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노상원, 계엄명분 위해 北도발 자극 ‘북풍 공작’ 의혹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23일 21시 35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장인 우종수 본부장이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북방한계선(NLL)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 오풀풍선이라는 표현이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 있었느냐’는 질문에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날 앞서 특수단 관계자는 ‘12·3 비상계엄’의 핵심 배후로 지목된 노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 ‘오물풍선’이라는 단어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정확한 기억이 없다”고 했지만 우 본부장이 ‘NLL에서 북의 공격 유도’뿐 아니라 ‘오물풍선’ 표현도 있었음을 국회에서 확인했기 때문이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이 노 전 사령관과 계엄의 빌미로 삼을 ‘북풍 공작’을 기획 모의한게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는 것. 경찰은 아직 그 실행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이 취임 이후 북한의 오물풍선 원점타격을 지시하고, 평양 침투 무인기도 우리 군이 보냈다는 야당의 의혹 제기가 이어진 가운데 노 전 사령관의 ‘계엄 수첩’에서 북풍 공작 정황까지 드러나자 철저한 실체 규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경찰, ‘일반이적죄’ 혐의 염두 두고 수사

이날 우 본부장이 발언은 노 전 정보사령관이 NLL에서 북한의 국지 도발을 유도하거나 북한이 날려보낸 오물풍선의 원점을 타격해 북한의 반격을 유발하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었을 정황을 보여준다.

경찰은 해당 내용이 형법상 외환(外患)죄 가운데 제99조 ‘일반이적죄’ 혐의를 염두에 두고 수사중이다. 형법 제2장 ‘외환의 죄’ 하위 항목에는 제99조(일반이적)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하거나 적국에 군사상 이익을 공여한 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라는 조항이 있다. 기존에는 이 혐의에 대해 ‘외환죄’라고 폭넓게 알려졌지만, 경찰은 외환죄에 해당하는 조항이 제92조부터 제104조까지 있어 ‘일반이적죄’인 제99조만 적용했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외국과 통모해 대한민국에 대하여 전단을 열게 하거나 외국인과 통모하여 대한민국에 항적한 자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한다’는 형법 제92조 외환유치 혐의와 혼동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도 일반이적죄가 적용될 지도 검토한다는 게 경찰의 입장이다. 김 전 장관이 노 전 사령관과 NLL 국지도발 유도나 오물풍선 원점 타격 방안을 논의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 정보사 HID 요원 활용해 NLL 도발 유도하려 했나

군 일각에선 노 전 사령관이 정보사 비선 조직을 활용해 ‘한반도의 화약고’인 서해 NLL 일대에서 북한을 자극해 대남 도발을 유도하려고 계획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정보사 산하 북파공작원부대(HID) 요원들을 활용해 휴전선이나 서북도서 일대에서 북한군을 상대로 군사적, 비군사적 수단을 동원한 모종의 비밀공작을 모의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2024.11.28. 서울=뉴시스
김 전 장관이 9월 초 취임한 이후 북한 오물풍선의 원점타격 등 대북 강경 대응을 지시한게 아니냐는 주장도 잇따른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보름 전인 지난달 18일 서울 용산구 합참 전투통제실(지하벙커)에서 이뤄진 대북 전술토의를 두고도 그런 의혹이 제기됐다. 이 자리는 우리 군의 거듭된 경고에도 북한이 오물풍선 도발에 나서자 부양 원점의 식별과 타격 가능 여부 등을 점검하는 자리였다고 한다.

당시 김 전 장관은 자기 주장을 강하게 말했고, 합참 지휘부와 일부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김 전 장관이 오물풍선 부양원점의 타격 방안을 거론했지만 김명수 합참의장 등이 반대한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또 더불어민주당 이기헌 의원은 지난달 28일 김 전 장관이 합참 벙커에 내려가 김 의장에게 오물풍선 부양 원점을 타격하라고 지시했지만 김 의장이 거부하자 크게 질책했다고 주장한바 있다.

다만 합참은 김 전 장관으로부터 원점타격 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지난달 28일엔 김 전 장관이 합참 벙커로 내려오지 않았다고도 했다. 군 관계자는 “계엄 이전에 김 전 장관이 국지전이나 확전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북 원점타격 의사나 지침을 언급한 적이 있는지 명확히 규명돼야 한다”고 했다.

10월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도 ‘북풍공작’ 의혹의 표적이 되고 있다. 당시 북한은 남측 소행이라고 주장한 데 이어 그 며칠 뒤 추락한 무인기를 분석한 결과 발진원점이 서해 백령도라고 발표했다. 서해 최북단의 백령도는 NLL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10여km 떨어져 있다.

하지만 당시 김 장관은 국회 답변 과정에서 “여러 다양한 상황이 있어 확인해줄수 없다”면서 “북한 내부 소행일 수도 있다”며 북한 자작극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계엄 사태 이후 민주당은 “무인기를 평양에 침투시켜 북한을 자극함으로써 계엄 발동의 명분을 만들려고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군은 국회 답변을 포함해 여전히 “확인해줄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의혹을 키우고 있다. 군 소식통은 “계엄 사태와 무관하다면 실체를 공개해서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는 여론이 적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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