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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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중앙은행 통제받지 않는 금융으로 진화 중

기술 혁신으로 기존 금융서비스와 연계 기반 마련

  • 이종림 과학전문기자

    입력2024-12-19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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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챗GPT로 제작한 비트코인 이미지. [이종림 제공 ]

    챗GPT로 제작한 비트코인 이미지. [이종림 제공 ]

    불확실성과 변동성을 이유로 한때 불안정한 자산으로 여겨지던 비트코인 가치가 10만 달러(약 1억4300만 원)를 터치하며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비트코인이 디지털 자산으로서 신뢰를 얻고 분산형 탈중앙화 금융(DeFi·디파이)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했다. 특히 비트코인의 스마트계약 기능과 네트워크 확장성, 보안 강화 같은 기술적 혁신은 비트코인 상승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비트코인이 12월 5일 사상 처음으로 10만 달러를 돌파했다. 한 달 전 대비 31%, 1년 전 대비 127% 상승한 수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암호화폐에 친화적인 인사를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으로 지명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장은 긍정적 신호를 받았다. 여기에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피델리티 등이 비트코인 ETF(상장지수펀드)를 출시하며 투자자 접근성을 확대한 것도 비트코인 상승세를 뒷받침했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과 금리 정책 변화 속에서 비트코인이 새로운 안전자산으로 떠오르는 것에 대해 많은 투자자가 주목하고 있다.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는 과거 비트코인에 회의적이던 입장을 180도 바꿨다. 그는 올해 3분기 실적 보고회에서 “비트코인은 금의 디지털화 역할을 한다”며 “비트코인이 지정학적 위기와 통화 정책 혼란 속에서 안전한 자산 보호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라이트닝 네트워크로 확장성 높여

    비트코인이 디지털 자산으로서 신뢰를 얻기까지 블록체인 기반의 탈중앙화 등 기술적 혁신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거래 속도를 높이고 수수료를 낮춘 ‘레이어 2 솔루션’(보조 시스템의 일종)은 비트코인의 실사용 가능성을 크게 확장하면서 금융 생태계에서 점차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도록 만들고 있다.

    비트코인은 초창기부터 네트워크 확장성 문제라는 기술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블록 크기가 1MB(메가바이트)로 제한되고 블록 생성에 약 10분이 소요되는 구조는 거래 속도를 늦추고 높은 수수료를 유발한다. 이를 해결하고자 2016년 라이트닝 네트워크(Lightning Network)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라이트닝 네트워크는 오프체인(off-chain) 방식으로 블록체인 외부에서 거래를 처리하는 기술이다. 참여자들이 개별 거래 채널을 열어 그 안에서 거래를 주고받고, 최종 결과(채널의 잔액)만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과부하를 줄이고 수수료도 낮출 수 있다. 라이트닝 네트워크는 2018년부터 운영되기 시작해 현재 약 6000개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수백만 개의 결제 채널을 지원하고 있다.

    비트코인 기술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핵심 요소는 보안성과 지속가능성이다. 그동안 비트코인은 강력한 암호화 기술로 높은 안전성을 유지해왔으나, 양자컴퓨터가 기존 공개 키 암호화를 빠르게 해독할 잠재력을 갖추면서 새로운 보안 위협에 직면했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 네트워크 관련 개발자들은 양자저항성(Quantum Resistance)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2017년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가 개발한 ‘크리스털 딜리시움’은 복잡한 격자 구조를 사용해 양자컴퓨터의 공격을 막는 양자 내성 디지털 서명 알고리즘이다. 8월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는 양자컴퓨터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포스트 양자암호화(PQC)의 최종 표준으로 크리스털 딜리시움을 채택했다.

    비트코인이 현재 사용 중인 작업 증명(PoW)은 높은 보안성과 탈중앙화를 보장하지만, 에너지 소비가 매우 크다. 반면 이더리움 2.0에서 성공적으로 도입된 지분 증명(PoS)은 코인 지분에 따라 블록 생성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네트워크 효율성을 높인다. 비트코인에서도 PoS 전환 가능성에 관한 논의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

    중요한 점은 이런 기술적 혁신을 통해 비트코인이 더 많은 금융서비스와 연계될 수 있는 디파이의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2021년 탭루트(Taproot) 업그레이드를 통해 스마트계약 기능을 도입하며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했다. 또한 트랜잭션 크기를 줄여 수수료 절감과 네트워크 효율성 향상을 가져왔다. 스택스(Stacks) 같은 레이어 2 솔루션 또한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스마트계약 기능을 보완해 비트코인 보유자가 다양한 금융서비스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비트코인 안정적 가치 제공

    최근에는 비트코인 프로토콜인 오디널스(Ordi-nals: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디지털 자산을 저장하기 위한 프로토콜)를 활용한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가 인기를 끌면서 비트코인의 트랜잭션 수수료가 이더리움을 초과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이런 변화는 비트코인이 단순한 디지털 자산을 넘어 더 많은 디파이와 금융서비스를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또한 비트코인 기반 스테이블코인(특정 자산의 가치를 일대일로 고정하거나 연동해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암호화폐)의 출시는 비트코인 생태계에서 전통적인 금융상품과의 연결을 촉진하며 중요한 변화를 가져왔다. 스테이블코인은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을 줄이고 안정적인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비트코인을 기존 금융서비스와 연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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