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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캔버라에 있는 전쟁기념관이 중국 청나라 시대 유물로 보이는 의복을 태극기와 함께 전시(사진)하며 한국의 전통 의상이라고 잘못 소개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10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시된 옷은 깃과 소매의 재단 방식, 색의 배합, 자수 등이 한국의 전통 방식이 아닌 중국풍”이라며 “지난해 호주 교민 등의 제보를 받아 해당 전쟁기념관 측에 여러 차례 항의 이메일을 보냈으나 시정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가 공개한 사진 등에 따르면 태극기를 배경으로 전시된 옷에는 “한국전쟁 당시의 어린이 전통 의상”이라고 소개돼 있다. 1941년 문을 연 호주 전쟁기념관은 호주가 참전했던 전쟁의 군인들을 기리고 관련 물품들을 전시해 호주에서 중요한 국가 기념관 중 하나로 대접받는다. 호주는 6·25전쟁 당시 1만7000여 명의 군인을 파병해 한국을 도왔다. 서 교수는 “해당 전시관은 해외 방문객도 많은 곳으로 오류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며 “빠른 시일 내에 오류를 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관료는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기르기보다는 공직사회의 영리한 무능을 익히는 데 탁월하다.” 전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서기관 출신의 저자가 공직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저자는 대학 졸업 전 행정고시에 합격했고 문체부 사무관으로 2013년부터 약 10년을 근무했다. 이후 서기관으로 승진하며 축하를 받은 것도 잠시. 곧 사표를 던져 주변을 놀라게 했다. 결정적 사건이 있었다기보단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항상 바쁘기만 한” 공직사회에 염증을 느꼈다고 저자는 고백한다. 신간은 저자가 문체부 근무 시 겪었던 다양한 이슈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결하려 했는지를 상세하게 전한다. 동시대 회사원들의 고충만큼이나 생생하다. 여러 일화를 들여다보면 그가 어떤 고민 끝에 환멸을 느꼈는지 엿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스포츠 팬들을 분노케 한 ‘호날두 노쇼’ 사건 당시 저자는 실무자로 논란을 수습하려다가 되레 국회 보좌진의 호통을 들어야 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때는 저자가 “운 좋게” 군 복무 중이라 책임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위법한 지시는 늘 있지만 늘 운이 좋을 순 없다”며 두려움을 느꼈다고 한다. 정부의 ‘과잉 홍보’ 지침으로 그럴듯한 면피성 영상 홍보물을 내놓았던 자신을 반성하기도 한다. 부처 수장이 교체될 때마다 혼선을 겪는 어려움도 토로한다. 한글 사용을 강조했던 전 장관과 눈에 띄는 홍보 문구를 위해 외국어 사용도 장려했던 차기 장관 사이에서 실무자들은 갈팡질팡한다. 보고서에 “신한류” “누리 소통 매체(소셜미디어)”라는 표현을 쓰던 공무원이 장관 교체 뒤 “K-챗GPT” 같은 정체불명의 용어를 사용한 일화는 쓴웃음을 짓게 한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호주 캔버라에 있는 전쟁기념관이 중국풍 의복을 태극기와 함께 전시한 뒤 한국의 전통의상이라고 잘못 소개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해당 기념관에는 현재 “한국 전쟁 당시 어린이 전통의상”이라는 설명과 함께 해당 의상과 태극기가 함께 전시된 것으로 나타났다.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10일 기념관 측에 잘못을 시정하라고 수차례 항의했음에도 이를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지난해 호주 교민들과 누리꾼들의 제보를 받아 호주 한인들과 함께 전쟁기념관 측에 몇 차례 항의 이메일을 보냈으나 시정되지 않고 있다”며 “전시된 옷은 깃과 소매의 재단 방식, 색의 배합, 자수 등이 한국의 전통 방식이 아닌 중국풍”이라고 설명했다.서 교수는 해당 박물관이 호주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 기념관이자 해외 관광객들이 많은 찾는 곳이라며 “오류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 빠른 시일 내 오류를 시정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정년이’ ‘조명가게’ ‘내 남편과 결혼해줘’…. 최근 드라마로 만들어져 인기를 모은 웹툰들이다. 지식재산권(IP)을 바탕으로 다른 장르에까지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는 한국 웹툰 산업이 6년 연속 성장하면서 처음으로 연간 매출액 2조 원을 돌파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일 발간한 ‘2024 웹툰 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도 웹툰 산업 총매출액은 전년도(1조8290억 원) 대비 19.7% 증가한 2조1890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 1조538억 원으로 1조 원을 넘은 뒤 3년 만에 두 배가 된 것이다. 웹툰 산업 매출은 관련 실태조사를 시작한 2018년 이후 해마다 늘었다. 실태조사는 11개 웹툰 플랫폼, 236개 웹툰 에이전시 및 스튜디오에 대한 조사를 바탕으로 전체 매출을 추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웹툰 플랫폼과 제작사, 작가 등의 해외 진출도 활발하다. 2023년 웹툰 해외 매출을 지역별로 보면 일본의 비중(40.3%)이 가장 컸고, 이어 북미(19.7%) 중화권(15.6%) 동남아시아(12.3%) 유럽(8.2%) 순으로 나타났다. 웹툰 매출의 대부분은 플랫폼(64.4%)에서 발생했다. 산업 성장세와 비교했을 때 창작자들의 수입은 저조한 편이었다. 2023년 작품을 연재한 경험이 있는 작가의 연 수입은 평균 4268만 원으로 전년(6476만 원) 대비 2208만 원 줄었다. 평균 수입이 줄어든 원인으로는 웹툰 스튜디오 등에 소속돼 근로계약을 맺고 직장인처럼 월급을 받으며 활동하는 작가가 늘어난 점이 꼽힌다. 글, 그림, 스토리 등 작가별 활동 분야가 세분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11세짜리 똑똑한 제 아들을 가르쳐주실 친절한 분을 찾습니다.” 1938년 8월 3일 영국 일간 ‘맨체스터 가디언’엔 이런 내용의 짤막한 ‘과외’ 구인 광고가 실렸다. 광고엔 구체적 급여나 시간 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그 대신 “오스트리아 빈의 좋은 가정에서 길러졌다”는 짧은 소개와 함께 광고주 집으로 추정되는 주소지와 광고주 이름만 적혀 있었다. 오스트리아에 있는 자신의 아이를 바다 건너 영국에 있는 낯선 이에게 덜컥 맡기겠다니. 부모가 너무 경솔한 건 아닐까. 하지만 알고 보면 이는 무책임함이라기보단 당시의 긴박함을 드러내는 광고였다. 히틀러가 오스트리아 병합을 선언하고 빈에 거주 중이던 유대인들을 색출하던 때였기 때문이다. 해당 광고는 나치의 세력 확장이 두려웠던 유대인 가정 부모들이 자녀들만이라도 먼저 해외로 빼내기 위해 유럽 전역에 ‘과외’를 명목으로 한 ‘홀로코스트 구출’용이었다. 