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장 13점 소년…예순 중반에 철인3종 철인코스만 7회 완주”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1일 12시 00분


김혁동 김혁동한의원 대표 원장(64)은 학창 시절 관절 류머티즘 때문에 제대로 운동이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었다.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한 그는 철인3종 철인코스(수영 3.8km, 사이클 180km, 마라톤 42.195km)를 7회 완주한 ‘철인’으로 변신했다.

김혁동 원장이 201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철인3종대회 철인코스를 완주하고 있는 모습. 김 원장은 당시 수영 3.8km, 사이클 180km, 마라톤 42.195km를 달려 개인 최고기록인 13시간 11분을 기록했다. 김혁동 원장 제공.
김혁동 원장이 201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철인3종대회 철인코스를 완주하고 있는 모습. 김 원장은 당시 수영 3.8km, 사이클 180km, 마라톤 42.195km를 달려 개인 최고기록인 13시간 11분을 기록했다. 김혁동 원장 제공.
“불치병인 폐섬유화증에 걸린 어머니께서 제가 옆에 가면 ‘또 담배 피웠냐?’며 싫어했어요. 그 병 환자들이 냄새에 굉장히 민감하거든요. 그래서 어머니를 위해 담배를 끊었죠. 그랬더니 살이 찌는 겁니다. 한때 90kg 가까이 나갔어요. 고혈압 증세도 나타났죠. 그래서 평생 처음으로 헬스클럽에 등록하게 됐죠.”

달리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됐다. 매일 새벽 달렸다. 처음엔 단 2km도 달리지 못했다. 분당검푸마라톤클럽에 가입해 달렸다.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달리니 힘이 됐다. 5km, 10km, 20km 거리를 늘렸다. 그리고 2004년 9월 처음 하프코스를 완주했다.

김혁동 원장이 서울 을지로 피트니스 101 러닝머신에서 달리고 있다. 담배 냄새를 싫어한 어머니를 위해 담배를 끊고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한 그는 철인3종 철인코스에 9번 도전해 7번을 완주한 ‘철인’이 됐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어머니께서 그해 9월 8일 돌아가셨죠. 제가 건강하게 사는 게 어머니를 위한 마지막 효도라고 생각하고 1주일 뒤인 9월 16일 하프코스에 출전해 1시간 54분에 완주했어요. 그리고 10월 3일 처음 42.195km 풀코스에 도전했고, 4시간 23분에 완주했죠. 그 3주 뒤 다시 풀코스를 완주했어요.”

한참 운동에 맛을 들일 무렵 왼쪽 발목에 피로골절이 왔다. 운동을 안 하다 갑자기 해서 무리가 갔던 것이다. 달릴 수 없었다. 운동을 하지 못해 고민하고 있을 때 주위에서 “그럼 자전거를 타라”고 했다. 그래서 산악자전거(MTB)를 탔다. 경기 성남 분당 집에서 서울 송파 한의원까지 출퇴근을 MTB로 했다. 자전거는 또 다른 재미를 줬다. 굳이 두 발로 달리지 않고 페달을 밟아 어디든 갈 수 있었다. 시간 날 때, 주말에도 자전거를 탔다.

김혁동 원장이 서울 을지로 피트니스 101에서 웨이트트레이닝 암컬을 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어느 날 누가 ‘이제 수영만 하면 철인3종 나갈 수 있겠네’라고 하는 겁니다. 제 앞집에 사는 철인3종 고수 이성엽 씨의 추천으로 2005년 가을부터 서울 송파구 잠실의 안경훈 철인교실에서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죠. 운동을 전혀 못 했던 제가 어느 날 철인3종 완주를 꿈꾸게 된 겁니다.”

김 원장은 이른 나이에 관절 류머티즘 진단을 받아 학창시절 체육 및 교련 시간에 운동장 밖 스탠드에서 앉아서 친구들을 지켜봐야 했다. 대학 입시를 앞두고 치른 체력장에서 20점 만점에 최하점수인 13점에 그쳤다. “우리 학교에서 최하점수가 3명 나왔는데 그중 하나가 나”라고 했다.

자전거를 타고 수영하면서 자연스럽게 피로골절이 치유됐다. 대체운동 효과로 발목 과사용을 피했기 때문이다. 관절 류머티즘도 사라졌다. 다양한 운동이 무릎에 긍정적인 효과를 줬다. 체중도 77kg을 유지하고 있다.

김혁동 원장이 전남 구례아이언맨 대회에서 달리고 있다. 김혁동 원장 제공.


운동은 매일 새벽 6시부터 1시간 30분 한다. 월수금은 수영, 화목은 사이클, 주말엔 마라톤을 한다. 주 6회 이상 훈련했다. 이렇게 강훈련해도 지겹지 않았다. 크로스트레이닝(Cross-Training) 효과 때문이다. 철인3종 종목인 마라톤과 사이클, 수영을 번갈아 하는 것을 크로스트레이닝이라고 한다. 물론 다른 종목을 섞어서 하는 것도 크로스트레이닝이다. 크로스트레이닝은 운동의 즐거움을 더하고 부상을 예방할 수 있다. 한 종목만 계속 하면 흥미가 떨어지고 어느 순간 운동이 스트레스가 돼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도로 위만 계속 달리면 같은 근육만 반복해서 쓰기 때문에 피로감도 더하고 근육이나 인대에 무리가 갈 수 있다.

