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최근 국무총리실 직원들에게 이런 지시를 했다고 한다. ‘대통령 권한대행’ 직함이 적힌 집무실 명패나 시계 같은 기념품도 일절 제작하지 말라는 지시도 내렸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권한대행을 맡았던 황교안 전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직함이 들어간 손목시계를 제작해 논란이 불거졌던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권한대행 집무실에는 여전히 ‘국무총리 한덕수’라는 명패가 놓여있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에서 가결되고 한 권한대행 체제가 출범한 지 18일로 닷새째가 됐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도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해 각 부처와 박상욱 대통령과학기술수석비서관, 유혜미 대통령저출생대응수석비서관으로부터 현안을 보고받는 일정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정치 혼란이 대외신인도를 비롯한 경제 분야에까지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가장 큰 관심사”라며 “국정수습에 도움이 되지 않는, 논란이 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줄이자는 것”이라고 했다.
일주일에 하루 이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업무를 봤던 한 권한대행은 14일 이후로는 대부분 정부서울청사에서 업무보고를 받고 회의를 주재하는 등 동선을 대폭 줄였다. 격주로 서울과 세종을 오가며 진행됐던 출입기자들과의 백브리핑도 잠시 중단됐다. 한 권한대행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비롯한 대부분 회의를 주재하는 등 용산 대통령실에 가는 일은 최소화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경우도 전방 상황을 확인해야 하는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정부서울청사에서 회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총리실도 장차관을 비롯해 총리 보좌 업무를 맡은 직원들은 서울로 올라와 상시 ‘스탠바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대통령실 경호 인력이 총리실에 합류하는 등 한 권한대행에 대한 경호의 수위는 격상됐다. 대통령의 외부 일정은 경호 목적상 행사가 끝나기 전까지 포괄적인 엠바고(보도 유예) 대상인데 권한대행이 된 이후로는 한 권한대행의 외부 일정에도 이런 ‘경호 엠바고’가 적용되고 있다.
정부 안팎에선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실로부터 최소한의 보좌만 받으면서 국정수습에 방점을 찍었던 ‘고건 전 총리의 권한대행 63일’ 모델을 참고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권한대행은 당시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으로 고 전 총리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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