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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수입 물가가 오르면서 지난달 수입품 등을 포함한 국내 공급물가가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생산자물가도 4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1월 생산자물가지수(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공급물가지수는 전월(123.47)보다 0.6% 오른 124.15(2020년 수준 100)로 집계됐다. 10월에 이어 2개월 연속 상승세로 올 4월(1.0%)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생산자물가지수는 119.11로 10월(119.01)보다 0.1% 올라 4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생산자물가는 통상 한 달가량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준다. 품목별로는 전력·가스·수도및폐기물은 산업용 전력(7.5%) 등이 큰 폭 오르며 2.3% 상승했다. 공산품은 석탄 및 석유제품(1.6%)을 중심으로 0.1% 올랐다. 반면 농산물(―5.1%)과 축산물(―2.8%) 등이 내려 농림수산품이 전월보다 3.6% 하락하고 서비스업도 0.1% 떨어졌다. 세부 품목 중에는 경유(4.1%)와 제트유(6.0%), 에틸렌(4.8%) 등이 상승한 반면 배추(―42.3%), 상추(―64.1%), 돼지고기(―4.1%), 닭고기(―5.8%) 등이 큰 폭 내렸다. 지난달 공급물가가 오른 것은 원-달러 환율이 치솟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은에 따르면 11월 주간 거래 종가 기준 월 평균 환율은 1394.32원으로 한 달 전(1365.37원)보다 30원 가까이 높아졌다. 이문희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통관 시점 기준 수입물가가 원-달러 환율과 국제 유가 상승으로 생산자물가보다 큰 폭으로 올랐다”며 “환율 상승 영향은 원화 기준 수입물가에 반영되면서 시차를 두고 생산자물가나 소비자물가에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원-달러 환율이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1450원을 넘어섰다. 경제 펀더멘털 악화와 계엄 사태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불안정하던 원화값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이란 추가 악재에 카운터펀치를 맞은 것이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주간거래 종가(1435.5원)보다 17.5원 오른 1453.0원에 거래를 시작해 등락을 반복하다 오후 3시 30분 기준 1451.9원을 나타냈다. 주간거래 종가 기준 환율이 1450원을 넘긴 것은 2009년 3월 13일(1483.5원) 이후 처음이다. 환율은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4일 새벽 1440원을 돌파한 뒤 최근 1430원대에 머물렀다. 그랬던 환율이 치솟은 건 18일(현지 시간)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때문으로 풀이된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지만, 내년 금리 인하 예상 횟수를 기존 4회에서 2회로 축소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연준의 통화 정책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앞으로는 분명히 (금리 인하)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미 연준의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금리 인하’에 달러 가치가 급등하고 외국인 자금 이탈이 이어지면서 코스피도 1.95% 떨어진 2,435.93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도 1.89% 하락했다.정치 불안-美금리인하 속도조절 ‘연타’ 맞은 환율 “1500원 갈수도”환율 15년만에 1450원 넘어경기침체에 경제 기초체력 약해져… 美금리 정책 변화에 유난히 ‘출렁’“트럼프 관세 인상땐 1500원 넘을듯”정부 “과도한 변동성엔 과감한 조치”원-달러 환율이 이달 들어서만 50원 넘게 상승하며 15년 만에 1450원을 넘어섰다. 국내 정치 불안과 경제 체력 약화로 국내외 투자자들의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로 달러 강세가 이어지자 원화 값이 곤두박질친 것이다.외환 당국이 국민연금과 외환 스와프 한도를 증액하기로 하는 등 시장 안정을 위해 총력전에 나섰지만 끝내 환율이 1450원대에 도달하면서 일각에서는 환율이 150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된다. 고환율은 외국인 투자금 이탈을 가속화하고 물가 상승, 경기 침체를 부추길 수 있는 만큼 연말 한국 경제에 큰 악재로 부상하고 있다.● 정치·경제 불안에 원화 위축… 환율 1500원 넘을 수도1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 30분 종가 기준으로 전날 대비 16.4원 오른 장중 1451.9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의 종가가 1450원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 13일(1483.5원) 이후 15년 9개월 만이다.이날 환율 급등은 미 연준이 예상보다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입장을 보인 영향이 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금리 인하 속도를 낮출 의지를 드러내며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 폭이 더 크다는 점에서 그간 탄핵 정국으로 누적된 정치 불안과 기업 실적 악화, 수출 둔화 등 국내 요인도 환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최제민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2022년 미국의 기준금리 급등으로 달러 인덱스가 110을 넘었을 때도 환율은 1430∼1440원 수준이었다”며 “현재 달러 인덱스가 108 수준인데 환율이 1450원을 넘어선 것은 최근 환율 급등에 국내 요인이 더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탄핵안 가결 이후에도 정치 불안이 계속되는 데다 경기 침체에 대한 마땅한 해법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환율이 더 치솟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인상 공약이 실현되면 내년 1월에라도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설 것”이라며 “한국의 정치 불안이 종료될 때까지 이례적인 고환율이 지속될 수 있다”고 했다.● ‘3고 위기’ 재발 우려에 韓 경제 비상등끝없이 치솟는 환율은 우리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고환율은 물가 상승을 일으키고, 이는 고금리 기조의 장기화로 이어질 수 있다. 가뜩이나 내수 침체와 성장률 저하에 시달리는 한국 경제에 ‘3고(高) 위기’가 또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기업들의 경영난과 체감 경기 악화의 요인이 된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18일 물가안정목표 설명회에서 “내년 환율이 1430원대가 유지될 경우 기존의 내년 물가 전망치(1.9%)에서 0.05%포인트를 올려야 한다”고 했다. 만일 내년에 환율이 1450원을 훌쩍 넘어설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은의 목표치인 2.0%를 넘어설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렇게 되면 금리 인하를 통한 내수 진작 카드를 쓰기 어려워진다.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소비 위축, 기업 투자 감소가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환율 고공 행진으로 인해 외환 당국이 환율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외환보유액이 4000억 달러 미만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외환보유액 하락은 국내외 투자자의 심리적 위축을 불러와 국내 외환·금융 시장에서 달러 유출 속도를 급격히 빠르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정부는 총력을 다해 환율 방어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과도한 변동성에는 추가적인 시장 안정 조치를 과감하고 신속하게 시행하겠다”고 밝혔다.