광고 속 11세짜리 아이는 다행히 광고를 본 영국의 한 가정에 보내져 화를 면했고 이후 그곳에 정착했다고 한다.제2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벌어졌던 기막힌 이야기들은 이처럼 살아남은 아이들의 후손에게로 전해져 내려왔다. 신간의 저자도 그 후손 중 한 명. 당시 광고 속 11세짜리 아이 ‘로베르트 보저’가 저자의 아버지다.영국 일간 가디언에서 국제 분쟁 전문 저널리스트로 일하는 저자는 스스로 생을 마감한 아버지를 추억하다 아버지가 평생 말하기 꺼렸던 홀로코스트의 기억들을 추적하고 이를 에세이로 풀어냈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에서 출발한 글쓰기였지만, 인종청소나 집단폭력이 어떻게 전이됐는지를 파헤치려는 직업적 소명 의식이 발동했다. 공교롭게도 아버지를 구한 광고가 실린 맨체스터 가디언은 바로 저자가 몸담고 있는 가디언의 전신이다. 저자는 가디언 기록 보관소에서 발견한 작은 광고와 기사, 사료 등을 토대로 자신의 뿌리를 찾아간다. 알려지지 않았던 홀로코스트의 이면도 숨 가쁘게 따라간다. 책 전반부는 저자의 아버지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후반부에선 그 밖에도 당시 빈에서 영국 등 세계 곳곳으로 넘어간 아이 7명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부모의 품을 떠난 아이들의 상흔은 후대에도 이어져 현재 영국과 이스라엘, 프랑스, 미국, 중국 등에 남아 있다. 10대 초반의 소년 소녀들이 먼 타지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른인 척하고, 생존 기술을 배우며, 처절하게 적응해야 했다. 국가적 폭력이 얼마나 무수한 이들의 우주를 파괴했는지 느끼게 된다. 유럽에서 약 87년 전 벌어졌던 비극이 지금 한국 독자들에겐 먼 얘기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홀로코스트의 상처는 당대뿐만 아니라 현재 세계 곳곳에도 스며들어 있다. 한국 역시 ‘아동 수출국’이란 오명을 벗은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지금도 유럽과 중동에선 두 개의 전쟁이 이어지며 수많은 고아와 전쟁 난민이 끝도 없이 늘어나고 있다. 저자는 취재 과정에서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후손인 한 교수와 나눈 서신 가운데 한 구절을 짤막하게 책에 담았다. “가해자가 되지도 말고 피해자가 되지도 말되, 절대, 결단코 방관자가 되지도 말라.”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4시 반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정계선·조한창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겠다고 밝히자 이어진 비공개 회의에서 일부 참석자들은 사전 조율이 없었다는 등의 이유로 항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관 임명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시기와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안인데도 최 권한대행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는 취지다. 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대부분의 국무회의 참석자들은 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것이라는 사실을 모두발언을 들으면서 알게 됐다. 이어 국무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자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국무위원이 아닌 배석자로 국무회의에 참석한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 등이 반발했다. 이들은 “누구와 상의했느냐” “법리 검토를 받았느냐”고 물었고 최 권한대행은 “혼자서 고민을 많이 했고 몇 분에게 물어봤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권한대행은 “내가 (대행으로서) 월권했다면 사직하겠다”며 “무안(참사)만 아니었어도 이미 사직하려고 했다”는 말까지 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국무위원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지 일주일도 안 지났는데 결정이 너무 급작스럽다는 우려들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최 권한대행의 결정에 반발한 김 장관과 유 장관은 12·3비상계엄 선포 관련 국무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1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민 앞에 사죄하라”는 야당 의원 요구에 한 총리와 다른 국무위원들은 모두 일어나 고개를 숙였지만 김 장관은 유일하게 자리에 앉은 채 응하지 않았다. 국무회의가 끝난 뒤 이어진 간담회에서 최 권한대행은 재판관 임명에 대한 참석자들의 우려를 들은 뒤 먼저 집무실로 자리를 뜬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회의가 끝나고 일부 국무위원들 앞에서 (최 권한대행이) 눈물을 보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최 권한대행의 재판관 임명 결정에 동의하는 참석자들도 일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무위원은 “대외 신인도나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와중에 안정을 위해 어려운 결정을 한 것으로 본다”면서 “한 총리도 헌법재판관 임명을 안 하기로 결단할 때 사전에 논의하지 않았다. 최 권한대행이 결정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에 참석한 다른 고위 관계자도 “임명 결정이 급작스럽긴 해서 걱정의 목소리가 나온 건 있지만 최 권한대행이 짊어진 스트레스는 일반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컸을 것”이라고 했다. 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27일 권한대행을 맡기 전부터 헌법재판관을 임명해야 된다는 소신이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헌법학자나 원로 등으로부터 여러 조언을 들어 결정한 뒤 국무회의 전날 여당 지도부에 헌법재판관 2명 임명 방침을 전달했다고 한다. 김 직무대행은 최 권한대행 결정에 반발해 전날 국무회의에서 사직서를 제출했다. 김 직무대행의 사직서가 수리될 경우 방통위는 위원장과 부위원장, 상임위원 3인 등 위원 전원이 모두 부재한 ‘0인 체제’가 된다. 조성은 방통위 사무처장이 수장 역할을 대리하게 되지만 직무대행이 되는 건 아니다. 다만 김 직무대행은 3일 방통위 시무식엔 참석할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오후 4시 반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정계선·조한창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겠다고 밝히자 이어진 비공개 회의에서 일부 참석자들은 사전 조율이 없었다는 등의 이유로 항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관 임명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시기와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사안인데도 최 권한대행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는 취지다. 