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앞에서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설교”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8일 03시 00분


성북구 영암교회 유상진 담임목사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도 예배에 참석해 추도사를 하고 있다. 2023.10.29 대통령실 제공
“교회는 기도하러 온다면, 그 어떤 사람도 받는 곳이니까요.”

7일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에서 만난 유상진 담임목사는 ‘과거 윤석열 대통령의 교회 방문으로 난처한 일은 없었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말했다. 영암교회는 윤 대통령이 초1 때부터 중1 때까지 다닌 곳이다. 윤 대통령은 당선 첫해인 2022년 성탄절 예배와 2023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도예배를 이곳에서 드렸다. 이 때문에 정치 성향이 다른 신도들로부터 상당한 오해를 받기도 했다.

유 목사는 대통령실에서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도예배 요청이 왔을 때 “현장에서 예배를 드리는 게 옳은 것 아니냐”라는 의견을 냈다고 했다. 영암교회가 이태원 참사와 아무 관계가 없는 데다, 정치적 상황이 어떻든지 희생자 추도는 참사 현장에서 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기 때문. 유 목사는 “의견은 말했지만 ‘꼭 이곳에서 하고 싶다’고 해 방문을 거절하지는 않았다”라며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설사 그렇다 해도 교회가 기도드리러 오는 사람을 거절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시 설교에서 그는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로마서 12장 15절)라는 구절을 인용했다고 했다. 한 나라를 책임지는 지도자라면 희생자와 유가족 옆에 있어야 한다는 뜻을 성경을 빌려 말한 것. 유 목사는 “부목사와 교회 관계자들은 뜨끔하며 놀란 눈치였는데, 대통령이 어떻게 느꼈는지는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어지러운 시국 탓에 교회 안에서도 세대 간, 이념 간 갈등이 벌어지는 상황을 걱정했다.

유 목사는 “지금 우리 사회가 그 어느 때보다 첨예한 갈등을 겪는 원인은 내가 사랑하는 방식만이 옳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라며 “서로 다른 생각으로 불편하더라도 서로 가르는 것을 넘어 더 큰 마음으로 포용할 수 있다면 지금의 어려움도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북구 영암교회#유상진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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