한은 등 외환 당국도 국민연금과 외환 스와프 거래 한도를 기존 500억 달러에서 650억 달러로 증액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이 필요한 달러를 현물환 시장에서 사들이는 대신에 외환 당국에서 구하도록 해, 외환시장의 안정을 꾀하려는 조치다. 김병환 금융위원장 역시 19일 은행들에 최근 외환시장의 변동성 우려를 고려해 기업들의 외화 결제와 대출 만기의 탄력적 조정을 적극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원-달러 환율이 이달 들어서만 50원 넘게 상승하며 15년 만에 1450원도 넘어섰다. 국내 정치 불안과 경제 체력 약화로 국내외 투자자들의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속도 조절로 달러 강세가 이어지자 원화 값이 곤두박질 친 것이다. 외환 당국이 국민연금과 외환 스와프 한도를 증액하기로 하는 등 시장 안정을 위해 총력전에 나섰지만 끝내 환율이 1450원대에 도달하면서 일각에서는 환율이 150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된다. 고환율은 외국인 투자금 이탈을 가속화시키고 물가 상승, 경기 침체를 부추길 수 있는 만큼 연말 한국 경제에 큰 악재로 부상하고 있다. ●정치·경제 불안에 원화 위축…환율 1500원 넘을 수도 1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 30분 종가 기준으로 전날 대비 16.4원 오른 장중 1451.9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의 종가가 1450원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 13일(1483.5원) 이후 15년 9개월 만이다. 이날 환율 급등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예상보다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입장을 보이면서 달러화 강세가 나타난 영향이 컸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 폭이 더 크다는 점에서 그간 탄핵 정국으로 누적된 정치 불안과 기업 실적 악화, 수출 둔화 등 국내 요인도 환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제민 현대증권 연구원은 “2022년 미국의 기준금리 급등으로 달러 인덱스가 110을 넘었을 때도 환율은 1430~1440원 수준이었다”며 “현재 달러 인덱스가 108 수준인데 환율이 1450원을 넘어선 것은 최근 환율 급등에 국내 요인이 더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탄핵안 가결 이후에도 정치 불안이 계속되는 데다 경기 침체에 대한 마땅한 해법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환율이 더 치솟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인상 공약이 실현되면 내년 1월에라도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설 것”이라며 “한국의 정치 불안이 종료될 때까지 이례적인 고환율이 지속될 수 있다”고 했다. ●‘3고 위기’ 재발 우려에 韓 경제 비상등 끝없이 치솟는 환율은 우리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고환율은 물가 상승을 일으키고 이는 고금리 기조의 장기화로 이어질 수 있다. 가뜩이나 내수 침체와 성장률 저하에 시달리는 한국 경제에 ‘3고(高) 위기’가 또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기업들의 경영난과 체감 경기 악화의 요인이 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18일 물가안정목표 설명회에서 “내년 환율이 1430원대가 유지될 경우 기존의 내년 물가 전망치(1.9%)에서 0.05%포인트를 올려야 한다”고 했다. 만일 내년에 환율이 1450원을 훌쩍 넘어설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은의 목표치인 2.0%를 넘어설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렇게 되면 금리 인하를 통한 내수 진작 카드를 쓰기 어려워진다.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소비 위축, 기업 투자 감소가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환율 고공행진으로 인해 외환 당국이 환율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외환보유액이 4000억 달러 미만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외환보유액 하락은 국내외 투자자의 심리적 위축을 불러와 국내 외환·금융 시장에서 달러 유출 속도를 급격히 빠르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총력을 다해 환율 방어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과도한 변동성에는 추가적인 시장 안정 조치를 과감하고 신속하게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한은 등 외환 당국도 국민연금과 외환 스와프 거래 한도를 기존 500억 달러에서 650억 달러로 증액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이 필요한 달러를 현물환 시장에서 사들이는 대신에 외환 당국에서 구하도록 해, 외환시장의 안정을 꾀하려는 조치다. 김병환 금융위원장 역시 19일 은행들에 최근 외환시장의 변동성 우려를 고려해 기업들의 외화 결제와 대출 만기의 탄력적 조정을 적극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지난 70년간 540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오름세를 지속하는 반면 GNI에서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역대 최저 수준을 보였다. 경제 규모에 비해 국민 체감소득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1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민계정 2020년 기준년 2차 개편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GNI는 6·25전쟁 이후인 1953년 67달러에서 지난해 3만6194달러로 540배 증가했다. 연평균으로는 9.4% 늘었다. 1인당 GNI는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총인구로 나눈 수치로, 국민의 호주머니 사정을 파악하는 대표적 지표다. 반면 지난해 PGDI는 1만9498달러로 1975년 482달러에서 연평균 8.0% 증가하는 데 그쳤다. PGDI는 GNI에서 기업과 정부의 소득 및 각종 세금을 빼고 개인에게 돌아간 소득으로 실제 가계의 구매력을 보여준다. 국민소득에서 기업과 정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증가한 반면 가계 소득 비중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GNI 대비 1인당 PGDI 비율은 지난해 53.9%로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 비율은 한은이 해당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75년 77.5%에 달했지만 이후 하락세를 이어왔다. 그만큼 국민소득의 더 많은 비중이 개인보다는 기업이나 정부에 돌아가고 있다는 뜻이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인상 정책은 되려 미국에 더 큰 피해를 줄 겁니다. 그래서 트럼프가 관세 공약을 실제 이행할지는 불확실합니다.” 이토 다카토시 미국 컬럼비아대 국제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트럼프 당선인의 중국 등에 대한 고관세 정책은 오히려 미국의 성장률을 낮추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토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연구원과 일본 재무성 차관보를 지낸 일본의 대표적인 경제학자다. 아베 신조 정권에서 일본 중앙은행 총재 후보로 거론됐던 인물이다. 그는 “미국의 고관세 정책이 시행되면 한국, 일본, 중국 등의 기업들은 전반적으로 피해를 보고 인도, 베트남 등의 국가들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면서도 “트럼프 당선인이 원하는 것이 불명확하기 때문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할 때까지 기다려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실제로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기보다는 추후 중국 등과의 통상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엄포일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또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일본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며 “한국의 계엄 사태가 트럼프와의 통상 협상 과정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게 됐다는 점에서 불운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일본의 경제 경쟁력이 강화된 배경에 대해서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핵심 원동력”이라고 꼽았다. 