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설치된 서울동부지검 청사. [동아DB]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뒤 장악해야 할 기관 10여 곳이 담긴 1장짜리 지시 사항을 건넸다.”(조지호 경찰청장·김봉식 서울경찰청장 경찰 조사 진술)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상황을 주도하며 내린 구체적 지시가 잇달아 공개되면서 윤 대통령에 대한 ‘내란 우두머리(수괴)’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국회에 계엄군을 투입한 군 지휘관들의 국회 증언 등을 통해 당시 비상계엄 상황의 윤곽이 드러나고 검경,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윤 대통령에 대한 조기 신병 처리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비상계엄 2인자’였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구속 후 검찰 특별수사본부 조사에서 “계엄 며칠 전부터 윤 대통령과 준비했고, 계엄 포고령은 대통령과 상의해 내가 작성했다”고 밝혔다. 비상계엄 선포 후 나온 포고령에는 국회 활동 금지, 언론 통제, 현장 이탈 의료인 처단 등 위헌적이고 위법한 내용들이 담겼다. 검찰은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에 윤 대통령이 김 전 장관과 내란을 공모했다고 적시했다. 그 외에도 윤 대통령이 군과 경찰 수뇌부에 “국회의원들을 체포하고 주요 기관을 장악하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한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영장 ‘尹 내란 피의자’ 적시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 관련해 대통령실 압수수색에 나선 경찰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들이 12월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의 구체적 행보가 드러나면서 법조계에선 내란죄 적용 및 처벌이 가능하다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김후곤 전 서울고검장은 12월 11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윤 대통령을 내란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본다”며 “(12·3 비상계엄을) 최종 결정하고 지휘한 사람이 윤 대통령인 것으로 보이는 만큼 그가 내란 우두머리인 게 명확하다”고 말했다. 이번 비상계엄에 내란죄 성립 요건인 ‘폭동’과 국헌 문란 ‘목적’이 모두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어지는 김 전 고검장의 분석이다.
“12·3 비상계엄, 내란죄 요건 성립”
“형법상 폭동이란 최광의(最廣義)의 폭행·협박이다. 국회에 물리력을 갖고 침투한 것은 엄청난 폭행·협박이자 폭동이 분명하다. 폭동이 일어났으면 내란죄가 성립한다는 게 12·12 군사반란에 대한 대법원 판례다. 또한 나를 포함한 대다수 법률가의 생각은 당시 병력 투입에 국회의 권능 행사를 방해할 목적도 있었다는 것이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내용처럼 윤 대통령이 ‘의원들을 국회에서 끌어내라’고 지시했다면 국가기관의 권능 행사를 방해하려 한 목적도 이미 발현된 것이다.”
법조계에선 이번 비상계엄 수사와 관련해 12·12 군사반란 주모자들에 대한 내란죄 판결을 주목하고 있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비롯한 신군부 인사들은 1979년 12·12 군사반란과 이듬해 5·17 내란으로 국회를 장악하고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유혈 탄압하는 등 군형법상 반란 및 내란 혐의로 기소됐다. 1997년 대법원은 내란 수괴 전두환에게 무기징역, 중요 임무 종사자 노태우에게 징역 17년을 각각 확정했다. 당시 대법원은 신군부가 박정희 전 대통령 사망 후 선포된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한 것만으로도 내란죄가 성립된다고 봤다. 신군부가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확대한 것은 ‘협박 행위’이며, 이는 곧 형법상 내란죄 폭동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또한 대법원은 신군부가 비상계엄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국회를 점거한 것도 국헌 문란 행위라고 봤다.
당시 대법원 판결에서 내란죄와 관련해 주목할 또 다른 대목은 이른바 통치 행위에 관한 판단이다. 1995년 내란 등 혐의로 고발된 신군부 인사들에 대해 검찰은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로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고도의 정치성을 띤 통치 행위는 사법심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1997년 대법원은 “헌법에 정한 민주적 절차에 의하지 않고 폭력에 의해 헌법기관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정권을 장악하는 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인될 수 없다”며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군사반란과 내란 행위는 처벌 대상이 된다”고 명시했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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