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대부분의 국무회의 참석자들은 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것이라는 사실을 모두발언을 들으면서 알게 됐다. 이어 국무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자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국무위원이 아닌 배석자로 국무회의에 참석한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 등이 반발했다. 이들은 “누구와 상의했느냐”, “법리 검토를 받았느냐”고 물었고 최 권한대행은 “혼자서 고민을 많이 했고 몇분에게 물어봤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권한대행은 “내가 (대행으로서) 월권했다면 사직하겠다”며 “무안(참사)만 아니었어도 이미 사직하려고 했다”는 말까지 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국무위원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지 일주일도 안 지났는데 결정이 너무 급작스럽다는 우려들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최 권한대행의 결정에 반발한 김 장관과 유 장관은 12·3비상계엄 선포 관련 국무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지난달 1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민 앞에 사죄하라”는 야당 의원 요구에 한덕수 국무총리와 다른 국무위원들은 모두 일어나 고개를 숙였지만 김 장관은 유일하게 자리에 앉은 채 응하지 않았다. 국무회의가 끝난 뒤 이어진 간담회에서 최 권한대행은 재판관 임명에 대한 참석자들의 우려를 들은 뒤 먼저 집무실로 자리를 뜬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회의가 끝나고 일부 국무위원들 앞에서 (최 권한대행이) 눈물을 보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최 권한대행의 재판관 임명 결정에 동의하는 참석자들도 일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무위원은 “대외신인도나 경제 불확실성 높아지는 와중에 안정을 위해 어려운 결정을 한 것으로 본다”면서 “한 총리도 헌법재판관 임명 안하기로 결단할 때 사전에 논의하지 않았다. 최 권한대행이 결정해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에 참석한 다른 고위 관계자도 “임명 결정이 급작스럽긴 해서 걱정의 목소리가 나온 건 있지만 최 권한대행이 짊어진 스트레스는 일반 사람들은 이해못할 정도로 컸을 것”이라고 했다. 최 권한대행은 지난달 27일 권한대행을 맡기 전부터 헌법재판관을 임명해야 된다는 소신이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헌법학자나 원로 등으로부터 여러 조언도 들어 결정한 뒤 국무회의 전날 여당 지도부에게 헌법재판관 2명 임명 방침을 전달했다고 한다. 김 직무대행은 최 권한대행 결정에 반발해 전날 국무회의에서 사직서를 제출했다. 김 직무대행의 사직서가 수리될 경우 방통위는 위원장과 부위원장, 상임위원 3인 등 위원 전원이 모두 부재한 ‘0인 체제’가 된다. 조성은 방통위 사무처장이 수장 역할을 대리하게 되지만 직무대행이 되는 건 아니다. 다만 김 직무대행은 3일 방통위 시무식엔 참석할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
179명이 숨진 무안 제주항공 참사의 여파가 2025년 새해맞이 각종 행사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카운트다운 행사는 물론이고 문화, 예술 행사, 각종 공연 등도 잇달아 취소했다. 다음 달 4일까지 국가애도기간이 운영될 예정인 가운데 역대 ‘가장 조용한 새해맞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자체 새해맞이 행사 잇따라 취소 서울시는 31일 종로구 보신각 일대에서 진행할 예정이던 ‘제야의 종 타종행사’의 공연과 퍼포먼스를 취소하고 타종식만 진행하기로 했다고 30일 밝혔다. 타종식에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을 제외한 민간 인사만 참여한다. 당초 서울시는 31일 오후 11시부터 1월 1일 오전 1시까지 타종식을 비롯해 레이저와 조명을 이용한 화려한 불꽃쇼를 선보일 계획이었다. 전날 행정안전부는 공문을 통해 ‘국가 및 지자체가 주최하는 연말연시 각종 행사를 당초 계획대로 하되 국가애도기간임을 고려해 차분하게 진행하라’고 주문했다. 서울시가 이달 13일부터 내년 1월 5일까지 서울 도심 곳곳에서 진행하는 청계천 빛초롱축제,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제야의 종 타종행사 등 ‘2024 서울윈터페스타’도 일부 축소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행사를 통해 보신각에 모인 시민들이 함께 조의와 애도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새해 해맞이 명소들도 잇달아 행사를 취소했다. 한반도 내륙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울산 울주군은 5억 원을 들여 계획한 해맞이 행사 ‘간절곶, 한반도의 첫 아침을 열다’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제주도는 대표 일출 행사인 제32회 성산일출축제 취소를 결정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 역시 각각 ‘제야의 용고타고’ 행사와 ‘대정 동일 해넘이 축제’ ‘제26회 서귀포 겨울바다 국제 펭귄수영대회’ 일정을 취소하기로 했다.● 문화예술·스포츠계도 추모 물결 동참 연말 콘서트 등 각종 문화, 예술 행사 취소도 잇따르고 있다. KBS는 31일로 예정됐던 ‘KBS 2025 카운트다운 쇼 LIGHT NOW’를 방영하지 않기로 했다. MBC도 29일 연예대상 시상식을 취소한 데 이어 30일로 예정된 연기대상 시상식 생방송도 취소하고 녹화 방송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각종 공연도 취소됐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에서 열리는 ‘서울콘X월드케이팝페스티벌 카운트다운’, 제주 신화테마파크의 ‘제주신화월드 카운트다운 2025’ 콘서트 주최 측은 공연을 취소했고 가수 테이, 이승환, 김장훈도 앞으로 예정된 콘서트를 열지 않기로 결정했다. 연예계 추모 물결도 이어지고 있다. 걸그룹 아이브는 내년 2월 3일 세 번째 미니앨범 ‘아이브 엠파시(IVE EMPATHY)’ 발매를 앞두고 프로모션 콘텐츠 공개 일정을 당분간 연기하기로 했다. 그룹 세븐틴의 유닛(소그룹) ‘부석순’도 두 번째 싱글 ‘텔레파티(TELEPARTY)’ 공식 사진 공개를 미뤘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30일 긴급회의를 열고 내년 1월 4일 강원 춘천시 호반체육관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2024∼2025시즌 프로배구 V리그 올스타전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국가애도기간임을 고려할 때 팬들과 함께 즐기는 축제 분위기에서 행사를 치르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연맹 측은 애초 올스타전 2, 3주 연기 방안 등을 검토했지만 각 구단의 경기 일정 조정, 경기장 대관 문제 등이 얽혀 있어 결국 취소를 결정했다.