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박희창]9년 만의 출산율 반등… 마냥 손뼉 칠 일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30일 23시 15분


박희창 경제부 차장
박희창 경제부 차장
중소기업에 다니는 30대 A는 3년 전쯤 결혼했다. 결혼식을 앞두고 만났던 그는 “애는 낳지 않겠다”고 말했다. 애를 키우는 데 돈과 시간을 다 써 버리고 싶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철철이 단둘이서 여행을 다닐 계획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 달 전쯤 A는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됐다. 마음이 바뀐 이유를 묻자 그는 별말 없이 웃었다. “출산지원금이 늘어난 게 영향을 미쳤냐”고 다시 물었다. “돈 더 준다고 애를 낳는 건 아니지. 그래도 애 몫으로 이것저것 나오니까 부담이 줄긴 하더라.”

지난해 출산율은 9년 만의 반등이 확실해졌다.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이대로라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5명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2015년 이후 매년 뒷걸음질 쳤다. 1.24명이었던 출산율은 2023년에는 0.72명까지 떨어졌다. 출산율이 증가세로 돌아선 건 반가운 일이다. 실제 출산율이 0.75명을 보인다면 통계청 추계보다 빠르게 반등하는 셈이다. 통계청은 ‘2022∼2072년 장래인구추계’에서 출산율이 올해 0.65명(중위추계 기준)까지 떨어진 뒤 내년부터 다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0.7명대의 합계출산율은 여전히 국가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숫자다. 현재의 인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출산율이 2.1명이다. 출산율이 0.7명으로 두 세대만 지속되면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부모’의 수는 큰 폭으로 줄어든다. 현재 부모 세대 1000명이 350명의 아이를 낳고, 자녀 세대 350명은 다시 123명의 아이를 낳기 때문이다. 사망률, 이민 등에 따라 전체 인구 감소 속도는 달라지겠지만 나라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출산율 반등이 이어질 수 있을지 역시 미지수다. 결혼 적령기에 접어들어 부모가 될 수 있는 인구 자체가 일시적으로 늘어난 데 따른 ‘착시’라는 지적도 나온다. 1982년 84만 명이 넘었던 출생아 수는 1990년 65만 명까지 떨어졌다가 1991년부터 1995년까지 70만 명대로 잠깐 반등했다. 이 시기에 태어났던 아이들이 올해 30∼34세가 됐다. 올해 23세인 청년들이 태어난 2002년부터 연간 출생아 수는 15년 연속 40만 명대를 보였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은 올해도 아이를 낳으면 현금을 나눠줄 계획이다. 전남도와 22개 시군은 이달 처음으로 출생기본수당을 지급했다. 전남도가 지급하는 현금 10만 원에다 시군 수당이 합쳐져 최대 20만 원을 매달 받게 된다. 부산진구도 출산지원금을 늘려 올해부터 첫째 아이가 태어나면 20만 원의 출산축하금을 주기로 했다.

하지만 돈 풀기의 효과가 크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지자체 출산 장려 사업의 효과성 분석 연구’에 따르면 출산율 상승 등 출산지원금의 긍정적 효과에 대해선 일관적 해석이 어렵고 긍정적 영향이 관찰되더라도 단기적이었다. A의 말처럼 돈만이 출산율의 결정 요인은 아니다. 정부가 저출산 정책을 총괄하기 위해 만든 기구조차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을 지킬 수 없다는 말들이 들려온다. 반등 추세를 이어가기 위해선 일하는 문화 자체를 다시 짚어보는 작업 역시 함께 이뤄져야 한다.

#결혼#출산율#반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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