형 엔진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HD현대 관계자는 “HD현대는 초격차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며 미래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현대자동차그룹이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연구개발(R&D)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현대차는 2024년부터 2033년까지 10년간 총 120조5000억 원을 투자해 새로운 중장기 전략인 ‘현대 웨이’ 실행에 나섰다. 하이브리드 기술과 전기차(EV) 경쟁력 강화, 배터리 기술 고도화 등이 핵심이다.현대차는 하이브리드 차량 수요 증가에 맞춰 기존 7개 차종에서 14개 차종으로 하이브리드 시스템 적용을 확대한다. 특히 제네시스 전 차종에 하이브리드 옵션을 제공하고 성능과 연비를 대폭 개선한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TMED-Ⅱ)을 2025년부터 양산 차량에 적용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2028년까지 글로벌 하이브리드 판매량을 약 133만 대로 확대할 계획이다.내연기관과 전기차의 장점을 결합한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EREV는 전기모터로 구동되지만 엔진으로 배터리를 충전해 긴 주행거리를 제공하는 차량이다. 현대차는 2026년 북미와 중국에서 양산을 시작해 2027년부터 본격 판매에 돌입할 예정이다.배터리 기술 고도화도 현대차의 주요 전략 중 하나다. 보급형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개발하며 에너지 밀도를 2030년까지 20% 이상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배터리 셀 간 열 전이를 방지하는 안전 기술과 ‘셀 투 팩(CTV·모듈을 건너뛰고 팩에 셀을 담는 기술)’ 구조를 도입해 배터리 시스템의 중량 감소와 효율성 향상을 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래 전동화 시장에 대비하기 위해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지난해 8월 현대차·기아는 차량 내부 온도 조절 기술인 ‘나노 쿨링 필름’ ‘복사열 난방 시스템’ ‘금속 코팅 발열 유리’를 공개했다. 나노 쿨링 필름은 여름철 차량 내부 온도를 최대 10도 낮추며 복사열 난방 시스템은 겨울철 탑승객의 체감 온도를 빠르게 올린다. 금속 코팅 발열 유리는 겨울철 서리를 제거하고 여름에는 태양열을 차단해 에너지 효율성을 높인다. 이 기술들은 향후 신차에 적용될 예정이다.현대차그룹은 협력사와의 동반 성장을 위해 ‘R&D 협력사 테크 데이’를 개최하며 우수 신기술 보유 업체를 포상하고 기술 교류를 강화하고 있다. 더불어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와 협력을 확대하며 2017년부터 약 200개 스타트업에 총 1조3000억 원을 투자했다. 이를 통해 모빌리티 서비스,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다양한 미래 신사업 영역에서 혁신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동국제강그룹이 건축용 중국산 도금·컬러강판에 대해 반덤핑(AD) 제소에 나섰다. 저가 중국산 제품의 무분별한 유입이 국내 철강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에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상황에서 중국산 저가 철강재의 밀어내기 물량이 늘어나자, 국내 철강업계는 보호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도금·컬러강판은 철강 표면에 도금이나 색상을 입혀 부식과 외부 손상을 방지하는 제품으로 주로 건축물의 지붕·내벽·외벽, 공장·창고 패널, 간판 등 내외장재로 사용된다.27일 동국제강그룹에 따르면 동국씨엠은 세아씨엠, KG스틸 등 동종업계와 협력해 3월 말까지 제소를 추진할 방침이다. 동국씨엠은 국내 최대 건축용 도금·컬러강판 생산 업체로 이번 제소의 배경으로 △프리미엄화·차별화에 주력하는 국내 업체들의 발전 저해 △내수 시장 가격 왜곡 △기준 미달 제품으로 인한 국민 주거 안전 위협 등을 꼽았다.실제 관세청 통계를 보면, 최근 3년간 국내로 들어온 중국산 저가 도금·컬러강판의 수입량은 국내 연간 평균 수요(261만7771톤)를 넘어서는 266만5701톤(t)에 달한다. 수입량도 증가세다. 2022년 76만4053t이었던 중국산 수입량은 지난해 33.7% 급증한 102만1617t을 나타냈다. 이 기간 국내 유통량 대비 중국산 점유율은 28.1%에서 40.8%로 12% 포인트 상승했다.국내로 유입된 중국산 제품은 국산보다 10~15% 더 낮은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동국씨엠 관계자는 “국내 시장 가격을 교란할 뿐만 아니라 중국산 제품의 도금량은 건축법 규정(제곱미터당 90g)에 한참 못 미치는 제곱미터당 60g 수준임에도 대량 유통되고 있어 품질과 안전 문제가 심각하다”고 설명했다.중국산 도금‧컬러강판 국내 수요량 및 중국산 수입량연도국내 수요량(t)중국산 수입량(t)중국산 비중(%)2022271만600076만405328.12023263만452088만3133.42024250만2794102만161740.8관세청 및 업계 종합중국산 철강재는 다양한 품목에서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중국의 내수 경기 침체와 건설업 부진으로 인해 잉여 생산량이 급증하자 중국 철강업체들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활용해 무관세로 저가 철강재를 국내로 대거 쏟아내고 있다.예를 들어 주로 선박 건조에 사용되는 중국산 후판의 경우 수입량이 2021년 약 45만t에서 2024년 138만 톤으로 3배 이상으로 뛰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7월 현대제철이 반덤핑 제소를 제기했다. 무역위원회는 최근 해당 품목에 27.91∼38.02%의 잠정 덤핑 방지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의했다. 냉연강판 등 다양한 철강재의 기초 소재로 쓰이는 열연강판 역시 국산보다 최대 20% 저렴한 가격으로 국내로 유입되자 반덤핑 제소가 이뤄졌고, 무역위는 조만간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일각에서는 중국과의 통상 분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흥종 고려대 국제대학원 특임교수는 “현재 시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까지 겹치며 국내 철강 업계는 완전히 사면초가에 놓여 있다”며 “중국의 보복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강 생태계가 무너질 위험이 있어 무역위원회로서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한종호 기자 hjh@donga.com}
