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尹 비상계엄’ 해제]
“비상계엄으로 망국의 나락 대한민국 재건할것”
김용현 국방 계엄 건의, 오후5시경 극비리 준비
지지율 추락-金여사 문제에 탄핵역풍 감수한듯
“자유민주주의의 기반이 돼야 할 국회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이 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3일 이렇게 말하며 비상계엄을 전격적으로 선포했다. 4일 최재해 감사원장과 서울중앙지검 이창수 지검장과 조상원 4차장검사,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검사 등 검사 탄핵소추안에 대한 국회 본회의 표결을 하루 앞두고 국회 봉쇄를 시도한 것이다.
● 대부분의 참모들도 몰랐던 기습 심야 담화
이날 오후 10시 23분 생중계 방식으로 시작된 윤 대통령의 심야 긴급 대국민 특별담화는 사전 공식 공지 없이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윤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특별담화를 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용산 대통령실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예정에 없던 담화가 실제로 열리는지, 무슨 내용의 회견인지를 두고 대통령실 관계자들도 “금시초문”이라는 이야기를 반복했다. 일부 참모는 퇴근 후 개인 시간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후 오후 9시 30분경 ‘윤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의 감사원장·검사 탄핵, 예산 감액안 단독 처리 등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힐 수 있다’는 소식이 돌면서 대통령실 분위기는 긴박해졌다. 계엄 선포 사실과 긴급 담화가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일단 용산 대통령실로 복귀하기 위해 이동한 참모들도 있었다고 한다. 오후 9시 50분경 방송사들에 담화 내용을 알리지도 않은 채 생중계 연결을 바란다는 메시지가 공유된 뒤 상황은 급박하게 전개됐다.
통상 대통령실에선 최소한 브리핑 10분 전 언론에 공지하는데 그조차 없었다. 대통령이 담화를 발표할 브리핑룸은 내내 문이 닫혀 있었고, 특별담화를 취재하기 위해 모여든 취재진은 브리핑룸 앞에서 우왕좌왕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짙은 감색 양복에 붉은 넥타이 차림으로, 브리핑룸 연단 중앙에 마련된 책상에 앉아 준비해온 긴급 담화문을 약 6분간 낭독했다. 담화 장소인 브리핑룸 출입은 계속 제한돼 취재진 대면 없이 중계만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준비해온 서류 봉투를 다시 들고 일어나 곧바로 퇴장했다.
이후 계엄령 발동에 따른 보안 조치가 강화된 듯 대통령실 청사 앞에서는 출입이 일부 제한되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 연출됐다.
● 김용현 등 극소수 참모와 논의 뒤 결정
윤 대통령은 담화에서 굳은 얼굴로 카메라 앞에 앉아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으로 국회의 예산 처리 상황과 탄핵 추진을 앞세웠다. 윤 대통령은 “정부 출범 이후 22건의 정부 관료 탄핵 소추를 발의하였으며, 지난 6월 22대 국회 출범 이후에도 10명째 탄핵을 추진 중에 있다”며 “세계 어느 나라에도 유례가 없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건국 이후 전혀 유례가 없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비상계엄을 통해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자유 대한민국을 재건하고 지켜낼 것”이라며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에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고 국가를 정상화시키겠다”고 했다.
이날 비상계엄은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건의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국방 고위 관계자 및 극소수 참모들과의 논의 끝에 대통령이 전격 결정했고, 오후 5시경부터 대통령실에서 극비리에 담화 관련 준비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비상계엄 선포를 급박하게 단행한 이면에는 윤 대통령의 낮은 국정 지지율과 김건희 여사 문제를 둘러싼 각종 우려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임기 반환점을 전후로 취임 후 역대 최저치인 17%(한국갤럽 기준) 등 10% 후반대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용산 대통령실 안팎의 의식도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역풍으로 탄핵이 되더라도 이를 불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 시 가결이 예상되자 이를 막기 위해 극단적 조치를 강행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 세 차례 통과된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해 모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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