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재판관 개인 성향 단정짓는 정치권에 우려 표명”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31일 14시 16분


“탄핵심판은 재판관 성향에 좌우되지 않아”
윤측 재판관 기피 신청 권한 없다고 못박아
이상민 신원식 조태용 백종욱 등 증인 채택

천재현 헌재 공보관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1.31 뉴스1
천재현 헌재 공보관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1.31 뉴스1
헌법재판소가 31일 “탄핵 심판은 재판관 개인 성향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근 국민의힘 등 여권을 중심으로 연일 일부 헌재 재판관들의 정치적 이념이 편향돼있다고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 헌재 “재판관 개인 성향, 탄핵 좌우 못해”

이날 천재현 헌재 공보관은 정례 브리핑에서 “대통령 탄핵 심판 심리 대상은 피청구인(윤 대통령)의 행위가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 되는지와 그 위반 정도가 중대한지 여부”라며 “이에 대한 판단은 헌법과 법률을 객관적으로 적용해 이뤄지는 것이지 재판관 개인 성향에 의해 좌우되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치권과 언론에서 재판관의 개인 성향을 획일적으로 단정짓고 탄핵 심판의 본질을 왜곡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데, 사법부 권한 침해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탄핵심판사건 선고기일에 자리하고 있다. 2025.1.23 뉴스1
앞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30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간 친분을 지적하며 “문 대행은 이 대표와 사법연수원 동기 시절부터 호형호제한 사이”라며 문 대행의 중립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여당은 문 대행뿐만 아니라 이미선·정계선 재판관에 대해서도 “모두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공정성 논란을 키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헌재는 이날 현재 재판관 기피 신청 문건이 접수된 것은 없다고도 밝혔다. 천 공보관은 “헌재법 조항을 살펴보면 피청구인이 (변론기일에 출석해) 본안진술을 한 경우 기피 신청이 불가하다”며 “회피는 가능한데 기피는 신청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 등 판례에 따르면 재판관에게 공정한 심판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은 주관적인 의혹만으로는 부족하고 합리적으로 인정할만큼 객관적인 사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헌재는 윤 대통령 측의 정계선 재판관 기피 신청에 대해서도 기각 결정을 내렸다.

● “문형배, 10년 전 댓글 대화까지 기억 못해”

헌재가 재판관 정치편향 논란에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섰지만 여권의 공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31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헌법재판관 8명 가운데 3명이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밝혀지면서 헌법재판소가 아니라 ‘우리법재판소’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헌재 관계자는 “(문 대행의) 블로그에 있는 글들이 문제되고 있는 것 같은데, 특정 부분만 발췌된 기사를 보기보다는 원문을 보고 맥락을 판단하면 될 듯하다”며 “(문 대행과 이 대표 간) SNS 댓글 대화도 (문 대행이) 10여 년 전에 작성된 댓글 간의 대화 내용까지 기억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2024.12.26 뉴시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2024.12.26 뉴시스
한편 헌재는 이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재판의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 전 장관과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상 국회 신청 증인),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백종욱 전 국정원 3차장(이상 윤 대통령 신청 증인)을 증인으로 채택해 증인신문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또 다음달 3일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불임명에 대한 헌법소원과 권한쟁의심판 결과에 따라 변론 갱신 절차가 진행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변론갱신절차는 법관이 바뀌면 기존에 진행된 증거조사와 변론절차를 새롭게 진행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다만 헌재는 3일 결정에 따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 후보자를 임명해야 하는지 여부를 두고는 “헌재는 권한 침해만 확인할 뿐이고 이후는 국회에서 하셔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헌재법 75조 결정 취지에 따라 새로운 처분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강제로 강요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헌재법 75조에 따르면 헌재가 공권력 불행사에 대한 헌법소원을 인용하면 피청구인(최 대행)은 결정 취지에 따라 새로운 처분을 해야 한다.
#헌재#윤석열#탄핵심판#문형배#재판관#정치 성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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