현대자동차의 첫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아이오닉 9은 출시 전부터 패밀리카 시장에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전기차 시장에서 기아 EV9이 유일한 경쟁 모델로 자리 잡은 가운데, 넓은 실내 공간에 첨단 기술이 적용된 아이오닉 9은 이 매력적인 스펙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현대차는 13일 공식 출시를 앞두고 아이오닉 9의 시작가를 6715만 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지난해 초 EV9이 처음 출시될 당시의 시작가(7337만 원)와 비교해 600만 원 이상 낮은 수준이다. 눈발이 거세던 12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경기 양평 이함캠퍼스까지 왕복 약 100km를 달려봤다. 아이오닉 9은 현시점에서 대형 전기 SUV 시장의 ‘완성형’에 가까운 모델이라는 인상을 남겼다. 시승 당일 도로 곳곳에는 눈이 쌓여 운전하기 만만찮은 여건이었다. 그러나 아이오닉 9의 사륜구동(AWD) 시스템과 구동력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DAS 기술 덕분에 눈길에서도 뛰어난 접지력을 제공해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했다. 코너링이나 급가속 상황에서도 차체는 흔들림 없이 균형을 유지했다. 주행감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서스펜션은 울퉁불퉁한 도로나 가파른 경사에서도 차체가 흔들리지 않도록 설계됐다. 특히 차체 높이를 자동으로 조정하는 기술 덕분에 작은 눈덩이를 지나거나 비포장도로(오프로드)를 달릴 때도 불편함과 피로감을 크게 줄여줬다.아이오닉 9은 최고 출력 428마력(성능형 AWD 기준)에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 532km(2WD·19인치 휠 기준)를 자랑한다. 이러한 동력 성능과 넉넉한 배터리 용량 덕분에 도심과 교외를 오가는 시승 코스 내내 거대한 차량을 주행하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강력한 성능은 단순히 ‘잘 달린다’는 느낌을 넘어, 넓고 쾌적한 실내 공간과 어우러져 극도의 만족감을 선사했다. 마치 나만의 작은 호텔을 운전하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아이오닉 9의 축간거리(휠베이스)는 3130mm로 현대차 라인업 중 가장 길다. 실내 바닥은 평평하게 설계되어 탑승객들이 발을 편안히 둘 수 있고, 좌석 간 공간도 넉넉해 모두가 여유롭게 앉을 수 있었다. 특히 2열과 3열의 헤드룸(머리 위 공간)과 레그룸(발이 움직이는 공간)은 경쟁 모델인 기아 EV9보다도 넓어 가족 단위 고객에게 최적화된 설계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아이오닉 9은 초고속 충전 기술을 탑재해 350kW급 충전기를 사용할 경우 약 24분 만에 배터리 용량을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짧은 시간 안에 충전을 완료할 수 있어 장거리 여행에서도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아이오닉 9은 넓고 안락한 실내 공간, 강력하면서도 효율적인 성능,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을 갖춰 가족 단위 소비자뿐만 아니라 전기차를 경험해 본 이들에게도 매력적인 구매 후보가 될 차량이었다.다만 디지털 사이드미러는 적응에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운전대 옆 디스플레이를 통해 후방 상황을 확인하는 방식이 기존 거울식 사이드미러와 달라 거리감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운전석 A필러(전면 유리창과 옆 유리창 사이의 기둥) 쪽 시야 확보에도 한계가 있다는 점은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었다.양평=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현대로템이 역대 최대 규모의 전동차 수주에 성공하면서 아프리카 모로코 시장에 진출한다. 현대로템은 25일(현지 시간) 모로코 철도청(ONCF)과 약 2조2027억 원 규모의 2층 전동차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차량 유지보수는 ONCF와의 별도 협상을 통해 현대로템과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공동 수행한다. 현대로템이 공급할 2층 전동차는 시속 160km급으로 설계됐고, 모로코 최대 도시인 카사블랑카를 중심으로 주요 지역을 연결하게 된다. 모로코는 월드컵 100주년을 기념해 3개 대륙, 6개 국가에서 열리는 2030년 월드컵 공동 개최국 중 하나다. 월드컵 개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교통 인프라 확충이 이뤄지고 있어 이번 수주 이후 추가 발주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현대로템은 이미 튀니지, 탄자니아, 이집트 등 다양한 아프리카 국가에서 사업 경험을 축적한 만큼 이번 수주를 계기로 아프리카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넓힐 계획이다. 