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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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라는 이름에 담긴 묵직한 가족 사랑

아버지의 사랑 조명한 ‘진심, 아버지를 읽다’展, 26만여 명에 진한 감동 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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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입력2024-12-17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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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님의 교회가 주최하고 멜기세덱출판사가 주관한 ‘진심, 아버지를 읽다’展. 전시회 부제는 ‘그 묵묵한 사랑에 대하여’다. [홍중식 기자]

    하나님의 교회가 주최하고 멜기세덱출판사가 주관한 ‘진심, 아버지를 읽다’展. 전시회 부제는 ‘그 묵묵한 사랑에 대하여’다. [홍중식 기자]

    “오늘따라 오지 않는 막차가 한 남자의 마음을 조급하게 한다. 영종도에서 그의 집이 있는 용산까지는 1시간 30분 거리. 박 씨(52세)는 낮에는 학원 차량 운행, 밤에는 대리운전을 한다. 모두 내일을 기다리는 밤 11시 55분. 아버지의 오늘은 아직도 끝나지 않는다.” 전시 작품 ‘23:55’ 중에서

    삶의 무게 견디며 가정의 울타리가 된 진한 부성애

    작품명 ‘산’ [하나님의 교회 제공]

    작품명 ‘산’ [하나님의 교회 제공]

    아버지들은 매일 전쟁을 치른다. ‘진심, 아버지를 읽다’展(아버지전)에 걸린 이 사진에는 가족 생계를 위해 투잡을 뛰는 한 가장의 모습이 담겼다. 아버지의 고단한 일상을 대변하는 작품이다. 자정이 다 되도록 숨 가쁘게 흘러간 아버지의 하루 끝에는 가족이 있다. 가족을 위해 묵묵히 희생을 감내하지만 자녀들은 종종 이를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영국문화원이 설립 70주년을 맞아 ‘가장 아름다운 영어 단어’ 70개를 발표했을 때 ‘막대 사탕’ ‘딸꾹질’은 있었지만 ‘아버지’라는 단어는 없었다.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총회장 김주철 목사·이하 하나님의 교회)가 주최하고 ㈜멜기세덱출판사가 주관한 아버지전은 침묵 속에 담긴 아버지의 가족 사랑을 조명해 관람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2019년 2월 첫선을 보인 후 전국을 9회 순회하면서 26만여 명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현재 ‘대구북구 하나님의 교회’, 강원 ‘원주 하나님의 교회’, 경기 성남 ‘새예루살렘 이매성전’에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가슴 울리는 아버지 사랑

    이정록 시인의 시 ‘연탄’ 패널 앞에 소품으로 준비한 연탄이 놓여 있다.

    이정록 시인의 시 ‘연탄’ 패널 앞에 소품으로 준비한 연탄이 놓여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초록색 대문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김영수(金永秀)’라는 이름이 새겨진 문패가 눈에 띈다. ‘길이 빼어나라’는 뜻을 지닌 이 이름은 1940~1960년대까지 남자아이에게 많이 붙여졌다. 특별한 뜻을 가지고 가장 평범해진 이 이름은 나와 당신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대문 안으로 들어서자 툇마루가 정겨운 옛 가옥이 눈에 들어온다. 짝지어 가지런히 놓인 크고 작은 고무신, 낡은 괘종시계, 양은 밥상 등이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한 일상을 보여준다.

    “아버지는 육 남매가 고향을 떠나면서 집에 신발이 하나둘 없어질 때면 제일 마음이 아프다고 하셨어요. 마루 밑에 있는 신발을 보니 막내인 나까지 고향을 떠났을 때 아버지가 얼마나 슬퍼하셨을지 느껴져 가슴이 먹먹해졌어요.” 50대 김옥희 씨는 툇마루 밑 고무신을 바라보며 이같이 말했다.

    6·25전쟁, 파독 광부 파견, 베트남전쟁 참전, 외환위기 등 격동의 세월을 거치며 일평생을 가족과 나라의 미래를 일구는 데 바친 아버지. 그들의 이야기를 조명한 특별존에서는 숨죽여 우는 관람객을 쉽게 만날 수 있다. 60대 서영순 씨는 “깊은 탄광에서 헤드라이트를 켜고 웃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깊은 곳으로 내려가 숨도 제대로 못 쉬었을 텐데, 고통을 웃음으로 날려버렸던 것 같다”며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애쓴 아버지의 사랑이 고스란히 전달됐다”고 말했다.

