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정임수]‘MAGA 파트너’로 뛰는 韓 기업들, 희망은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14일 23시 15분


정임수 논설위원
정임수 논설위원
전 세계의 시선이 닷새 뒤면 개막하는 ‘트럼프 2.0 시대’에 쏠려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첫날만큼은 독재자가 되겠다”고 공언한 만큼 세계 질서를 뒤흔들 ‘미국 우선주의’ 정책들을 몰아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출범도 전에 25%의 관세 폭탄을 물리겠다며 캐나다 총리를 무너뜨렸고, 북극권 전략 요충지인 덴마크령 그린란드와 중국의 주요 무역 통로인 파나마 운하를 손에 넣기 위해 무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트럼프 2기’의 노골적 영토·관세 압박


모든 수입품에 10∼20% 관세를 매기는 보편관세 추진을 위해 ‘국가경제 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로 상징되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자국 우선주의를 넘어 동맹국의 주권도, 세계 질서도 신경 쓰지 않는 패권주의로 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전방위로 몰아칠 ‘트럼프 스톰’에서 한국도 안전하지 않다. 보편관세 부과부터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개정, 대중 수출 통제 동참 압박 등 트럼프가 꺼내들 카드에 따라 우리 경제가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문제는 이에 대비해 외교 총력전을 펼쳐도 모자랄 판에 계엄·탄핵의 후폭풍으로 국가 리더십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2기 대응이 출범 후 100일도 아닌 100시간이 골든타임이라는 말까지 나오지만, 정쟁의 늪에 빠진 정치권에 리더십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 같은 비상 시기에 글로벌 최전선에 있는 한국 기업과 기업인들이 대(對)트럼프 외교의 길을 트고, 미국 제조업 부활의 파트너로 뛰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삼성·SK·LG·현대차 등 국내 간판 기업들은 미국의 제조업 부흥 기조에 발맞춰 일찌감치 미국 내 생산기지를 확대하며 현지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는 트럼프 취임식에 100만 달러를 기부하며 ‘트럼프 보험’ 들기에도 나섰다. 현대제철이 수조 원을 들여 미국에 자동차용 강판을 생산하는 제철소를 짓기로 결정한 건 트럼프에게 깜짝 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군분투 기업들이 ‘위기 버팀목’


최근 KOTRA 설문조사에서도 미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 10곳 중 6곳이 트럼프 2기에서 대미 투자를 늘리거나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미정이라는 답변도 30%가 넘어 향후 현지 투자를 확대할 기업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조업 기술력이 뛰어난 한국 기업들이 ‘MAGA 태풍’에 무작정 휩쓸리기보다 미국 현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일조하는 ‘MAGA 파트너’가 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콕 찍어 언급한 한국 조선업을 비롯해 방산, 원전 분야도 트럼프 파고를 넘을 기회로 꼽힌다. 중국의 해양 굴기에 맞서 군함을 대폭 확대하려는 트럼프 2기 정부는 세계 최고 기술력에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한국 조선업체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한화오션이 발 빠르게 움직여 미 해군 군수지원함의 유지·보수 사업을 잇달아 따냈고 필라델피아 조선소 인수도 마무리했다. 러시아·중국에 밀리는 원전 건설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한미 간 ‘원전 동맹’이 체결된 가운데 첨단 산업의 전력 수요를 충당할 소형모듈원자로(SMR)에서 기업들의 협력이 가속화되고 있다.

트럼프의 중국 때리기가 본격화되면 반도체·배터리·항공정비 등에 이르기까지 한국에 SOS를 치는 분야가 더 늘어날 수 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트럼프 2기를 상대로 윈윈 할 수 있는 협상 전략을 마련해야 하지만 ‘못난 정치’는 기업을 밀어주지 못할망정 발목을 잡고 있다. 최소한 상반기 내내 정치 혼란이 불가피한 만큼 ‘한강의 기적’을 만든 도전과 혁신의 기업가 정신으로 트럼프 스톰을 헤쳐갈 수밖에 없다. 기업의 버팀목 역할이 더 절실해졌다.

#MAGA#파트너#韓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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