이번 계약은 현대로템 역사상 단일 프로젝트 기준 최대 규모다. 기존 대규모 사업으로는 현재 납품 중인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2층 전동차 프로젝트(약 1조4000억 원), 2023년 수주한 호주 퀸즐랜드 전동차 공급 사업(약 1조2164억 원),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메트로 전동차 사업(약 8688억 원) 등이 있다. 이번 수주에는 현대로템을 비롯한 민관 합동 ‘코리아 원팀’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과 백원국 제2차관이 직접 모로코를 방문해 교통물류부 장관 및 철도청장과 면담하며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국가철도공단과 코레일 관계자들도 모로코를 방문해 한국 철도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알렸다. 특히 코레일은 유지보수 핵심 기술 확보를 원하는 모로코 철도청의 요구에 맞춰 기술 이전, 교육 훈련 등 전방위적 협력을 제안해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 냈다. 금융 지원 역시 수주 성공에 도움이 됐다. 한국 정부는 개발도상국의 경제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낮은 금리의 자금을 지원하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활용해 수주 경쟁력을 높였다. 이번 수주가 국내 철도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철도차량 부품의 약 90%는 국내 중소·중견기업들이 공급한다. 제작에 참여하는 기업 수만 200여 개에 이른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이번 성과는 민관이 합심한 코리아 원팀의 노력 덕분이며, 글로벌 시장에서 K철도의 기술력과 신뢰도가 인정받은 사례”라며 “2030 월드컵 방문객들에게 안전하고 편리한 교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모로코 무함마드 6세 국왕 앞으로 감사의 뜻을 담은 서한을 보냈다. 최 권한대행은 “한국 기업이 최종 사업자로 선정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국제적인 경쟁력과 기술력을 갖춘 한국 기업에 대한 모로코 정부의 신뢰와 관심에 감사하다”고 밝혔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기아가 기존 온라인 쇼핑몰 ‘카앤라이프몰’을 전면 개편한 ‘기아샵(Kia Shop·사진)’을 공식 오픈했다고 26일 밝혔다. 기아샵은 최신 사용자경험(UX)과 사용자환경(UI)을 적용하고 상품군과 고객 서비스를 대폭 확대한 것이 특징으로 꼽힌다. 고객 참여와 소통 중심의 온라인 커뮤니티 커머스를 표방하고 있다. 기아는 이번에 고객 체험단 운영, 상품평 작성 및 공유, 크라우드 펀딩 등 관련 특화 기능을 추가했다. 특히 크라우드 펀딩은 고객이 직접 제안한 아이디어를 상품화해 판매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또한 기아샵에는 자동차 생활과 연계된 차종별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 이외에 가전, 뷰티, 레저, 스포츠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걸친 상품을 제공할 예정이다. 기아 관계자는 “기아샵은 단순한 온라인 쇼핑몰을 넘어 고객과 소통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현대자동차·기아가 삼성SDI와 손잡고 로봇 전용 고성능 배터리 개발에 나선다.25일 현대차·기아는 24일 경기 의왕시 현대차그룹 의왕연구소에서 삼성SDI와 ‘로봇 전용 배터리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협약식에는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장 현동진 상무와 삼성SDI 소형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 조한제 부사장이 참석했다.이번 협력의 목표는 로봇에 최적화된 배터리를 개발하고 이를 다양한 서비스 로봇에 탑재하는 것이다. 현재 로봇 산업에서는 전용 배터리 부재로 인해 전동 공구나 경량 전기 이동수단(LEV) 등에 쓰이는 배터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구조적 제약과 출력 용량 감소 문제가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출력과 사용 시간을 대폭 늘린 배터리를 개발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고용량 소재 개발과 설계 최적화를 통해 배터리 효율을 높이는 역할을 맡는다. 현대차·기아는 신규 배터리를 로봇에 적용해 성능을 평가하고 고도화하며 충·방전 성능과 보증 수명 등을 검증할 예정이다.양사는 이번 협력을 통해 로봇 시장 확대를 위한 공동 마케팅도 추진한다. 다음 달 열리는 ‘인터배터리 2025’에서 삼성SDI 전시관에 현대차·기아의 서비스 로봇 ‘달이(DAL-e)’와 ‘모베드(MobED)’를 전시해 기술력을 선보일 예정이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현대제철이 직장 폐쇄에 이어 노무 수령 거부에 나서는 등 1953년 창립 이후 가장 극단적인 노사 갈등을 빚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 제품에 대해 25% 관세 부과를 한 상황에서 극단적인 노사 갈등이 새로운 경영 위기의 이유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24일 낮 12시 충남 당진제철소 1·2 냉연공장의 산세압연설비(PL/TCM) 라인을 직장 폐쇄한 데 이어 오후 7시경 후공정에 해당하는 냉연강판 생산 라인 근로자들에게 ‘노무 수령 거부’를 통보했다. 노무 수령 거부는 쟁의행위를 하는 노조에 대해 사용자가 근로 제공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행위다.