이토 교수는 “일본 기업은 그동안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매우 낮았다. 기업들이 자본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한 셈”이라며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자본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됐고, 최근 기업들이 역사적인 수익을 달성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경제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기술 혁신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한국이 내년부터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일본 역시 고령화에 따른 생산성 감소를 극복하기 위해 로봇 활용 등 기술 변화를 통해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고 있다”며 “한국도 인구 구조 전환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제도와 기술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일본 정부의 ‘제로 금리’ 정책이나 대규모 국채 발행을 통한 경기 부양책에 대해서는 “오랜 경제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서 재정 정책을 썼지만, 효과는 제한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오히려 그는 “재정 정책은 불필요할 때 철회해야 하는데, 포퓰리즘 때문에 끊어내기 어렵다”며 “실제 일본에서 코로나19 시기에 국채 발행 금액이 세입보다 많았는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토 교수는 “재정 정책은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이나 마이너스(―) 성장 등의 경제 위기 시에 사용해야 하는 극단적인 처방전”이라며 “한국은 성장률도 플러스(+)로 유지되고 있고, 물가도 안정적이기 때문에 재정 정책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최근 일본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정책에 대해서는 “내년 3월 말까지 1%까지로 올릴 것”이라면서도 “엔화 가치 급등에 따른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비상계엄 사태가 탄핵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국내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린 정치적 불확실성은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외국인투자가들은 여전히 ‘셀(Sell) 코리아’ 행보를 이어가면서 국내 증시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적어도 헌법재판소 결정과 그 후에 이어질 수 있는 대선까지, 내년 상반기에도 정치적 혼란이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투자자들을 짓누르는 모양새다. 여기에 내수 침체 등 국내 경기 악화, ‘트럼프 리스크’ 같은 대외 불안 요소들도 상존하는 만큼 한국 시장에 대한 외국인들의 불안감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2.16포인트(1.29%) 떨어진 2,456.81에 마감했다.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첫 거래일인 16일(―0.22%)에 이어 이틀 연속 하락한 것이다. 코스피는 10일부터 4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나타내며 비상계엄이 선포되기 직전인 3일(2,500.10) 수준까지 거의 회복했다가 오히려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된 이후에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코스닥도 이날 4.06포인트(0.58%) 내린 694.47에 거래를 마쳐 5거래일째 이어진 상승세에 마침표를 찍었다.국내 증시 하락은 외국인이 주도하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도 코스피에서 6793억 원어치를 팔아치우며 6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이어갔다. 외국인은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4일 이후 17일까지 하루(9일)를 제외하고 매일같이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는데 이 기간 순매도 규모는 2조9000억 원에 달한다. 14일 탄핵 가결 이후 이틀간 순매도액도 1조 원이 넘는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3.9원 오른 1438.9원에 마감해 주간 거래 종가 기준 4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지속했다. 탄핵소추안 가결로 10여 일간 이어진 계엄 사태 혼란이 일단락되면 시장이 안정화 국면으로 들어설 것이란 당초 전망과 달리 금융시장은 여전히 맥 빠진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2004년 3월 12일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된 다음 거래일에 코스피는 0.41% 올랐고 그 주에는 4% 넘게 상승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2016년 12월 9일 이후에도 코스피는 3거래일 연속 올랐다. 과거 두 차례 탄핵 국면에서 주식 시장이 정치 불확실성 해소를 반영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비상계엄 선포의 충격이 워낙 컸던 만큼 정치적 불확실성이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고 여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외국인들은 비상계엄 선포가 금융시장에 미친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며 “헌법재판소 결정이 얼마나 걸릴지, 조기 대선에서 누가 당선될지 등의 변수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들은 이번 충격의 여진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한국 주식 시장을 관망하는 쪽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 리스크가 일부 해소됐어도 한국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점도 이들의 투자 심리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최제민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탄핵 국면이 얼마나 장기화될지도 모를뿐더러 내수는 안 좋고 수출 경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향후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은 부정적”이라며 “외국인 입장에서는 한국 주식 시장에 손이 잘 안 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국내 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정치 불안이 가중되면서 정치 테마주 광풍이 이어지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민 신뢰도가 급상승한 우원식 국회의장의 테마주까지 등장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우 의장 관련주로 꼽히는 종목들의 주가가 상한가를 찍는 등 연일 치솟고 있다. 우 의장과 같은 고교 출신으로 알려진 창업자가 대표이사로 있는 뱅크웨어글로벌은 16일 상한가로 마감했고 17일 오전 10시 35분경 전 거래일보다 23.86% 오른 8980원에 거래 중이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역시 전날 상한가를 찍고 이날 11.29% 급등한 2810원에 거래되고 있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도 경영진이 우 의장과 고교 동창이라는 이유로 관련주로 분류됐다. 