● 기업들도 이벤트 취소하고 ‘애도의 시간’ 롯데는 롯데월드 어드벤처와 롯데월드 어드벤처 부산에서 진행하는 모든 퍼레이드를 내년 1월 4일까지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이 기간 스테이지·길거리 공연과 불꽃놀이도 중단된다. 31일 롯데월드 어드벤처에서 개최하려던 새해 카운트다운 행사 ‘해피 뉴 이어 일렉트릭 파티’도 취소했다. 삼성전자는 30일 수원, 서초, 광주 등 주요 사업장에 조기를 게양한 데 이어 내년 1월 2일 사내 임직원 대상 시무식에서 애도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SK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LG그룹도 이날 각각 사옥에 조기를 게양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내년 1월 3일 열리는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피해자들의 넋을 기리며 묵념하는 등 애도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제주=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울산=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
29일 발생한 전남 무안국제공항 여객기 참사 관련 국가애도기간을 맞아 문화계와 연예계도 이틀째 추모와 함께 자중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연말에 예정됐던 문화, 예술행사, 콘서트 등도 잇따라 대거 취소되고 있다. KBS는 30일 “‘KBS 2025 카운트다운 쇼 LIGHT NOW’의 개최를 취소한다”며 “사고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 위로를 전한다“고 밝혔다. ‘카운트다운 쇼’는 오는 31일 서울 명동스퀘어 신세계 본점 앞 야외무대에서 KBS 2TV 생방송으로 중계될 예정이었다. MBC도 사고 당일인 29일 연예대상 시상식을 취소한 데 이어 30일로 예정된 연기대상 시상식 생방송을 취소하고 녹화방송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연말 콘서트 등 각종 문화 예술 행사 취소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콘X월드케이팝페스티벌 카운트다운’ 행사 주관사인 비이피씨탄젠트 측은 “참사에 큰 슬픔을 금할 수 없으며 국가애도기간에 취소를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31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이틀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에서 다이나믹듀오, 지코 등 다수의 유명 가수들이 출연 예정이었다. 제주신화월드 측도 오는 31일 신화테마파크에서 열 예정이었던 ‘제주신화월드 카운트다운 2025’ 콘서트를 취소했다. 자우림과 악동뮤지션, 이무진 등 가수가 무대에 오를 예정이었다. 이밖에도 가수 테이, 이승환, 김장훈 등이 예정된 콘서트 취소를 공지했다. 30일 예정됐던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제작보고회도 취소됐다. 케이팝 그룹은 예정된 홍보 행사를 연기하기로 했다. 걸그룹 아이브는 내년 2월 3일 세 번째 미니앨범 ‘아이브 엠파시(IVE EMPATHY)’ 발매를 앞두고 프로모션 콘텐츠 공개 일정을 당분간 연기하기로 했다. 그룹 세븐틴의 유닛(소그룹) ‘부석순’도 두 번째 싱글 ‘텔레파티(TELEPARTY) 공식 사진 공개를 미뤘다. 연예계 추모 물결도 계속되고 있다. 가수 지드래곤은 자신의 SNS에 검은 바탕에 흰 꽃 이미지를 올리며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로했다. 배우 고소영도 국화꽃 사진을 올리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추모했다. 배우 김혜수도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분들을 추모합니다. 깊은 위로와 애도를 표합니다”라고 적었다. 가수 장윤정, 옥주현도 고인들을 추모했다. 가수 임영웅은 29일 진행된 콘서트 중 “비행기 사고로 소중한 생명들이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깊은 슬픔을 느끼면서 희생자분들과 그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애도하는 마음을 보내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유튜브를 통해 활발히 활동해 온 방송인들은 당분간 콘텐츠를 올리지 않기로 하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방송인 김나영과 개그우먼 이영자, 배우 이청아,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 등이 예정된 콘텐츠 공개를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종교계도 일제히 애도의 뜻을 표명하고 참사 재발을 막기 위한 안전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희생자분들의 극락왕생을 간절히 발원하며 유가족분들께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 희생자들의 영혼을 품어 안아 주시기를, 또 유가족의 슬픔과 상처를 어루만져 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의장인 이용훈 주교 명의로 애도문을 발표했다. 김종혁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대표회장은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으며, 정서영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도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달라”고 정부에 촉구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기가 막히고 의미 있게 확장됐다.”(그레이스 랜돌프 ‘로튼토마토’ 평론가) “오징어 게임 시즌2는 인간 심리를 더욱 깊게 파고들었다.”(아유시 샤르마 영화평론가) ‘오징어 게임’ 시즌2가 넷플릭스에 26일 전 세계 동시 공개되기 전부터 외신들의 극찬 세례가 이어지고 있다. 작품이 정식 방영 전부터 이례적으로 골든글로브 작품상 후보에 오르면서 3년 전 신드롬을 재현해 골든글로브 작품상까지 거머쥘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영화협회(MPA) 인증 엔터테인먼트 저널리스트 라마는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전작보다 훨씬 더 미쳤다”며 “시즌1 주인공의 복수를 기반으로 액션 연기도 가득하다. 이정재가 다시 한번 맹렬한 연기를 선보였다”고 극찬했다. ‘오징어 게임’ 2는 다음 달 6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열리는 제8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작품상 후보에 올라가 있다. 