이번 조치는 현대제철 냉연강판 전체 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하는 핵심 설비의 전면 가동 중단을 의미한다. 냉연강판은 자동차와 가전 등 주요 산업에서 필수 소재로 쓰인다.현대제철 노조(당진하이스코지회)는 “노무 수령 거부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는 조합원들에게 정상 출근과 현장 증거 확보 지침을 내리는 한편 회사가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3월 초중순 총파업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번 사태로 인해 현대제철이 경영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철강 수요 감소와 중국산 저가 공세로 지난해 현대제철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0.6% 줄었다. 올들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 관세 부과라는 새로운 악재까지 더해지며 위기 상황이 심화되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11월 경북 포항 제2공장 가동을 중단하며 비용 절감에 나서는 한편 미국에 제강 시설 투자를 검토하는 등 관세 압박 대응책도 준비하고 있다.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은 이날 담화문을 내고 “지금은 갈등을 심화시킬 때가 아니다. 우리가 하나 되어 어려움을 헤쳐가야 할 절체절명의 시점”이라며 “파업은 회사의 생존 기반을 약화시키는 행위로 결국 모두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남길 것”이라고 강조했다.한편 이번 노사 갈등의 원인이 된 임금 협상에서 현대제철 노조는 현대차·기아 수준인 1인당 4000만 원 수준의 임금 인상안을 마련해 달라며 회사 측이 제안한 협상안(기본급의 450%+성과급 1000만 원)을 거부하고 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미국 정부가 수입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예고하면서 대미 의존도가 높은 한국지엠이 국내에서 철수할 것이란 우려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한국지엠은 국내 생산량의 85%가량을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어 관세가 부과되면 가격 경쟁력 하락에 따른 타격을 크게 입을 수밖에 없다. 부도 위기를 맞고 군산공장을 폐쇄했던 2018년 이후 또다시 철수설이 불거지자 한국지엠 노동조합은 근로자와 지역사회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 다시 불거지는 ‘철수설’한국지엠 노조 측은 24일 GM본사 측에 ‘한국지엠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한 정책 토론회’를 제안한 것으로 파악됐다. 노조 측은 다음 달 13일 한국지엠 부평 공장에서 정책 토론회를 열고 회사와 정계 인사를 패널로 초청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에 따른 대응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한국지엠 노조 관계자는 “GM 본사 차원의 대응이 걱정이다”라며 “임직원 사이에 여러 불안감이 커지고 있어 트럼프 관세 정책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토론하며 내부 결속력을 다질 계획”이라고 했다. 한국지엠의 임직원은 8700여 명으로 협력사 직원까지 고려한 직간접적 일자리 수는 15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한국지엠의 철수설은 10여 년 전부터 수차례 제기됐다. GM이 2012년 군산공장 생산 물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세단 ‘크루즈’의 차세대 모델을 미국과 유럽 등 해외 공장에서 만들겠다고 발표하면서부터다. 2018년에는 군산공장 폐쇄와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이러한 우려는 더 커졌다. 당시 산업은행은 전면적인 철수를 막기 위해 약 8100억 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며 GM은 최소 2028년까지 한국지엠의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최근 관세 이슈와 더불어 GM이 글로벌 생산 기지를 재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한국지엠의 철수 가능성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실제로 폴 제이콥슨 GM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9일(현지 시간)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가 주최한 투자자 행사에서 “관세가 영구적으로 적용된다면 공장 배치 및 이전과 같은 다양한 문제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국내 시장 철수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선택과 집중’ 전략이 독(毒)으로한국지엠의 대미 수출을 견인하고 있는 것은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 크로스오버 등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두 개 모델이다. 한국지엠이 한국에서 생산하는 모델은 현재 이 두 개뿐으로 각각 2020년과 2023년부터 북미시장에 본격적으로 판매됐다. 이때부터 GM은 북미에선 생산하지 않는 소형 SUV 차량 수출 기지로 한국을 낙점하고 이 두 개 차종을 중심으로 미국을 포함한 북미 시장 공략에 힘써 왔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생산 차종도 두 개로 줄이고, 무관세 혜택을 받던 미국 수출에 집중하며 승승장구하고 있었는데 날벼락을 맞은 셈”이라며 “국내 지역 경제에도 문제지만 유럽과 호주 등지에서 철수한 GM으로서도 한국지엠만큼 성과를 내는 곳이 없었는데 골머리를 앓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지엠은 국내에서 총 49만4072대의 차량을 생산했는데 이 중 84.8%인 41만8782대를 미국에 수출했다. 