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과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크고 작은 갈등. 전 세계가 숨죽이며 지켜본 미국 대선과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을 잠 못 들게 한 계엄령 선포까지. 2024년은 세계 역사에 기록될 일이 다수 벌어진 한해로 기록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게임 업계 역시 2024년 한 해 동안 무수히 많은 일이 벌어지며, 숨 가쁜 한 해를 보냈습니다. 특히, 전 세계 트렌드를 바꾸고 있는 AI(인공지능) 기술의 도입에 대한 엇갈린 여론과 글로벌 구조조정 바람. 새로운 장르의 대두 등 향후 게임 시장을 뒤흔들 만한 사건이 다수 발생했는데요. 2024년이 저물어가는 지금. 세계 게임 시장을 달궜던 트렌드는 과연 무엇이 있었을까요?
게임 시장에도 침투한 AI 열풍
새로운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부각하고 있는 AI 기술은 게임 시장에도 뜨거운 트렌드로 떠올랐습니다. 특히, 과거 간단한 패턴만을 보여줬던 것과 달리 사람의 움직임을 그대로 학습해 실제 유저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반복 플레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게임 플레이의 경험을 한층 풍성하게 만들어 주어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크래프톤 산하의 개발사인 렐루게임즈가 개발한 ‘언커버 더 스모킹 건’(Uncover the Smoking Gun)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추리 어드벤처 장르의 이 게임은 살인 사건의 용의자인 로봇에 오픈AI가 출시한 대화형 AI 서비스인 GPT-4o(포오)가 적용되어 있는데요. 이 AI 로봇 용의자들은 유저의 질문마다 다른 답변을 내놓고, 때로 거짓말로 의심되는 모호한 답변을 내뱉기도 해 새로운 형태의 재미를 제공했습니다.
이와 함께 유명 격투 게임인 ‘철권8’에서는 유저들의 플레이 스타일을 AI로 학습하여 대전을 벌일 수 있는 ‘고스트 모드’가 도입되기도 했고, ‘스트리트 파이터 6’ 역시 AI로 수백만 명의 유저 데이터를 학습해 대결할 수 있는 ‘V-라이벌’ 모드를 선보였습니다.
또한, AI 생성 이미지 및 음성을 통해 게임을 제작하는 사례도 크게 늘고 있으며, 게임 속 NPC(논 플레이어 캐릭터)에 AI를 적용하여 상황에 맞추어 다양한 상황을 연출하는 등 실제 사람과 대화하는 듯한 생동감을 주는 작품도 점차 등장하는 중입니다.
다만 이러한 게임의 AI 도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확산되고 있는데요. 실제로 지난 7월 미국의 SAG-AFTA(미국 배우 조합)는 게임 개발에 참여한 노동자들의 데이터를 게임사들이 AI로 임의로 학습하여 사용하는 것을 반대하며 파업에 돌입하는 등 게임의 AI 도입은 많은 찬반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중입니다.
글로벌 구조조정 칼바람
2024년은 유난히 게임사들의 인력 규모 축소. 이른바 구조조정이 극심하게 이뤄진 한해였습니다. 실제로 2024년 상반기에만 1만여 명에 달하는 인력 감축이 발생하는 등 글로벌 게임사의 인력 감축 소식이 곳곳에서 들려왔습니다.
가장 큰 규모의 구조조정을 진행한 곳은 마이크로 소프트(MS)였습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690억 달러에 인수한 이후 MS는 올해 1월에만 1,900여 명에 달하는 게임 부서 인원을 해고했고, 9월 690명에 달하는 인력을 또다시 감축하면서 무려 3번에 걸친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하기도 했죠.
이와 함께 국내에서는 LOL(리그 오브 레전드)의 개발사로 유명한 라이엇 게임즈 역시 전체 직원의 11% 달하는 530여 명의 정리해고를 단행했고, 유럽 최대 규모의 게임사로 꼽히는 유비소프트는 강도 높은 인력 감축으로 오랜 시간 유지되던 유비소프트 한국 지사가 철수하는 등 전 세계 곳곳에서 구조조정 소식이 끊임없이 들려왔습니다.