우 의장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구에 본사가 있는 효성오앤비도 18% 가까이 올랐다.앞서 15일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우 의장의 테마주가 널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갤럽이 10~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여 명을 상대로 정계 요직 인물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우 의장에 대한 ‘신뢰한다’는 응답은 56%로 여야 차기 대권 후보들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주요 경제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내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연준의 금리 인하까지 더뎌지면 원-달러 환율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해 깜짝 금리 인하로 경기 부양에 힘을 싣고 있는 한국은행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15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미국 시카고대 부스 경영대학원과 함께 11∼13일 미 경제학자 4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9%는 내년 말 연준의 기준금리가 3.5% 이상일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 대선이 진행 중이던 올 9월 실시한 조사에서는 62%가 3.5%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답변한 것과 대조적이다. 연준이 이번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예상대로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다면 기준금리는 4.25∼4.5%가 된다. 금리 정책 전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트럼프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뒤 10∼20%의 보편 관세와 중국에 대한 60% 이상의 관세 부과를 공약해 왔다. FT 조사에서 응답자의 60% 이상이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이 미국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연준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했던 존스홉킨스대의 조너선 라이트 교수는 “연준은 팬데믹 전보다 인플레이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FT에 말했다. 그는 연준이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한다면 당선인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 간의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론에 무게가 실리면서 향후 한은의 기준금리 경로도 더욱 불투명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수와 수출의 동반 부진으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경제 성장을 위해선 금리를 내려야 하지만 불안정한 환율로 한은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달러 강세가 이어지는 데다 비상계엄 사태로 국정 혼란마저 가중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여전히 1430원대에 머물러 있다. 고환율이 지속되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어 통화정책 운용에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는 “환율이 불안정해지면서 한국은행의 셈법이 복잡해졌지만 기준금리의 적정 수준을 추정해 보면 여전히 금리가 물가 등에 비해 높은 수준인 건 맞다”며 “현재 국내 정치적 불안만 좀 더 해소되면 환율은 떨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한은도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대기업 임원을 지낸 A 씨(67)는 한 달에 한 번꼴로 아내와 함께 해외여행을 간다. 유럽, 남미 국가들은 물론이고 지난달에는 케냐와 짐바브웨 등 아프리카 지역도 갔다 왔다. A 씨는 “젊을 때 열심히 일해 번 돈으로 나이 들어서는 세계 곳곳을 누비며 즐겁게 살고 싶다는 꿈을 실현하는 중”이라고 했다. 지적 호기심이 넘치는 A 씨는 60대 초반에 석사 과정도 밟았다. 그는 “부모가 상속을 이유로 돈 쓸 것도 못 써가면서 우울하게 사는 삶은 자식에게도 좋은 교육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젊을 때 한 고생을 보상 받으려는 심리도 물론 있지만, 남은 노후는 우리 부부의 행복을 위해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가 노년층에 편입되면서 소득과 교육 수준이 높은 ‘신(新)노년층’도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은퇴 이후에도 소비 및 여가 생활을 즐기면서 사회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는 이른바 ‘액티브 시니어’다. 실제로 10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 가구의 연소득은 지난해 3469만 원으로 2020년보다 442만 원 늘었다. 자산 수준도 대폭 개선됐다. 지난해 노인층의 평균 금융자산은 4912만 원으로 2020년(3213만 원)에 비해 53%나 증가했다. 노인세대의 경제력이 확연히 달라진 셈이다. 교육 수준 역시 고졸 비율은 2020년 28.4%에서 지난해 31.2%로 2.8%포인트 증가했고, 전문대학 이상 졸업자도 같은 기간 1.1%포인트 늘어 7.0%로 집계됐다. 4년 전 반평생 몸담았던 교직을 떠난 뒤 골프와 자전거 라이딩 등 여가 활동에 푹 빠져 지낸다는 B 씨(69)는 “사학연금이 매월 지급되고, 수천만 원 상당의 금융자산이 있어 안정적인 노후자금이 마련된 상태”라며 “평소 좋아하던 취미 생활을 원 없이 할 수 있어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제 2차 베이비붐 세대(1964∼74년생)의 은퇴도 본격화하면 앞으로 재산, 고학력을 갖춘 ‘신노년층’은 더 증가할 것으로 점쳐진다. 하지만 신노년층의 등장과 동시에 한국 노인들의 고독과 빈곤 문제 역시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는 565만5000가구로, 이 중 213만8000가구(37.8%)가 홀몸노인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55.8%)은 ‘노후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응답했고, 국민연금 의존도는 50.0%에 달했다. 한국 노인 빈곤율은 40.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노년층 내 양극화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고 풀이한다. 통계청은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내년 20%, 2036년 30%, 2050년에는 40%를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종화 삼육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물가는 오르는데 국민연금 급여율(소득대체율)은 낮아지고 있다”라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양극화는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지난 10여 일간 금융시장 혼란을 초래한 정치적 불확실성은 일부 해소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탄핵 심판까지 리더십 공백이 얼마나 장기화할지 불분명한 가운데 당장 한국 경제는 내수·수출 동반 부진과 내년 1월 취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리스크 등 대내외적 ‘복합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과거 두 차례 탄핵 국면에서 한국 경제를 뒷받침했던 중국의 경기 호황과 반도체 경기 호조 등 ‘비빌 언덕’마저 없는 만큼 경제의 탄핵 충격파가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은 15일 발표한 ‘비상계엄 이후 금융·경제 영향 평가 및 대응방향’ 보고서에서 “과거와 이번 탄핵 국면 모두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경제심리가 약화됐지만, 이번에는 과거와 달리 통상환경의 불확실성 증대, 글로벌 경쟁 심화 등 대외 여건의 어려움이 커진 상황”이라며 “해외 요인이 국내 요인과 중첩될 경우 그 영향이 증폭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경제 상황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국면에서는 경제 정책이 정치와 분리돼 추진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었다고 진단했다. 