이 기간 한국지엠의 국내 판매량은 대미 수출량의 5.9%에 불과한 2만4824대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현대자동차가 전기차용 배터리 제작 능력을 직접 확보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현재 전기차 가격의 40%를 차지하는 배터리를 자체 설계하고, 장기적으로는 배터리 팹리스(설계) 업체로 거듭날 수 있는 길을 트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속속 배터리 기술 자체 확보에 나서면서, 앞으로 자동차-배터리 업계의 이종 결합이나 인수합병(M&A)이 활발히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23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 안성에 들어설 현대차 배터리 연구개발(R&D) 센터 건립이 ‘초읽기’ 단계에 들어갔다. 현대차는 내부적으로 ‘모빌리티알파라인안성센터(MAAC)’로 불리는 이 배터리 R&D 센터 건설의 착공 전 마지막 단계인 ‘안전점검 수행 기관 지정’ 절차를 최근 완료했다. 이르면 다음 달 착공에 들어가 2027년 준공될 것으로 예상된다.MAAC에는 배터리 설계부터 시험 생산, 성능 검증까지 일괄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 들어간다. 현대차그룹은 고성능·보급형 NCM(니켈·코발트·망간)과 저가형 리튬인산철(LFP) 등 모든 형태의 배터리를 자체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 남양·마북·의왕연구소와 함께 MAAC를 4대 연구 거점으로 둔다는 구상이다. 현대차는 이미 2023년 8월 출시된 5세대 싼타페 하이브리드 모델에 자체 설계한 배터리를 처음 적용했다. 이 배터리는 현대차가 설계하고 SK온이 양산을 담당하는 협력 모델로 개발됐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직접 배터리 양산에 나서진 않더라도 배터리 기술에 대한 세부 데이터를 확보하면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고, 중장기적으론 팹리스 업체로 전환할 토대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풀이했다.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기술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테슬라는 2020년 자체 개발한 4680(지름 46mm, 높이 80mm) 배터리 셀을 공개한 후 미국 텍사스 기가팩토리에서 매월 수십만 개의 셀을 생산하고 있다. 도요타는 지난해 3월 파나소닉 지분을 모두 매입해 배터리 제조사 프라임어스 EV 에너지(PEVE·현 도요타배터리)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폭스바겐 또한 2022년 7월 배터리 자회사 파워코를 설립해 자체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이런 흐름 속에 전기차 제조사와 배터리셀 제조사의 경계가 모호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자제품 제조업체인 폭스콘이 전기차 파운드리(위탁 생산) 사업을 추진하는 것처럼 완성차 업체가 배터리 팹리스 회사로 변신하거나, 반대로 배터리셀 업체가 전기차 파운드리사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배터리를 직접 생산하는 비야디(BYD)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급성장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응하기 위해 완성차 업체들도 자체적으로 배터리 제작 기술을 확보하려 할 것”이라며 “기존 배터리셀 업체들은 경쟁력 있는 신규 배터리를 개발하거나 새로운 사업 모델로의 전환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두산그룹이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기 위해 출산·육아지원제도를 대폭 강화한다고 23일 밝혔다. 두산그룹은 올해 ‘육아휴직 서포터스 지원금’을 신설했다. 6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직원의 팀원에게 1인당 최대 50만 원을 지급하는 제도다. 출산 경조금도 상향했다. 출산한 직원과 배우자는 첫째 자녀 300만 원, 둘째 500만 원, 셋째 이상은 1000만 원의 축하금을 받는다. 보육나이 1세부터 2년간 월 20만 원의 보육 지원금을 제공하는 제도도 신설됐다. 두산그룹은 휴직·휴가제도도 강화하기로 했다. 육아휴직은 법정 기간에 추가로 1년 더 사용할 수 있고, 첫 달 급여 부족분도 회사가 지원한다. 배우자 출산휴가 역시 법정 기간에 10일이 추가된다. 이외에도 임신부 주차 지원, 복직 심리상담, 긴급돌봄서비스 등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정부가 선박 등에 쓰이는 중국산 철강 제품에 대해 잠정 덤핑 방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중국산 철강 제품에 부과된 반덤핑관세로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지난달에 이어 올 들어 두 번째 중국산 철강에 대한 반(反)덤핑 조치다. 최근 중국의 내수 침체로 초저가의 중국산 철강 제품이 국내로 대량 유입되면서 벼랑 끝으로 내몰린 국내 철강 업계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서 중국산 철강의 한국 밀어내기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올해에만 2번째 중국산 철강 반덤핑 관세무역위원회는 20일 제457차 무역위를 열고 중국산 탄소강 및 그 밖의 합금강 열간 압연 후판 제품에 대해 27.91∼38.02%의 잠정 덤핑 방지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의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7월 현대제철의 신청으로 시작됐다. 