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尹측 “내란죄 철회 안된 상태서 변론 개시 안돼”…이의신청 했지만 기각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14일 17시 00분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가운데)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14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첫 변론기일을 진행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착석해 있다. 2025.1.14.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윤석열 대통령 측이 “내란죄 철회 여부가 확정돼야 본격적인 변론이 정당하게 개시될 수 있을 것”이라며 헌법재판소에 이의신청했지만 헌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헌재는 이날 오전 열린 재판관 회의에서 윤 대통령 측의 ‘변론개시 이의신청’을 기각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오후 첫 변론기일을 진행한 헌재는 다음 기일인 16일에 변론 절차를 이어가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신변 안전 등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헌재법 52조에 따라 윤 대통령이 다음 기일에도 출석하지 않더라도 심리는 그대로 진행된다.

향후 진통도 예상된다. 윤 대통령 측은 “국회 측이 내란죄를 소추사유에서 철회한다면서도 소추사실은 그대로 유지한다고 하는 등 이 사건 심판대상이 특정됐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에 윤 대통령 측은 심판대상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변론이 개시될 수 없다는 입장을 A4용지 20페이지 분량의 이의신청서에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측은 앞서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내란죄 등 형법상 범죄에 대해 “사실상 철회한다”고 밝힌 이후 소추의견을 다시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무얼 공격하는지 정해두지 않고 방어하라는 것”

윤 대통령 측은 △탄핵소추의결서 내용의 약 80%인 내란죄를 철회하면 어느 부분이 남고, 어떤 헌법에 위반된다고 특정할 수 없는 점 △형법 위반 주장은 철회하면서 그 사실은 그대로 원용하면 어떤 사실이 어느 헌법 조문에 위배되는지 명확하지 않은 점 △변경된 소추사유서를 제출하지 않은 상황에서 각자 생각을 전제로 탄핵심판이 진행된다고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나 법리적으로 성립할 수 없는 점 등을 이의신청 근거로 들었다.

윤 대통령 측은 “청구 내용 자체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절차 참여를 강제한다면, 이는 방어권을 위헌·위법적으로 제약하는 조치”라며 “무얼 공격하는지 확정해 두지 않고 방어를 시작하라고 하는 것은 실체가 정해지지 않은 내용과 싸우라는 말”이라고 적었다.

‘형법상 내란’과 별도의 ‘헌법상 내란’이 존재할 수 없다는 주장도 이의신청서에 담았다. 국회 측 대리인단의 주장과 달리 내란행위는 유지하고, 형법상 내란죄만 철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헌법 84조의 내용과, ‘폭동에 의해 국가의 존립과 헌법 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범죄’인 형법상 내란죄를 구분할 수 없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 측은 “내란죄를 철회한다는 것은 이 사건 심판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라는 의문을 불러오기에 충분히 중요한 사항”이라며 “서면으로 정확하게 규정하지 않고 변론절차가 일방적으로 개시된다면 법정 밖의 비공식적인 소통 과정을 거쳐 재판부와 소추위원 사이에 모종의 소통이 있었을 것이라고 합리적인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덕수, 감사원장 탄핵 등 먼저 결론나야”

윤 대통령 측은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심판이 최우선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윤 대통령 측은 한 전 권한대행의 경우 의결정족수 200명이 채워지지 않은 만큼 탄핵소추 가결 선포가 원천 무효라는 입장이다. 한 전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은 국무총리에 대한 의결정족수(151명 이상)를 충족한 192명의 찬성으로 가결된 바 있다.

변호인단은 “대통령 권한대행의 경우 본래의 직에 대한 탄핵발의, 의결에 필요한 정족수보다 더 가중된 정족수를 충족해야 한다”는 헌재가 출간한 주석 헌법재판소법 내용을 근거로 들었다. 윤 대통령 측은 한 전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이 무효일 경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정계선 조한창 재판관을 임명한 효력도 사라진다고 보고 있다.

윤 대통령 측은 “탄핵소추 남발은 정권 획득 수단 및 야당 대표의 비리 방탄용”이라고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겨냥하기도 했다. 이동관 김홍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탄핵, 한 전 권한대행 탄핵 등을 줄줄이 열거하며 “탄핵을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한 결과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된 사례는 지금까지 단 한 건도 없었다”고 적기도 했다. 윤 대통령 측은 계엄 선포의 원인 중 하나가 이 지검장과 수사 검사,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인 만큼 이들의 탄핵심판 결론이 먼저 나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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