    일터에서 사투를 벌이는 아버지의 모습을 담은 작품들을 보던 40대 박종덕 씨는 “공사장에서 카메라를 힘겹게 응시한 아버지, 혼자서 때늦은 점심을 먹는 아버지, 손바닥에 굳은살이 박인 아버지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짠하다”면서 “고군분투하는 아버지들이 전시장에서 큰 위로를 받을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관람객이 오래 머무는 작품 중 하나가 ‘특별한 유산’이다. 병원에서 시한부 판정을 받은 아버지가 딸과 손주의 피부병을 치료하려고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수제비누를 만든 사연이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50대 조희연 씨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늘 부성애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는데 이 작품을 보면서 살가운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더 커졌다”고 관람평을 남겼다. 아버지전은 가장의 무게를 짊어지며 치열하게 살아온 아버지의 삶에 공감하고 아버지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전시회다. 이재신 제천시의회 부의장은 “혼자 보기 너무 아까운 전시다. 한 번쯤 삶을 되돌아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사람들이 이 전시회를 꼭 관람하길 바란다”고 권했다.

    언어와 국경 초월해 ‘아버지 사랑’ 공감

    일을 마치고 밤 11시 55분에 막차를 기다리는 아버지의 모습이 담긴 작품명 ‘23:55’

    일을 마치고 밤 11시 55분에 막차를 기다리는 아버지의 모습이 담긴 작품명 ‘23:55’

    아버지전은 문화적 배경이 다른 외국인들에게도 언어와 국경을 초월해 아버지의 진심에 공감하는 문화 공간이 되고 있다. 하나님의 교회 80차 해외성도방문단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전시회장을 찾은 코타니 아야노 씨(일본)는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다. 문화는 다르지만 자식을 향한 아버지의 사랑은 같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한국과 정서가 비슷한 아시아권뿐 아니라 지구 반대편 미국에서 온 이들도 아버지의 묵묵한 사랑에 공감했다. 카미-카미트라 카터 씨(미국)는 “문화에 따라 소통 방식이 다를 뿐, 아버지의 침묵은 어느 나라나 똑같다”며 “아버지의 잠잠한 사랑을 깨닫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 전시는 아버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준다”고 말했다. 크리스틴 마틴 씨(미국)도 “아버지의 사랑은 문화를 초월하는 것 같다. 익숙하지 않은 작품의 이면까지 공감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버지전의 다양한 전시물에서 관람객들은 그간 알지 못한 아버지의 사랑을 깨달으며 감동을 받는다. [홍중식 기자]

    아버지전의 다양한 전시물에서 관람객들은 그간 알지 못한 아버지의 사랑을 깨달으며 감동을 받는다. [홍중식 기자]

    아버지전은 외국인들에게 한국문화를 접하는 플랫폼이자 굴곡진 한국 현대사를 이해하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6·25 전쟁 이후 폐허가 된 나라가 반세기 만에 눈부신 성장을 이룬 이면에 아버지들의 희생이 있었음을 깨달았다는 후일담이 잇달았다. 후안 카밀로 씨(미국)는 “한국 경제가 성장하기까지 수십 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는데, 아버지전을 통해 이해하게 됐다”며 “국가와 가족을 위해 해외로 나가 열심히 일한 아버지들의 희생 덕분에 번영한 미래를 건설할 수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어렵고 불편하기만 한 아버지였는데, 이제는 아버지가 편해졌어요.”
    사남매 중 막내딸인 50대 박미란 씨는 아버지를 한 번도 ‘아빠’라고 살갑게 부른 적이 없었다. 그만큼 부녀 사이가 서먹했지만, 아버지전을 관람한 후 달라졌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아버지에게 먼저 연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짧고 간단하게 안부만 전했는데 지금은 어느새 10분 넘게 통화하고 소소한 일상까지 공유하는 끈끈한 사이가 됐다.



    가족의 마음 잇는 전시, 각계각층 호평

    학생 관람객들이 작품 ‘썰매’를 보고 있다. [하나님의 교회 제공]

    학생 관람객들이 작품 ‘썰매’를 보고 있다. [하나님의 교회 제공]

    이처럼 아버지전의 감동이 가족애 실천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최근 전시회를 관람한 40대 이민아 씨 가족은 “아버지전을 통해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아들을 사랑하지만 표현 방법을 몰라 무뚝뚝하게 대하던 아빠는 한결 부드러워진 말투로 아들에게 말을 건네고, 전시회에서 보이지 않는 아버지의 희생을 마주한 아들도 변했다고 한다. “아들은 항상 내 편이었는데 이제 아빠 편도 들더라고요. 조금 서운할 때도 있지만 돈독한 부자 모습이 보기 좋아요.”

    이 밖에도 칼럼 ‘거기에 ‘아버지’는 없었다’를 읽으며 눈물을 흘리던 아빠에게 초등학생 딸이 “아빠, 울지 마. 내가 아빠 많이 사랑해줄게”라며 뽀뽀를 해줬다는 사연, 부대행사장 ‘진심우체국’에서 정성스레 작성한 엽서를 아버지에게 보냈더니 아버지가 냉장고 문에 붙여놓고 수시로 읽으면서 “절대 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는 사연 등 훈훈한 후기가 주최 측에 답지했다.