정식 방영되기도 전에 작품이 후보에 오르는 건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이다. 그만큼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것. 다만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출품 요건상 올해 안에 방영돼야 하며 주최 측에 11월 4일까지 해당 작품을 제공해야 한다. 이에 넷플릭스 측은 전 세계 동시 방영과 별개로 시즌2를 심사위원단에 미리 공개했다. 앞서 오징어 게임 시즌1은 2022년 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TV드라마 부문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이정재), 남우조연상(오영수) 등 3개 부문 후보에 올랐으며 그중 남우조연상을 거머쥐었다. 이번에는 작품상 부문에서만 후보에 올랐다. 올해 작품상 후보에 오른 다른 경쟁작으로는 일본 배경 드라마 ‘쇼군’(디즈니플러스)과 ‘외교관’(넷플릭스), ‘슬로 호시스’(애플TV+),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프라임비디오), ‘더 데이 오브 더 자칼’(피콕) 등이다. 과거 비영어권 작품에 배타적인 성향이 강했던 골든글로브는 2021년까지 대사의 50% 이상이 영어가 아닌 경우 ‘외국어 영화’로 분류한다는 규정을 뒀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한국계 미국 감독인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는 모두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이에 다양성 부족으로 비판을 받자 심사위원진 변화 등 대대적 개혁을 했다. 수상자 선정을 위해 투표하는 심사위원 규모는 기존의 3배인 300명으로 확대됐다. 출신 국가도 6개 대륙 70여 개국으로 다양해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심사위원진은 라틴계 26.3%, 아시아계 13.3%, 흑인 11%, 중동계가 9%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골든글로브의 작품상은 한일 대결이라는 평가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오징어 게임 2에 대한 수상 기대감 못지않게, 앞서 에미상 ‘18관왕’이라는 최다상 신기록을 쓴 디즈니플러스의 ‘쇼군’이 강력한 수상 후보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쇼군’은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깊게 다루면서도 서구적인 시각과 연출, 영상미까지 더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고 평단의 호평도 받았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고 김수미 배우의 유작인 영화 ‘귀신경찰’의 촬영 현장 모습이 공개됐다. 촬영 중간 잠시 휴식 중인 김수미와 고인이 아들처럼 여겼던 배우 신현준의 모습 등이 함께 담겼다. 24일 영화 귀신경찰의 배급사인 제이앤씨미디어그룹은 현장 스틸컷 사진 일부를 공개했다. 사진 속 고인과 신현준 배우는 나란히 앉아 밝게 웃고 있다. 신현준은 최근 ‘귀신경찰’ 포스터와 예고 영상 등을 공개하며 고인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신현준은 고인을 ‘어머니’라고 부르면서 “어머니와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만들어갔던 영화. 어머니와 함께라서 행복했습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적었다. 영화 귀신경찰은 내년 1월 개봉 예정이다. 김수미는 앞서 10월 25일 7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1.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를 버느라 수년째 책 볼 시간도, 친구 만날 시간도 없이 지내던 신현아(가명) 씨. 문화누리카드를 발급받고 몇 년 만에 서점을 찾았다. 요동치는 마음을 느끼고 나서야 어린 시절 늘 작가가 되고 싶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책 두 권을 5시간 동안 내리읽고 펑펑 울었다. 중학생 때 백일장 글을 쓰며 행복해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신 씨는 “지금은 가난한 청년이지만 책을 통해 꿈을 위해 역경을 헤쳐갈 힘과 여유를 얻었다”고 말했다. #2. 김유하(가명) 씨는 가족들의 연이은 암 투병으로 오랫동안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웹툰 작가가 되고 싶었던 그는 문화누리카드로 미술서적을 주문한다. 검정고시로 고교를 졸업한 이후에도 꿈을 놓지 않고 계속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다. 김 씨는 “문화누리카드는 새 인생 기회를 열어 준 복지 혜택 이상의 선물”이라고 말했다. 국민의 문화예술 활동 등을 지원하는 문화누리카드(통합문화이용권)가 도입 10주년을 맞았다. 문화누리카드는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약 260만 명의 문화예술 활동을 돕는 국내 대표 공익사업이다. 지원금은 매해 늘어 올해는 1인당 연간 13만 원을 지원했다. 공연, 영화, 전시, 도서, 관광, 교통, 숙박, 체육시설 등 전국 3만여 곳의 문화누리카드 가맹점에서 이용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의 복권기금을 지원받는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분석한 ‘문화누리카드 10주년 주요 성과’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문화누리카드의 누적 지원 금액은 약 1조8000억 원, 누적 수혜 인원은 약 2000만 명이다. 올해는 261만9804명에게 카드가 발급됐다. 1인당 지원금은 초기 5만 원에서 매해 상승해 올해 1인당 13만 원, 2025년엔 14만 원을 지원한다. 지원금 이용 분야로는 도서(62.9%)가 가장 많았다. 이어 영화 등 영상 관람 분야(45.6%), 교통수단(29.1%), 공연(20.2%) 순이다. 청년층뿐 아니라 전 세대에서 만족도가 고루 높았다. 특히 60대 이상 연령층 이용자들은 “먹고살기 어려워도 책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고 공연을 통해 마음의 풍성함을 느꼈다”고 답했다. 또한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 및 참여 욕구, 행복감 등이 향상되는 데 대해 만족감을 표했다. 문화누리카드는 사업의 효과적 운영 및 이용자 편의 제고를 위해 매년 새로운 서비스를 시도 중이다. 2019년 주민센터 방문 없이 가능한 전화(ARS) 재충전 서비스, 누락 대상자를 발굴하는 권리구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2021년에는 자동 재충전 서비스를 도입했고 올해는 민간 플랫폼 앱에서도 결제를 가능하게 하는 등 편의성을 높였다. 복권기금사업 성과 평가에서도 매년 ‘우수’ 등급을 받았다. 내년엔 264만 명이 사업의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비는 올해보다 약 341억 원 늘어난 3695억 원으로 확대됐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계자는 “수혜자 중심으로 서비스를 향상시키고 국민의 문화 향유권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고(故) 김수미 배우의 유작인 영화 ‘귀신경찰’의 촬영 현장 모습이 공개됐다. 