PC, 콘솔 시장 공략 본격화한 한국 게임사들
2024년은 한국 게임사들의 플랫폼 다양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넥슨, 네오위즈, 넷마블, 크래프톤 등 거대 게임사들이 일제히 액션 RPG부터 루트슈터, 오픈월드 스타일의 MMORPG까지 대형 AA급 규모를 자랑하는 작품을 콘솔, PC 플랫폼으로 출시했죠.
특히, 이전까지 국내 시장을 주도하던 모바일 MMORPG를 벗어나 서구권 유저들이 선호하는 PC와 콘솔 플랫폼에서 뛰어난 퀄리티의 신작을 선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해외 시장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 중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게임은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였습니다. 지난 4월 26일 출시된 ‘스텔라 블레이드’는 소니의 기술 지원으로 ‘플레이스테이션’ 독점 게임으로 등장해 전세계 유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실제로 ‘스텔라 블레이드’는 ‘플레이스테이션’ 독점 게임임에도 ‘2024 대한민국 게임대상’ 7관왕을 석권했고, ‘플레이스테이션 파트너 어워드’에서 2관왕 달성하며, 국내외 유저들에게 인정을 받았습니다.
여기에 2023년 ‘데이브 더 다이버’를 출시했던 넥슨은 국내 첫 루트슈터 장르 신작인 ‘퍼스트 디센던트’를 출시해 스팀 동시 접속자 20만 명을 달성하기도 했으며, 넷마블 역시 PC, 모바일 멀티플랫폼으로 출시한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로 ‘2024 대한민국 게임대상’ 대상을 받는 등의 성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향후 출시될 라인업도 화려합니다. 넥슨은 ‘던전앤파이터’ IP를 활용한 하드코어 액션 게임 ‘퍼스트 버서커: 카잔’을 오는 3월 PC와 콘솔로 발매할 예정이며, 펄어비스는 오랜 시간 공들인 신작 액션 게임 ‘붉은 사막’을 2025년 하반기 콘솔, PC 플랫폼으로 출시할 예정입니다.
이외에도 넷마블, 웹젠, 라이온하트 스튜디오, 하이브IM 등 많은 게임사들이 2025년 PC, 콘솔 시장 공략에 나서는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뻔한 후속작은 그만. 새로운 신작의 약진
2024년 게임 시장은 새로운 신작들의 성과가 두드러졌습니다. 인기 IP의 속편이나 리메이크가 주력 게임으로 등장했던 이전의 흐름과는 다른 결과였는데요.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의 게임 사이언스가 개발한 ‘검은 신화: 오공’이었습니다.
중국에서 최초로 개발한 AA급 콘솔 & PC 게임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받았던 이 게임은 서유기를 재해석한 스토리와 뛰어난 액션 콘텐츠를 선보여 출시 첫날에만 스팀 동시 접속자 144만 명을 기록할 정도로 엄청난 성과를 거뒀습니다.
특히, 자국 내 문화 콘텐츠 부족에 목말라하던 중국 정부가 이 게임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게임 플레이 시간을 주기 위해 연차까지 지원하기도 했고, 중국 내 플레이스테이션5가 매진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와 달리 서구권 게임 시상식인 ‘더 게임 어워드 2024’에서 이 ‘검은신화: 오공’이 ‘올해의 게임’ 후보에 탈락하면서 많은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논란이 된 ‘더 게임 어워드 2024’에서 ‘올해의 게임’을 수상한 게임은 소니의 신작인 ‘아스트로봇’이었는데요. ‘플레이스테이션5’ 독점으로 발매된 이 게임은 귀여운 로봇을 활용한 다양한 액션과 참신한 콘텐츠로 극찬받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감각적인 이미지와 캐릭터로 유명한 아틀라스의 신작 ‘메타포: 리판타지오’, 70~80년생에게는 모험의 상징 같은 영화 인디아나 존스를 게임화한 ‘인디아나 존스: 그레이트 서클’ 등 평단의 평가와 성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새로운 신작들이 다수 등장해 게임 유저들을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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