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7특임단 출신 예비역 A 씨는 12월 10일 기자와 통화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분노를 토로하며 이같이 말했다. A 씨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열받은 707특임단 출신들이 무지하게 전화했다”며 “모두가 부사관들이 경황없이 끌려간 것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작전 미리 설명했다면 누가 따랐겠나”
12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 진입했던 군인들이 철수하고 있다. 당시 707특수임무단과 제1공수특전여단이 국회에 투입됐다. [동아DB]
육군 특수전사령부 예하 707특임단은 국내 제일 특수부대다. 707특임단은 부사관 등 간부로만 구성됐으며 대테러 작전뿐 아니라, 유사시 적 지도부를 참수하는 임무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비상계엄 선포 당일 흑복을 입고 나선 단원들에게 내려진 임무는 국회의원들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을 막으라는 것이었다. A 씨는 “특수부대는 상명하복이 어느 부대보다 강하다”며 “국회에 내려놓고 국회의원을 진압하라고 했으니 벙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행히 707특임단이 비상계엄 당일 작전 수행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지 않았다. A 씨는 “국회에서 단원들이 걸어 다니는 것만 봐도 작전을 수행하려는 모습이 아니었다”며 “‘우리가 지금 뭘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겠나”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당시 국회 인근에서 한 계엄군이 철수하며 허리 숙여 사과하는 모습이 포착돼 시민들 마음을 안타깝게 만들기도 했다.
명마는 잘 달리는 말 아냐
12월 10일 김현태 707특임단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계엄군의 등장에 일부 당직자가 흥분하면서 자칫 폭력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안귀령 대변인이 707특임단 소속으로 추정되는 한 계엄군의 총부리를 잡아끌며 몸싸움을 벌인 것이 대표적이다. 군인은 자신을 지켜주는 총기를 목숨만큼이나 소중하게 여기고 어떤 순간에도, 어느 누구에게도 빼앗겨서는 안 된다는 절대 원칙이 있다. 총부리가 잡힌 군인이 이를 뿌리치려고 했던 것은 조건반사에 가까운 당연한 자기방어였던 것이다. 다행히 이날 707특임단원들이 적절히 대처해 비상계엄 국면은 큰 사고 없이 마무리될 수 있었다. 전인범 전 특수전사령관(예비역 육군 중장)은 12월 10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민간인들이 소화기 분말을 뿌리고 심지어 총을 끌어당기기도 했다”며 “고도의 자제력이 없었다면 자칫 폭력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현장에 있던 대원들의 모습을 보고 ‘자제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평가했다.
전 전 사령관은 국회에 투입됐던 군인들에게 거듭 미안함을 표했다. 다음은 전 전 사령관의 말이다.
“군인 역시 ‘군복을 입은 시민’이고, 그들의 뇌리에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라’는 생각이 박혀 있다. 이날 국회에 투입된 병력들은 전문 직업군인으로서 직업의식이 잘 발동했다. ‘명마는 잘 달리는 말이 아니다. 서야 할 때 서는 말이다’라는 얘기가 있다. 군인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에 투입됐던 병력들에게 전직 장성으로서 미안함을 느낀다. 당일 자제력을 발휘해줘 정말 감사하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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