    아버지전은 청소년에게 아버지의 지난했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교육의 장도 되고 있다. 실제로 전시장에서는 부모와 함께 방문한 학생 관람객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한 대학 교수는 “학생들이 부모 세대를 이해하는 교육적 역할을 하고, 아버지 세대는 ‘이만하면 잘 살았다’며 자신감을 얻고 갈 수 있는 전시”라고 평했다.

    해외성도방문단으로 한국을 찾은 미국인들이 영어로 번역된 작품집을 읽으며 관람하고 있다. [하나님의 교회 제공]

    해외성도방문단으로 한국을 찾은 미국인들이 영어로 번역된 작품집을 읽으며 관람하고 있다. [하나님의 교회 제공]

    2020년에는 아버지전이 열린 서울과 부산 소재 하나님의 교회에서 청소년 인성특강이 열리기도 했다. 영화 ‘국제시장’ 주인공의 실제 모델이자, 아버지전에 파독 광부 시절 사진과 일기장 등 소품을 기증한 고(故) 권이종 한국교원대 명예교수가 연사로 참여했다. 현대사의 산증인인 권 교수는 삶의 궤적을 되짚으며 꿈과 희망을 전했다. 강연은 세대와 세대를 잇는 창구가 되어 많은 공감과 호응을 얻었다.

    각계각층 인사도 아버지전의 사회적 순기능에 대해 호평했다. 경기 성남 분당 지역에서 아버지전을 관람한 한 방송사 고문은 “가족이 튼튼해야 사회, 나라가 튼튼해진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아버지전은 참 뜻깊었다”며 아버지전의 사회적 역할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한 수의사는 “아버지의 존재감이 약해진 현 시대에 다시 한번 아버지 역할의 재정립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꼭 가족과 함께 관람해야 할 전시”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작가협회 한 임원은 “이런 좋은 전시를 지속적으로 열어 우리 사회에 충과 효 의식을 함양하면 좋겠다”고 관람 후기를 남겼다.

    아버지의 사랑은 깊고 잠잠하다. 아버지전을 통해 관람객들은 아버지의 사랑을 발견하고 무언의 희생에 담긴 아버지의 진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버지전 관람은 무료이며,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은 휴관이다. 자세한 전시 일정은 홈페이지(thankfather.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언론 시선으로 본 ‘하나님의 교회’
    ‘Media’s Views’ 전시, 인류 행복 위해 걸어온 길 조명

    1964년 작은 가정예배소에서 출발한 하나님의 교회는 반세기 만에 175개국 7800여 개 교회로 성장했다. 이 같은 폭발적 성장세에 언론의 시선이 하나님의 교회로 향하고 있다.

    하나님의 교회가 처음 언론에 소개된 때는 1981년 3월이다. 당시 ‘주간종교’는 국내 13개 교회였던 하나님의 교회 선교 현황과 교리 등을 소개했다. 그로부터 40여 년이 지난 지금 국내외 언론에서 하나님의 교회를 보도한 횟수는 1만8000여 건에 달한다(2024년 8월 29일 기준). 매일 1건씩 기사가 보도됐다고 가정할 때, 49년이 걸리는 수치다. 언론이 하나님의 교회를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Media’s Views(하나님의 교회를 향한 언론의 시선)’ 전시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이 전시는 언론이 주목한 네 가지 테마인 ①세계 ②빛과 소금 ③가족&행복 ④성경대로 순으로 전개된다. 교회의 세계적 규모, 전 세계에서 펼치는 봉사활동, 가정의 행복을 응원하는 다양한 문화행사 등 언론의 객관적 시선을 통해 하나님의 교회가 이뤄온 주요 결실의 면면을 볼 수 있다.

    ‘하나님의 교회, 뿌리를 찾아서’라는 이름의 기획전시도 마련돼 있다. 글로벌 교회로 성장한 하나님의 교회 정통성을 교회사 맥락에서 찾아가는 내용이다. 2000년 전 예수 그리스도가 세운 초대교회와 새 언약 유월절, 종교개혁, 기독교 현주소 등을 보여준다. 성경, 교회사, 통계 등 고증된 자료들로 전시 내용을 명확하게 설명한다. 2023년 2월 개관한 이 전시는 지금까지 6회 개최됐으며 관람객 6만여 명이 다녀갔다. 현재 서울, 부산, 경기 성남·수원, 경남 창원에서 성황리에 전시되고 있다.




    강현숙 기자

    강현숙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강현숙 기자입니다. 재계, 산업, 생활경제, 부동산, 생활문화 트렌드를 두루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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