열간 압연 후판은 두께 4.75mm 이상, 폭 600mm 이상에 코일 모양이 아닌 철강재다. 기본 관세율은 8%지만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정세율에 의해 사실상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다. 국내 철강 후판 산업 현장에서는 이번 무역위의 결정에 그나마 한숨 돌렸다는 분위기다. 덤핑 방지 관세 부과에 대해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내 철강 시장의 실질적인 피해가 확인되면서 국내 산업 보호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한국은 별다른 산업 보호 장치가 없어 보호 무역주의가 확산하는 이 시기에 중국산 밀어내기 물량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두꺼운 철판인 후판은 주로 선박 건조에 사용되며 일부는 H형강 등으로 가공되어 건설 산업에도 쓰인다. 후판 물량의 절반 이상을 소화하는 국내 조선업계가 수주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값싼 중국산 후판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어려움은 가중돼 왔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국내 후판 유통 물량에서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10.9%에서 지난해 19.7%로 높아졌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중국산 후판 가격은 2월 기준 t당 78만5000원으로 국산(약 90만 원)보다 12% 낮다. 국내 철강 업계는 “현재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을 고려하면 지금의 중국산 후판의 유통가는 원가보다 낮은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연간 590만 t)의 후판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는 포스코만 해도 지난해 후판 부문에서 적자를 냈다. 한 철강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저런데 나머지 업체들은 안 봐도 뻔한 실정”이라며 “중국산 저가 후판의 공세로 그야말로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고 했다.● 정부 통상전 위기감 속 “무역위 조직 확대 추진” 다만 철강 업계에선 정부가 덤핑 방지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관세를 회피할 수 있는 ‘보세 제도’ 등 우회경로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를 들어 HD현대중공업은 울산 조선소 일대를 종합보세구역으로 지정, 2021년부터 이곳을 통해 수입산 후판을 ‘무관세’로 들여오고 있다. 또한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중국에 반제품인 ‘블록’ 생산 공장을 두고 있어 아예 중국산 블록을 들여오는 방법을 활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도 세계 각국 보호무역 방벽이 높아지자 무역위를 전면 확대 개편해 다음 달 중 발표할 계획이다. 미국으로의 수출길이 막힌 중국산 혹은 제3세계 제품이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한국으로 밀려들면 국내 산업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무역위에 접수된 반덤핑 조사 신청 건수는 10건으로 2014년(10건) 이후 10년 만에 가장 많았다. 산업부는 행정안전부와 무역위 인력 증원을 위한 막바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최소 1개 과 단위의 정원 확충이 이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부처 정원을 한두 명 늘리는 것도 쉽지 않은데 이번 무역위 조직 확대의 경우 정부 차원의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라고 말했다.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기아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3(사진)가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AWAK) 주관으로 열린 ‘2025 대한민국 올해의 차’ 시상식에서 최고의 영예를 안았다. AWAK는 18일 서울 중구 장충동 크레스트 72에서 열린 이번 시상식에서 EV3가 ‘올해의 차’에 선정됐다고 19일 밝혔다. EV3는 합리적인 가격과 첨단 기술을 갖춘 모델로 대중성을 확보하며 높은 평가를 받았다. EV3는 ‘올해의 전기 SUV’ 부문에서도 수상하며 이번 시상식에서 2관왕에 올랐다. 르노코리아의 중형 SUV 그랑 콜레오스 역시 ‘올해의 하이브리드 SUV’와 ‘올해의 내연기관 SUV’ 부문에서 각각 수상했다. 그랑 콜레오스는 우수한 성능과 상품성으로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끌어냈다. 스웨덴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의 쿠페형 SUV 폴스타4는 ‘올해의 디자인’ 부문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혁신적이고 독창적인 디자인 철학을 잘 녹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2025 올해의 인물’로는 도요타그룹의 도요다 아키오 회장이 선정됐다. 