달리기나 걷기를 하다 무릎 발목에 통증이 온다면 자전거를 타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통증이 오는 이유가 관절의 질병이 아닌 과도한 활동 때문이라면 자전거 타기는 무릎과 발목에 가는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 수영도 좋은 대체운동이다. 몸이 물에 떠서 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모든 관절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김 원장은 이 방법으로 자연스럽게 발목 피로골절을 치료한 것이다.

김혁동 원장(오른쪽)이 2024 파리 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400m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김우민과 포즈를 취했다. 김혁동 원장 제공.
원래 크로스트레이닝의 정의는 스포츠나 피트니스 현장에서 다양한 운동으로 몸의 다양한 부위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특정 운동은 특정 근육만 향상시키기 때문이다. 크로스트레이닝은 이런 불균형을 막기 위한 훈련법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마라톤과 사이클을 하게 되면 마라톤이 잘 안될 땐 사이클을 타고, 사이클이 잘 안될 땐 마라톤을 하면 된다.

김병준 인하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다양한 종목을 하게 되면 지루함에서 오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고 성취감이 배가 된다. 운동을 지속해서 실천할 가능성도 커진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사이클을 타다 보면 어느 순간 마라톤을 할 때 안 되던 것이 될 수 있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특정 종목에 얽매이다 보면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다른 종목을 할 때 해결될 수도 있다. 이렇게 하다 보면 마라톤과 사이클 두 종목 모두에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김혁동 원장이 사이클을 타고 질주하고 있다. 김혁동 원장 제공.

김 원장은 2006년 6월 경남 통영철인3종대회 올림픽코스(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에 처음 도전했다. 3시간 56분으로 참가자 중 꼴찌. 3주 뒤 강원 속초대회에서 다시 올림픽코스에 도전해 3시간 43분으로 또 최하위를 기록했다.

“제가 찬물 알레르기가 있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됐어요. 찬물에만 들어가면 기침이 나오는 겁니다. 기침 때문에 수영을 제대로 하지 못했죠. 물에 들어가는 게 무섭기까지 했어요. 꼴찌 한 이유를 분석해 보니 실력 때문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죠. 그래서 가급적 물이 따뜻할 때 대회에 출전하려고 노력했고 나중엔 적응했죠.”

“당시 이래선 안 되겠다며 고민하고 있을 때 지인이 철인3종 동호회 ‘10언더’에 가입을 권유했죠. 10언더는 철인코스를 10시간 이내로 달리는 것을 목표로 함께 훈련하는 동호회입니다. 철인코스를 17시간 이내로 완주하면 ‘철인’ 칭호를 받으니 철인3종 고수들의 집합소죠. 가입해 본격적으로 철인에 도전했습니다.”

김혁동 원장이 2013 독일 프랑크푸르트 철인3종 대회에서 질주하고 있다. 김혁동 원장 제공.
2006년 9월 인천 영종도 대회에서는 올림픽코스를 3시간 11분에 완주해 꼴찌를 면했다. 2007년 5월 O2(올림픽코스X2)를 6시간 53분에 완주했다. 그리고 그해 8월 제주 국제아이언맨대회에서 14시간 40분에 완주해 철인 타이틀을 획득했다.

“8월의 뜨거운 태양 아래 아스팔트를 녹여 버릴 것 같은 열기 속에서 제 몸도 익는 것 같았죠. 달리다 쉬다를 반복하다 결승선이 보일 때 눈물이 났죠. 갑자기 어머니 얼굴이 떠오르는 겁니다. ‘엄마, 엄마’를 외치며 달려 들어갔습니다.”

몸이 건강해지면서 환자들도 더 적극적으로 보고 있다. 그는 “내가 추나요법으로 몸을 직접 만지고 주물러 치료하는데 체력이 좋아지면서 더 힘차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나요법은 한의사가 손이나 신체 일부분을 이용해 관절과 근육, 인대 등 근골격계질환을 다루는 치료법이다.

김혁동 원장(가운데)이 한 철인3종대회 첫 종목인 수영을 마치고 사이클을 타러 이동하고 있다. 김혁동 원장 제공.

김 원장은 철인3종하면서 쇄골 2회, 발목 1회 등이 골절돼 병원에 실려 가는 등 크고 작은 사고도 잦았다. 그래도 20년 넘게 달리고 있다. 김 원장은 2023년까지 철인코스만 9회 도전해 7회 완주했다. 최고기록은 201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대회에서 세운 13시간 11분. 마라톤 풀코스는 15회 완주에 최고기록은 2013년 세운 3시간 53분이다.

김 원장은 말했다.

“시작은 어머니를 위해서였지만 결국 저를 위한 게 됐죠. 제가 철인3종 철인코스를 완주하고 있다는 사실에 제 학창 시절 친구들이 놀라 자빠져요. 저같이 달리는 친구들 하나도 없어요. 그리고 제 자랑을 좀 하자면 제가 철인3종을 시작할 때 저보다 잘하던 친구들 지금 다 사라졌어요.”

이제 즐기며 달리는 게 최고의 목표다.

“전 꾸준하고 길게 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10언더 회원들하고 같이하는 삶이 좋아요. 제가 실력은 떨어지지만 더 오래 했기 때문에 제 노하우를 전수하며 살고 싶어요. 그러면서 또 도전하고…. 철인코스를 12시간 30분 이내 완주하는 게 목표입니다. 마라톤 풀코스는 3시간 45분 이내에 들어오고 싶습니다. 이렇게 늘 즐기며 도전하는 삶이 행복합니다.”

김혁동 원장이 서울 을지로 피트니스 101에서 웨이트트레이닝 레그익스텐션을 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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