특히 2004년에는 중국의 고성장과 국내 수출 호조 등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감이, 2016년은 글로벌 반도체 호황 등 우호적인 글로벌 경기 흐름이 국내 경제에 호재로 작용해 정치 불안을 극복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지금은 민간 소비 등 내수뿐 아니라 수출까지 둔화하는 가운데 중국 경기 침체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등 ‘외부 역풍’까지 맞게 되면서 한국 경제가 과거보다 취약한 상태라는 우려가 나온다. ‘송년회 실종’을 우려했던 소상공인들은 내수 침체가 이어지고 있어 걱정은 여전하다. 이날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음식·숙박업, 도소매업, 개인서비스업 등에 종사하는 소상공인 1630명 중 88.4%(1441명)는 “비상계엄 사태 직후 일주일(4∼10일) 매출이 직전 주(11월 27일∼12월 3일) 대비 감소했다”고 답했다. 3분기(7∼9월) 소비판매액지수도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하며 2022년 2분기(4∼6월) 이후 10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최근 사태로 인해 소상공인의 처지가 극한으로 몰렸다”며 “향후 절차는 헌법재판소에 맡기고 정치권이 초당적으로 협력해 경제 살리기에 올인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국내 증시는 탄핵안 가결로 한숨 돌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환율이 더 큰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안 그래도 미 달러화가 초강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1446.5원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이 여전히 1430원대에서 고착화돼 있기 때문이다. 노무라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환율이 내년 5월에는 150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환율이 오르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이는 금리를 낮추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해 내수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빅테크 기업에 대한 장기 투자는 필수이고, 이는 지속 가능한 투자다. 테크 투자를 강조하는 이유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가 완전한 디지털 시대로 전환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1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ACE 빅테크·반도체 투자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배 대표는 이날 개회사에서 “2022년 한투운용 취임 이후 줄곧 기술 투자를 강조해 왔고, 관련 상품을 내놓고 있다”며 “테크의 발전은 반도체 성장과 동시에 이뤄진다고 이해하는 것이 성공 투자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번 세미나는 빅테크 및 반도체 기업 투자 시 참고할 수 있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하고 한투운용의 관련 ‘ACE 상장지수펀드(ETF)‘ 상품 소개를 위해 마련됐다. ’기술주 투자 절대 원칙‘의 저자이자 미국 투자회사 에버코어ISI의 테크 애널리스트 마크 마하니와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 김승현 한투운용 ETF컨설팅담당 등이 연사로 나섰다.마하니 애널리스트는 우량 기술주를 고르는 방법을 소개했다. 그는 “구글이나 메타 등 우량한 기술주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다른 기업 대비 빠른 매출 및 수익 성장”이라며 “당장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높은 매출 성장률을 수년간 유지하는 기업이라면 훌륭한 투자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하니 애널리스트는 “시장은 언제나 변동성이 있을 수밖에 없고, 우량 기업이라 해도 시장 상황에 따라 주가는 크게 하락할 수 있다”며 “시장 상황으로 주가가 하락한 종목, 일명 ‘이탈한 우량주’를 찾아 저렴할 때 매수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권 교수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 동향을 설명하며 “인공지능(AI) 산업의 발전과 함께 반도체 생태계에 큰 변화가 생기고 있다”면서 “단순한 AI 반도체칩이 아닌 세부 도메인 분야에서 고신뢰도와 연산 가속 성능을 가진 맞춤형 AI칩 생산이 가능한 국가, 기업, 혹은 기업 클러스터에 수혜가 집중될 것”이라고 전했다.김 담당은 “AI는 향후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칠 기술이라는 점에서 선제적인 대비가 필요하다”며 “한투운용은 ‘ACE 글로벌반도체TOP4 Plus SOLACTIVE ETF’나 ‘ACE 미국빅테크TOP7 Plus ETF’ 등 반도체, 빅테크 관련 트렌디한 상품 라인업을 선보이고 있는 만큼 향후에도 우수한 성과 유지와 양질의 투자 콘텐츠 제공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계엄 및 탄핵 국면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한국 경제 성장률 하방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과거 탄핵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한국 경제가 ‘외부 역풍’에도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는 9일 ‘짧았던 계엄 사태의 여파’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우리는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컨센서스(시장 추정치 평균)보다 낮은 1.8%를 유지하고 있지만, 리스크는 점점 더 하방으로 치우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과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 과거의 정치적 혼란은 성장률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현재 상황은 다르다는 평가도 내놨다. 보고서는 “당시 한국 경제는 2004년 중국 경기 호황과 2016년 반도체 사이클의 강한 상승세에 따른 외부 순풍에 힘입어 버틸 수 있었다”라며 “하지만 현재 한국은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를 지닌 국가들과 함께 중국 경기 둔화와 미국 무역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한 외부 역풍에도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외부 상황도 한국 경제에 우호적이지 않은 만큼 정치적 리스크가 불러올 파장이 더 클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 정치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도 8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더 불안정한 위기를 막는다 하더라도 정치적 마비는 성장 둔화로 어려움을 겪는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관측했다.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는 한국의 불안정한 정세로 내년 1분기(1∼3월)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전년 동기보다 19% 감소할 거라 내다보기도 했다. 무디스레이팅스도 6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정치적 긴장이 고조돼 조업 중단 등 경제 활동에 지장을 초래하는 상황이 장기화하면 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아직 통화·재정 정책의 여력이 충분하고, 대규모 해외자산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시장 안정을 지원할 수 있다고 봤다. 