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500% 수익 보장” 리딩방서 151억 원 뜯어낸 6개 조직 일당 붙잡혀[사건 Zoom In]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7일 18시 12분


주식 리딩방 조직원들이 소셜네트워크(SNS) 대화방에서 가짜 계좌내역조회 인증 등을 주고받으며 대화한 내용을 캡처한 화면. 이들은 투자자를 속이기 위해 이런 자작극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경찰청 제공
주식 리딩방 조직원들이 소셜네트워크(SNS) 대화방에서 가짜 계좌내역조회 인증 등을 주고받으며 대화한 내용을 캡처한 화면. 이들은 투자자를 속이기 위해 이런 자작극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경찰청 제공


“저 오늘 팀장님 상담받고 300만 원으로 200% 수익 났어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대화방에서 ‘회원님’이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거나, 은행 거래내역 조회 화면으로 추정되는 캡처화면을 올리면서 나눈 대화들이다. 알고 보니 이들이 나눈 대화는 불법 주식 리딩방을 만든 조직원들이 모두 꾸며낸 대화였다. ‘회원님’과 ‘팀장님’ 역할을 나눠 가짜로 주식 투자 성공담을 늘어놓은 것이다.

이처럼 리딩방을 만들어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자들을 속여 150억 원이 넘는 금액을 뜯어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6개 조직이 모여 연합조직을 만든 뒤 역할을 분담해 투자자들에게 사기 친 것으로 드러났다.

7일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과는 피해자 253명에게서 151억 원을 뜯어낸 6개 조직 총책 6명 등 49명을 붙잡아 이 중에서 24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20년 9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투자자문업체로 속여 피해자들에게 돈을 입금하도록 꼬드긴 뒤 잠적하는 수법 등으로 사기와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일당은 불법으로 얻은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투자자들을 SNS 리딩방에 초대한 뒤 “하루 500% 수익을 보장한다”며 유인했다. 이 과정에서 허위 수익률을 인증해 피해자들을 속인 후 일당이 만든 가상 자산투자 웹사이트에 가입하도록 유도하고, 돈을 송금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속아 넘어간 투자자가 돈을 보내면 수익금을 돌려주지 않은 채 잠적하는 방식으로 돈을 챙긴 것이다. 4억3000만 원을 사기당한 피해자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식 리딩방 조직원들이 소셜네트워크(SNS) 대화방에서 가짜로 서로 대화를 주고 받은 내용을 캡처한 화면. 이들은 투자자를 속이기 위해 이같은 자작극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경찰청 제공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6개 조직이 연합해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지르고, 수익 등을 나눈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조직별로 ‘피해자 유인’, ‘투자자 바람잡이’, ‘법인통장 공급’, ‘자금세탁’, ‘인출’, ‘해외 가상자산 사이트 운영’ 등 역할을 나눴다.

경찰은 필리핀에 있는 해외 사이트 운영 조직 총책 A 씨 등 핵심 피의자 9명에게 적색수배를 내리고, 조직이 취득한 범죄수익 16억 원에 대해선 기소 전 몰수보전 조치를 취했다. A 씨는 현재 경찰에 자수서를 내고 국내 송환을 앞두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고수익 보장을 미끼로 투자를 유도하는 리딩방 사기행위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며 “가상자산 투자 웹사이트 등의 경우 금융정보분석원(FIU) 등에 사기신고 내역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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