촬영 중간 잠시 휴식 중인 김수미와 고인이 아들처럼 여겼던 배우 신현준의 모습 등이 함께 담겼다. 24일 영화 귀신경찰의 배급사인 제이앤씨미디어그룹은 현장 스틸컷 사진 일부를 공개했다. 사진 속 고인과 신현준 배우는 나란히 앉아 밝게 웃고 있다. 또 다른 사진에는 꽈배기를 든 채 웃고 있는 신현준과 텀블러에 담긴 차를 즐기는 김수미의 모습이 담겼다. 사진 속 꽈배기는 김수미가 신현준을 위해 직접 준비한 간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현준은 최근 ‘귀신경찰’ 포스터와 예고영상 등을 공개하며 고인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신현준은 고인을 ‘어머니’라고 부르면서 “어머니와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만들어갔던 영화. 어머니와 함께라서 행복했습니다. 사랑합니다”라고 SNS에 적었다. 신현준과 김수미는 앞서 ‘맨발의 기봉이’ ‘가문의 영광’ 시리즈 등에 출연해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영화 귀신경찰은 내년 1월 개봉 예정이다. 김수미는 앞서 10월 25일 7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1970년 M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 후 1980년 MBC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일용엄니’ 역을 맡으며 국민배우로 큰 사랑을 받았다. 이후 다양한 영화와 예능 프로그램 등에 출연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당시 미국 국방장관은 대통령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시종일관 해주고 있었다. 존슨은 냉전에서 매파이기도 했지만 베트남에서 그쯤 물러나 손실을 줄이면 자신이 나약하고 남자답지 못한 사람으로 비칠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제36대 미국 대통령을 지낸 린든 존슨은 미국 정계 및 민주당 내에서 영민한 백전노장으로 통하는 인물이었다.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모든 국민이 잘사는 선진국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빈곤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야심 찬 대통령의 첫발을 뗀 그였다. 하지만 그는 미국을 ‘베트남전의 수렁으로 끌어들였다’는 박한 평가를 받는다. 저자는 “로버트 맥너마라 국방장관은 (확전을 원하는) 존슨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데이터가 틀렸음을 깨닫고도 정권을 유지하고자 전황이 순조롭다는 거짓 보고를 일삼았다”고 지적한다. 존슨 대통령은 이를 믿고 추가 징병 및 파병을 단행했으나 전황은 처참했다. 점차 악화한 여론으로 국내 개혁도 실패로 돌아갔다. 결국 ‘권력을 위한 권력’을 좇았던 두 리더의 결정으로 미군 5만8000명, 베트남인 30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존슨은 민심을 잃고 재선 도전도 하지 않았다. 레임덕에 시달리다 쓸쓸한 말로를 맞았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역사학과 리더십을 가르치는 저자가 역사 속 리더들의 모습을 돌아보며 현 시대 진정한 리더의 조건에 대해 묻는다. 세계 최고의 공공정책대학원으로 꼽히는 케네디스쿨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 등을 배출한 명문. 이곳에서 10년 넘게 명강의로 꼽힌 저자의 ‘역사 속 리더들과 리더십’ 강연을 책으로 묶었다. 수강생들은 주로 세계 각지에서 공직에 뜻을 품고 찾아온 이들이다. 저자는 “리더가 역사를 만드는가, 아니면 역사가 리더를 만드는가”라고 되물으며 강의가 일종의 ‘사고 실험’이었다고 회고한다. 신간은 저자와 수강생들이 여러 역사적 맥락에서 당대 리더들의 삶, 결정, 비전 등을 함께 공유하고 고민했던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제 강의에서 곁들여졌던 영화, 사진, 시청각 자료 등 예시를 풍부하게 더해 내용을 쉽게 풀어낸다. 역사 속 리더들도 약점을 지닌 인간이라는 것을 특히 강조한다. 일본에 1945년 원자폭탄 투하를 결정한 미국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일념 때문에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이는 4년 전 황당무계한 진주만 공격 계획을 늘어놓던 일본의 지도부와 다르지 않은 모습이라고 지적한다. 대중의 요구에 부응해 ‘뉴딜 정책’을 내놓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편법을 쓰며 정책을 밀어붙였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엔 ‘국가 안전’을 명목으로 일본인들을 법적 근거 없이 강제 구금하기도 했다.당대 정치 지도자나 최고 권력자들만을 리더로 규정하진 않는다. 도미니카공화국 독재자의 폭정에 결연히 반기를 든 미라발 자매. 미국 내 여성 참정권을 위해 힘쓴 시민 운동가, 흑인 인권운동가인 마틴 루서 킹과 맬컴 엑스의 사례도 언급된다. 또한 역사 속 위대한 투사가 아니더라도 공공선을 생각하는 개개인이라면 모두 리더가 될 수 있다고도 강조한다. 진정한 리더십의 부재로 국가적 위기를 토로하는 이들이 많다. 저자는 “권력과 공공의 이익은 모순되는 개념이 아니다. 공공의 이익을 걸고 싸움을 벌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리더가 지닌 가장 강력한 권한”이라는 점을 일깨운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권태선 이사장과 KBS의 남영진 전 이사장이 정부를 상대로 낸 해임 처분 취소 소송에서 모두 해임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1심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순열)는 19일 권 이사장이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이사 해임 처분 소송 1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해 8월 전체회의를 열고 권 이사장이 MBC와 관계사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를 다하지 않고, MBC 사장 선임 과정에서 부실 검증했다며 권 이사장의 해임을 결정했다. 이에 권 이사장은 서울행정법원에 본인의 해임 처분 취소 소송과 효력 집행정지를 신청했으며 지난해 9월 재판부는 권 이사장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고 이후 대법원에서도 확정됐다. 이번 본안 소송 판결도 이 같은 취지에서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권 이사장의 임기는 올 8월까지였지만, 권 이사장 등이 방통위를 상대로 “새 이사 임명 처분을 막아 달라”며 낸 또 다른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새 이사들의 취임은 미뤄진 상태다. 방문진법에 따라 권 이사장의 임기는 후임자가 선임될 때까지 연장되고 있다. 