보고서는 “국민연금이 갖고 있는 상당 규모의 해외자산이 외환시장과 증시를 지원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낮은 한국 정부 부채를 고려할 때 향후 재정 완화는 성장의 버팀목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한국 경제가 ‘비상계엄 사태’로 혼란에 빠진 가운데 국내 증시가 ‘기술 경쟁국’ 대만에 더 뒤처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대만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열풍에 올라타 수혜를 보고 있는 반면에 한국은 경기 둔화 우려에 정치적 리스크까지 겹쳐 경제 불확실성이 가중됐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7일 “한국이 정치적 혼란에 빠지면서 한국 증시는 대만에 더 뒤처질 위험에 직면했다”며 “반면 대만은 ‘AI 붐’의 혜택을 누리며 주식시장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최근 대만 증시의 시가총액은 한국(코스피·코스닥 시장)을 약 9500억 달러(약 1350조 원) 차이로 앞질렀다. 이는 사상 최대 격차다. 대만 자취안지수는 올 들어 이달 6일까지 29.35% 치솟아 2009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8.55% 하락해 주요국 지수 가운데 최하위 성적을 보이고 있다. 통신은 “계엄 사태로 인한 정치적 혼란은 국가 전망을 더 어둡게 만들었고,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무역 관세 리스크에도 한국이 대만보다 더 취약할 거란 분석도 나왔다. 통신은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가진 두 국가 모두 트럼프 당선인의 높은 관세 위험에 직면해 있지만, 많은 투자자들은 대만의 경제 전망이 한국보다 낫고, 미국 기업들이 대만의 기술에 더 의존한다는 이유로 대만이 한국보다 타격이 덜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짚었다. 블룸버그는 환율에 대해서도 “올해 대만달러는 미국달러 대비 약 5% 약세를 보였지만 한국 원화는 약 9% 하락했다”며 “대만의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은 한국보다 더 견고하고, 이러한 상황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평가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이번 계엄 사태에 대한 해외의 충격이 더 큰 것 같다. 제 전화기, 이메일로 정말 답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질문이 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5일 기자 간담회에서 계엄 사태 이후 해외에서 문의가 폭주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국제기구인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와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국장을 지내기도 한 이 총재는 평소에도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 등 글로벌 금융권 리더들과 활발히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그에게 문의가 쏟아질 만큼 이번 비상계엄이 불러온 해외의 충격이 컸다는 얘기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4일(현지 시간) 보고서에서 “한국의 비상계엄 선포와 신속한 해제는 신용등급 ‘AA’(세 번째로 높은 등급) 수준의 주권 국가에서는 매우 예상하기 힘든 일”이라며 “하룻밤 사이 벌어진 일련의 사태는 투자자들에게 정치적 안정성에 대한 인식을 약화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S&P는 “투자 심리 정상화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며 경제, 금융, 재정 신용 지표가 받은 충격의 강도가 명확해지기까지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 역시 정치적 갈등이 길어질수록 한국의 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무디스 부사장 겸 수석 신용 책임자인 아누슈카 샤는 5일 동아일보에 “한국의 계엄령 선포 및 해제 사태는 현 정부의 임기 동안 부각된 논쟁적이고 양극화된 정치 환경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샤 부사장은 “정치적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경제 신뢰도를 저하시켜 한국의 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S&P는 계엄령이 신속하게 해제됐고, 그 과정에서 심각한 폭력 사태가 없었다며 “향후 1, 2년 내에 한국의 신용등급을 변경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이 총재도 “우리나라의 경우 순수하게 정치적 이유에 따라 계엄이 일어났다”며 이번 사태가 대외 신인도 타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봤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신한금융이 임기 만료 13개 계열사 중 9개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는 고강도 쇄신 인사를 단행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60)은 연임에 성공했다. 신한금융은 5일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자경위)를 열고 정 행장을 신한은행장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주주총회 절차가 남았지만 신한금융이 은행 지분 100%를 보유한 만큼 사실상 연임이 확정됐다. 정 행장은 연임에 성공하며 임기 2년을 부여받았다. 일반적으로 1년만 연임 임기를 부과하는 관례를 깬 것이다. 신한금융은 “우수한 경영성과를 시현했으며 다양한 혁신을 주도해 조직을 쇄신했다. 은행권 최초로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는 등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 점도 높게 평가받았다”고 설명했다. 신한투자증권 후임 사장으로는 이선훈 신한투자증권 부사장(56)이 추천됐다. 김상태 사장은 최근 일어난 1300억 원 규모의 파생상품 운용 손실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계열사 CEO 후보는 △신한카드 박창훈(신규 선임) △신한라이프 이영종(연임) △신한캐피탈 전필환(신규 선임) △제주은행 이희수(신규 선임) △신한저축은행 채수웅(신규 선임) △신한자산신탁 이승수(연임) △신한DS 민복기(신규 선임) △신한펀드파트너스 김정남(신규 선임) △신한리츠운용 임현우(신규 선임) △신한벤처투자 박선배(신규 선임) △신한EZ손해보험 강병관(연임)이다. 진옥동 회장은 이날 자경위 회의에서 ‘바람이 바뀌면 돛을 조정해야 한다’는 격언을 인용하며 “불확실한 미래 경영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내부의 근원적 혁신과 강력한 인적쇄신, 세대교체를 통한 조직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한국의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사태가 신용등급이 높은 국가에서는 예상치 못할 일이라며, 투자 심리 정상화에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 내다봤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 역시 정치적 갈등이 길어질수록 한국 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S&P는 4일(현지 시간) 보고서에서 “한국의 비상계엄 선포와 신속한 해제는 신용등급 ‘AA‘ 수준의 주권 국가에서는 매우 예상하기 힘든 일”이라며 “하룻밤 사이 벌어진 일련의 사태는 투자자들에게 정치적 안정성에 대한 인식을 약화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S&P는 2016년부터 한국에 21개 등급 중 3번째 높은 등급인 AA를 유지하고 있다.S&P는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의 발 빠른 조치로 시장 변동성은 제한적”이라면서도 “투자심리 정상화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며 경제, 금융, 재정 신용 지표가 받은 충격의 강도가 명확해지기까지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한국 정치권이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잘 대응한다면 투자자들이 한국과 관련된 의사결정을 내릴 때 적용하는 위험 