도요다 회장은 한국 모터스포츠 발전에 기여하고, 친환경차를 통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선도한 공로를 인정받았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국내 기업 10곳 중 8곳이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국내 기업 202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해 19일 발표한 ‘기업 안전투자 현황 및 중대재해 예방 정책 개선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81%가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최우선 과제로는 안전·보건 관계 법령으로 경영책임자 의무의 구체화(47%)가 꼽혔다. 이어 경영책임자에 대한 기존 ‘1년 이상 징역형’ 처벌 수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응답(41%)이 많았다. 경총은 “제정 당시부터 제기됐던 경영책임자 의무 사항의 불명확성과 과도한 처벌 기준이 법 시행 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개선되지 못했다”며 “중처법 위반으로 대표이사에게 무거운 형벌이 선고되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기업들의 우려가 조사 결과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안전관리 업무에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는 응답 기업의 62%가 ‘과도한 서류 작성으로 인한 행정력 낭비’를 꼽았다. 정부의 산업안전정책이 사망재해 감소에 효과적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58%가 긍정적이라 답했으나, 42%는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조사에서 중처법 시행 이후 안전 인력이 늘어난 기업은 63%, 관련 예산이 증가한 기업은 72%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응답 기업의 71%가 중처법 의무를 모두 이행했다고 답했으나 소기업에선 그 비율이 53%로 낮았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현대자동차가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도 불구하고 울산 전기차(EV) 신공장 건설을 내년 가동 목표에 맞춰 계획대로 추진한다. 독일과 미국 완성차 브랜드들이 전기차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위기 국면을 정면 돌파해 전동화 선두로 치고 나갈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울산 EV 신공장의 가동 준비를 위해 18일부터 20일까지 전환 배치 희망자를 모집한다. 울산 공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기술직을 대상으로 EV 설비 관리, 생산 관리, 품질 관리 등 다양한 직군에서 선발한다. 선발된 인원은 다음 달 19일 인사 발령을 통해 배치될 예정이다. 이들은 EV 제작 기술 교육을 받는 동시에 생산 장비를 시험 운전하며 안정적인 생산 체계를 구축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본격적인 가동을 앞두고 일종의 ‘선발대’로 투입하는 것”이라며 “이번 전환 배치는 기존 건설 계획 일정대로 진행된 것으로 (캐즘에도) 차질 없이 건설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라고 했다. 2023년 11월 기공식을 열었던 울산 EV 신공장은 건설에 약 2조 원이 투입돼 국내 최대 규모(총면적 54만8000㎡)의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지어지는 현대차 ‘EV 마더팩토리’(핵심 생산시설)다. 첫 생산 모델은 제네시스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현대차는 올해 공장을 준공한 뒤 내년 1분기(1∼3월)부터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런 현대차의 행보는 전기차 투자 축소에 나선 해외 완성차 브랜드의 전략과 상반된다. 아우디는 벨기에 브뤼셀 공장에서 생산하던 전기차 ‘Q8 e-트론’의 수요 감소를 이유로 공장 폐쇄를 결정했다. 미국에서는 제너럴모터스(GM)가 LG에너지솔루션과 공동으로 추진하던 미시간주 랜싱의 배터리 공장 합작 프로젝트에서 철수하며 보수적인 전략으로 선회한 상황이다. 지난해 8월 현대차는 울산 EV 신공장의 연간 생산 능력을 20만 대에서 25만 대로 확대했다. 올해 대형 전기 SUV인 ‘아이오닉 9’의 출시도 예정대로 강행했다. 2030년까지 EV 모델을 21종으로 늘려 연간 200만 대의 전기차 판매량을 달성하겠다는 전기차 전환 계획을 그대로 밀고 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학과 교수는 “중장기적으로는 결국 전기차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보면 경쟁사들이 주저하는 지금이 기회가 될 수 있다”며 “현대차는 전기차 투자를 지속하는 동시에 신차 가격 할인을 통해 중국산 전기차를 견제하면서 유럽 등에서 판로를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현대자동차가 지난달 단행한 조직 개편에서 미래 사업을 담당하는 미래전략본부를 신설했다.이는 기존 기획조정실과 그룹 산하에 분산돼 있던 미래사업 및 투자 관련 조직들을 본부로 통합한 것으로 장재훈 부회장이 이끄는 기획조정 담당 산하에 편재됐다. 미래전략본부는 글로벌 전략 오피스(GSO), 오픈이노베이션(OI) 추진사업부, 미래사업관리실 등으로 구성되며 인공지능(AI)과 전기자동차 인프라, 로봇, 자율주행 등 미래 사업 준비와 관련 투자 업무를 총괄한다.14일 업계에 따르면 미래전략본부 수장으로는 피델리티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에서 스타트업 발굴 경험을 쌓고 지난해 현대차에 합류한 정호근 부사장이 임명됐다. 정 부사장은 유망 스타트업 발굴과 미래 사업 투자에 전문성을 인정받아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 사업 관련 조직들을 통합해 효율적으로 관리, 운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했다.