방통위 측은 추후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별도로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고은설)는 19일 남영진 전 KBS 이사장이 정부를 상대로 낸 해임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해 8월 KBS의 방만경영 방치와 법인카드 부정사용 의혹 등을 이유로 남 전 이사장의 해임을 제청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재가했다. 이에 남 전 이사장은 해임 취소 소송과 함께 해임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냈지만 재판부는 남 전 이사장이 잔여 임기를 수행하면 공익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며 기각 결정을 했다. 이 결정은 4월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그러나 이날 본안 소송 재판부는 남 전 이사장의 손을 들어줬다. KBS에서는 서기석 현 이사장이 지난해 방통위 추천을 거쳐 이사로 임명됐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 이사회에서도 이사장으로 선출돼 재임 중이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동아일보와 동아방송 전직 사우 모임인 동우회(東友會)가 17일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2024년 동우회 정기총회 겸 송년의 밤’ 행사를 열었다. 최맹호 동우회장(전 동아일보 대표이사 부사장)은 “예전 같으면 모두가 즐거워야 할 연말이지만 세상이 소란스러워 동아일보를 창간하신 인촌 선생의 공선사후(公先私後)와 자유민주주의 정신이 되새겨지는 때”라고 말했다. 이어 최 회장은 “북괴군의 전면 남침으로 의정부가 함락됐던 1950년 6월 26일자 동아일보 1면에는 교육 현장에서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융합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칼럼이 실렸다”며 “목숨이 경각에 달린 때 선배들이 그런 신문 편집을 하셨다는 사실이 놀랍고 존경스럽다”고 했다. 또 “오늘날 교육 현장에서도 강조하는 융합적 사고를 이미 74년 전에 중시했으며, 이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깊은 혜안을 가진 신문이 동아일보”라고 강조했다. 동우회장 취임 1년을 맞은 최 회장은 그러면서 동우회에 대한 좀 더 많은 관심을 촉구했다. 이날 행사에선 동우회 사진클럽 회원들의 작품 전시회가 열렸다. 또한 조강환(바둑클럽), 김흥원(산클럽), 조기춘(사진클럽), 김흔(클래식클럽) 회원이 동우회 동아리 우수회원으로 각각 선정돼 상품을 받았다. 이날 행사에는 전현직 사우 220여 명이 참석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한국신문협회 등 5개 언론단체는 인공지능(AI) 사업자가 학습 데이터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회와 정부에 16일 전달했다. 신문협회와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기자협회, 한국온라인신문협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했다. 이들 단체는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 기본법)’ 제정안에 “생성형 AI 사업자가 AI 제품 및 서비스 개발을 위해 사용한 학습용 자료에 관한 기록을 수집·보관하고 공개하도록 하는 규정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학습 데이터 공개를 의무화하지 않는 것은 생성형 AI 사업자의 데이터 무단 이용을 허용해 저작권자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것. 다만, “해당 법안이 AI 사업자가 지켜야 할 투명성, 안전성, 의무사항과 딥페이크 범죄 예방을 위한 AI 생성물 워터마크 의무화를 규정한 것은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이들 언론단체는 학습 데이터의 출처가 공개되지 않을 경우 저작권자가 자신의 저작물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됐는지 알 권리를 잃게 될 뿐만 아니라, 정당한 대가 요구도 어려워진다고 강조했다. 언론단체들은 “생성형 AI 사업자 입장에서도 본인들의 기술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려면 학습 데이터와 학습 방식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AI 기본법 제31조에 △AI 사업자는 생성형 인공지능 제품 및 서비스 개발을 위해 사용한 학습용 자료에 관한 기록을 수집·보관 및 공개 △AI 사업자는 저작권자가 학습용 자료에 대해 열람을 요청할 경우 관련 자료 제공 등의 조항을 추가할 것을 요구했다. 주요국들에선 관련 입법이 이미 이뤄진 상태다. 미국에선 올 4월 하원에서 발의된 ‘학습 데이터 공개 법안’에 의해 AI 사업자가 학습 데이터 요약본을 저작권청에 제출하도록 돼 있다. 유럽연합(EU)도 AI 사업자가 학습 데이터 내용을 공개하도록 한 ‘AI 법’을 올 3월 제정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14일 경기 가평 연인산에 있는 한 캠핑장. 네 바퀴가 달린 배달 로봇이 20kg이 넘는 장작과 캠핑용품들을 싣고 캠핑장 곳곳을 분주하게 누빈다. 손님들이 각자 배정된 텐트에서 QR코드를 통해 장작 등 받으려는 물품을 주문하면 로봇이 텐트 바로 앞까지 이를 가져다준다. 로봇을 도입하기 전까지 이곳을 찾은 캠핑족들은 손수 무거운 장작을 들고 오르막길을 올라야 했다. 하지만 배달 로봇 도입 후 이 같은 부담이 크게 줄었다. 가족 단위로 캠핑장을 자주 찾는다는 한 손님은 “배달 로봇 덕분에 캠핑이 편리해진 것은 물론이고 캠핑을 더 즐길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캠핑장에 로봇이 등장한 건 한국관광공사가 진행한 ‘2024년 관광기업 혁신 바우처 지원 사업’ 덕분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이 사업을 통해 숙박, 캠핑, 호텔, OTA(Online Travel Agency) 등 관광산업 분야 다양한 중소기업들이 정보통신기술(ICT)을 바탕으로 업무 효율성을 개선하고, 마케팅·홍보 등을 지원해 매출을 증대시킬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사업 공모에 선정된 전응식 산으로간니모 캠핑장 대표는 “로봇 덕분에 구인난을 개선하고 손님들 사이에 ‘로봇 배달부’ 입소문까지 타면서 매출도 20%가량 늘었다”고 답했다.강원 강릉의 한 호텔에서도 서비스 로봇이 톡톡히 효과를 내고 있다. 강릉 세인트존스호텔에 비치된 로봇은 복도를 오가면서 손님들이 주문한 룸서비스 음식을 싣고 객실 문 앞으로 이동한다. 올 7월 서비스 로봇 두 대를 도입해 취약 시간대인 야간 룸서비스에 제한적으로 활용 중이다. 4개월간 700건 이상 주문을 받았다. 김헌성 세인트존스호텔 대표는 “팬데믹 이전 2, 3명이 전담했던 업무를 로봇이 맡아주며 효율성이 크게 늘었다. 향후 로봇 추가 배치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100여 점의 그림이 전시된 강원 동해의 한 펜션은 이 사업의 지원을 받아 전시관 내에 특수 카메라를 설치했다. 이 카메라는 방문객의 동선, 표정까지 분석해준다. 펜션 측은 카메라가 수집한 데이터를 통해 고객들이 좋아하는 전시물을 선정해 주기적으로 교체하고 있다. 그 결과 재방문객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온라인 세금 환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 플랫폼 기업은 중국 온라인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진행해 해외 관광객 대상 브랜드 인지도를 크게 높였다. 