프리미엄이 줄어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무디스 부사장 겸 수석 신용 책임자인 아누슈카 샤는 5일 동아일보에 “한국의 계엄령 선포 및 해제 사태는 현 정부의 임기 동안 부각된 논쟁적이고 양극화된 정치 환경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샤 부사장은 “특히 예산안과 관련된 교착 상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경제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경제 신뢰도를 저하시켜 한국의 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S&P는 “국회 의결로 계엄령이 신속하게 해제됐고, 그 과정에서 심각한 폭력 사태가 없었다는 점은 한국의 정치 시스템에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향후 1~2년 내 한국의 신용등급을 변경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소식이 외신을 통해 알려진 후 경제부처에는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한국 국채를 들고 있는 외국인 투자가들이 이번 뉴스에 예민하게 반응한 것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불확실성이 커져 국제 신용평가사를 상대로 국내 경제 상황을 설명하는 자료를 보낼지 검토하고 있다. 다만 지금 연락하고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가 그동안 어렵게 쌓아올린 한국 경제의 대외 신인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 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한국의 정치 불안에 질린 외국인은 4000억 원 이상의 주식을 팔아 치웠다. 증시 밸류업을 추진하던 정부가 도리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정치 불확실성, 국가신용 악영향 가능성”4일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한국의) 정치적 불안이 제때 해결되지 않을 경우 중요한 법안을 효과적으로 통과시키거나 다양한 위기에 대응하는 정부 역량이 약화할 수 있다”며 “이러한 위기에는 취약한 경제 성장 전망, 도전적인 지정학적 환경, 인구 고령화로 인한 구조적 제약 등이 포함된다”고 했다. 가뜩이나 경제 둔화 양상을 보이는 마당에 정치 불안까지 장기화될 경우 외부에서 바라보는 한국 정부의 신인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갑작스러운 심야 계엄 사태가 해외 투자자들에게는 한국의 정정 불안이 매우 심각하다는 신호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대외 신인도 타격은 불가피하다”며 “과거 사례를 보면 정치적 리스크가 신용 리스크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해 왔기 때문에 사태를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당장은 신용등급 자체에 실질적인 영향이 없다는 평가도 있다. 3대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킴엥 탄 전무는 이날 언론 세미나에서 “비상계엄이 몇시간 만에 해제됐고 한국의 제도적 기반이 탄탄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비상계엄 사태가) 투자자들에게 뜻밖의 일이고 향후 투자자의 결정에 부정적인 여파를 미칠 수 있지만 현 상황에서는 한국의 현 신용등급을 바꿀 사유가 없다고 본다”고 했다.● “경기 침체 악재에 정치 불안까지 덮쳤다”전문가들은 비상계엄 사태가 한국 경제가 내리막을 걷는 중에 나타난 점을 특히 우려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단 이번 사태는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났기 때문에 리스크가 많이 흡수될 것”이라면서도 “경기가 침체되는 상황에 불을 지핀 격이라 경기 하강 국면이 더 오래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비상계엄 사태가 소비심리를 더욱 위축시키고 기업들의 투자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과거 노무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도 소비자심리지수가 하락하는 등 내수 침체가 이어진 바 있다. 특히 내년부터 1%대 저성장 국면이 예고된 상태라 정치 불안이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유난히 많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지금 경제 상황이 탄탄하면 모르겠지만 소비와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앞으로의 정치적인 갈등이 얼마나 확대되는지에 따라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악영향을 주는 결과까지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영향으로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한국 외환보유액이 두 달 연속 감소했다. 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11월 말 외환보유액’에 따르면 지난달 말 외환보유액은 4153억9000만 달러로 전월보다 3억 달러 줄었다. 10월 42억8000만 달러 감소 이후 두 달째 하락세다. 한은은 “해외 주식, 채권 등에 대한 운용 수익이 발생하고 금융기관의 외화 예수금도 증가했지만 미 달러화 강세에 따라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미 달러 환산액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지난달 말 기준 106.05로 10월 말(103.99) 이후 2.0% 올랐다. 국내 외환보유액은 유가증권 3723억9000만 달러(89.6%), 예치금 191억3000만 달러(4.6%), 특별인출권(SDR) 149억 달러(3.6%), 금 47억9000만 달러(1.2%) 등으로 구성됐다. 10월 말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세계 9위 수준이다. 중국(3조2611억 달러)과 일본(1조2390억 달러)이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이어 스위스(9374억 달러), 인도(6821억 달러), 러시아(6316억 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전모 씨(65)는 6개월 전 내놓은 집이 팔리지 않고 있어 고민에 빠졌다. 은퇴 후 보유한 부동산을 정리해 대출금을 갚고 지방 전원주택으로 이사하려고 했지만, 집이 팔리지 않으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전 씨는 “처음 내놨을 때보다 가격을 1억 원 내렸는데도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은퇴 후 고정 수입이 100만 원대로 줄어든 상태라 대출 이자 부담이 상당히 크다”고 했다. 자산의 대부분을 부동산으로 쥐고 있는 한국의 고령층은 보유 자산에 비해 쓸 수 있는 돈이 적다. 현금화가 가능하고 배당 소득 등이 유입되는 금융 자산과 달리 부동산 자산은 즉시 유동화하기 어렵고 대출 이자 등으로 그나마 있는 소득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인이 보유한 순자산의 77.1%가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 채권 등 금융자산 비율은 22.9%에 그쳤다. 한국인의 비금융자산 보유 비율은 미국(37.3%), 일본(43.1%, 2022년 기준) 등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전 씨처럼 한국에선 집 한 채가 고령층 보유 자산의 대부분인 경우가 많아 노인 빈곤층의 비율도 높아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한눈에 보는 연금 2023’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0.4%로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OECD 평균(14.2%)의 3배에 달하는 수치였다. OECD는 빈곤율을 ‘중위소득의 50% 미만 소득을 가진 인구 비율’로 정의하고 있는데, 보유 자산을 고려하지 않는 OECD 기준에선 ‘똘똘한 집 한 채’로 노후를 대비한 한국 고령층 상당수는 빈곤층으로 분류됐다. 대출을 지렛대 삼아 부동산 구입에 쓰다 보니 고령자들은 빚만 잔뜩 지고 있는 경우도 많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올해 1분기(1∼3월) 말 기준 92%로 주요국 중 5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자산의 높은 부동산 비중은 경제 성장 동력도 약화시킨다. 