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를 좀 올려갖고 홍준표보다 2% 앞서게 해 주이소”라는 정치 브로커 명태균의 음성은 충격적이었다. 이런 조작 정황과는 별개지만, 정치 여론조사의 신뢰를 높이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40.0%까지 올라간 여론조사가 5일 발표된 것도 조사 품질에 대한 궁금증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대통령 40% 지지율 조사는 아시아투데이가 의뢰했고, 한국여론평판연구소가 조사했다. 응답률은 4.7%였다. “체포영장 불법 논란에도 공수처가 대통령을 강제 연행하는 것은 어떻게 보느냐” “부정선거 의혹 해소를 위해 선관위 공개 검증이 필요하냐”는 질문이 앞쪽에 배치됐다. 강성 우파의 주장을 강조한 질문들로, 응답자 중 일부는 거부감 때문에 전화 통화를 중단했을 수 있다.
제안 1: 국제 기준 응답률 도입해야
낮은 응답률(4.7%)은 낮은 품질과 직결된다. 훈련된 면접 조사원이 아니라 저비용 ARS 기계가 전화를 거는 방식이어서 더 낮아졌다. 한국조사협회가 결의했던 “자동번호생성 방식 때 응답률이 7% 이하일 땐 공표하지 않겠다”는 기준에 못 미친다.
조사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통상 010 전화번호 10만 개를 발생시켜 걸면 2만 개 번호는 결번이다. ARS로 건다면 8만 명 중에 통화 중 혹은 부재중이거나, 응답 거절인 경우가 줄잡아 6만 명이다. “여보세요”라며 통화를 시작한 것이 2만 명쯤이다. 1000명이 끝까지 답변했다고 가정할 때, 한국의 응답률은 2만 명을 기준으로 5%가 된다. 하지만 실제 접촉 시도한 8만 개 번호를 기준으로 보면 1.25%다. 국제 기준(AAPOR)을 쓰는 미국은 1.25%를 적용한다. 통계학자들 권유처럼 우리도 “국제 기준으로 바꾸겠다”는 곳이 나올 때가 됐다. 아시아투데이 조사를 국제 기준에 맞춰 보면 0.89%에 그친다.
응답률이 낮아진다는 것은 ‘민심의 실체’와 더 멀어진다는 뜻이다. 인구 비중이 1.3%인 제주도를 예로 들어보자. 통상 샘플인 1000명 가운데 제주 주민은 13명, 그 가운데 30대 여성은 성·연령 비율에 따라 1명만 답하면 된다. 이틀 동안 이런 일이 벌어진다. 월요일에 ARS 장비가 전화를 건 제주 30대 여성 가운데 A는 전화를 안 받고, B는 받자마자 끊고, C∼K는 부재중이다. 화요일 저녁에 가서야 80번째 누군가가 답변을 마쳤다. 통화 중과 수신 거부 60명을 빼고, 전화를 받았던 20명 중 1명이다. 이럴 때 응답률이 5%다.
80번째 여성은 왜 79명과 달리 자기 시간 5분을 들여 응했을까. 만약 아시아투데이처럼 불법 체포영장 같은 질문을 받았더라도 끝까지 견해를 밝히고 싶은 정치 고(高)관심자였을까. 우연히 그때 짬이 났던 걸까. “대통령 위기에 보수가 전화를 더 받아 지지율 40%가 나왔다”는 주장은 보수층이 과다 대표됐고, 그만큼 평균적 민심과는 거리가 있다는 고백이기도 하다.
제안 2: 반복 전화할 때라야 응답률 오른다
국제 기준을 도입하되, 대폭 줄어들 응답률은 예산과 시간을 더 들여 다시 올리면 된다. 제주 사례라면, 80명이 아니라 A∼O까지 15명에게만 전화를 거는 방법이 있다. 월요일에 안 받았다면 화요일 오전에 2차 통화를 시도하고, 화요일 저녁과 수요일 아침에 3차, 목요일에 4차, 5차 시도를 할 수 있다. 부재중 10명 빼고, 통화한 5명 중 1명이 설문에 답한다면 제주 응답률은 한국 기준 20%, 국제 기준 6.7%로 뛰어오른다. 필연적으로 면접조사원 수나 근무 일수가 늘어나고, 조사 비용이 2배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 높은 조사 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매체와 함께 ‘편향된 의도성 질문’은 자연스럽게 퇴장할 것이고, 조사 품질과 신뢰도가 함께 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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