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후배들이 더 경험해야” 한국탁구 미래 위해 태극마크 반납한 맏형 이상수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29일 15시 21분


‘한국 남자탁구의 맏형’ 이상수(34)는 23일 국내 최고 권위 대회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 남자 단식에서 정상에 올랐다. 2009년 실업무대에 데뷔한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이 대회 단식에서 우승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단 이상수는 종합선수권 혼합복식, 단체전에서는 여러차례 정상에 올랐지만 단식 트로피와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에 출전한 이상수.사진 출처 대한탁구협회 홈페이지.

준결승에서만 6차례 고배를 마신 끝에 올해 처음으로 단식 결승 진출과 우승까지 일궈낸 이상수는 26일 전화 인터뷰에서 “우승했을 때는 얼떨떨하기만 했는데 이제 정말 1등을 했구나 싶어 가슴이 벅차다. 단식에 이어 (삼성생명 소속으로) 단체전까지 우승해서 올 한해 유종의 미를 거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15년 전 19살의 나이로 처음 이 대회를 밟았던 이상수는 어느새 대회 참가자 164명(남자 단식 기준) 중 최고령 참가자가 됐다. 결승에선 띠 동갑 후배인 조대성(22)을 상대해야 했다.

정작 탁구계를 놀라게 한 건 이상수의 우승 이후 행보다.바로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국가대표 자동 선발권을 후배들을 위해 포기했기 때문. 이상수는 “나보다는 후배들이 국제대회에 나가서 한 번이라도 더 경험을 쌓는 것이 한국 탁구의 미래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탁구 국가대표 출신 아내(박영숙)와 주변 선배들의 만류도 이어졌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이상수는 “‘더 도전해보라’는 응원도 많이 받았지만 내 이야기를 듣고는 선택을 존중해줬다”고 말했다.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에 출전한 이상수.사진 출처 대한탁구협회 홈페이지.

이상수의 태극마크 반납은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이상수는 “올해 파리올림픽 출전권을 놓친 이후 줄곧 고민을 해왔다. 올림픽 메달에 대한 간절함으로 끝까지 도전했지만 최선을 다한 만큼 아쉬움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내가 나간 두 차례 올림픽에서 모두 한국 탁구가 ‘노 메달’에 그치다보니 내 탓인가 싶기도 하더라. 더 이상 자리를 차지하기보단 후배들에게 기회를 줘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한국 남자탁구는 이번 파리 대회에서 혼합복식(임종훈-신유빈조) 동메달을 목에 걸긴 했지만 남자단식과 단체전에선 여전히 노 메달에 그쳤다. 이상수는 “어느 하나 쉬운 상대가 없을 정도로 세계적인 수준이 높아졌지만 후배들은 여전히 좋은 승부를 하고 있다. 자만하지 않고 전진하려고 한다면 충분히 지금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고 후배들을 격려했다.

특히 세계최강 중국을 상대로도 자신의 ‘닥공’ 스타일을 잃지 않았던 이상수의 자세는 여전히 후배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고 있다. 이상수는 특히 남자탁구 사상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중국 마룽(36)을 상대로 2승(8패)을 수확한 경험이 있는 선수다. 올 2월 부산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단체전 준결승에서도 마룽을 제압한 바 있다. 이상수는 “중국 선수와 경기할 때 진다고 생각하고 들어간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후배들에게도 늘 말하지만 중국 선수도 사람이고, 부담을 갖는 건 오히려 상대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적으로 밀어붙이면 후배들도 좋은 결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해를 앞둔 이상수는 이제 실업무대에 집중할 계획이다. 대표팀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후배 정영식이 올 9월 창단한 세아탁구단 감독이 된 것도 이상수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고 있다. 이상수는 “언젠가 지도자로 후배들을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면서도 “지금은 당장 아프지 않고 하루하루 행복하게 탁구를 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라고 말했다.

#한국 탁구#남자탁구#국가대표#이상수#태극마크 반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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