관광기업 혁신 바우처 지원 사업은 팬데믹으로 침체된 관광업계를 부흥시키고 업계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다는 취지로 2020년 처음 시작됐다. 사업 5년 차인 올해까지 약 700개 업체가 수혜 기업으로 선정됐다. 예산 규모도 2020년 37억 원에서 올해 63억4000만 원으로 크게 늘었다. 로봇 도입뿐만 아니라 중소업체들이 비용, 인력 부족 등으로 시행하지 못했던 온라인 플랫폼 구축, 빅데이터 활용 서비스, ICT 솔루션 도입 등을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내년 2, 3월 진행되는 공모에선 기업의 체계적 디지털화를 지원하는 ‘디지털 전환 특별 프로그램’도 도입된다. 한국관광공사 권종술 관광기업지원실장은 “관광객을 편하고 행복하게 해야 하는 관광산업에서 신기술 도입은 필수적”이라며 “사업을 통해 서비스 로봇 같은 최신 기술 및 인공지능(AI) 관련 신기술을 집중 지원해 육성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한국신문협회 등 5개 언론단체는 인공지능(AI) 사업자가 학습 데이터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회와 정부에 16일 전달했다. 신문협회와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기자협회, 한국온라인신문협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했다. 이들 단체는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 기본법)’ 제정안에 “생성형 AI 사업자가 AI 제품 및 서비스 개발을 위해 사용한 학습용 자료에 관한 기록을 수집·보관하고 공개하도록 하는 규정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학습 데이터 공개를 의무화하지 않는 것은 생성형 AI 사업자의 데이터 무단 이용을 허용해 저작권자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것. 다만, “해당 법안이 AI 사업자가 지켜야 할 투명성, 안전성, 의무사항과 딥페이크 범죄 예방을 위한 AI 생성물 워터마크 의무화를 규정한 것은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이들 언론단체는 학습 데이터의 출처가 공개되지 않을 경우 저작권자가 자신의 저작물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됐는지 알권리를 잃게 될 뿐만 아니라, 정당한 대가 요구도 어려워진다고 강조했다. 언론단체들은 “생성형 AI 사업자 입장에서도 본인들의 기술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려면 학습 데이터와 학습 방식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이에 따라 AI 기본법 제31조에 △AI 사업자는 생성형 인공지능 제품 및 서비스 개발을 위해 사용한 학습용 자료에 관한 기록을 수집·보관 및 공개 △AI 사업자는 저작권자가 학습용 자료에 대해 열람을 요청할 경우 관련 자료 제공 등의 조항을 추가할 것을 요구했다. 언론단체들에 따르면 국내외 생성형 AI 개발에 학술 자료와 함께 언론 보도가 주된 학습 데이터로 활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최근 AI 검색엔 언론 보도를 인용한 데이터가 포함돼 있다. 주요국들에선 관련 입법이 이미 이뤄진 상태다. 미국에선 올 4월 하원에서 발의된 ‘학습 데이터 공개 법안’에 의해 AI 사업자가 학습 데이터 요약본을 저작권청에 제출하도록 돼 있다. 유럽연합(EU)도 AI 사업자가 학습 데이터 내용을 공개하도록 한 ‘AI 법’을 올 3월 제정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4개월째 이어진 인질 협상이 파국으로 치닫는 듯하다. 콩고 스탠리빌을 점령한 반군 무리는 결국 인질 중 한 명인 주인공을 트럭에 강제로 태운다. 목적지는 사형장. 트럭이 멈추자 12의 집행인이 사형대 앞 흙바닥에 그를 내동댕이친다. 이윽고 이들은 총으로 일제히 그를 조준한다. 그는 “눈앞에 지난 삶의 각 순간이 줄지어 지나가는 게 보이느냐고? 내가 느끼는 유일한 것은 하나의 놀라운 혁명,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이다”라고 속으로 되뇐다. 그의 생에 대한 열망은 계속될 수 있을까.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사형장의 한 장면에서 시작해 ‘살아있음’의 아름다움을 말하는 아멜리 노통브의 신작이 번역 출간됐다. 벨기에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그는 이 작품으로 프랑스 4대 문학상인 ‘르노도(Renaudot)’상을 거머쥐었다. 그가 스물다섯 살인 1992년 발표한 첫 소설 ‘살인자의 건강법’은 단번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2015년엔 문학적 공로를 인정받아 벨기에 왕실로부터 남작 작위를 받았다.데뷔 후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거의 매년 작품을 낼 만큼 다작을 했는데, 신간은 그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외교관이던 아버지가 실제 콩고에 파견돼 외교부 영사로 일할 당시 겪은 ‘1964년 콩고 반군 인질극’을 모티브로 삼아서다. 소설 도입부의 사형대에 선 주인공은 그의 아버지 파트릭 노통브를 모델로 했다. 작가 스스로 아버지의 삶에 ‘빙의해’ 1인칭 시점으로 일대기를 써 내려간다. 노통브의 아버지는 벨기에 인질들의 대표이자 정부 대표 자격으로 수개월 동안 반군과 협상한다. 이때 목숨을 겨우 부지한 그는 3년 뒤 작가를 낳는다. 노통브는 2020년 팬데믹으로 부친이 세상을 떠나자, 이듬해 그를 그리워하며 ‘아버지 영전에 바치는 추도사’로 신간을 펴냈다. 200쪽 내외로 길지 않은 신간은 담담한 문체로 후반부까지 속도감 있게 흘러간다. 한 사람의 일대기나 회고록을 빠르게 훑는 느낌이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홀로 남은 어머니로부터 사랑을 갈구하던 주인공 파트릭. 아버지 부재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 강해지려고 노력한 유년기부터 첫 연애를 시작한 학창 시절, 결혼, 외교관 입문 등의 이야기가 유쾌하게 펼쳐진다. 인질극 외에 극적인 사건은 없지만 작은 에피소드들이 촘촘히 모여 작가가 그린 아버지의 모습이 완성된다. 다만, 실제 사건이던 인질극 외에 소설 속 어느 대목이 노통브 아버지의 실제 모습이고, 어느 부분이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사실과 허구를 가로지르는 문장들 속에서 독자는 생생한 삶의 이야기를 통해 ‘생에 대한 집착’을 되새기게 된다. 책의 마지막에선 처음의 사형장 장면이 다시 등장한다. 그를 향해 총탄이 발사되려던 순간, 그와 협상하며 많은 대화를 주고받은 반군 지도자가 나타나 “집행 중단”을 외친다. 파트릭은 “나는 살아있고, 계속 살아있을 것이다. 얼마나? 2분, 2시간, 50년? 그건 중요하지 않다”며 삶에 대한 열망과 쾌감을 고백한다. 기승전결의 뚜렷한 줄거리에 익숙한 독자들에게는 다소 밋밋할 수 있겠다. 하지만 아버지의 삶을 반추하는 거장의 묵직한 문장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생의 존엄과 아름다움을 깊이 있게 전달한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