현대차는 이미 모빌리티 혁신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지난해 8월 열린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는 인수합병(M&A)과 스타트업 발굴, 미래 모빌리티 기술력 확보 등을 위해 10년 간 14조 4000억원을 전략적으로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영국 찰스 3세 국왕이 13일(현지시각) 영국 해상풍력단지 티스사이드(Teesside) 지역에 있는 세아제강지주의 현지법인 세아윈드를 방문했다. 세아윈드는 세계 최대 규모의 모노파일(해상풍력 하부 구조물) 공장을 건설 중으로 3월 상업 생산을 앞두고 있다. 유럽 내 최대 해상풍력 시장이라 불리는 영국과 한국 간의 에너지 협력 관계 강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14일 세아제강에 따르면 찰스 3세는 이주성 세아제강지주 사장의 안내로 세아윈드 공장의 생산라인을 둘러보며 모노파일 제조 과정과 첨단 기술을 직접 확인했다. 국왕 방문을 기념하는 명판 제막 행사 및 공장에서 시험 생산된 직경 8m 규모 대형 철강 캔 내부에 들어가 크기를 체험하는 이벤트도 진행됐다. 찰스 3세 국왕은 미들즈브러 컬리지, 하틀풀컬리지의 세아윈드 견습생들을 만나 직접 격려도 했다.세아윈드는 영국에서 9억 파운드(약 1조 6319억 원) 모노파일 공급을 수주했다. 다음 달 본격적인 가동을 앞둔 세아윈드의 모노파일 공장은 연간 최대 40만t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찰스 3세의 이번 방문은 영국과 한국 간 에너지 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영국은 2030년까지 해상풍력 발전 용량을 50GW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주성 사장은 “찰스 3세 국왕의 세아윈드 공장 방문을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이번 방문은 우리가 중시하는 리더십, 혁신, 그리고 지속가능성에 대한 가치를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되었고, 세아윈드의 미래를 이끌어 갈 견습생들도 행사에 함께하게 되어 매우 뜻깊다”고 전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미국 의회가 최근 동맹국 조선소에서 해군과 해안경비대 함정을 건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발의하자 한국 조선업계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 법안은 해외에서 미 함정을 건조하려는 첫 시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인 신분으로 “미국 조선업은 한국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해당 법안의 발의 이후 앞으로 한국 조선업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를 짚어 봤다. ● 보안 문제 해결해야 지난해 2월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성 장관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을 방문해 한국 조선소의 군함 건조 역량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보안 문제를 집중 언급했다. 인력 통제와 함께 북한 드론 출현 등 안보 위협을 언급하며 대공 방어 체계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미 장성이 방한해 조선소를 둘러본 건 이때가 처음”이라며 “델 토로 장관이 그때 ‘숙제’를 던진 셈”이라고 평가했다. 선박 건조 과정에서는 통상 다양한 선주 감독관이 조선소를 오간다. 이 때문에 조선소 내 출입 통제에 어려움을 겪는다. 인력 유출 등으로 인한 기밀 기술 유출 방지 대책도 꼼꼼히 세워야 미 군함 수주가 가능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수익성 어느 정도일지 관건 수익성 확보도 중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군 함정 수주의 수익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미 해군은 296척의 군함을 보유하고 있다. 2054년까지 이를 390척으로 늘릴 계획이다. 그러기 위해선 30년 동안 약 1조750억 달러(약 1560조 원)의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 연간 규모로 따지면 50조 원이 넘는다. 하지만 초기 단계부터 미국이 해외 조선소에 고부가가치 함정 건조를 맡길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해외 조선소에서는 주로 급유함이나 수송함 등 비전투함 발주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국내 조선소는 상당 기간 동안 큰 수익 없이 기술력을 입증해야 하는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국내 한 조선사 임원은 “미국이 한국을 단순 위탁 생산 기지로 활용하려 할 수 있다”며 “그 검증대를 통과해야 실제 수익을 얻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뢰 관계 구축도 숙제 해당 법안에는 외국 조선소의 함정 건조 비용이 미국보다 낮아야 한다는 조건이 포함돼 있다. 미국 조선소는 노후화와 숙련 노동력 부족 문제로 생산 효율성이 크게 떨어져 있어 미 해군 주력함인 이지스함급 함정 한 대를 만드는 데 3조 원 이상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국은 1조 원대로 배 한 척을 만들 수 있다. 미 해군을 장기적인 고객으로 맞이하려면 함정을 효율적으로 건조하는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HD현대중공업은 국내에서 이지스 구축함을 5척 만든 이력이 있다. 신승민 한국해군과학기술학회 학회장은 “정부 차원의 지원과 당정 협력이 뒷받침된다면 한국 조선업계는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