주식, 채권 등으로 흘러갈 자본이 부동산에 묶이면서 기업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한 심포지엄에서 “한국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생산성이 높은 부문으로 더 많은 자금이 공급돼야 한다”며 “국내외 금융 여건이 완화되는 상황에서 가계와 기업이 과도한 대출을 받아 부동산과 같은 비생산적 부문으로 자금이 흘러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특별취재팀▽팀장=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영국 남동부 억필드에 거주하는 맬컴 마케시 씨(83)는 농부로 일하다가 2006년에 은퇴했다. 은퇴 전엔 매일 소젖을 짜며 농사일을 했던 그지만 은퇴 후엔 네덜란드, 스위스, 이탈리아에 있는 가족들을 만나 여행을 즐긴다. 마케시 씨는 “일할 때는 저소득층에 속했지만 지금은 연금 덕분에 도리어 형편이 나아져 중산층에 해당할 것”이라고 자랑했다. 마케시 씨는 한 달에 2400파운드(약 425만 원) 정도의 연금을 받고 있다. 국가연금이 그중 65%를 차지하고 있고 개인연금 17%, 퇴직연금은 10% 정도다. 나머지 8%는 세상을 떠난 마케시 씨의 아내가 고용주로부터 받았을 연금의 절반이다. 마케시 씨는 “여유가 생길 때마다 국가연금에 조금씩이라도 항상 추가로 납입했다. 아내도 마찬가지였다”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도 한두 개 갖고 있다. 소득세를 피하면서 수익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영국 노동연금부가 관리하는 국가퇴직연금신탁(NEST)은 2012년 디폴트 옵션을 의무화했다. NEST 가입자의 99%가 디폴트 옵션에 가입하고 있는데 연평균 수익률은 8∼9%에 이른다.● 60대에 창업 도전… 고령층 소비가 경제 뒷받침 한국에서 2025년은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 ‘원년’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장수 국가인 일본은 고령사회(노인 14% 이상)에서 초고령사회로 오기까지 10년이 걸렸고 프랑스는 39년이 걸렸지만 우리나라는 고령사회가 된 2018년부터 불과 7년 만에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게 된 것이다. 게다가 내년 1965년생을 시작으로 954만 명 규모의 ‘2차 베이비부머’들이 10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은퇴 수순을 밟는다. 문제는 기록적인 고령화 속도와 달리 노년층의 은퇴 후에 대한 준비는 미진하기만 하다는 점이다.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소득절벽에 시달리는 노인들이 대규모로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는 이유다. 준비 없는 초고령화로 신음하는 우리와 달리 선진국은 두둑한 연금을 바탕으로 고령층이 활발한 소비와 경제 활동에 나서는 추세다. 정부가 잘 운용해온 공적연금뿐만 아니라 사적연금이 이를 뒷받침하고, 재취업 시장도 탄탄한 덕이다. 덕분에 노인들은 선진국 경제의 ‘비밀 무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따르면 70세 이상 미국인은 현재 총 가계자산의 약 26%를 보유하고 있다. 연금 부자도 많다. 미국 최대 퇴직연금 자산운용사 피델리티는 올해 2분기(4∼6월) 말 기준 자사 401K(미국 퇴직연금제도) 가입자 중 계좌에 100만 달러(약 14억 원) 이상의 잔액을 가진 가입자가 49만7000명으로 사상 최대치라고 밝혔다. 이 같은 자산을 바탕으로 노인들은 거침없이 지갑을 열고 있다. 지난해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소비자 지출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은 총지출의 약 22%를 담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7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미국이 고금리 추세, 장기화된 코로나 팬데믹, 미중 갈등 등 글로벌 경제 불안정성 속에서도 탄탄한 경제성장을 자랑할 수 있었던 것은 노인 소비 덕분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베이비붐 세대만 해도 현재 77조1000억 달러(약 10경8109조6200억 원)의 부를 축적했고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라는 쌍둥이 재앙으로부터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들 중 대부분이 은퇴했기 때문에 노년층의 지출은 실업률에도 영향을 덜 받는다”고 보도했다. 프랑스의 경우에도 연구조사평가 및 통계위원회(DREES)에 따르면 2024년 월 4000유로(약 590만 원) 이상의 연금을 받는 은퇴자가 약 75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전체 연금 수급자 1700만 명 중 4.4%가량이다.프랑스 파리에 거주하는 장피에르 퐁생 씨(78)는 법정 정년인 60세에 은퇴한 후 두 아이의 아빠가 됐다. 은퇴 땐 뒤늦은 재혼에서 얻은 딸이 고작 한 살이었고, 이듬해엔 아들까지 태어났다. 60대 초반에 ‘늦깎이 아빠’가 된 그는 과감하게 부동산 컨설팅 창업을 결심했다. 60대 창업은 녹록지 않았다. 현직에서 잘 알던 지인들은 이미 퇴직해 고객을 확보하기가 어려웠다. 부동산 경기가 나쁘면 아예 수입이 ‘0유로’인 달도 있었다. 전기료 등 고정 비용만 나가 적자를 볼 때도 허다했다. 퐁생 씨는 “그래도 든든한 연금보험금이 3곳에서 나왔기 때문에 창업을 시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공적연금에 일반 퇴직연금과 고위 임원용 퇴직연금까지 3곳에 ‘연금 파이프라인’을 뚫어놨던 것. 3곳에서 들어오는 연금 수입은 현재 월평균 6000유로(약 882만 원)에 달한다. 그는 ‘3중 연금’ 덕에 어린 두 자녀를 제대로 교육시킬 수 있었다. 연금을 든든한 발판 삼아 사업도 키울 수 있다. 퐁생 씨의 지금 소득은 퇴직 전의 60% 수준까지 올라왔다. 이제 두 아이는 훌쩍 자라 독립을 앞두고 있지만 그는 계속 일할 계획이다. 퐁생 씨는 “일하는 게 재밌어서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계속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금으로 크루즈 여행”, 여유 누리는 은퇴 부자들“내년 70세 생일을 맞아 아들 둘, 손자 넷을 데리고 한국-일본 크루즈 여행을 갈 겁니다. 경비는 모두 제가 냅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비크로프트에 사는 애니타 하워드 씨(69)는 학교 교사를 하다가 은퇴 후 주민들에게 미술 수업을 하고 책을 쓰면서 노후를 보내고 있다. 혼자 사는 그는 현재 아무런 경제 활동을 하지 않지만 본인의 연금만으로 손주까지 함께하는 크루즈 여행을 계획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롭다. 하워드 씨가 은퇴 후에도 자녀, 손주를 챙길 수 있는 이유는 호주 퇴직연금 ‘슈퍼애뉴에이션’과 노령연금이 생활을 든든하게 받쳐주기 때문이다. 하워드 씨는 매달 4000호주달러(약 360만 원)의 퇴직연금과 노령연금을 받고 있다. 집의 일부 공간을 렌트하며 월 600호주달러(약 54만 원) 정도 추가 수입도 거둔다. ‘슈퍼’(최고)라는 이름을 내건 호주 퇴직연금 슈퍼애뉴에이션은 1992년부터 근로자 가입이 의무화됐는데 연간 수익률 8%대, 지난해엔 수익률 9%대를 기록했다. 맡겨두면 두둑한 연금자산을 누릴 수 있는 호주의 노인들은 “퇴직연금을 중도에 인출해 쓰는 건 인생이 끝장난 사람이나 할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워드 씨도 “교사로 근무했을 때 월급의 10%는 퇴직연금에 넣었다”며 “지금은 월요일마다 친구들과 모여 노래를 부르고 주민들에게 1시간 반 동안 미술을 가르치면서 만족스러운 은퇴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일본 도쿄에 거주하는 중학교 교사 출신 시노미야 마사요 씨(70)는 국민연금과 후생연금(퇴직연금의 일종) 등 월 63만 엔(약 585만 원)을 받고, 함께 살고 있는 남편은 국민연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시노미야 씨는 “개인연금도 많이 적립했다. 남편도 조그만 부동산이 있기 때문에 일상생활 면에서 식사나 의료 등 힘든 일은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도 사회 담당 강사로 재취업해 경제활동을 이어나가는 시노미야 씨는 은퇴 전보다 월급(현재 17만 엔·약 159만 원)은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지만 노후가 만족스럽다고 했다. 그는 “정규직 담임 교사로 일할 때와 비교하면 책임이 줄어든 데다 학부모들과 부딪칠 일이 없고, 휴일도 많아졌다”며 “여유가 생긴 덕분에 웃는 얼굴로 학생들을 대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누구의 할머니, 아내보다 선생님으로 불리는 것에 자부심이 있다. 밖에 나가서 일할 때가 재미있어 은퇴 후에도 일을 계속하는 것”이라며 웃었다.특별취재팀▽팀장=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